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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방전' 전문과 현대어풀이

New-Mountain(새뫼) 2022. 2. 2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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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방전

 

옛날 송나라 시절에 탁주 땅에 한 사람이 있었으니, 성은 진이요, 이름은 대방이라. 대대로 이름난 집안으로 집안 살림이 넉넉하니, 이는을 사람들이 다 일컫는 바이러라.

그 아비 느지막이 대방을 낳으니 사랑함을 보석같이 하니, 자연 교활한 아이가 되어 부모의 가르침을 듣지 아니하더니 열다섯 살에 이르러서는 마음이 방탕하여 글도 읽지 아니하고 술과 여자에 빠져들어 집을 돌아보지 아니하니, 그 아비 경계하여 이르기를,

“내 늦게야 너를 얻어 가르치지 못한 탓으로 저렇듯 방탕하여 부모를 돌아보지 아니하니 이는 반드시 집을 망하게 할 것이라.”

하고, 자주 꾸짖으되 듣지 아니하고 점점 더 심하더니, 그 아비 죽은 후로 더욱 방탕하여 무뢰한 무리와 떼를 지어 거리낌 없이 다니니 마을 사람들이 뉘 아니 미워하리오.

하루는 그 어미가 대방을 불러 앉히고 경계하여 이르기를,

“네 부친은 없고 어미와 동생이 있으니, 가업을 지키어 잃지 말고 집을 보존하여 향불을 극진히 받들어 저승에 돌아간 아비의 혼백을 위로함이 사람의 자식 된 도리로 옳거늘, 이제 너는 이를 생각하지 아니하고 날마다 술과 여자와 노름을 좋아하여, 몸이 죽을 곳에 빠지게 됨을 마침내 깨닫지 못하고, 어미가 설워하는 줄을 알지 못하니 어찌 슬프지 아니하리오.”

하고 대방의 손을 잡고 통곡하니, 대방이 이윽히 앉아 듣기를 괴로이 하다가 물러간 후로 조금도 뉘우치는 빛이 없는지라.

그 어미가 더욱 애닯아 다시 이르기를,

“이제 우리 집안 살림이 점점 탕진되어 가니, 너는 모름지기 마음을 고치라.”

대방이 이 말을 듣고 심사가 좋지 않아, 어미와 자식 간의 정이 점점 없어져 가니 대방의 무지함이 이 같은지라.

그 땅에 한 계집을 취하니 양씨 집안의 여자라. 또한 간사하고 사악하여 소진의 말재주를 가졌더라.

대방에게 아첨하여 어미와 동생을 내치고, 약간 남은 논밭을 가지고 놀기만 좋아하더라.

그 어미가 둘째 아들을 데리고 내침을 당하니, 어찌 하늘이 내린 운수가 이러하리오.

그 어미가 한 집을 얻어 들어가 밤낮으로 설워하더니, 하루는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대방의 집에 가니, 대방은 없고 양녀만 있거늘, 꾸짖어 가로되,

“하늘과 땅이 생긴 후에 사람이 나고 사람이 생긴 후에 오륜이 있나니, 사람이 오륜을 알지 못하면 이는 금수만 못한지라.

네 이제 간악한 말로 무도한 지아비를 달래여 모자 간의 정을 끊게 하며 형제 간의 사이를 멀게 하고, 너희만 음식이며 의복을 사치하니 어찌 사람이라 이르리오.

여자의 행실이 삼종지탁에 있나니, 어려서는 부모를 좇고, 출가하면 지아비를 좇고, 지아비가 죽으면 자식을 좇나니, 시부모를 효도로써 봉양하며, 남편을 공경하여 어진 마음으로써 부모를 즐겁게 하나니, 너는 남의 며느리 되어 무엇에 가깝다 이르리오.

옛 말에 일렀으되, 자식을 길러 보아야 부모의 은혜를 안다 하였으니, 너는 자식을 낳아 기르니 어찌 부모의 은혜가 무거움을 깨닫지 못하느뇨.

그러하나 지난 일은 이르지 말고 이후로는 다시 사나운 마음을 먹지 말아 착하지 않은 지아비를 착하게 하면 모자와 형제 간이 새로이 화락하노니 어찌 너도 즐겁지 아니하랴.”

양녀가 그 말을 듣고 마음 속으로 불쾌하게 여겨 이르기를,

“부모의 말도 듣지 아니하거든, 어찌 계집의 말을 들으리이까. 나도 본래 근본이 잘못 생겨난 사람으로 배운 행실이 없는 고로, 지아비를 가르치지 못하였으니, 저 사람을 보고 꾸짖거나 내치거나 하실 것이거늘, 어찌 나에게 지나친 책망을 하시나이까.”

하고, 화난 기색이 크게 일으키거늘, 그 어미가 하릴없어 크게 울고 돌아오더라.

