苦雨歎 示南皐(고우탄 시남고) ; 고우탄을 지어 남고에게 보이노라
丁若鏞(정약용, 1762~1836)
신영산 옮김
中庚過後水澤溢 중경과후수택일 중복이 지난 뒤에 저수지의 물이 넘쳐
甌窶高田深沒膝 구구고전심몰슬 산비탈 다랑논에 무릎까지 물이 찼네.
有犁不耕苗不移 유리불경묘불이 쟁기질도 할 수 없고 모내기도 못하나니
如病旣誤方蔘朮 여병기오방삼출 이미 틀린 병인데도 인삼 백출 처방하는 격이로다.
監司飛牒列郡擾 감사비첩열군요 감사님의 급한 공문 날아들자 고을마다 소란하다.
急急課農如法律 급급과농여법률 급하게 농사를 재촉하니 이건 마치 법이로다.
使君騎馬親出野 사군기마친출야 원님께서 말을 타고 들판으로 친히 오셔
家家門前逞呵叱 가가문전영가질 집집마다 문 앞에서 호탕하게 소리 질러 꾸짖더라.
健兒踰垣翁出伏 건아유원옹출복 젊은이는 담 넘어 도망하고 늙은이가 엎드리어
恭惟揷秧時已失 공유삽앙시이실 “헤아리니 모내기는 이미 때를 잃었나이다.
于今但得費服力 우금단득비복력 이제 와서 모심기는 헛된 힘만 쓸 뿐이니
秋來誰遣觀刈銍 추래수견관예질 가을에 오시어도 낫질함을 못 보리다.
棉田黍田莠桀桀 면전서전유걸걸 목화밭 기장밭엔 가라지만 쑥쑥 자라
八口荷鋤方惜日 팔구하서방석일 여덟 식구 호미질 하루해가 아깝지요.
傭人作事須有饁 용인작사수유엽 사람 사서 일하려면 밥이라도 먹여야 하겠지만
一斗之米從何出 일두지미종하출 쌀 한 말이 어디에서 나온단 말입니까.”
使君立馬索箠楚 사군입마색추초 원님께서 말 세우고 채찍을 내리치며
惰農敢欲偸安佚 타농감욕투안일 “게으른 농사꾼아, 네 감히 편안함을 꾀하느냐.”
傳呼婦子催出田 전호부자최출전 자식과 며느리를 불러내어 논에 가라 재촉하니
五步十步立苗一 오보십보입묘일 다섯 걸음 열 걸음에 모 한 포기 세우더라.
使君回馬入府去 사군회마입부거 원님께서 말을 돌려 관아로 들어가니
隴頭放脚相笑咥 농두방각상소질 논두렁에 다리 뻗고 서로 껄껄 웃는구나.
農家一年所大慾 농가일년소대욕 농가에서 한 해 중에 가장 크게 바라는 건
種稻成禾食其實 종도성화식기실 모를 심어 벼 익으면 그 낱알을 먹는 게라.
赴幾常如鷙鳥迅 부기상여지조신 낌새가 있게 되면 언제나 솔개처럼 빨리 오셔
豈待威嚴相恐怵 기대위엄상공출 위엄을 보이시는 우리 원님, 어찌 두려워하리.
多謝使君念我饑 다사사군염아기 고마운 분이로세. 우리 원님 행여 우리 굶을까 봐
親來敎我牖迷窒 친래교아유미질 친히 오셔 우리의 어리석음 깨우쳐 주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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