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또는 함께/어울리며 사랑하며

남일대 해수욕장에서

New-Mountain(새뫼) 2022. 4. 26. 15:47
728x90

남일대 해수욕장에서

 

작정하고 가려 했던 바다가 아니었다.

이런 곳에,  이런 바다가 있는 줄도 알지 못했고, 

그저 가다보니, 그저 거기 있었던 바다일 뿐이었다. 

땅 끄트러미 남해안의 남일대 해수욕장.

 

집안의 누구와도 인연이 없던 공군으로 

아들 녀석이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게 작년 이맘 때였다.

전염병에 조마조마하며 한 해를 기다리다 

오늘에야 온 가족이 여기까지 내려왔다.

장장 여섯 시간의 운전은 엄두가 나지 않아, 

김포로 갔다가 거기에서 비행기를 타고

사천에 내린 다음, 낯선 풍경 속에 잠시 머물다가

낯선 이 도시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내비가 가리키는 대로 낯선 도로를 달려

네 가족을 가득 채운 빌려탄 차는

진주에 이르렀다, 공군훈련소.

짧게 머리를 깎은 청년들이 서 있는 틈에

아들 녀석을 밀어 넣고

돌아가며 한번씩 안아주고, 

남아야 하는 사람과 떠나야만 하는 사람 모두

울컥하는 마음을 애써 숨기면서 

네 가족을 가득 채우고 달려갔던

빌려탄 차는 한 자리를 비운 채로

공군훈련소, 진주를 떠나왔다.

그래도 비행기가 뜰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기에

그래서 무작정 차를 몰았다.

이번에는 내비가 가리킨 곳도 아니었다.

 

땅 끄트머리 남해안의 남일대 해수욕장.

그저 살아가다 보니, 그저 여기에 서게 된 것 뿐이었다. 

이런 바다에 , 이렇게 서게 될 줄도 알지 못했고, 

작정하고 가려 했던 바다가 아니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