이윽고 대방이 들어오거늘, 양녀가 머리카락을 거두지 아니하고 자리에 누워 눈물을 흘리고 탄식하거늘, 양녀가 가장 오래 지나 가로되,

“아까 모친이 와 나에게 책망하되, ‘네 간악한 말로써 무도한 지아비를 가르쳐 어미와 동생을 내치니 마땅히 관아에 고하여 너를 강상죄로 나타나게 하여 능지처참하는 형벌을 당하게 하리라.’ 하고 무수히 욕하고 가니, 내 죽기는 섧지 아니하되 악한 평판을 낭군에게 끼치게 하고, 또한 어린 자식들이 의지할 곳 없음을 알고 죽으리니 어찌 통한치 아니하랴.”

하고 흐느끼며 두 눈물 줄기가 이리저리 흘러내리거늘, 대방이 이 말을 듣고 왈칵 크게 화를 내고 급히 어미 집에 가 구박하여 이르기를,

“모친이 비록 나를 낳았으니, 나와 무슨 정이 있으며, 도리어 허물없는 우리 내외를 법으로써 죽이려 하니 이 무슨 일이니까.”

그 어미가 이 말을 듣고 분함을 이기 못하여 한마디 말도 대답하지 못하고 마치 못하여 고을 동헌에 들어가 이 연유를 자세히 고하고 큰 소리로 통곡하니,

이 고을의 태수는 김의백이라 하는 사람이니 본디 효행이 우뚝한 사람이므로,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 즉시 대방의 집안사람들을 붙잡아 와 동헌의 계단 아래에 꿇리고, 먼저 대방의 어미를 가까이 나아오게 하여 경계하여 이르기를,

“네 비록 여자이나 내 말을 자세히 들으라.

옛적의 공자는 천하의 큰 성인이시라. 처음으로 노나라에서 벼슬하실 때, 노왕이 묻기를,

‘나라를 다스리매 무엇을 먼저 하리이까.’

공자께서 가라사대,

‘오직 효는 모든 행실의 근원이니 효를 먼저 하소서.’

그 후 오래지 않아 불효하는 자가 있거늘 노왕이 공자에게 보내어 다스리게 함을 고하니, 공자께서 다스리시지 않으시고, 효도하고 봉양하는 글을 극진히 가르쳐 풀어주니, 노왕이 기뻐하지 아니하며 묻기를,

‘나라를 다스릴 제 먼저 효를 하라 하시더니, 이제 불효하는 백성을 죄 주지 않으시고 놓아줌은 어찌된 연고이시나이까.’

공자께서 가라사대,

‘그 백성이 무식하여 불효함이니 이는 윗사람이 가르치지 못한 연고이라. 만일 법으로 다스리면 이는 어진 임금의 덕과 은택이 백성에게 미치지 않음이옵니다.’

하셨으니, 고을의 수령이 되어 먼저 착한 도로써 너희를 가르치지 못한 연고이라.

또 태임은 문왕의 모친이시니, 수태하여 계실 때에 눈으로 나쁜 것을 보지 않으시고, 귀로 음란한 소리를 듣지 않으시며, 기울게 벤 음식을 드시지 않으시고, 바르지 않은 자리면 앉지 아니하시더니, 문왕을 나으시매 천생이 뛰어나셔서 하나를 들으시면 백 가지를 통달하시니, 이러므로 수태하여 계실 적부터 어진 행실을 가르침이라.

맹자의 모친이 맹자를 업고 이웃집에 갔더니 그 집에서 마침 돼지는 잡는지라. 맹자 보시고 가리키며 여쭙기를,

‘저 돼지를 잡아 누구를 먹이려 하시나이까.’

맹자의 모친이 잠깐 우스개 소리로 이르기를,

‘너를 먹이려 하도다.’

맹자께서 들으시고 가장 즐겨 하시거늘, 맹자의 모친이 생각하되,

하고, 다른 돼지를 사 먹이니 자식을 가르치는 도리가 이러하고, 또 집을 세 번 옮겨 어진 스승을 얻어 도학을 통달하시매 아성이 되셨으니, 이는 학문을 권함을 극진히 함이요,

하루는 맹자가 밖에서 내실로 들어오실 제 방문을 열치니, 맹자의 부인이 마침 못을 벗었다가 미처 입지 못하고, 한편으로 입으며 일어나 맞으니, 맹자가 안색을 엄숙히 하고 이르기를,

‘남자가 들어오매 의복을 수습하지 아니하고 남편을 맞으니 이 무슨 도리요?’

