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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 보니 한강 위였다.
흐릿한 하늘과 흐릿한 강물과 흐릿한 서울 저녁
몇개의 유리와 몇개의 철판에 갖힌 채
눈을 떠 보니 한강 위에 있었다.
‘신호 대기 운운...잠시만 안전한 열차 안에서 운운....’
하기야 그런 쉰 목소리가 아니어도
여기가 어디 들썩들썩
나가고자 했을까?
쭈그리고 졸다 깨어
현실 반 환상 반으로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멍함으로 바라본
잠시 주변을 기웃거리다 마는 자연스러운 일상에서
눈을 떠 보니 한강 위
나갈 수 있었을까?
‘잠시만 기다리시면 운운....죄송합니다 운운....’
잠시가 아니면 더 좋다. 죄송할 것 없지
늘 같은 곳과 같은 시간과 사람들
난간도 없는 한강 다리 위에서
오히려 그런 위험함이 새로움으로 문득 곁에 있는
문을 힘껏 제끼고
불어나는 한강 그 도도함 위로
뛰어들랴던 맘껏 추락해버릴랴던
어느 저녁에
‘열차 출발합니다....’
-9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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