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텍스트 96

외솔 최현배의 시조 '한힌샘 스승님을 생각함'

한힌샘 스승님을 생각함 -가신 지 열다섯 해 에 최현배 백두산(白頭山) 앞뒤 벌에 단군 한배 씨가 퍼져 오천년(五千年) 옛적부터 고운 소리 울리나니 조선말 조선 마음이 여기에서 일더라. 골잘의 배달겨레 대대(代代)로 닦아내매 아름다운 말소리를 골고루 다 갖췄네. 훌륭ㅎ다 동방(東方)의 빛이니 더욱 밝아지이다. 세월이 반만년(半萬年)에 인물(人物)인들 적을쏘냐. 고운(孤雲)의 한문(漢文)이요 설총(薛聰)의 이두(吏讀)러라. 그러나 내 것 아니매 내 글만을 원(願)터라. 거룩하신 세종대왕(世宗大王) 온 백성 원(願)을 이뤄 이십팔자(二十八字) 지어내니 천하(天下)에도 제일(第一)이라. 좋은 말 좋은 글이니 민복(民福)인가 하노라. 보검(寶劍)도 갈아야만 날이 서 번득이고 양마(良馬)도 달려야만 기가 나서 천..

유종호의 수필 '고향'

고향 유종호 옛적의 유대민족 사이에서는 성년이 된 자식을 짝을 지워 집에서 쫓아내는 풍습이 있었다. 협착한 고향과 아버지의 터전을 벗어나 독립하여 타관에 가서 삶의 새 가능성을 열어보라는 관습의 명령이었다. 이렇게 자식을 떠나보냄으로써 좁은 터전에서 대가족이 아웅다웅하는 볼품없는 정경을 예방할 수 있었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낙원 상실 얘기의 원천을 바로 이러한 유대민족의 옛 풍습에서 찾는 학자들도 있다. 에덴동산은 그러니까 사람이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의 이름이었다. 이러한 인류학적 해석이 얼마만한 학문적 동의를 얻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들이 구상하는 이상적인 낙원이나 유토피아가 어린 시절의 세계 상봉이나 행복 체험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