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신채효성두본 춘향가 18

(판소리)신재효성두본 춘향가 - II. 이별과 회유 (3/3)

다. 이수재는 너를 이미 잊었으니, 의복 단장 고이 하고 수청 들라. 사또는 서울 양반 본집은 북촌이요, 춘추는 마흔다섯, 전직은 삼읍이요, 인물은 일색이라. 풍류를 좋아하고 여색을 사랑하여 남원 춘향 예쁘다는 말 경향에 대단하니, 남원 부사 하신 후에 길 중간에 점고 만나 볼까 속에 잔뜩 재촉하였더니, 점고를 다 하여도 춘향 이름 부르지 아니한다. 호장에게 하문하여, “너의 고을 기생 중에 춘향이가 있다더니, 점고 불참 웬일이냐?” 호장이가 여쭈오되, “춘향이라 하는 것이 기생인 게 아니오라 퇴기 월매 딸이온데, 생김새와 재주가 기묘하기로 구관댁 도령님이 머리를 얹었네다.” 사또가 또 물으셔, “서울 데려갔다느냐?” “그저 제집 있삽내다.” “기생의 딸이면은 무슨 허물 있겠느냐? 구경하게 불러오라.” ..

(판소리)신재효성두본 춘향가 - II. 이별과 회유 (2/3)

나. 신관 사또 도임하니, 거동도 요란하고, 기생 점고 대단하다. 춘향이 하릴없어 어미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서 밤낮 그리움으로 지낼 적에 수십 일 지내더니, 신관 사또 도임할 제 수성장이 지키던 관아라 갖춘 의식도 장할시고. 구름 같은 별연 독교 좌우 청장 들고 있고, 흰 비단 복판에 푸른 비단으로 선 두르고, 주석 꼭지 장식하여 자줏빛 사슴 가죽 갖은 드리움, 보기 좋게 만든 일산 대로변에 썩 나서서 햇빛을 가리우고, 다섯 방향 깃발들이 다섯 색을 찾아, 청 홍 백 흑 갈라 세우고 한가운데 황신기, 표미기, 금고기, 용사기며, 청도기, 순시기 두 쌍, 영기, 관이전 영전 숙정패가 좌우로 늘어서고, 안 올린 벙거지에 증자, 상모에는 날랠 용자, 검은 군복 붉은 호의, 등채 쥔 군노들과, 공작 꼬리 큰 깃..

(판소리)신재효성두본 춘향가 - II. 이별과 회유 (1/3)

II. 이별과 회유 가. 부디 나를 잊지 마오, 내 너를 잊겠느냐 찾을 날을 기다리라. 도령님을 불러 세우고 사또 분부하시기를, “내가 원을 갈렸기로 장부를 정리하고 갈 터이니 너는 내행 다 뫼시고 내일 먼저 길을 떠나라.” 도령님이 천만의외 이 분부를 들어 놓으니 가슴이 깜짝 놀라 쥐덫이 내려진 듯 두 눈이 캄캄하여 흑백 분별할 수 없다. 일 되어가는 형세가 위급하니 되던지 못 되던지 사정이나 하여 볼까 잔기침 버썩 하며 어리광 뽄새로 말을 내어, “소자가 캑, 남원 와서 캑, 춘정을 캑, 못 이기어 캑.” 말을 채 못하나 자식을 아는 이는 아비밖에 없음이라. 사또 벌써 아시고 말 못 하게 호령한다. “관장질로 먼 시골에 오면 자식을 버린단 말 이야기로 들었더니 너를 두고 한 말이라. 아비 고을 따라와..

(판소리)신재효성두본 춘향가 - I. 만남과 사랑 (4/4)

라. 사랑 사랑 사랑이야, 이성지합 우리 연분 백년해로 함께 하자 춘향이가 들어와서 어미 옆에 고이 앉아 손가락을 입이 넣고 고운 눈썹을 나직하니 도령님 좋아라고 저의 어미와 수작하여, “자네 딸이 몇 살인가?” “임자 사월 초파일에 이 자식을 낳았지요.” “어허, 신통하네. 나하고 꼭 나이가 같구나. 오늘 내가 심심하여 광한루의 나왔더니 추천하는 자네 딸이 하릴없는 선녀이기로 광한루에 데려다가 백년가약 맺을 터이나, 노모 있는 여염집 여자 마음대로 불러오라 할 수 없어 자네 허락 듣자 하고 자네 찾아 나왔으니, 자네 의사 어떠한가?” 춘향 어미 대답하되, “무남독녀 저 자식을 제 아비가 일찍 죽고 어미 혼자 길러내어 저와 같은 배필 얻어 이 몸이 살았을 때 죽고 난 후 의탁하자 하옵는데, 도령님은 지체..

