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구운몽 한문본

권지이 - 7. 난양공주의 퉁소 소리를 듣고 소유가 감흥하다

New-Mountain(새뫼) 2020. 11. 2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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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난양공주의 퉁소 소리를 듣고 소유가 감흥하다

 

 

至京師復命於闕下, 時燕藩表文 及貢獻金銀綵段 亦適至矣.

上大悅 慰其勤勞褒其勳庸, 將議封侯以答其功,

因翰林力辭寢其議, 擢拜禮部尙書 兼帶翰林學士, 賞賚便蕃 寵遇隆至 人皆榮之.

지경사복명어궐하 시연번표문 급공헌금은채단 역적지의

상대열 위기근로포기훈용 장의봉후이답기공

인한림력사침기의 탁배례부상서 겸대한림학사 상뢰변번 총우륭지 인개영지

 

한림이 서울에 이르러 대궐 아래서 복명하는데, 연나라 변방에서 표문(表文)과 공물로 바치는 금은 비단이 때맞춰 이르렀다.

황상이 크게 기뻐하며, 그 수고로움을 위로하고 그 공훈을 표창하여 그 공에 대한 보답으로, 장차 후(侯)를 봉하려 의논하셨다. 한림이 힘써 사양하므로, 그 의논을 그치고 예부상서(禮部尙書)로 발탁하여 한림학사를 겸임하게 하시며, 상을 곧 많이 내리고 총애가 융숭하시니,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였다.

 

翰林還家 司徒夫妻迎見於中堂, 賀其成功於危地, 喜其超秩於卿月, 歡聲動一家矣.

尙書歸花園與春娘, 說離抱結新歡 鄭重之情可想矣.

上重楊少遊文學 頻召便殿, 討論經史 翰林之直宿最頻.

한림환가 사도부처영견어중당 하기성공어위지 희기초질어경월 환성동일가의

상서귀화원여춘랑 설리포결신환 정중지정가상의

상중양소유문학 빈소편전 토론경사 한림지직숙최빈

 

한림이 집에 돌아오니 사도 부부가 대청에서 맞아들여 만나 보며 그 위험한 곳에서 성공함을 하례하고, 그 벼슬이 경월(卿月)에 훌쩍 오른 것을 기뻐하니 환성이 온 집안을 들썩하였다. 상서(尙書)가 화원으로 돌아와 춘랑과 함께 이별의 회포를 풀며 새로운 즐거움을 맺으니, 그 정중한 정은 상상할 만하였다.

황상은 양소유의 글재주를 소중히 여겨 자주 편전(便殿)으로 불러들여 경서(經書)와 사기(史記)를 토론하시니, 한림이 숙직하는 날이 매우 잦아졌다.

 

一日罷夜對 歸直廬 禁苑月上, 翰林不堪豪興 獨上高樓, 憑欄而坐 對月吟詩.

忽因風便而聞之 則洞簫一曲, 自雲宵葱籠之間 漸漸而來矣.

地密聲遠 雖不能卞其調響, 而俗耳所不聞者, 生招院吏而門曰 :

“此聲出於宮墻之外耶? 或宮中之人 有能吹此曲者乎?”

일일파야대 귀직려 금원월상 한림불감호흥 독상고루 빙란이좌 대월음시

홀인풍편이문지 즉통소일곡 자운소총롱지간점점이래의

지밀성원 수불능변기조향 이속이소불문자 생초원리이문왈

차성출어궁장지외야 혹궁중지인 유능취차곡자호

 

하루는 저녁 토론을 마치고 곧바로 숙직하는 처소에 돌아왔는데, 궐 안의 동산에 달이 떠오른즉, 한림이 호걸의 흥취를 참을 수 없어 높은 누각에 홀로 올라, 난간을 의지하고 앉아서 달을 바라보며 시를 읊조렸다.

문득 바람결에 들으니, 퉁소 노래 한 곡조가 구름 낀 밤 그 자욱한 데서 점점 들려왔다. 땅에는 어둠이 짙게 깔리고, 소리가 멀어서 비록 곡조와 울림은 분별할 수가 없었다. 그 소리는 일반 사람의 귀로는 들어보지 못한 것이기에, 생(生)이 원리(院吏)를 불러 묻기를,

“이 소리가 궁의 담 밖에서 나는 것인가? 혹은 궁중 사람 가운데 이 곡조를 불 수 있는 자가 있는가?”

