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8년 즈음

98, 거리에서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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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벼끄는 대신

지하철 공사장에 툭 꽁초를 튕겨버리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다 살았다.

내리는 어둠 속에 묻혀 터벅 겨운 발걸음이여

그래도 가야 할 곳이 있음에

먼 하늘 한 곳을 보며 감사하고

겁나게 지나치는 자동차 불빛 사이로

혹 가야 할 곳을 잊지 않을까 조심한다

일상의 단순함도 피곤한 법

마주쳐 멀리 지나는 낯 모를 이들의 얼굴조차

모두다 기억할 수 없다. 당연하게도

이 밤 다 지나면 내일은 또 어떤 모습으로

그러한 기대는 예전의 먼 과거에 존재하는

서툰 푸념일 뿐이고

나는 가고 있다

나와 함께 내 시간도 가고 있다

초인종을 누르는 대신

오늘 처음 자신 있게 힘있게 대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다 살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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