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문산문 219

정철의 '계주문'

戒酒文(계주문) ; 술을 경계하는 글 鄭澈(정철, 1536~1593) 신영산 풀이 某之嗜酒有四. 不平一也, 遇興二也, 待客三也, 難拒人勸四也. 모지기주유사 불평일야 우흥이야 대객삼야 난거인권사야 아무개가 술을 즐기는 이유가 네 가지 있다. 편하지 않아서 마시는 것이 첫째이고, 흥이 나서 마시는 것이 둘째이고, 손님을 대접하느라 마시는 것이 셋째이고, 남이 권하는 것을 거절하지 못해 마시는 것이 넷째이다. 不平則理遣可也, 遇興則嘯詠可也, 待客則誠信可也. 人勸雖苛, 吾志旣樹, 則不以人言撓奪可也. 然則捨四可, 而就一不可之中, 終始執迷, 以誤一生, 何也. 불평즉리견가야 우흥즉소영가야 대객칙성신가야 인권수가 오지기수 즉불이인언요탈가야 연즉사사가 이취일불가지중 종시집미 이오일생 하야 편하지 않으면 순리대로 풀어버리..

박지원의 '공작관문고 자서'

공작관문고 자서(孔雀館文稿 自序) - 공작관문고를 짓고 스스로 서문을 짓다 박지원(朴趾源, 1737~1805) 신영산 풀이 文以寫意則止而已矣. 彼臨題操毫, 忽思古語, 强覓經旨, 假意謹嚴, 逐字矜莊者. 譬如招工寫眞, 更容貌而前也. 目視不轉, 衣紋如拭, 失其常度, 雖良畵史, 難得其眞. 爲文者亦何異於是哉. 문이사의칙지이이의 피림제조호 홀사고어 강멱경지 가의근엄 축자긍장자 비여초공사진 갱용모이전야 목시부전 의문여식 실기상도 수량화사 난득기진 위문자역하이어시재 글이란 뜻을 그려내면 그만일 따름이다. 글제를 맞닥뜨리고 붓을 잡은 채, 갑자기 옛말을 생각한다거나, 억지로 경서에서 뜻을 찾아내어, 일부러 근엄한 척하고 글자마다 정중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비유하자면 화공을 불러 초상을 그리게 할 적에, 용모를 가다듬고..

박지원의 '북학의서'

북학의서(北學議序) 박지원(朴趾源, 1737~1805) 신영산 풀이 學問之道無他. 有不識, 執塗之人而問之可也. 僮僕多識我一字姑學. 汝恥己之不若人而不問勝己, 則是終身自錮於固陋無術之地也. 학문지도무타 유불식 집도지인이문지가야 동복다식아일자고학 여치기지불약인이불문승기 칙시종신자고어고루무술지지야 학문하는 방법이란 다른 길이 없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길 가는 사람이라도 잡고 묻는 게 옳다. 하인이 나보다 한 글자라도 더 많이 안다면 짐짓 배워야 한다. 자기가 남만 못한 것을 부끄럽게 여기어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에게 묻지를 않는다면, 이것은 한평생 스스로 고루해지고 어쩔 방법이 없는 지경에 스스로 갇혀 지내게 되는 것이다. 舜自耕稼陶漁, 以至爲帝, 無非取諸人. 孔子曰 : “吾少也賤, 多能鄙事.” 亦耕稼陶漁之類是..

유방선의 '서파삼우설(세 물건을 벗으로 삼은 뜻은)'

西坡三友說(서파삼우설) - 세 물건을 벗으로 삼은 뜻은 柳方善(유방선, 1388~1443) 신영산 옮김 西坡三友者, 吾友李而立之自號也. 而立, 人豪也. 少通六籍, 擅名斯文. 中乙酉科, 歷臺諫, 掌銓選, 十年宦遊, 功昭名著, 可謂天縱之才矣. 서파삼우자 오우이이립지자호야 이립 인호야 소통육적 천명사문 중을유과 역대간 장전선 십년환유 공소명저 가위천종지재의 서파삼우란 나의 벗 이이립이 스스로 지은 별호이다. 이립은 사람들 중 호걸이라 할만하다. 젊었을 때 이미 여섯 경전을 통달하여, 글로써 이름을 드날렸다. 을유년에 과거에 급제하여 대간을 역임하였고, 관리를 골라 뽑는 직을 맡아, 십여 년을 벼슬길에 있으면서, 공로와 이름이 뚜렷이 드러냈으니, 가히 하늘이 낸 인재라 할 것이다. 歲己亥秋, 乞退南還, 居永之西..

