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몽인의 한문소설 '홍도(紅桃)'
홍도(紅桃) 유몽인(柳夢寅) 남원에 정생이라는 이가 살았지만 이름은 잊어버렸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퉁소를 잘 불었고, 노래도 잘했다. 의기가 호탕해서 사사로운 얽매이지 않았지만, 학문에는 게을렀다. 정생은 같은 고을에 사는 양가의 규수 홍도에게 구혼했다. 두 집에서는 혼사를 정하고 날짜를 기다렸다. 그러나 홍도의 아버지는 정생이 글을 배우지 못했기에 거절하려 하였다. 이에 홍도는 아버지의 결심을 전해 듣고 부모님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혼사는 하늘이 정하는 것입니다. 이미 날짜까지 정했으니, 마땅히 처음에 정한 사람과 혼인을 해야 할 일이지, 중도에서 그만두어서 되겠습니까?” 홍도의 아버지는 그 말에 느낀 바가 있었기에, 드디어 홍도는 정생과 결혼을 하였다. 결혼하고 두 해째에 홍도는 아들을 낳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