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문산문

이건창의 '매이야기(응설)'

New-Mountain(새뫼) 2022. 8. 1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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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설(鷹說) ; 매 이야기

 

이건창(李建昌, 1852~1898)

신영산 옮김

 

鳳與鸞之德以文, 鶴之德以淸, 而鷹之德以擊. 夫擊, 非所以爲德也.

然旣不爲鳳爲鸞爲鶴而爲鷹, 不彩羽嘉聲而有觜與距.

是固使之擊也. 使之擊而不擊者, 是亦不足爲鳳爲鸞爲鶴, 而又不得爲鷹矣,

봉여난지덕이문 학지덕이청 이응지덕이격. 부격 비소이위덕야

연기불위봉위난위학이위응 불채우가성이유자여거

시고사지격야 사지격이불격자 시역부족위봉위난위학 이우불득위응의

 

봉황새와 난새는 무늬로써 덕이 드러나고, 학은 맑은 소리로써 덕이 드러나지만, 매는 공격성으로 덕이 드러난다. 무릇 공격성이란, 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매는 봉황이나 난새나 학이 되지 못하였기에, 고운 깃과, 아름다운 소리를 갖지 못하고,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갖게 된 것이다.

이것은 곧 공격성을 갖게 한 것이다. 공격성이 있는데도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여, 봉황새나 난새나 학이 될 수는 없다. 또한 매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里之人, 有獲鷹者, 獻于李子.

李子使之獵, 登阜而望, 鷹方昂首擧翼振, 迅而顧左右, 狀若甚厲者.

이지인 유획응자 헌우이자

이자사지렵 등부이망 응방앙수거익진 신이고좌우 상약심려자

 

마을 사람 중에 매를 잡는 사람이 있어, 이자(작자)에게 매를 잡아 바쳤다.

이자가 사냥을 하기 위하여 언덕 위에 올라 멀리 바라보고 있으니, 매가 사방을 바라보며 머리를 들고 날개를 펄럭거리며, 재빠르게 좌우를 돌아보는데, 마치 그 모습이 떨쳐 일어나려는 듯하였다.

 

俄而雉興於前, 鷹奮而趨, 將禽矣.

忽睨而視, 踆而却, 爲之遷延, 則雉已疾飛而遁矣.

아이치흥어전 응분이추 장금의

홀예이시 준이각 위지천연 칙치이질비이둔의

 

잠시 후에 꿩이 앞에 나타나자, 매는 몸을 떨쳐내고 뒤쫓아 장차 잡는 듯이 하였다.

하지만 갑자기 곁눈질하더니, 다리를 쭈그리고 미적미적 앉으니, 이미 꿩은 재빠르게 날아 달아나버렸다.

 

旣而兎起於側, 鷹不復奮而趨. 視愈平而却愈後, 若反有畏然.

兎則綏綏然過矣,

如是者終日, 卒無獲.

기이토기어측 응불부분이추 시유평이각유후 약반유외연

토칙수수연과의

여시자종일 졸무획

 

이윽고 토끼가 옆에서 몸을 세웠는데, 이때도 매는 또다시 몸을 떨치고 뒤쫓으려 하지 않았다. 시선이 더욱 느릿했으며, 발걸음도 더욱 뒤로 가니, 도리어 무엇인가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 사이에 토끼는 느긋하게 달아나버렸다. 하루 종일 이처럼 하였으니,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李子曰 : “惡用是鷹爲哉.”

縱之去.

이자왈 악용시응위재

종지거

 

이자가 말하기를,

“이 매를 어찌 어디에다 쓸 것인가?”

하고, 날려 보냈다.

 

或曰 : “是鷹也, 仁且智矣. 可以擊而不擊, 非仁乎.

知人之見其不擊, 則必且縱之, 非知乎. 不者, 且繫於此矣.”

혹왈 시응야 인차지의 가이격이불격 비인호

지인지견기불격 칙필차종지 비지호 부자 차계어차의

 

하지만 어떤 이가 말하기를,

“이 매는 인자하고도 지혜롭도다. 공격할 수 있음에도 공격하지 않았으니, 가히 인자함이 아니겠나. 또 공격하지 않는 것을 보게 되면, 주인이 반드시 자기를 놓아줄 것을 알았으니 지혜로운 것이 아니겠나.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에서 사냥이나 계속했을 것이라.”

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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