이학규의 '박꽃이 피는 집(포화옥기)'

포화옥기(匏花屋記) - 박꽃이 피는 집 이학규(李學逵, 1770~1835) 신영산 옮김 洛下生之屋, 高不及一仞, 廣不及九咫. 揖讓則妨帽, 寢處則跼膝. 盛夏之日, 斜光所注, 窗戶爀然. 乃於環阫之下, 種匏十餘本, 蔓莚芘屋. 藉其陰翳, 更蟁蜹棲其暗, 蛇虺蔭其凉. 낙하생지옥 고불급일인 광불급구지 읍양칙방모 침처칙국슬 성하지일 사광소주 창호혁연 내어환배지하 종포십여본 만연비옥 자기음예 갱문예서기암 사훼음기량 낙하생(작자의 호)의 집은, 높이는 한 길이 채 못 되고, 너비도 아홉 자가 채 못 되었다.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하려 해도 갓이 방해되었고, 잠을 자려하면 무릎을 구부려야 했다. 한여름에 햇볕이 쏟아지기라도 하면 창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래서 둥글게 담장을 두르고 그 밑에다 박 십여 그루를 심었더니, 넝쿨..

홍성민의 '소금을 바꾸어 곡식을 사는 이야기(무염판속설)'

무염판속설(貿鹽販粟說) - 소금을 바꾸어 곡식을 사는 이야기 홍성민(洪聖民, 1536~1594) 신영산 풀이 謫寧城數月, 囊儲盡, 無以食. 謀諸居人, 居人有曰 : 海濱貴穀而賤鹽, 胡地穀饒而鹽乏. 貿海鹽販胡粟, 則其直倍屣於本穀. 庶可以糊君口, 君無患焉. 적영성수월 낭저진 무이식 모제거인 거인유왈 해빈귀곡이천염 호지곡요이염핍 무해염판호속 칙기직배사어본곡 서가이호군구 군무환언 내가 영성(함경도 부령)에 유배되었을 때 수개월 만에 양식이 다 떨어지고, 먹을 것이 없게 되었다. 거기 사는 이에게 물었더니, 그 사람이 말하였다. “바닷가는 곡식이 귀하고 소금이 천한데, 오랑캐 땅에서는 곡식이 넉넉한데 소금이 부족하옵지요. 그러니 바닷가에서 소금을 사서 오랑캐 땅의 곡식을 산다면, 그 값은 본래 곡식값에서 곱절이나 ..

홍성민의 '물고기를 파는 늙은이와의 대화(매어옹문답서)'

매어옹문답서(賣魚翁問答敍) - 물고기를 파는 늙은이와의 대화 홍성민(洪聖民, 1536~1594) 신영산 풀이 余在羌村, 有聲喧咽於籬落間. 若鬪若詰, 相持者久. 啓扉而視之, 一人手其魚而立, 魚可尺餘. 一人握其粟而坐, 粟可盈升. 上下其價, 視睨色勃. 爭之堅, 兩不相下. 여재강촌 유성훤인어리락간 약투약힐 상지자구 계비이시지 일인수기어이립 어가척여 일인악기속이좌 속가영승 상하기가 시예색발 쟁지견 양불상하 내가 강촌(함경도 부령)에 있을 때, 울타리 사이에서 떠들썩하게 목메인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트집을 잡아 싸우는 듯하였는데, 오래도록 서로 자기 뜻을 굽히지 아니하였다. 사립문을 열고 나가 보니, 한 사람이 물고기를 손에 들고 서 있었는데, 물고기가 가히 한 자가 넘었다. 또 한 사람은 곡식을 쥐고 앉아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