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5년 즈음

어느 저녁에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0:31
728x90

 

 

눈을 떠 보니 한강 위였다.

흐릿한 하늘과 흐릿한 강물과 흐릿한 서울 저녁

몇개의 유리와 몇개의 철판에 갖힌 채

눈을 떠 보니 한강 위에 있었다.

신호 대기 운운...잠시만 안전한 열차 안에서 운운....’

하기야 그런 쉰 목소리가 아니어도

여기가 어디 들썩들썩

 

나가고자 했을까?

쭈그리고 졸다 깨어

현실 반 환상 반으로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멍함으로 바라본

잠시 주변을 기웃거리다 마는 자연스러운 일상에서

눈을 떠 보니 한강 위

나갈 수 있었을까?

 

잠시만 기다리시면 운운....죄송합니다 운운....’

잠시가 아니면 더 좋다. 죄송할 것 없지

늘 같은 곳과 같은 시간과 사람들

난간도 없는 한강 다리 위에서

오히려 그런 위험함이 새로움으로 문득 곁에 있는

문을 힘껏 제끼고

불어나는 한강 그 도도함 위로

뛰어들랴던 맘껏 추락해버릴랴던

어느 저녁에

열차 출발합니다....’

-95,5,20

 

 

728x90

'자작시와 자작소설 > 시; 95년 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그 찬란한 아침에  (0) 2013.02.19
아침 풍경  (0) 2013.02.19
목욕탕에서  (0) 201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