刈麥行(예맥행) ; 보리를 베며
成俔(성현, 1439∼1504)
신영산 옮김
池塘黯黯初生葦 지당암암초생위 연못 둑엔 어둑하게 갈대가 자라나기 시작하고
栗樹放花垂鼠尾 율수방화수서미 밤나무는 꽃을 피워 가지마다 쥐꼬리를 드리웠네.
千村麥浪綠搖風 천촌맥랑록요풍 마을마다 보리 물결 푸르게 바람에 일렁이더니
滿畝漸變彤雲起 만무점변동운기 이랑 가득 점점 변해 누렇게 구름으로 일어나더라.
彤雲迢遞望如流 동운초체망여류 보리밭의 누런 구름 아스라이 흘러가는 물 같으니
村中五月如深秋 촌중오월여심추 마을은 오월인데 마치 깊은 가을인 듯하였어라.
竹鷄鉤輈布穀歇 죽계구주포곡헐 대숲 속의 닭들은 구구 울고 뻐꾸기는 울음 그치니
雲天飜黑玄悠悠 운천번흑현유유 먹물을 엎지른 듯 하늘에는 검은 구름 몰려오누나.
農夫腰鎌婦具筐 농부요겸부구광 농부는 낫을 차고 아낙은 바구니를 갖춰 끼고
擧家遑遑十指忙 거가황황십지망 온 집안 식구들은 모두 바빠 허둥지둥하는구나.
朝從上隴復下隴 조종상롱부하롱 아침부터 밭 위로 다시금 밭 아래로 다니면서
長歌短謳相低仰 장가단구상저앙 긴 노래 짧은 가락 높아졌다 낮아졌다 부르도다.
將穗成束雙肩赬 장수성속쌍견정 보리 이삭 베어 묶어 어깨가 빨개지게 나르고서
登場盡日聲彭彭 등장진일성팽팽 마당에서 타작하니 온종일 보리 터는 소리로다.
彭彭魄魄應南北 팽팽백백응남북 휭휭 탁탁 보리 털기 남쪽 북쪽 서로서로 응하더니
簸糠熬粥當香粳 파강오죽당향갱 쭉정이 까부르고 죽을 쑤니 쌀밥과 맞먹겠다.
田家有樂亦有苦 전가유락역유고 농가에는 즐거움이 있겠지만 또 괴롭기도 하거니와
半輸私家半公賦 반수사가반공부 집에다가 반 들이고, 남은 반은 세금으로 바침이라.
聚升裒斗計未成 취승부두계미성 몇 말인지 몇 되인지 계산도 아직 마치지 못했는데
里胥經過叫前路 이서경과규전로 아전들은 마을 앞을 지나면서 세금 내라 외쳐 대누나.
'고전 풀어 읽기 > 한시,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민성의 '봉산의 동쪽 마을에서 묵다가(숙봉산동촌)' (0) | 2022.04.13 |
---|---|
서거정의 '농부의 탄식(전부탄)' (0) | 2022.04.12 |
정약용의 '고우탄을 지어 남고에게 보이노라(고우탄 시남고)' (0) | 2022.04.10 |
김성일의 '모자가 이별하는 모습을 보며(모별자)' (0) | 2022.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