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열녀춘향수절가 24

(완판)열녀춘향수절가 - I. 만남 (3/4)

다. 기생의 딸이라니 당장 가서 불러오라 이때는 삼월이라 일렀으되, 오월 단옷날이렷다. 한 해 중에 가장 좋은 날이라. 이때 월매 딸 춘향이도 또한 시와 글씨 소리와 가락이 능통하니 단옷날을 모를쏘냐. 그네를 뛰려고 향단이 앞세우고 내려올 제 난초같이 고운 머리 두귀를 눌러 곱게 땋아 금봉채를 가지런히 하고 엷은 비단치마 두른 허리 가벼운 병이 걸린 듯 가는 버들 힘이 없이 드리운 듯, 아름답고 고운 태도 아장 걸어 흐늘 걸어 가만가만 나올 적에, 긴 숲 속으로 들어가니, 푸픈 나무와 향기로운 풀 우거져 금잔디 좌르륵 깔린 곳에 황금 같은 꾀꼬리는 쌍상이 짝지어 오고가며 날아들 제, 무성한 버드나무 백 자나 넘는 높은 곳에서 그네를 뛰려할 제 수화유문, 초록 장옷, 남색 명주 홑치마 훨훨 벗어 걸어두고,..

(완판)열녀춘향수절가 - I. 만남 (2/4)

나. 봄날 흥이 지극하니 오늘 내가 견우로다 이때 삼청동에 이한림이라 하는 양반이 있되, 대대로 내려오는 명문가요 세대명가요 충신의 후예라. 하루는 전하께옵서 충효록을 올려 보시고 충효자를 고르시어 백성을 아끼는 지방의 원님을 맡기실 새 이한림으로 과천 현감에서 금산 군수로 자리를 옮겼다가 남원 부사 임명하시니, 이한림이 임금의 은혜를 사례하여 공손하게 절한 후에 하직하고 행장을 차려 남원부에 도임하여 백성들의 사정을 살펴 잘 다스리시니 사방에 일이 없고 시골의 백성들은 더디 옴을 칭송한다. 태평한 시대에 동요를 듣는구나. 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곡식이 잘되며 백성이 효도하니 요순시절이라. 이때는 어느 때뇨. 놀기 좋은 봄날이라. 호연과 비조 뭇 새들은 풀을 희롱하고 소리로 서로 화답하며 짝을 지어 쌍쌍..

(완판)열녀춘향수절가 - I. 만남 (1/4)

I. 만남 가. 신령께서 지시하여 부인댁에 왔나이다 숙종대왕 즉위 초에 임금의 덕이 넓으시사 어진 임금의 자손은 끊이지 않고 대를 이어가사, 징과 북 옥피리 소리는 요순 임금 시절이요, 옷차림과 문물의 왕성함은 우탕의 버금이라. 좌우에서 기둥과 주춧돌과 같은 신하들이 임금을 돕고, 장수들은 용처럼 뛰어오르고 호랑이처럼 성을 굳게 지키더라. 조정에 흐르는 덕의 교화는 시골에 퍼졌으니 온 세상의 굳은 기운이 원근에 어려 있다. 충신은 조정에 가득하고, 효자와 열녀는 집집마다 있었더라. 아름답고 아름답도다. 비가 때맞추어 오고 바람이 고르게 부니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리며 즐겁게 지내는 백성들은 곳곳에서 격양가라. 이때 전라도 남원부에 월매라 하는 기생이 있되, 삼남의 유명한 기생으로서 일찍이 기생에서 물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