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텍스트/시와 노래 27

박남철의 자본에 살어리랏다

자본에 살어리랏다 박남철 1. 자본에 살어리랏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資本에 살어리랏다 머리랑 다리랑 먹고 資本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개여 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던 새 가던 개 본다 믈 아래 가던 개 본다 '중과' 오일레밍oil-lemming 가지고 믈 아래 가던 개 본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링공 뎌링공 하야 나즈란 디내와손뎌 오리도 '중개'도 업슨 바므란 또 엇디 호리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어듸다 더디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돌도 黃金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살어리 살어리랏다 利子에 살어리랏다 남의 자기 굴조개랑 먹고 利子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라..

기형도의 가을무덤-제망매가

가을 무덤- 祭亡妹歌 기형도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시리도록 허연 이 零下의 가을에 망초꽃 이불 곱게 덮고 웬 잠이 그리도 길더냐. 풀씨마저 피해 나는 푸석이는 이 자리에 빛 바랜 단발머리로 누워 있느냐. 헝클어진 가슴 몇 조각을 꺼내어 껄끄러운 네 뼈다귀와 악수를 하면 딱딱 부딪는 이빨 새로 어머님이 물려주신 푸른 피가 배어나온다. 물구덩이 요란한 빗줄기 속 구정물 개울을 뛰어 건널 때 왜라서 그리도 숟가락 움켜쥐고 눈물보다 찝찔한 설움을 빨았더냐. 아침은 항상 우리 뒷켠에서 솟아났고 맨발로도 아프지 않던 산길에는 버려진 개암, 도토리, 반쯤 씹힌 칡. 질척이는 뜨물 속의 밥덩이처럼 부딪히며 河口로 떠내려갔음에랴. 우리는 神經을 앓는 中風病者로 태어나 全身에 땀방울을 비늘로 달고 ..

외솔 최현배의 시조 '한힌샘 스승님을 생각함'

한힌샘 스승님을 생각함 -가신 지 열다섯 해 에 최현배 백두산(白頭山) 앞뒤 벌에 단군 한배 씨가 퍼져 오천년(五千年) 옛적부터 고운 소리 울리나니 조선말 조선 마음이 여기에서 일더라. 골잘의 배달겨레 대대(代代)로 닦아내매 아름다운 말소리를 골고루 다 갖췄네. 훌륭ㅎ다 동방(東方)의 빛이니 더욱 밝아지이다. 세월이 반만년(半萬年)에 인물(人物)인들 적을쏘냐. 고운(孤雲)의 한문(漢文)이요 설총(薛聰)의 이두(吏讀)러라. 그러나 내 것 아니매 내 글만을 원(願)터라. 거룩하신 세종대왕(世宗大王) 온 백성 원(願)을 이뤄 이십팔자(二十八字) 지어내니 천하(天下)에도 제일(第一)이라. 좋은 말 좋은 글이니 민복(民福)인가 하노라. 보검(寶劍)도 갈아야만 날이 서 번득이고 양마(良馬)도 달려야만 기가 나서 천..

백석의 '수라'와 김창완의 '비닐장판 위의 딱정벌레'

수라(修羅) 백석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내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 밖으로 쓸어 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느젠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 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삭기도 전이다 어디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 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 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아 또 문 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 ​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불의(不義)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며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 시집「수평선 너머」..

서울로 가는 전봉준 - 안도현

서울로 가는 전봉준(全琫準) 안도현 눈 내리는 만경들 건너 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 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이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 없는 들꽃이었더니 들꽃 중에서도 저 하늘 보기 두려워 그늘 깊은 땅 속으로 젖은 발 내리고 싶어하던 잔뿌리였더니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 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 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 주지도 못하였네 그보다는 더운 국밥 한 그릇 말아주지 못하였네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 그 누라 알기나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나라 풀뿌리들이 입춘 경칩 지나 수..

바람이 불러주는 노래(Blowin' in the wind) - 밥 딜런(Bob Dylan)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Blowin' in the wind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you call him a man? How many seas must a white dove sail Before she sleeps in the sand? How many times must the cannonballs fly Before they're forever banned?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g in the wind How many times must a man look up before he can see the sky How many 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