하시고, 모친께 그 무례함을 여쭈어 내치기를 고하시니 맹자의 모친이 꾸짖기를,

‘네 어찌 듣지 못하였느냐. 남자가 밖에 있다가 내신에 들어올 제 신을 끌고, 대청에 오를 제 기침하여 그 자취와 목소리를 자세히 알게 함이 군자의 도리거늘, 네 이제 예를 잃고 도리어 그 아내를 내치라 하니, 내 너를 위하여 부끄러워하노라.’

맹자가 두 손을 마주 잡고 사죄하시니, 가르치는 도리가 이러하고,

또 최순이라 하는 사람의 모친은 순이 나무하러 간 사이에 그 벗이 와 찾으니, 부를 길 없어 손가락을 입에 넣으니, 순이 나무를 베다가 마음이 자연 놀라 즉시 돌아오니, 사람이 부모의 혈육을 받아내매 감동함이 이와 같고,

또 왕릉의 모친은 왕릉이 처음 초패왕을 섬기다가 후에 한고조를 도우니 초패왕이 크게 화를 내어 왕릉의 모친을 잡아 가두고, 왕릉이 오지 아니하면 죽이려 하거늘, 왕릉의 모친이 아들의 사자를 보고 이르기를,

‘아들 능에게 이르되, 한왕은 장수가 될 만한 인재라. 일만 수레를 거느릴 천자가 될 될 것이니, 힘을 다하여 섬기고 어미를 생각하지 말라.’

하고, 인하여 목을 찔러 죽으니, 이는 그 자식의 공명을 온전하게 함이요, 또 한나라 진문구의 후처 목강은 아들 둘을 낳고, 전처에게는 아들 넷이 있더니, 문구가 안중 땅의 원님으로 갔다가 죽으니, 전처의 아들 넷이 의논하고 목강을 제 어미가 아니라고 하여 미워하되, 목강이 더욱 사랑하여 낳은 자식보다 더 사랑하더니, 전처의 큰아들 흥이 병들었거늘, 목강이 친히 약과 음식을 보살펴 극진히 구완 목강이 구완하니 흥의 병이 나은지라.

흥이 아우 셋을 불러 이르기를,

‘계모가 우리를 깊이 사랑하시거늘, 우리는 무지하여 모질게 대함이 너무도 심하였으니, 죄악이 깊고도 무겁도다.’

하고, 함께 고을로 나아가 계모의 어진 덕을 고하고 스스로 형벌 받기를 청하니, 원님이 기특히 여겨 그 어미를 표창하고 집의 세금과 부역을 면제하여, 여러 아들이 다 어진 선비가 되었으니, 이제 할미는 낳은 아들을 이처럼 가르치지 못하였으니 어찌 부끄럽지 아니하랴.

세상 사람이 자식을 낳아 사랑할 줄만 알고 가르치지 못하면 오륜이 무엇인지, 삼강이 무엇인지, 성인이 어떠한지, 군자가 어떠한지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다만 술과 여자와 노름을 좋아하여 부모에게 욕을 미치니 어찌 한심하지 않으리오.

슬프다, 할미는 당초 자식 기를 때에 그릇되는 일을 금하지 못한 죄가 있으니 어찌 두렵지 아니하랴.”

할미 듣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거늘, 태수, 또 대방의 아우를 불러 가까이 앉히고 경계하여 이르기를,

“네 자세히 들으라. 하늘은 아버지요, 땅은 어머니거니, 만물은 하늘과 땅이 살아있는 것을 사랑하는 덕으로 타고 날 제, 그 가운데 사람을 내시어, 인의예지와 삼강 오상을 갖추어 알게 함이니, 이를 알지 못하면 금수만 못한지라.

하물며 형과 동생 사이는 부모의 혈육을 함께 나고 났으니, 형의 몸이 내 몸이니 무슨 틈이 있으리오.

우애를 극진히 하여 편한 일을 사양하고, 힘든 일을 다투어 하며, 비록 화날 일이 있을지라도 화내지 말며, 원망할 일이 있을지라도 원망하지 말며, 부모를 극진히 봉양하여 즐겁게 하고, 영은 우애하며, 아우는 공순하여 행하는 바에 화락함을 일삼으면 무슨 허물이 있으리오.

내 너에게 가르칠 말이 있으니 들으라.

옛날 한나라에 등우라 하는 사람은 그 형이 죽고 다만 어린 자식이 있더니, 마침 난리를 당하여 피란할 제, 형의 자식은 등에 업고, 제 자식은 아내에게 업혀 가더니, 도적이 급히 따르는 지라.

등우가 그 아내에게 이르기를,

‘우리 둘이 아이를 다 업은 고로, 급히 가지 못하니 마침내 도적에게 잡힐 것이라. 생각건대 두 아이 중 하나를 버리면 살 것이니, 그대 업은 아이를 버리라.’

