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텍스트/옮겨온 고전

정약전의 '자산어보' 서

New-Mountain(새뫼) 2021. 4. 6. 20:55
728x90

 자산어보 서(玆山魚譜 序)

 

정약전(丁若銓, 1758~1816)

정명현 옮김

 

 

 

茲山者, 黑山也. 余謫黑山, 黑山之名, 幽晦可怖.

家人書櫃, 輒稱兹山, 茲亦黑也.

자산자 흑산야 여적흑산 흑산지명 유회가포

가인서궤 첩칭자산 자역흑야

 

‘자산(玆山)’은 ‘흑산(黑山)’이다. 나는 흑산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는데, 흑산이라는 이름은 어두운 느낌을 주어서 무서웠다. 집안사람의 편지에서는 번번이 흑산을 자산이라 표현했다. ‘자(玆)’자 역시 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茲山海中魚族極繁, 而知名者鮮. 博物者所宜察也.

余乃博訪於島人, 意欲成語, 而人各異言, 莫可適從,

자산해중어족극번 이지명자선 박물자소의찰야

여내박방어도인 의욕성어 이인각이언 막가적종

 

자산 바다의 어족은 지극히 번성하다. 하지만 내가 이름을 아는 어족은 거의 없었다. 이것이 박물(博物)에 관심 있는 이들이 잘 살펴야 할 점이다. 그리하여 내가 섬사람들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아 어보(魚譜)를 짓고자 했으나 사람마다 말이 달라 딱히 의견을 좇을 만한 이가 없었다.

 

島中有張德順昌大者, 杜門謝客, 篇好古書.

顧家貧少書, 手不釋卷, 而所見者不能博.

도중유장덕순창대자 두문사객 편호고서

고가빈소서 수불석권 이소견자불능박

 

그런데 섬 안에 덕순(德順) 장창대(張昌大)라는 사람이 있었으니, 문을 닫고 손님을 사절하면서 독실하게 옛 서적을 좋아했다. 집이 가난해 책은 많지 않은 점을 볼 때, 그가 비록 손에서 책을 놓지는 않았지만 보는 눈은 넓을 수가 없었다.

 

然性恬靜精密, 凡草, 木, 鳥, 魚接於耳目者, 皆細察而沈思.

得其性理, 故其言爲可信.

余遂邀而館之, 與之講究, 序次成編, 名之曰 “兹山魚譜”

연성념정정밀 범초 목 조 어접어이목자 개세찰이심사

득기성리 고기언위가신

여수요이관지 여지강구 서차성편 명지왈 자산어보

 

그러나 성품이 차분하고 꼼꼼해 귀와 눈에 수용되는 모든 풀 · 나무 · 새 · 물고기 등의 자연물을 모두 세밀하게 살펴보고 집중해서 깊이 생각해 이들의 성질과 이치를 파악했기 때문에, 그의 말은 신뢰할 만했다. 결국 나는 그를 초청하고 함께 숙식하면서 함께 궁리한 뒤, 그 결과물을 차례 지워 책을 완성하고서 이를 ≪자산어보(玆山魚譜)≫라고 이름을 지었다.

 

旁及於海禽, 海菜, 以資後人之考驗.

顧余固陋, 或已見本草, 而不聞其名, 或舊無其名而無所可考者, 太半也.

只憑俗呼, 不堪讀者, 輒敢創立其名.

방급어해금 해채 이자후인지고험.

고여고루 혹이견본초 이불문기명 혹구무기명이무소가고자 태반야

지빙속호 불감독자 첩감창립기명

 

≪자산어보≫는 어족뿐 아니라 곁가지로 해양조류(海禽)와 해양채소(海菜)까지 다루어서 뒷사람의 세밀한 연구에 바탕이 되도록 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고루해서 본초서(本草書)에 이미 나오는 생물인데도 그 이름을 알 수 없거나, 예전부터 그 이름이 없어서 고증할 근거가 없는 생물이 태반이었다. 이 때문에 민간에서 부르는 사투리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경우에 표기할 수 없는 생물은 그때마다 함부로 그 이름을 만들어 냈다(創名).

 

後之君子, 因是而修潤之,

則是書也, 於治病, 利用, 理財數家, 固應有資,

而亦以補詩人博依之所不及云爾.

후지군자 인시이수윤지

칙시서야 어치병 이용 이재수가 고응유자

이역이보시인박의지소불급운이

 

뒤에 오는 군자가 이런 점들을 근거로 수정하고 보완한다면 이 책은 병을 치료하고(治病), 쓰임을 이롭게 하며(利用), 재물을 잘 관리하는(理財) 여러 전문가에게 진실로 바탕으로 삼을 만한 내용이 있을 것이며, 또한 시인들이 좋은 표현을 위해 널리 의지할 때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정보를 제공해 줄 정도일 뿐이다.

 

嘉慶甲戊, 河水丁銓書.

가경갑무 하수정전서

 

가경(嘉慶) 갑술년(1814)에 한강 가에 살던 정약전이 쓰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