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문산문

강희맹의 '담사설'

New-Mountain(새뫼) 2022. 7. 1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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啗蛇說(담사설)

; 뱀을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

 

姜希孟(강희맹, 1424~1483)

신영산 옮김

 

溟洲之地, 多産仙藥, 藥局遣醫, 間一歲而採藥.

有一醫專是任, 頻往溟洲.

始至則藥夫指其徒之一二者曰 : “此是啗蛇者也.”

莫不齒冷, 食不共器, 坐不連席, 不以人類視之.

명주지지 다산선약 약국견의 간일세이채약

유일의전시임 빈왕명주

시지칙약부지기도지일이자왈 차시담사자야

막부치랭 식부공기 좌부련석 부이인류시지

 

명주(溟州) 땅에서 좋은 약재가 많이 생산되기에, 약국에서는 의원을 보내 한 해 동안에 약초를 캐게 하였다. 의원 한 사람이 이 소임을 모두 도맡았기에 자주 명주를 가게 되었다.

처음 갔을 적에 약 캐는 사내가 무리 중에서 한두 명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저놈들은 뱀을 씹어 먹는 놈들이옵니다.”

하며, 비웃지 않는 자가 없었으니, 함께 밥도 함께 먹지 아니하며, 자리도 나란히 앉지 아니하고, 사람의 무리로 보아주지도 아니하였다.

 

後間歲而往, 嘲者漸微, 而前日之所謂啗蛇者, 親昵而莫忌.

又間歲而往, 則里無所謂啗蛇者, 而嘲笑之言已絶矣.

후간세이왕 칙조자점미 이전일지소위담사자 친닐이막기

우간세이왕 칙리무소위담사자 이조소지언이절의

 

그 뒤에 한 해를 지나서 가보니, 비웃던 자들이 점점 적어졌고, 예전에 이른바 뱀을 씹어 먹는다는 자들과 서로 가까워져서 거리낌이 없었다.

또 한 해를 지나서 가보니, 마을에 이른바 뱀을 씹어 먹는다는 자도 없어졌고, 비웃던 말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徐觀之, 人持釵頭木弓, 張絃小屈木,

入長林大谷中採藥, 遇蛇, 無問大小, 輒以弓釵按其首,

蛇昴首張唇, 遂以屈木弦挫之, 蛇齒盡脫, 手剝其皮, 藏于矢筒.

及飯熟, 加塩炙之, 爭食無餘, 久則中毒而斃者相望.

서관지 인지채두목궁 장현소굴목

입장림대곡중채약 우사 무문대소 첩이궁채안기수

사앙수장진 수이굴목현좌지 사치진탈 수박기피 장우시통

급반숙 가염구지 쟁식무여 구칙중독이폐자상망

 

천천히 살펴보니, 사람들은 끝에 쇠붙이를 댄 나무 활과, 조그마한 굽은 나무에다 줄을 맨 도구를 가지고 다녔다. 깊은 숲속의 골짜기에 들어가 약을 캐다가, 뱀을 만나면 크거나 작거나를 막론하고, 곧바로 쇠꼬챙이로 뱀 대가리를 눌렀다.

뱀이 대가리를 쳐들고 주둥이를 벌리면, 그 틈에 굽은 나무에 맨 줄을 집어넣고 당겨, 뱀의 이빨을 다 빼버리고, 손으로 그 껍질을 벗겨서 활 통에 넣어두었다.

그러다가 밥을 먹을 적에, 소금을 발라 구워서, 남김없이 다 먹었다. 자꾸자꾸 먹자 중독이 되어 죽는 자도 흔히 생겼다.

 

噫, 蛇之蠕動蜿蜒, 鱗虫而陸處者.

雖愚者, 皆知賤惡而趍避之, 如有所逼, 莫不嘔吐震慄何也. 人性然也.

희 사지연동사연 인충이륙처자

수우자 개지천악이추피지 여유소핍 막부구토진률 하야 인성연야

 

아, 뱀은 꿈틀거리고 구불거리며, 비늘을 지닌 짐승이기에 뭍에서도 꿈틀거려 움직인다.

비록 어리석은 자라도 뱀이 다 천하고 악한 것인 줄을 알고 피하며, 가까이 닿게 되면 누구나 다 토하면서 벌벌 떨게 되는 것은 어찌 된 일인가.

사람의 천성이 그러한 것이다.

 

溟州之人, 始也斥其非, 猶多有全其性者也.

中也斥者少而啗者衆, 然或有全其性者, 不爲流俗所汚者矣.

終也擧一道莫知其非, 嘲笑一絶, 而相安於穢俗.

至此則人性盡蔽, 無復論其是非矣.

