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설 십칠 세 작 (過說 十七歲作)
; 열일곱에 쓴 허물 이야기
이건창(李建昌, 1852~1898)
신영산 옮김
人有悔其過, 而思所以補之者, 問於師,
인유회기과 이사소이보지자 문어사
한 사람이 자기 허물을 뉘우치고, 고칠 것을 생각하고 스승에게 물었다.
師曰 : “善乎問也.
夫人也鮮不有過, 過而知之者甚鮮, 知而悔之者尤鮮, 悔而思所以補之者, 絶無焉.
子能以人所同有者爲耻, 改而就絶無者謀焉. 子之過不待補而補矣. 予何言.
사왈 선호문야
부인야선불유과 과이지지자심선 지이회지자우선 회이사소이보지자 절무언
자능이인소동유자위치 개이취절무자모언 자지과부대보이보의 여하언
그러자 스승이 답하였다.
“좋은 물음이로다. 무릇 사람이 허물이 있지 않은 자가 드물고, 허물이 있더라도 그것을 아는 자가 매우 드물며, 또 허물이 있음을 알기에 후회하고, 후회하기에 이를 고치려고 하는 자는 거의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 그대는 보통 사람들과 같이 되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허물을 고쳐서 사람들이 거의 하지 않는 일에 나아가고자 도모하고 한다. 그대의 허물은 기다릴 것도 없이 이미 고쳐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雖然, 子尙愼之. 世之人惡異己者, 惡成人之美者.
子昔之過也, 毁者固多矣, 然猶以其所同有也, 毁之而不深.
수연 자상신지 세지인악이기자 악성인지미자
자석지과야 훼자고다의 연유이기소동유야 훼지이불심
비록 그러하지만, 그대는 오히려 삼가야 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자기와 견해가 다른 것을 싫어하고, 다른 사람들이 훌륭하고 성공한 것을 싫어한다.
그대가 옛날에 허물이 있을 때는 헐뜯는 자가 참으로 많았으나, 오히려 그들도 그대처럼 허물이 있었기에, 그리 심하게 헐뜯지는 않았다.
子今欲補之云耶.
子勿皎皎自以爲潔, 勿嶢嶢自以爲高.
子所以耻其過者, 勿宣於辭, 子所以就其善者, 勿見於色.
자금욕보지운야
자물교교자이위결 물요요자이위고,
자소이치기과자 물선어사 자소이취기선자 물견어색
그대는 지금 허물을 고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대는 깨끗하게 하여 스스로 결백한 모습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높아지려 하여 스스로 고고한 모습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대가 허물을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그대가 선한 것을 취하려 한다는 것을 안색을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君子之道, 闇然而日章, 辭色不足以爲貴.
徒見世之人礪其吻而膏其牙, 攢鋒鏑擠穽擭.
於子曰, 夫夫也舊有某言有某事, 其過如此, 今之爲也僞也.
夫如是, 子所以補過者未著, 而毁之者且十倍矣.
군자지도 암연이일장 사색부족이위귀.
도견세지인려기문이고기아
찬봉적제정획 어자왈 부부야구유모언유모사 기과여차 금지위야위야
부여시 자소이보과자미저 이훼지자차십배의
군자의 도는 남모르게 하더라도 햇볕처럼 드러나는 것이니, 말과 안색으로 하는 것은 귀하게 여길 것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은 입술에 침을 바르고 이빨을 갈면서, 그대에게 칼날을 들이밀어 함정으로 처넣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말할 것이다.
‘무릇 저 사람은 옛날에는 이런 말을 하고 이런 짓을 하여 허물을 저지르더니, 지금 허물을 고치겠다고 하니, 이것은 거짓이다.’
이처럼 된다면, 그대가 허물을 고치려는 것을 시작도 하기 전에, 비난하는 사람들이 장차 열 배나 모여들 것이다.
子尙愼之.
子所以問於我者, 爲己也, 我以爲人者應之.
吾不足以爲子師矣. 噫.”
자상신지
자소이문어아자 위기야 아이위인자응지
오부족이위자사의 희
그대가 삼가야 할 것은 오히려 이런 것이다.
그런데 그대는 나에게 자기 몸을 다스리는 법을 물었는데, 나는 다른 이에게 잘 보이는 법을 답하였구나.
나는 그대의 스승이 되기에는 부족하구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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