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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벼끄는 대신
지하철 공사장에 툭 꽁초를 튕겨버리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다 살았다.
내리는 어둠 속에 묻혀 터벅 겨운 발걸음이여
그래도 가야 할 곳이 있음에
먼 하늘 한 곳을 보며 감사하고
겁나게 지나치는 자동차 불빛 사이로
혹 가야 할 곳을 잊지 않을까 조심한다
일상의 단순함도 피곤한 법
마주쳐 멀리 지나는 낯 모를 이들의 얼굴조차
모두다 기억할 수 없다. 당연하게도
이 밤 다 지나면 내일은 또 어떤 모습으로
그러한 기대는 예전의 먼 과거에 존재하는
서툰 푸념일 뿐이고
나는 가고 있다
나와 함께 내 시간도 가고 있다
초인종을 누르는 대신
오늘 처음 자신 있게 힘있게 대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다 살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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