 

院吏曰 : “不知也.”

仍命晋酒 連飮數觥, 仍出所藏玉簫 自吹數曲, 其聲直上紫霄 彩雲四起, 聽之 若鸞鳳之和鳴也.

靑鶴一雙 忽自禁中飛來, 應其節奏 翩翩自舞, 院中諸吏大奇之, 已爲王子晋在吾翰院中矣.

원리왈 부지야

잉명진주 연음수굉 잉출소장옥소 자취수곡 기성직상자소 채운사기 청지 약란봉지화명야

청학일쌍 홀자금중비래 응기절주 편편자무 원중제리대기지 이위왕자진재오한원중의

 

원리가 답하기를,

“알지 못하겠사옵니다.”

이에 생이 술을 내오라 명하여 잇따라 여러 잔을 들이킨 후, 감춰둔 옥퉁소를 꺼내어 자신이 여러 곡을 불었다. 퉁소 소리는 곧바로 자줏빛 하늘에 올라가 채색 구름을 사방에서 일으키는데, 그 소리를 들어보면 난새와 봉황이 서로 어울리어 우는 듯하였다.

푸른 학 한 쌍이 홀연 대궐 안으로부터 날아와, 가락에 맞춰 가볍게 훨훨 날면서 춤추었다. 한림원 안의 모든 관리가 무척 신기하게 여겨 왕자 진(晋)이 한림원 안에 있는 것이라 여기었다.

 

時皇太后有二男一女, 皇上及越王, 蘭陽公主也.

蘭陽之誕生也, 太后夢見神女奉明珠 置懷中矣,

公主旣長 蘭資蕙質, 閨範壺則 超出於銀潢玉葉之中,

一動一靜 一語一默 皆有法度, 頓無俗態 文章女工 亦皆逼眞, 太后以此 鐘愛甚篤.

시황태후유이남일녀 황상급월왕 난양공주야

난양지탄생야 태후몽견신녀봉명주 치회중의

공주기장 란자혜질 규범호칙 초출어은황옥엽지중

일동일정 일어일묵 개유법도 돈무속 태 문장녀공 역개핍진 태후이차 종애심독

 

이때 황태후에게는 두 아들과 외동딸이 있었으니, 이들은 황상(皇上)과 월왕(越王), 그리고 난양공주(蘭陽公主)였다.

난양공주가 탄생할 적에, 태후의 꿈에 선녀가 구슬을 받들어 태후의 품속에 넣어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공주가 장성하매 난초와 같은 자태와 좋은 성질, 그리고 규범, 예의 법도가 황실 안에서 유독 빼어났다. 한 번 움직이는 것과 멈추는 것, 한마디 하는 말과 입을 다무는 것이 모두 법도가 있어서 도무지 속된 것이 없고, 문장이나 침선 또한 모두가 출중하여, 이로써 태후가 깊이 사랑하고 매우 든든히 여기셨다.

 

時西域太眞國 進白玉洞簫, 其制度極妙, 而使工人吹之 聲不出矣.

公主一夜 夢遇仙女, 敎以一曲 公主盡得其妙,

及覺試吹太眞玉簫, 聲韻甚淸 律呂自叶, 太后及皇上, 皆異之 而外人莫之知矣.

시서역태진국 진백옥통소 기제도극묘 이사공인취지 성불출의

공주일야 몽우선녀 교이일곡 공주진득기묘

급각시취태진옥소 성운심청 률여자협 태후급황상 개리지 이외인막지지의

 

이때 서역태진국(西域太眞國)에서 백옥 퉁소를 바쳤는데, 그 꾸밈새가 극히 묘하여서 악공을 시켜 불어 보게 하였으나, 소리가 나지 아니하였다.

공주가 어느 날 밤 꿈에 선녀를 만나서 한 곡조를 배워, 공주가 그 신묘함을 다 익혔는데, 꿈을 깨어 태진국의 옥퉁소를 시험 삼아 불어 보았다. 성운(聲韻)이 매우 맑으며 음률(音律)과 악률(樂律)에 저절로 맞아서, 태후와 황상께서 다 기이하게 여겼는데, 다른 사람은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公主每吹一曲, 群鶴自集於殿前 蹁躚對舞,

太后謂皇上曰 : “昔秦穆公女弄玉 善吹玉簫, 今蘭陽妙曲 不下於弄玉,

必有簫史者然後, 方使蘭陽嫁矣.”