하니, 부인이 차마 버리지 못하거늘, 등우가 가로되,

‘형이 죽고 남은 혈육은 다만 이 아이뿐이라. 버리고 가면 후사가 아주 끊어질 것이요, 내 자식을 버리고 가도 우리 부부 다 나이가 젊었으니 다시 낳을 수 있으리로다.’

하고, 제 자식을 버리고 형의 자식을 업고 난리를 피하였으니 어찌 아름답지 않으리오.

또 한나라의 목용이라 하는 사람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형제 네 사람이 한집에서 살더니, 장성하여 각각 장가를 들게 되니 마음이 전과 같지 아니하여, 각각 따로 나가 살기를 원하며 자주 다투기를 지극히 악하게 하니,

목용이 그 일을 깊이 애달프게 여겨 이에 문을 닫고 혼자 방안에 앉아, 스스로 제 몸을 매로 치며 꾸짖으며 가로되,

‘목용아, 네 허물을 아느냐. 몸을 닦고 행실을 닦아 성인의 법도를 배움은 집안 풍속을 가지런히 하려 하거든, 네 어찌하여 능히 집을 바르데 못하게 하느뇨.’

하고, 무수히 제 몸을 치니 여러 아우와 지어미들이 이 거동을 보고 머리를 두드려 사죄하고,

말미암아 한 평생 화목하여 한집안에서 사니 이도 또한 화목한 사람이라.

너는 어찌하여 이 모양이 되었느냐. 슬프다, 사람이 세상에 처하매 공자 맹자의 글을 배우지 못하고, 다만 물욕만 탐하여 효성인지 우애인지 알지 못하니 슬프지 아니하리오. 내 너를 위하여 슬퍼하노라.”

하니, 대방의 아우 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거늘, 태수, 또 양녀를 불러 앉히고 경계하며 이르기를,

“네 지금은 남의 며느리이나, 나중에는 너도 또한 남의 시어미가 되리니, 서로 사랑하며 행하기를 순하게 하고, 온화하고 공순하며 조심하고 덕된 일을 하면 사나이가 착하지 못하여도 자연 옳은 길도 이끌게 되거늘,

너는 그렇지 못하여 시부모를 봉양할 줄 알지 못하고, 박대하여 내치며 또 형제가 화목하지 못함은 다 너로 하여금 말미암은 바라. 어찌 두렵지 아니하랴.

내 이 고을 관원이 되었다가 이런 일을 보니, 나도 또한 부끄럽거니와 내 너를 위해 가르칠 것이니 자세히 들으라.

무릇 여자에게는 여덟 가지 행실이 있으니, 그 하나는 얼굴을 부드럽게 하며 몸을 졍결하게 하며 의복이 비록 헐어도 더럽히지 말고,

그 둘째는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몸을 부지런히 하며, 말씀을 온화하고 공순히 하며, 어른의 입에서 말을 이어 하지 말며, 콧물과 침 뱉기와 기지개 재채기를 하지 말며, 가려운 데 긁지 말며, 손을 잡되게 놀리지 말고,

그 셋째는 항상 말하기를 급히 말며, 지난 일을 다시 이르지 말며, 남의 것을 본 체 말며, 남에게 시비하지 말며, 남의 일을 아는 체 말고,

그 넷째는 어진 일을 보거든 기뻐하며, 어진 말씀을 듣거든 잊지 말며, 허물을 이르거든 화내지 말며, 기리는 말을 기뻐 말며, 가르치는 말을 좋아하고,

그 다섯째는 어른이 말하는 데 참여하지 말며, 남이 한 일을 그르다고 말고,

그 여섯째는 빈 방에 혼자 있어도 어른을 대함 같이 하며, 빈 그릇 잡기를 가득히 담긴 그릇 잡듯 하며, 어른이 음식을 주시거든 싫을지라도 공순히 받드며, 의복을 주시거든 비록 좋지 못하더라도 공순히 받고,

그 일곱째는 억울한 말을 들어도 참고 말하지 말며, 억울한 일을 보아도 참고 말하지 말고,

그 여덟째는 어른 앞에서 아래 사람을 꾸짖지 말며, 정녕 그른 일이로되 어른이 좋다 하시면 그렇게 알야야 바야흐로 남녀간 사람이라 이르나니, 하물며 여자는 한 몸이 평생 죄인이라.

서로 사랑하는 몸가짐을 남이 빼앗아가는 것같이 하며 소리를 부드럽게 하여 목소리가 규문 밖에 나가지 아니하게 하고, 바깥사람이 지척에 있을 지라도 틈으로 이어보지 말며, 친척이 오거든 부득이 인사하는 외에는 다른 말을 이르지 말지니, 이 여덟 가지 행실은 여자의 몸의 일시라도 떠니지 못할지라.

내 너를 위하여 착한 부인의 행적을 대강 이르니 들으라.

