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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나는 그 곳에 서 있지 않다.
그리하여 다시 나는 그 곳에 서 있다.
바람도 불지 않는 곳에서
새소리 물소리도 흐르지 않는 곳에서
인적도 없는 그 곳에서
나는 서 있고 싶다.
나는 그 곳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리하여 다시 나는 그 곳에서 마냥 외쳐본다.
사람이여, 땅이여,
환한 낮이여, 저문 저녁 하늘이여.
듣는 이 하나 없는 그 곳에서
나는 마냥 외치고 싶다.
나는 그 곳에 살지 않는다.
그리하여 다시 나는 그 곳에서 살아간다.
처절하게
땀방울 흘리며 핏방울 마시며
이슬 방울 소중히 두 손 가득 담아가며
문득 돌아보아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
나는 그 곳에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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