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또는 함께/학교에서 생각하는

3월 첫번째 편지

New-Mountain(새뫼) 2014. 3. 2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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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고등학교

3학년 0반 학부모님께

 

봄인가 싶은 반가움에 서둘러 깊지 않은 옷을 꺼내어 입었다가, 파고 들어오는 찬 기운에 낭패를 당했습니다. 달력으로는 분명 3월이지만, 아직은 쉽게 물러날 뜻이 없는 겨울이 무섭습니다. 특히 처음 맞이하게 되는 영종도의 섬 기운인지라 그러한 차가움이 더 힘겹게 느껴집니다.

 

서신으로 불쑥 인사드렸습니다. 맡은 학생들이 많고, 또 이들을 일일이 챙기기에는 많이 부지런하지 못하기에 이렇게 컴퓨터 활자를 이용한 문안을 여쭙습니다. 올해 귀 댁의 따님들의 학급인 3학년 5반을 맡은 신영산입니다. 올해부터 공항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양띠이니, 아마도 부모님들과 어느 정도 비슷한 연배일 것 같습니다. 세상을 살만큼 살았을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세상에 낯설음과 두려움이 많기도 합니다. 더욱 결혼 이후 계양구에서만 죽 생활해오다가 나름 삶의 변화를 위해 이번에 가족들과 함께 영종도로 이사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아직은 영종도 사람들과 시내 거리가 눈에 설기만 합니다. 그렇기에 낯설음과 두려움이 더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로 분필을 잡은 지 이십 육년 째이고, 이곳 공항고등학교는 일곱 번째 학교입니다. 주로 계양구와 부평구에서 근무했습니다. 00고등학교, 00고등학교, 그리고 작년까지는 00여자고등학교가 근무한 학교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이 7, 3학년 부장이 1, 그렇게 여덟 번을 3학년 학생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린 대로 올해 공항고등학교 3학년 5반 담임이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적지도 않은 경력이나, 또한 넉넉하지도 않은 학교 생활이기도 합니다. 대강 학교가 움직이는 것은 쉬이 알아차릴 수 있는 나이기는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이라는 사정 때문에 크게 여유롭지는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다만 3학년 학생들과 여러 차례 함께 한 터이라, 그래도 입시와 진로 지도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눈치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3학년 교무실이나 교실에서의 어색함은 적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학생들을 맞게 되면서 제가 갖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이 이 학생들에게도 소용과 도움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조금 자신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제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다잡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따님들이 겪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이란 매우 중요한 시기일 터입니다. 수능과 대학과 인생의 고비이기도 하며, 정규학교 12년을 마무리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또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답고 소망이 가득한 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여러 장애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무척이나 힘이 든 때입니다. 저들에게 적지 않은 힘을 주는 일이 오롯한 제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자식을 키우는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고, 그렇게 제 딸을 대하듯이 여러 부모님들의 따님들을 대하려는 생각입니다. 그러한 소박한 마음을 여기에 적었습니다.

그런 제 마음으로 첫인사를 대신하는 글월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다만 학생이 많고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따님들의 장점을 하나하나 알지 못할 수도 있고, 또 아파하고 있는 것들도 미처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에 따님들에 대해 제가 더 알고 있었으면 하는 것들이나, 앞으로 진로나 입시 등에 대해 궁금하시거나 상의할 말씀이 있다면 언제든지 아래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늘 건강 유의하시고, 댁내 평안과 강녕을 기원하면서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2014.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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