한나라의 진효부라 하는 사람은 열여섯에 시집왔더니, 그 지아비 수자리를 당하여 장차 길을 떠나려 할 제, 그 아내에게 당부하기를,

‘내 이제 떠나매 죽고 삶을 가히 알지 못하노라. 노모가 계시나 다른 봉양할 사람이 없으니 불행히 내 돌아오지 못하여도 그대 나를 위하여 노모를 봉양할쏘냐?’

진씨 답하기를,

‘그리하리다.’

하더니, 지아비 과연 죽고 돌아오지 못하는지라. 진씨가 그 시어미 봉양하기를 극진히 하더니, 그 부모가 진씨의 외로움을 불쌍히 여겨 개가하게 하고자 하거늘, 진씨 놀라 가로되,

‘지아비 수자리 갈 제 내게 노모를 맡기거늘 이미 허락한지라. 지아비가 허락함을 믿고 죽은 혼백이라도 든든히 여길지니, 이제 약속을 저버리면 지하에 돌아가면 어찌 남편을 보리오.’

하고, 물리치니 부모가 감히 억지로 권하지 못한지라.

진씨 그 시어미를 이십팔 년을 봉양하다가 시어미가 죽으니 극진히 장사 지내고 삼 년을 받드니, 이 일을 천자께 아뢰어서 효부의 졍문이 완전하고,

또 영씨라 하는 처녀는 명나라 사람이라. 유진아와 혼인을 정하였더니, 진아가 일찍 죽으니 이때에 영씨 나이 열여섯 살이라. 이 말을 듣고 슬피 울다가 부모에게 고하여 가로되,

‘소녀가 비록 유가와 더불어 혼례식을 올리지는 못하였으나, 중매가 왕래하고 폐백을 받았으니, 부모가 정하신 자리이라. 이제 불행하여 진아가 죽고 그 늙은 부모가 의탁할 데 없으니 내 어찌 차마 버리리오.’

하고 즉시 유가에 가 빈소에서 통곡하고, 며느리 도리를 극진히 하여 삼년 상을 받들고, 한평생 그 집을 섬기니, 그 영씨를 정렬이라 하여 정문을 세웠으니 어찌 아름답지 아니하며,

또 장의부라 하는 사람은 이오의 아내라. 이오가 복녕 땅에 수자리 살다가 그곳에서 죽으니, 장씨 시부모 봉양하기를 지극히 하더니, 시부모가 병이 드매 다리 살을 네 번이나 베어 먹여 병 구완을 하더니, 미처쥭죽으매 장사를 지내고 탄식하여 가로되,

‘내 지아비 수천 리 밖에서 죽되, 그 시신을 찾아와 안장하지 못함은 시부모를 봉양할 사람이 없어 떠나지 못하였더니, 이제는 시부모가 다 세상을 떠났으니 내 어찌 지아비 해골을 찾지 아니하리오.’

하고, 길을 떠나 사십이일 만에 복녕 땅 삼천여 리를 찾아가 지아비 무덤을 찾으니 가시덤불이 사방에 막히어 분별할 길 없으니, 장씨 더욱 애통하여 죽게 되었는지라.

하루는 지아비 영혼이 한 아이에게 내려와 장씨에게 죽던 말과 해골 있는 곳을 이르거늘,

장씨 신기하게 여기고 그 말대로 찾아 해골을 얻어 가지고 빌며 이르기를,

‘진실로 내 지아비 해골이면 입에 대어 얼음같이 차고 부레같이 붙을 것이라.’

하니, 과연 그러한지라. 의심 없이 그 해골을 염습하여, 장씨 머리의 이고 살던 곳에 돌아와 장례를 지내니, 어린 부인의 절행을 뉘 아니 칭찬하리오.

또 정씨라 하는 부인은 지아비 일찍 죽고 다만 시어미를 봉양하더니, 하루는 큰 범이 와 시어미를 물어가려 하거늘, 정씨 내달아 그 범의 꼬리를 붙들고 우니, 그 범이 부인이 죽기로써 다투는 형상을 보고 감히 상하게 하지 못하여 버리고 달아나니, 이는 그 부인의 효성이 지극함으로써 범을 감동하게 함이니 어찌 아름답지 않으며,

또 백씨라 하는 부인은 지아비가 어질지 못하여, 형제가 불화하고 서로 보지 아니하며 친구만 좋아하기가 심히 극진하거늘, 백씨 지아비에게 이르기를,

‘형제라 하는 것은 뼈와 살이 한 가지라. 그 친밀함을 이를진대 어느 곳에 틈이 있으리오. 그 중함이 비할 데 없거늘, 이제 그대는 형제가 사이가 좋지 아니하여 보지 아니하고, 도리어 남을 사랑하여 마음을 한 가지로 하니, 이 무슨 일이오니까. 비록 붕우유신이라 하였으나 형제간의 의리만 못하리니, 내 그대를 위하여 시험할 일이 있노라.’

