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텍스트 96

김훈 “세월호 버리면 우리는 또 물에 빠져 죽는다”

나는 본래 어둡고 오활하여, 폐구(閉口)로 겨우 일신을 지탱하고 있다. 더구나 궁벽한 갯가에 엎드린 지 오래니 세상사를 입 벌려 말할 만한 식견이 있을 리 없고, 이러한 말조차 아니함만 못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하되, 잔잔한 바다에서 큰 배가 갑자기 가라앉아 무죄한 사람..

아름다움에 대하여 - 난설헌의 '손톱에 봉선화물들이기'

염지봉선화가(染指鳳仙花歌) 허난설헌, 혀경진 역 金盆夕露凝紅房 佳人十指纖纖長 금분석로응홍방 가인십지섬섬장 竹碾搗出捲菘葉 燈前勤護雙鳴璫 죽년도출권숭엽 등전근호쌍명당 粧樓曉起簾初捲 喜看火星抛鏡面 장루효기렴초권 희간화성포경면 拾草疑飛紅蛺蝶 彈箏..

'님을 위한 행진곡'의 원가사 - 백기완의 '묏비나리'

묏 비나리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 백기완 맨 첫발 딱 한발띠기에 목숨을 걸어라 목숨을 아니 걸면 천하없는 춤꾼이라고 해도 중심이 안 잡히나니 그 한발띠기에 온몸의 무게를 실어라 아니 그 한발띠기로 언땅을 들어올리고 또 한발띠기로 맨바닥을 들어올려 저 살인마의 틀거리..

잊을수 없는, 잊어서는 안되는 - 조향미의 "우리 모두 열일곱 살"

우리 모두 열일곱 살 - 조향미 배가 휘청거린 건 오래전입니다 항로를 이탈한 것은 더 오래전이었고요 그러나 늘 괜찮다 괜찮다 했습니다 부유하고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흐르는 강을 막고 바다를 메웠습니다 물고기와 짐승과 식물들이 죽어갔습니다 사람들도 병들고 절망하여 죽어나..

문명의 이기 또는 문명의 해악 - 나는 왜 컴퓨터를 안 살것인가

나는 왜 컴퓨터를 안 살 것인가 웬델 베리/미국의 시인, 문필가. 생태운동의 이론가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내가 찬양하지 않는 전기회사에 매달려 있다. 나는 전기를 적게 사용함으로써 그들에게 덜 매이려고 노력한다. 일을 하면서도 나는 가능한 한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농부로서의 일을 나는 대부분 말을 사용해서 하며 작가로서 나는 연필이나 펜으로 종이에 글을 쓴다. 나의 아내가 내 글을 1956년에 새것을 사서 지금도 잘 작동하고 있는 로얄 스탠다드 타자기로 타자를 쳐준다. 타자를 치면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가장자리에 조그맣게 표시를 한다. 아내는 나의 가장 훌륭한 비평가인데 그것은 나의 습관적인 실수나 약점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또 무엇을 써야 할지를 잘 알고 있고 어떤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