명주지인 시야척기비 유다유전기성자야

중야척자소이담자중 연혹유전기성자 부위류속소오자의

종야거일도막지기비 조소일절 이상안어예속

지차칙인성진폐 무부론기시비의

 

명주 사람들이 처음에 그 못된 짓을 하는 자들을 배척했던 것은, 그때까지는 타고난 성품을 그대로 간직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중간에 배척하는 자가 적어지고, 뱀을 씹어 먹는 자가 많아졌지만, 그것은 타고난 성품을 그대로 간직하여 세속에 물들지 않은 자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온 고을이 잘못된 것임을 알지 못하여, 비웃는 말도 일절 없어지고, 서로 더러운 습관에 젖게 된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르면 사람의 본성은 다 물욕에 가려져서, 그 옳고 그름을 따질 힘조차 없게 되는 것이다.

 

一州之民, 夫豈盡喪其天而不悟者歟.

必有作俑而誤之者矣.

其誤之也, 必曰 : “蛇亦蟲魚之類也, 肥而香美, 近人而易捕, 論其狀, 與鱧奚擇哉,

일주지민 부기진상기천이부오자여

필유작용이오지자의

기오지야 필왈 사역충어지류야 비이향미 근인이이포 론기장 여례해택재

 

어찌하여 한 고을 백성들이 어찌 다 자기 천성을 잃어버리고 깨닫지 못하게 된 것일까. 반드시 처음에 못된 짓을 만들어 내어 그릇되게 한 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릇된 길로 이끌 때는 반드시 말하기를,

“뱀도 역시 벌레나 물고기와 같은 종류라오. 살찌고 향기롭고 아름다우며 사람에게 가까우니 잡기도 쉽지요. 그 형상을 논하자면 가물치와 무엇이 다르겠소.”

하였을 것이다,

 

於是試嘗於口而無所妨, 漸狃於心而無所憚.

積以歲月, 浸以成風, 靦然無所愧.

當是時, 彼安知啗蛇之可醜, 遺毒之可畏歟.

어시시상어구이무소방 점뉴어심이무소탄

적이세월 침이성풍 전연무소괴

당시시 피안지담사지가전 유독지가외여

 

이에 시험 삼아 맛을 보니 무방하고, 차츰 마음에도 익숙해져 거리낌이 없게 되었다. 그러다가 세월이 쌓이는 동안 하나의 풍습으로 변하여 뻔뻔해져 부끄러워할 줄을 모르게 된 것이다.

이때 이르면, 그네들이 뱀을 씹어 먹는 것이 추악하고 무서운 독이 있다는 것을 어찌 알 것인가.

 

前日之所甞非詆者, 又從而效之曰 : “彼亦人也, 口未爽於味, 而獨嗜此, 何耶.

其必有至味者存乎其中矣. 吾前之非之者, 安知不幾於妄.

而彼之嗜之者, 又安知不有所見歟.”

전일지소상비저자 우종이효지왈 피역인야 구미상어미 이독기차 하야

기필유지미자존지기중의 오전지비지자 안지부기어망

이피지기지자 우안지부유소견여

 

지난날 일찍이 나무라고 배척하던 자들도 또한 따라서 본받으며 말하기를,

“저도 사람인지라 입맛은 다 같을 텐데, 유독 이것만을 즐기게 되었으니 어찌 된 일이겠소. 아마도 반드시 지극한 맛이 그 속에 들어 있는 모양이외다. 내가 지난날 나무랐던 것이 어찌 망령이 아니었다고 단언할 수 있으리오. 그리고 저들이 즐기는 것도 또한 소견이 있어서 그러는 것인지 어찌 알 수 있으리오.”

하였다.

 

由是轉相浸染, 莫知其非, 哀哉.

士君子之於貨利聲色, 亦猶是也. 孰不知貪饕狂蕩之爲可賤, 玷汚喪敗之爲可畏歟.

然試甞於心, 而卒忘其恥, 豈聞有齒冷嘲笑之言乎,

汝當審其幾也, 毋忽,

유시전상침염 막지기비 애재

사군자지어화리성색 역유시야 숙부지탐도광탕지위가천 점오상패지위가외여

연시상어심 이졸망기치 기문유치랭조소지언호

여당심기기야 무홀

 

이로 말미암아 서로에게 점점 물들어 그릇된 행위임을 깨닫지 못하게 되었으니, 슬픈 일이로다.

선비가 음악이나 여색을 밝히고 재물이나 이익을 추구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탐욕을 부리며 방탕한 짓을 하면 남에게 천대를 받을 것이요, 몸을 더럽히고 집안을 망치는 것이 두려운 일임을 뉘라 모르겠는가.

다만 시험 삼아 맛을 본다고 하다가 마침내 그 부끄러움을 잊게 되는 것이니, 어찌 치를 떨며 비웃는 말이 들릴 수 있겠느냐.

너희는 마땅히 그 기미를 살펴서 경솔하게 행동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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