하고, 즉시 돼지를 잡아 사람의 주검같이 길게 묶어 밤들기를 기다려, 지아비에 지게 하여 가로되 이리이리 하라 하니, 그 지아비 이 말을 듣고 먼저 벗의 집에 가 이르되,

‘내 불행하여 사람을 죽였으니 이것을 감추어 흔적을 없게 하고 나를 구하라.’

하니, 그 벗이 놀라 말하기를,

‘이 어찌된 말이뇨. 살인은 한 자는 죽인다 하였으니, 내 어찌 너를 살리리오.’

하고, 등 밀어 내치며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거늘,

또 다른 벗의 집으로 가 이처럼 이르되, 하나도 구할 마음이 없고 급히 쫓기로 위주하거늘, 하릴없어 동생의 집을 찾아가 살인한 말을 이르매, 아우 이 말을 듣고 매우 두려워하여 급히 형을 붙들고 안으로 들어가며 한편 그 주검을 처치하고자 하거늘,

그제야 생각하되 천지간에 형제 같은 이 없다 하고 드디어 그 아우를 불러 가로되,

‘내 아우님의 착한 줄을 알지 못하고 박대하였더니 이제 생각하니 그 죄 만 번 죽어도 아까울 게 없도다.’

하고, 말미암아 백씨가 하던 일이며, 벗의 집이 갔던 말을 자세히 이르고, 지고 갔던 것을 먹고, 한평생 형제가 화목하니, 이는 다 그 아내 백씨의 가르침이니 어찌 아름답지 않으리오.

세상 사람이 어진 행실을 배우지 못하고 물욕만 빠져들어 제 몸이 그른 곳에 빠지는 줄 알지 못하고, 아직 남에게 아첨하여 기리는 말을 좋아하니 어찌 한심하지 않으리오.

또 계집에게는 칠거지악이 있으니, 칠거지악은 일곱 가지 버리는 죄라.

하나는 부모에게 순하지 못하면 버리고, 둘째는 아들을 낳지 못하면 버리고, 셋째는 음란하면 버리고, 넷째는 투기하면 버리고, 다섯째는 모진 병이 있으면 버리고, 여섯째는 말 많으면 버리고, 일곱째는 도적질하면 버리나니,

네 이제 이런 일을 알지 못하고 의롭지 아니란 마음을 내어서, 알지 못하는 지아비를 점점 그릇된 곳에 보내고, 부모를 박대하며 시동생을 쫓아내니, 네 죄 적지 않은지라. 이를 장차 어찌하리오.

너도 자식이 있다 하니 그 자식이 필경 너처럼 사나우리니, 이는 이른바 앙갚음이 되는 것이라. 어찌 무섭지 아니하랴. 내 너를 위하여 착한 사람의 행실을 가르쳐 잘못을 뉘우치게 경계하노라.”

하니, 양녀가 머리를 조아리고 굽실굽실 사죄하거늘, 태수, 또 대방을 불러 경계하여 가로되,

“사람이 처음으로 오행의 정기와 천지의 이기를 타고날 제, 그 성품이 다 어질고 마음이 다 착하게 나느니, 어진 사람은 천성을 그대로 길러 착한 행실을 배워 어진 사람이 되고, 어리석은 사람은 그 천성을 버리고 욕심이 움직여 점점 음흉한 사람이 되느니 어찌 애달프지 않으리오.

네 아비 일찍 죽고 가르칠 이 없어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지 아니하고 계집의 말을 들어 어미와 동생을 박대하니 불효가 지극히도 심한지라.

천지간에 용납하지 못할 죄인이 되었으니 일만 번 죽어도 오히려 남은 죄가 있을지라.

그러나 내 너를 위하여 부모 은혜를 알게 하리니 자세히 들으라.

어미가 잉태할 때 깊이 병든 사람 같아서 몸이 녹는 듯 음식을 먹지 못하고, 두 달이 되면 몸이 풀릴 기운이 어리고, 석 달이 되면 혈맥이 엉기고, 넉 달이면 사람의 모양이 생기고, 다섯 달이면 이목구비 생기고, 일곱 달이면 삼만 육십 뼈마디와 팔만 사천 구멍이 생겨 능히 젖을 먹고 열 달이 차면 나오나니,

아이가 뱃속에서 열 달을 있을 제, 그 안에는 산이 있으니 한 이름은 수미산이오, 한 이름은 업산이오, 한 이름은 혈산이니, 한곳에 모여 젖줄이 되어 어미가 먹는 정기를 다 먹고 열 달이 차면 낳게 되느니, 그 낳을 제 어미 괴로움을 어찌 측량하리오.

