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23년 이후 15

이제 나는

이제 나는 아내가 더 이상 시를 쓰지 말라 한다. 그 나이에 나올 수 있는 말이란 궁상맞거나 구질구질하거나 그거나 저거나 살고 살다가 남은 찌끄러기뿐. 거기에 특별한 게 남았겠느냐고. 그걸 굳이 글로 남겨 뭣하겠느냐고. 그런 말이 서운한데, 서운하기는 한데 그닥 틀린 말이 아니기에 쉽게 수긍한다. 달리 할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쓰기 싫었는데 억지로 써야 한다거나 쓸 게 없었는데 짜내어 써야 한다거나 하였는데, 외려 고마운 말이 아니겠나. 그래 말자, 그래 말자, 그래 말자. 이제 남아 있는 것은 먼 추억들이나 남기고 싶은 감상의 파편들이나 그런 것들을 단어로 치환하고 글로 엮어 또다시 삶의 자취로 남겨둔들 거치적거리고 불편할 뿐이겠다. 그런데 오십하고도 육십에 가까운데 그저 덮어버리기에는 뭔가 아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