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힌샘 스승님을 생각함
-가신 지 열다섯 해 에
최현배
백두산(白頭山) 앞뒤 벌에 단군 한배 씨가 퍼져
오천년(五千年) 옛적부터 고운 소리 울리나니
조선말 조선 마음이 여기에서 일더라.
골잘의 배달겨레 대대(代代)로 닦아내매
아름다운 말소리를 골고루 다 갖췄네.
훌륭ㅎ다 동방(東方)의 빛이니 더욱 밝아지이다.
세월이 반만년(半萬年)에 인물(人物)인들 적을쏘냐.
고운(孤雲)의 한문(漢文)이요 설총(薛聰)의 이두(吏讀)러라.
그러나 내 것 아니매 내 글만을 원(願)터라.
거룩하신 세종대왕(世宗大王) 온 백성 원(願)을 이뤄
이십팔자(二十八字) 지어내니 천하(天下)에도 제일(第一)이라.
좋은 말 좋은 글이니 민복(民福)인가 하노라.
보검(寶劍)도 갈아야만 날이 서 번득이고
양마(良馬)도 달려야만 기가 나서 천 리 간다.
좋은 말 좋은 글인들 아니 닦고 어이리.
애달픈 손 사람이라 세상(世上) 뜻 같 잖다.
보검(寶劍)에 녹이 서고 양마(良馬) 천리(千里) 닫네.
일생(一生)을 하루 같이 일하니 뉘를 위함이런가.
뜻하심도 크거니와 이루심도 끔찍하다.
예로부터 묵은 밭이 고랑마다 일어났네.
거기에 좋은 씨뿌리니 길이길이 불으리.
님의 부탁 받자옵고 시골 가서 길 닦을 제
뜻밖에 떠났단 소리 어린 가슴 놀랐어라.
북쪽을 바라고 울던 일 어제런가 하노라.
믿은 님이 가셨으니 믿든 마음 아득해라.
아득한 가운데도 한 줄기 빛이 난다.
님예 뜻 바른 글 있으니 아니 예고 어이리.
어제 같은 그 날이어 어느덧 열다섯 해
세월(歲月)은 살 같은 데 이어 이룸 무엇인가.
그러나 변(變)찮는 맘 있으니 가신님은 도우소.
종(種)소리 작고 높아 모이는 이 구름 같다.
좁던 길 차차 넓어 예는 사람 더욱 많다.
가신 님 넋이 계시면 기뻐할 줄 아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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