그 아픔을 견디지 못하여 몸이 사라지고, 기운이 빠져 없어져 정신을 이루지 못하다가 다행히 해산하니, 남녀 간 가릴 것 없이 낳은 것만 기뻐하며, 젖 먹여 기를 적에 오줌 똥 받으며, 자식은 마른 데 누이며 어미는 젖은 데 눕고, 겨울은 추워하는가 여름은 더워하는가, 밤낮으로 숨 가쁜 줄 알지 못하고,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삼아 지성으로 기를 적에 크고 작은 역질을 이겨내면 그 기쁜 마음을 어찌 측량하리.

어미는 못 먹어도 자식은 먹이고자, 어미는 못 입어도 자식은 입히고자 귀한 마음 절로 나니 이런 은혜 어디 있으리오.

이러므로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면 하늘 같고 큰 바다 같고 태산 같아서 갚을 바를 알지 못하느니, 살아 있는 동안이나 죽은 뒤에 그 무엇으로 갚으리오.

왼쪽 어깨에는 부친을 업고 오른쪽 어깨에는 모친을 업고 수미산을 돌아다니기를 팔만사천 번을 하니, 그 발이 다 닳아 무릎만 남았으되 부모의 은혜를 다 갚지 못하느니, 이런 일을 생각하면 은혜가 망극하지 않으리오.

사람마다 부모는 한가지요, 자식은 한가지거늘 너는 그렇지 아니하여 부모의 은혜가 무거움을 알지 못하고, 형제간에 우애가 있음을 알지 못하여, 음흉한 행실로써 노모를 박대하고 형제를 보지 아니하니 그 죄를 어찌하리오.

슬프다. 대방아. 너도 또한 사람이라. 마침내는 배우지 못함이니, 내 너를 위하여 옛적 효자의 행적을 이르리니 자세히 들어라.

닭이 처음 울거든 일어나 머리 빗고 낯을 씻고, 부모의 침소의 나아가 옷이 차며 따뜻함을 여쭈오며, 무슨 음식을 드시고 싶은지 묻자오며, 겨울은 따뜻하게 하며 여름은 서늘하게 하고, 나갈 제 고하고 돌아와 얼굴을 뵈며, 멀리 가 놀지 않고, 놀면 반드시 어디인지를 말씀드리고,

부모가 사랑하시거든 기뻐함을 잊지 말며, 화내시거든 두려워하고 원망하지 말며, 혹 회초리에 맞아 피가 흐를지라도 감히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말고, 집의 있을 제는 그 공경함을 일으키고, 봉양할 제 그 즐거움을 일으키고, 부모가 병들면 그 근심을 일으키고, 초상을 당하면 그 슬퍼함을 일으키고, 제사를 당하면 그 엄숙함을 일으키나니 어찌 삼가지 아니하랴.

천하의 옳지 않은 부모는 없는지라.

부모가 비록 사랑하지 아니하나, 그 자식은 효도 아니하지 못할지니,

옛적에 순임금께서 부친은 성질이 사납고 모친은 몰래 은근히 악독하여 일찍 순을 죽이고자 하되, 순이 효로써쎠극진히 하시어 간악한 데 들지 않으셨으니, 효자의 도리 이 같고,

또 자로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어버이 섬김을 지극한 효도로 할새, 집이 가난하여 나물을 캐어 먹으며, 부모를 위하여 백 리 밖의 쌀을 지어오더니, 부모가 모두 돌아가신 후 남으로 초나라에 가 놀 때, 온갖 곡식이 일 백의 수레에 가득하고 앉을 때 자리를 겹으로 하니 자로가 탄식하여 가로되,

‘내 이제 나물 먹으며 부모를 위하여 쌀을 지으려 하나 가히 얻지 못하리로다.’

하니, 공자 들으시고 가라사대,

‘자로는 부모 살았을 섬김을 힘을 다하였고, 죽은 후 섬길을 잊지 아니하니 과연 효자로다.’

하여 계시고,

또 진나라 왕상이라 하는 사람은 어미를 일찍 여의고 계모 주씨가 사랑하지 아니하여, 헐뜯어 고해바치는 해를 자주 당하니, 이로 말미암아 부친에게도 사랑을 잃었더니, 계모가 병들매 밤낮으로 옷을 벗지 아니하고 탕약을 맛보더니,

하루는 잉어를 먹고자 하거늘, 이때는 몹시도 추울 때라 물이 얼어 어찌 잉어를 잡으리오. 왕상이 얼음을 깨치고 잉어를 잡으려 할새, 홀연 잉어 둘이 뛰어 내달아 봉양하였더라.

