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많이 힘들었겠다. 그래도 잘 이겨낸 **가 기특하기만 하다.
홈페이지에 오늘 **의 사진이 올라왔더구나.
사진을 보며, 문득 먼 훈련소에 있는 아들을 생각하며,
30년도 훌쩍 넘은 아빠의 과거가 떠오르더라.
아빠의 오십 오년 인생 가운데에서 하나를 지워버리라면 주저 없이 꼽을
2년 반의 세월을....
엄마에게 그때의 얘기를 하면 꼰대라고 면박을 받게 되지만,
그건 겪어보지 않았기에, 그때의 감정을 이해해주기 힘들어서 그런 게다.
그때와 지금은 많이 상황도 달라졌지만,
그래도 본질적인 것은 달라지지 않았을 거다.
사랑하는 이들과 억지로 떨어져 있어야 하고,
낯익고 정든 곳이 아닌 곳에서 잠들어야 하고,
앞으로의 긴 인생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지식과 기술을 배워야 한다.
이런 상념들은 아빠가 34년 전에
특히 깊은 밤에 보초를 서며 어둠 속에다 던졌었다.
물론 던져 놓고 다시 주워오지는 않았지.
그래도 돌이켜보면 그때의 이년 반이 절대도 무의미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 자신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간이었던 같다.
그렇다고 그런 생각이 인생에서 큰 걸음을 옮기게 한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아빠처럼 가끔 시간이 나면,
멍이라도 때려 보라고, 또 시간이 나면
지금은 언제이고, 여기는 어디이고, 나는 누구인지도 생각해 보라고
권하려 한다.
그리고 해야 하는 군대 생활.
나중에 **가 아빠 나이가 되었을 때
문득문득 과거를 떠올려 보면 단편적으로 기억이 날 정도만
생활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알겠지만, 훌륭한 군인이 아니었던 아빠의 조언이다.
또 하나, 노파심에서 한 마디 더...
지금까지는 **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지내면 되었지만,
이제는 아닐 수도 있을 거다. 이미 겪었는지도 모르겠다.
뜻이나 맘이 안 맞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게 될 수도 있다.
사회 보통 그런데 군대는 그게 좀더 과장되기 마련이다.
그때는 속으로만 삭이지 말고, 분명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렴.
절대로 큰 소리로, 감정적으로 하지 말고.
아빠 때와는 달리 지금은 열린 때니,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또 **가 현명하니, 바깥에서 그랬듯이, 군대에서도 현명하게 생활하리라 믿는다.
말이 길어졌구나.
글자는 많지만, 깊은 뜻이 있는 글은 별로 없다.
나이 먹은 아빠의 이런저런 걱정일 뿐이다.
나흘 후에 보자.
많이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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