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

이안눌의 '동래부사로 부임하여 임란이 일어난 날을 상기하며(사월십오일)'

New-Mountain(새뫼) 2022. 7. 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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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月十五日(사월십오일) ;

동래부사로 부임하여 임란이 일어난 날을 상기하며

 

李安訥(이안눌, 1571~1637)

신영산 옮김

四月十五日 사월십오일   오늘이 사월하고 보름인데

平明家家哭 평명가가곡   날이 새자 집집마다 곡소리가 나는구나.

天地變簫瑟 천지변소슬   하늘과 땅이 변하도록 으스스 쓸쓸하고

凄風振林木 처풍진림목   처량한 바람 불어 숲속 나무 흔들더라.

驚怪問老吏 경괴문노사   놀랍고도 괴이하여 늙은 아전에 물었지.

哭聲何慘怛 곡성하참담     “곡소리가 어찌하여 저리도 참담한가?”

 

壬辰海賊至 임진해적지   답하기를, “임진년에 왜적들이 쳐들어와

是日城陷沒 시일성함몰     바로 오늘 동래성이 무너진 날입니다.

惟時宋使君 유시송사군     그때 동래 부사이셨던 송상현 공께서는

堅壁守忠節 견벽수충절     성벽을 굳게 하여 충절로 지켰지요.

闔境驅入城 합경구입성     동래부의 백성들이 성안으로 몰려들어

同時化爲血 동시화위혈     모두가 한꺼번에 피범벅이 되었네요.

投身積屍底 투신적시저     몸을 던져 시신이 쌓였는데 그 아래에서

千百遺一二 천백유일이     천이나 백 명 중에 한둘 겨우 살았지요.

所以逢是日 소이달시일     그리된 까닭으로 이날을 맞게 되면

設奠哭其死 설전곡기사     제사상을 차려놓고 망자에게 곡을 합니다.

父或哭其子 부혹곡기자     더러는 아비가 자식에게 곡을 하고

子或哭其父 자혹곡기부     더러는 자식이 아비에게 곡을 하며

祖或哭其孫 조혹곡기손     더러는 할아비가 손자에게 곡을 하고

孫或哭其祖 손혹곡기조     더러는 손자가 할아비에게 곡을 합니다.

亦有母哭女 역유모곡녀     또한 어미가 딸에게 곡을 하고

亦有女哭母 역유여곡모     또한 딸이 어미에게 곡을 하며

亦有婦哭夫 역유부곡부     또한 지어미가 지아비에게 곡을 하고

亦有夫哭婦 역유부곡부     또한 지아비가 지어미에게 곡을 합니다.

兄弟與姊妹 형제여자매     형제이든 자매이든 누구나 할 것 없이

有生皆哭之 유생개곡지     살아 있는 이들이면 모두가 곡을 합니다.”

 

蹙額聽未終 축액청미종   다 듣지도 못했는데 머리가 고통스러워

涕泗忽交頤 체사홀교이   홀연히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라.

吏乃前致詞 이내전치사   아전이 앞에 나서 다시금 아뢰기를,

有哭猶未悲 유곡유미비    “곡을 하면 오히려 슬프지 않나이다.

幾多白刃下 기다백인하     얼마나 많겠나이까. 시퍼런 칼날 아래

擧族無哭者 거족무곡자     온 가족이 몰살되어 곡 할 이도 없는 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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