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텍스트/시와 노래

아름다움에 대하여 - 난설헌의 '손톱에 봉선화물들이기'

New-Mountain(새뫼) 2014. 5. 2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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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봉선화가(染指鳳仙花歌)

                                           허난설헌, 혀경진 역

  

金盆夕露凝紅房 佳人十指纖纖長

금분석로응홍방 가인십지섬섬장

竹碾搗出捲菘葉 燈前勤護雙鳴璫

죽년도출권숭엽 등전근호쌍명당

粧樓曉起簾初捲 喜看火星抛鏡面

장루효기렴초권 희간화성포경면

拾草疑飛紅蛺蝶 彈箏驚落桃花片

습초의비홍협접 탄쟁경락도화편

徐勻粉頰整羅鬟 湘竹臨江淚血斑

서균분협정라환 상죽임강루혈반

時把彩毫描却月 只疑紅雨過春山

시파채호묘각월 지의홍우과춘산

  


손톱에 봉선화물들이기

 

화분에 저녁 이슬 각씨방에 어리니

여인의 열 손가락 어여쁘고도 길어라.

대절구에 찧어서 장다리 잎으로 말아

귀고리 울리며 등잔 앞에서 동여맸네.

새벽에 일어나 발을 걷다가 보니

반갑게도 붉은 별이 거울에 비치네.

풀잎을 뜯을 때는 호랑나비 날아온 듯

가야금 탈 때는 복사꽃잎 떨어진 듯,

토닥토닥 분바르고 큰 머리 만질 때면

소상반죽 피눈물의 자국처럼 곱구나.

이따금 붓을 들어 초승달 그리다보면

붉은 빗방울이 눈썹에 스치는 듯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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