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

이충익의 '소나무를 양식 삼아(찬송)'

New-Mountain(새뫼) 2022. 7. 1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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餐松(찬송) ; 소나무를 양식 삼아

 

李忠翊(이충익, 1744~1816)

신영산 옮김

 

屑松拌飯粥 설송반반죽   솔가루를 섞어가며 밥 대신 죽 먹는데

數咽日再食 수연일재식   여러 번 씹으면서 하루 두 번 먹는다네.

餐少不療饑 찬소불료기   양식 적어 굶주림을 달래지 못하노니

松微未紓穀 송미미서곡   솔가루가 곡식을 대신할 수 없으리라.

四野無堅實 사야무견실   사방의 들녘에는 곡식 낱알 없었으니

糠籺扺金玉 강흘지금옥   쌀겨와 싸라기도 금옥과도 같았구나.

我時營升合 아시영승합   내 종종 한 되나 한 홉으로 살아가니.

白粲那忍獨 백찬나인독   흰 쌀밥이 있다 한들 어찌 혼자 먹으리오.

以此相間雜 이차상간잡   이렇듯이 솔가루가 사이사이 뒤섞이니

庶用稱藜藿 서용칭려곽   명아주 잎 콩잎이라 일컬을 수 있으리라.

素性安苦澁 소성안고삽   내 천성이 쓰고 떫음도 편안히 여겼으니

時義戒豊溽 시의계풍욕   마땅히 풍성하고 기름진 것 경계하노라.

飯粥詎能繼 반죽거능계   죽으로 먹는 것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井華攪一掬 정화교일국   새벽에 우물물을 한 번 움켜 뜨도다.

慙愧歲寒姿 참괴세한자   추워하는 이내 모습 몹시도 부끄러우니

日遭髡耏厄 일조곤내액   매일매일 형벌의 액운을 만남이라.

不自愛須鬣 부자애수렵   소나무가 제 몸을 아끼지 아니하고

施我塡肚腹 시아전두복   내 배를 양식으로 채워 주고 있었으니

臨風不能吟 임풍불능음   바람을 맞으면서 시 읊지는 못하더라도

兀兀千尋直 올올천심직   우뚝하게 천 길이나 곧게 서서 살아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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