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신채효성두본 춘향가

(판소리)신재효성두본 춘향가 - V. 치죄와 해로 (2/3)

New-Mountain(새뫼) 2020. 7. 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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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았구나, 암행어사 출도야.

 

다담상 물인 후에 어사또는 출두하자 차비를 차리는데, 본관은 봄철의 꿩이 스스로 울 듯 손수 재촉 더 우스워, 좌상을 돌아보며,

“우리 오늘 이 모임이 좋은 경치 이름난 누각에서 서로 만나 잘난 벗들이 구름같이 모여들고 높은 벗이 집안에 가득하니 열흘 겨를은 못 얻어도 반나절은 한가하게 되었으니, 시를 읊으며 술을 마시며 좋은 재미 시 짓기 하나 하옵시다.”

모인 사람들이 다 좋다 하니 본관이 당지 두루마리에 운자를 써 놓는데, 어사또 짓기 좋게 비위를 똑 맞추어 기름 고 자, 높을 고 자.

기생이 두루마리 들고 자리 차례로 돌려 뵐 제, 운봉 영장 앞에 오니 어사또가 손 내밀어 두루마리 축을 쑥 빼시며 운봉에게 하는 말이,

“붓과 먹을 청합시다.”

운봉이 통인 시켜 붓과 벼루 갖다 놓으니, 어사또가 인사 차려 알던 일을 한 번 짜내어,

“이러한 장한 자리에 청하지 않은 손님으로 풍월 읊는 두루마리에 먼저 쓰기 체면은 어떠하되, 과객 글은 개좆 같아 앉으면은 곧 나오니 어찌 알지 마시오.”

운봉이 대답하되,

“어진 일을 행한 때는 비록 스승이라 할지라도 양보할 필요가 없다 하였으니 무슨 허물 있으리까. 겸손한 말 말고 어서 쓰오.”

어사또가 칠언절구 글씨를 단숨에 썩 쓴 후에 ‘호남 과객이 삼가 썼노라.’ 적었구나.

모인 사람이 모두 돌려가며 두루마리 축을 서로 보고 하나도 말이 없어 서로 말없이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낯빛 술기운은 간데없고 모두 다 오이꽃이라. 본관은 호리병 속에 천지를 담고 세상사를 분별치 못하니 겁이 없이 읽어 보와,

‘금으로 만든 그릇에 아름다운 술은 일천 사람의 피요,

옥쟁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불똥 떨어질 때에 백성의 눈물이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았도다.’

읽으면서도 속 모르고 죄를 버썩 더 지어,

“내가 저를 박대하였나, 제가 나를 건드리지. 나이 아직 젊은 것이 말본새를 잘못해도 신세가 낮은 것을, 글쓰기를 이러하니 생전을 빌어먹지.”

눈 깜빡할 사이에 온 고을이 예서 쑥떡, 제서 쑥덕, 본관의 공형 거동 보소. 길청으로 급히 와서 출도 차비 차릴 적에,

“공방아 이리 오너라. 사처를 단속하라.”

수노 불러 남여 준비, 집사를 급히 찾아 융복을 차리고.

“도훈도 어디 갔나. 깃발을 내어라.”

도사령을 급히 불러 나졸을 대령하고,

“옥사쟁이는 속히 가서 형구를 깎이어라. 수장교 이리 오소. 소란함을 엄히 단속하고 관청빗 어서 가서 여러 물건을 준비하소.”

육지기를 곧 불러서 큰 소를 잡게 하고 도감상 내어주어,

“큰 다담상 곧 차려라. 지소빗 왔느냐? 종이를 준비하고, 권관빗 어디 갔나. 지자를 세우라.

도서원 여보소. 결부가 옳은가. 도군빗 자네는 군인의 수에 비지 않나. 도창빗 어서 가서 모든 환곡을 자세히 맞춰보고, 대동빗 이리 오소. 거둬드린 무명은 어찌 되었는가. 수형방은 바삐 가서 옥 안을 살펴보고 군기빗은 급히 흘림을 차려라. 사정빗은 누가 할꼬. 문부색은 자네 하소. 별감상을 내어 주어 중청을 맡기고, 공량색 급히 시켜 역의 사람과 말에게 먹을 것을 보내라.”