공주매취일곡 군학자집어전전 편선대무

태후위황상왈 석진목공녀농옥 선취옥소 금난양묘곡 불하어롱옥

필유소사자연후 방사난양가의

 

공주가 매양 한 곡조를 불면, 학의 무리가 저절로 전각 앞에 모여들어 빙빙 돌면서 마주 보고 춤을 추었다.

태후가 황상에게 이르시기를,

“옛날에 진목공(秦穆公)의 딸 농옥(弄玉)이 옥퉁소를 잘 불었다고 하는데, 이제 난양의 묘한 곡조가 농옥에게 뒤떨어지지 아니합니다. 꼭 소사(簫史) 같은 사람이 있고 난 뒤에야 장차 난양을 시집보내도록 하소서.”

 

以此蘭陽已長成 而尙未許聘矣.

是夜 蘭陽適吹簫於月下 以調鶴舞矣, 曲罷靑鶴飛向玉堂 而去舞於翰苑,

是後宮人盛傳, 楊尙書吹玉簫舞鶴仙,

其言從入宮中 天子聞而奇之, 以爲公主之緣必屬於少游,

이차난양이장성 이상미허빙의

시야 난양적취소어월하 이조학무의 곡파청학비향옥당이거무어한원

시후궁인성전 양상서취옥소무학선

기언종입궁중 천자문이기지 이위공주지연필속어소유

 

이리하여 난양공주는 이미 장성하였지만, 아직까지 배필을 가리지 못하였다. 이날 밤 난양공주는 마침 달 아래에서 퉁소를 불어 학의 춤을 끝냈는데, 곡조를 마치자 청학이 옥당을 향해 날아가 그 한림원에서 춤을 추었다.

이후에 궁인들이 서로 전하기를, 양상서도 옥퉁소를 불어 학이 춤을 춘다고 했다. 그 말이 궁중으로 흘러 들어가 천자가 이를 들으시고 신기하게 여기며, 공주의 인연이 필연 양소유에게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入朝於太后 以此告之曰 :

“楊少游年歲與御妹相當, 其標致才學 於群臣中無二,雖求之天下 不可得也.”

太后大笑曰 : “簫和婚事訖無定處, 我心常自糾結矣, 今聞是語 楊少游 卽蘭陽天定之配也.

但欲見其爲人 而定之矣.”

입조어태후 이차고지왈

양소유년세여어매상당 기표치재학 어군신중무이 수구지천하 불가득야

태후대소왈 소화혼사흘무정처 아심상자규결의 금문시어 양소유 즉난양천정지배야

단욕견기위인 이정지의

 

황상이 태후께 입조(入朝)하여 이 사실을 아뢰기를,

“양소유의 나이가 누이와 서로 상당하옵고, 그 풍채와 재주와 학식은 뭇 신하 중에서 둘도 없사오니, 비록 천하에 구하여도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태후께서 크게 웃으시며 이르시기를,

“소화(簫和)의 혼사를 아직 정한 곳이 없어, 내 마음 한구석에 항상 꼬이고 맺힌 게 있었소. 이제 그 말씀을 들으니 양소유는 난양공주의 하늘이 정해 준 배필이오. 그러나 이 몸이 친히 그 사람됨을 보고 정하도록 하고 싶소.”

 

上曰 : “此不難矣. 後日當召見楊少游於別殿, 講論文章 娘從簾內, 一窺則可知矣.”

太后益喜與皇上定計.

蘭陽公主名簫和, 其玉簫刻簫和二字故, 以此名之.

상왈 차불난의 후일당소견양소유어별전 강론문장 낭종렴내 일규즉가지의

태후익희여황상정계

난양공주명소화 기옥소각소화이자고 이차명지

 

황상이 답하시기를,

“이는 어렵지 않나이다. 후일에 마땅히 양소유를 별전으로 부른 뒤에, 문장을 강론할 것이니, 어머님께서 주렴 안에서 한 번 보시면 알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태후께서 더욱더 즐거워하시며 황상과 함께 계책을 마련하였다.

난양공주의 이름이 소화(簫和)인데, 그 옥퉁소에 소화라는 두 글자를 새겼으므로, 이렇게 이름 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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