(판소리)신재효성두본 춘향가 - I. 만남과 사랑 (3/4)

다. 글이 가고 글이 오니, 마음을 알리로다, 밤에나 찾아보자. 방자를 보낸 후에 상단을 돌아보며, “못난 내 까닭으로 마누라님 탈 있으면 이 일을 어찌할꼬. 사세를 생각하면 가 봄 직도 하다마는 갔다가 꽉 붙들려 부부 되자 하게 되면 여자의 한평생 큰일을 경솔히 하겠느냐? 한나라 탁문군은 사마상여 문장 풍채 본 연후에 좇아가고, 당 시절 홍불기는 이위공의 영웅스러운 기상 본 연후에 찾아가니 도령님 생긴 모습과 태도 방자 말만 믿겠느냐? 네 눈으로 보았으면 대강 짐작할 터이니, 광한루 건너가서 지나가는 아이같이 도령님을 보고 오라.” 상단이 대답하고 광한루에 급히 가서 기둥 옆에 몸을 감추고 도령님을 바라보니, 있는 그대로 아이 신선이라. 말하고 웃는 거동 볼수록 어여쁘다. 바쁘게 돌아와서 기쁘게 하는 ..

(판소리)신재효성두본 춘향가 - I. 만남과 사랑 (2/4)

나. 춘향이를 불러오라, 천번 만번 청하여도 나는 아니 갈 터이다. 그저 여기저기 거닐면서 돌아보노라니, 난데없는 둥글고 밝은 달이 푸른 구름 사이에 오락가락, 정신을 겨우 수습하고, 유심히 다시 보니 밝은 달은 미인이요, 푸른 구름은 푸른 나무 그늘이라. 나타났다 사라지는구나. 오락가락 그네 뛰는 거동이라. 마음속에 의심하고 부정하며 보고 보고, 또 보와도 사람은 사람이나 분명한 선녀로다. 봉황을 타고 올라가니 진나라 누각의 농옥인가. 구름 타고 내려 오니 양대의 무산신녀인가. 어찌 보면 훨씬 멀고, 얼른 보면 곧 가까워 들어갔다 오는 양, 꾀꼬리는 금빛 북이 되어 날아다니며 버들 실을 짜고 있고, 제비가 꽃을 차니 그 꽃이 춤추는 자리에 떨어지는구나. 도령님 혼을 잃은 듯 맥 놓고 서서 보다 방자에게..

(판소리)신재효성두본 춘향가 - I. 만남과 사랑 (1/4)

I. 만남과 사랑 가. 절대가인 춘향이와 관옥풍채 이몽룡이 광한루서 만나노라.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이 생길 때는 강산 정기 타서 난다. 저라산 약야계에 서시가 따라 나타나고, 뭇 산과 모든 계곡이 달려가는 형문산에서 왕소군이 나서 자라고, 쌍각산이 빼어나게 아름다워 녹주가 생겼으며, 금강의 부드러움과 아미산의 빼어남은 설도를 낳았으니, 호남좌도 남원부는 동쪽으로 지리산, 서쪽으로 적성강 산수정기 어리어서 춘향이가 생겼구나. 춘향 어미 물러난 기생으로서, 사십이 넘은 후에 춘향을 처음 밸 제 꿈 가운데 어떤 선녀 복숭아꽃과 오얏꽃 두 가지를 두 손에 갈라 쥐고, 하늘로 내려와서 복숭아꽃을 내어 주며, “이 꽃을 잘 가꾸어 오얏꽃에 접을 붙였으면 늘그막에 즐거움이 좋으리라.” 꿈 깬 후에 아이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