행수 불러 기생 단속, 통인 불러 수청 조심. 급창 불러 명령 듣기를 조심히 따르게 하고. 한 읍내가 뒤집히되 본관은 염치없이 부기만 연해 쓴다.

곡성은 노인이라 잔꾀를 먼저 내어 어사또와 수작할 제, 되어가는 형세가 불쌍하게 보이것다.

“저기 앉은 손님하고 좌석이 멀었기로 수작을 못했으니 나잇값 아니 되었으나 부탁할 말씀 있소. 널값이나 얻자 하고 간신히 서둘러서 곡성을 얻은 것이 두 도목이 못다 되니, 밤낮으로 하는 생각 원 자리 떼일까 염려이오니, 서울 올라가신 후에 각 사랑방에 수작할 제 곡성 말이 나옵거든 명관이라 하여 주어 좋은 자리 얻게 하시면은 착한 일을 많이 하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다 하니 자손 크게 번성하오리다.”

어사또 하는 대답 아무 사사로움 없이 하여,

“우리 같은 과객이야 서울을 어찌 가며 설령 서울 가기로서 각 사랑을 어찌 알며, 밝은 정치를 하오시면 내 말이 아니라도 준과를 할 것이요, 만일 명관 아니오면 위로 임금을 속이고 아래로 백성을 속이는 일 사사롭게 할 수 있소.”

모여 있던 수령님네 떠나기로 드는구나.

“좌마를 올려라. 보교를 곧 들여라.”

한참 서로 분주할 제, 어사또가 일어나서 마루 앞에 썩 나서며 부채 펴고 눈짓하니, 서리 중방 종인들이 구경꾼에 섞여 섰다 눈 깜빡할 사이에 명을 정하니 매복했던 푸른 패찰을 단 역졸들이 번개같이 달려들어 광한루 삼문짝을 몽치로 뚜드리며,

“암행어사 출두야.”

벼락같이 외치는 소리 천지가 진동한다. 세 번을 이어 외치니 각읍 수령 정신 잃고 서로들 떠나갈 제, 하인 거동 장관이라.

수배는 갓 부수고 손으로 상투 잡고, 통인은 인궤 잃고 수박덩이 안았으며, 수젓집 잃은 칼자 붓주머니 차고, 대야 잃은 방자놈은 세수통을 망태기에 넣고, 돗자리 잃은 저 사령은 가마니 말아 들어 메고, 유삼통 잃은 하인 양금을 짊어지고, 쇄자 잃은 도방자는 털빗자루 집어 차고, 일산 잃은 보종들은 우무 장사 들대 들고, 보교 부순 가마꾼들은 빈 줄만 메고 오니, 원님이 호령하여,

“똑 죽일 이놈들아. 무엇 타고 가자느냐.”

가마꾼이 뜻을 내어,

“이 판 되어 관계 있소? 사당의 모양으로 두 다리 줄에 넣고 업고 행차하옵시다.”

밟히는 게 음식이요, 깨지는 게 꽃그릇이로다. 장구통이 허리를 꺾고, 북통이 등 터지고, 해금 줄이 끊어지고, 젓대 밟혀 깨어지고, 기생들은 비녀 잃고 부젓가락 찔렀으며 아노들은 벙거지 잃고 전골판을 쓰고 나며, 취타수는 나발 잃고 주먹 대고 뙤뙤 하고, 대포수는 총을 잃고 입으로만 텡텡 한다.

이마가 서로 다쳐 피가 쭉쭉 흐르는 놈, 발등 밟혀 뒤처져서 애고애고 우는 놈, 아무 일이 없는 놈도 손 헤치며 급한 소리, 공중 구경하는 놈도 울울울 달음박질, 아주 발끈 뒤집힐 제 본관도 위급하니 술주정이 간데없고, 버선발로 달음박질 관아 안으로 들어가니 두 다리가 뻣뻣하여 앉을 수가 없었구나. 행전 대님 풀고 보니 똥 섬이나 싸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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