또 누런 새의 적을 먹고자 하거늘, 왕상이 구하고자 할진대 홀연 누런 새 수십 마리가 집으로 날아오고, 계모가 매양 왕상으로 하여금 과일나무를 지키라 하니, 바람 불고 비 오면 왕상이 나무를 안고 울어 하나도 상하지 아니하니, 이는 그 효성이 지극하므로 하늘의 신이 감동함이요,

또 한나라 때 강혁이라 하는 사람은 어려서 아비를 여의고 난리를 만나, 그 어미를 업고 피난하며 매양 나물을 캐고 떨어진 것을 주워 공양할 새, 도적을 자주 만나 무수히 핍박당하여 잡혀가려 하거늘, 혁이 울며 애걸하여 가로되,

‘노모가 있으니 어찌 가리오.’

하고, 간절히 비니, 도적이 이 거동을 보고 차마 해칠 마음이 없어 도리어 피란할 곳을 가리키고, 약간 양식을 주어, 이로 인하여 난리 중에 그 모자가 목숨을 보전한지라.

고을 원님이 그 효성이 지극함을 나라에 장계하여 곡식 천 석을 주시니 어찌 아름답지 아니하며,

또 한나라의 정란이라 하는 사람은 일찍 부모를 여의어 일시도 봉양하지 못함으로 슬퍼하더니, 정란이 한 일을 생각하고 나무를 새겨 어버이 모양과 얼굴을 만들어 앉히고, 섬기는 도리를 살아 있을 때 같이 하여 아침이며 저녁에 살핌을 게을리 아니하더니, 오랜 후에 이웃 사람 장숙의 아내가 정란의 아내에 이르기를,

‘집의 뫼신 목상을 나에게 잠깐 빌려다오.’

하거늘, 정란의 아내 이 말을 듣고 즉시 목상 앞에 나아가 절하고 사연을 고하니, 목상이 기뻐하지 않는 빛이 있거늘, 빌리지 아니하였더니, 장숙이 술을 많이 먹고 정란의 집의 가 목상을 꾸짖고 막대로 쳐 머리를 상하게 하였는지라.

정란이 돌아와 이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내어 칼로 장숙을 죽이니, 관가에서 정란을 잡아갈 새 살인한 사람이라 하여 잠시라도 지체하기 못하게 하는지라. 정란이 이 일을 자세히 이르고 목상에게 가 뵈고 울며 하직을 고하니, 목상이 또한 눈물을 떨어져 내리는 듯한지라.

관원이 이 일을 보고 그 지극한 효성이 천지신명에 사무침을 아름답게 여겨 이대로 나라에 아뢰오니, 천자가 들으시고 효자 정문을 세워 주시고 대대로 세금과 부역을 면하게 하라 하여 계시니 이런 사람이 어디 있으리오.

이는 없는 부모를 나무에 새기어 이처럼 섬겼으니, 그 목상이 무슨 앎이 있으리오마는, 천지신명이 그 지극한 효성에 감동함이니 어찌 아름답지 않으리오.

또 맹종이라 하는 사람은 노모를 지성으로 섬기더니, 노모가 병이 중하게 들어 죽순을 먹고자 하거늘, 이때는 눈 내리는 추운 겨울이라. 맹종이 대나무밭에 들어가 얻고자 하나 어찌 얻으리오.

하릴없이 슬피 우니 이윽하여 난데없는 죽순이 나오거늘, 얻어 돌아와 노모께 드려 병이 나은 고로 사람마다 그 효성을 일컫고,

또 반종이라 하는 사람은 아비 표를 지성으로 섬기더니 마침 난을 만나 피란하는지라. 반종이 아비를 업고 내닫더니 한 곳에 이르러 보니 도적이 점점 가까워진지라.

아비가 만종에게 이르기를,

‘나는 걸음이 없어 내닫지 못하니 죽어도 아깝지 아니하거니와, 너는 아직 걸음걸이가 좋으니 먼저 달아나면 다행히 다 죽지 아니하리라.’

하니, 만종이 듣지 않고 죽기로써 내닫더니 도적을 만나 죽이려 하거늘 만종이 머리를 조아려 가로되,

‘나는 죽일지라도 아비는 살려라.’

하고, 무수히 빌거늘 도적이 더욱 노하여 그 아비를 죽이려 할새, 만종이 아비를 안고 엎어져 도적의 칼이 이르는 곳을 막으니 도적이 감탄하여 이르기를,

‘이는 진실로 효자이로다. 내 효자를 모르고 해치면 큰일에 상서롭지 아니하리라.’

하고, 버리고 가니 부자가 다 죽기를 면한지라. 나라에서 이 일을 알고 효자 정문을 세우며 그 사는 마을 이름을 효자촌이라 하였고,

또 유검루라 하는 사람은 늙은 아비를 봉양하더니, 우연히 잔릉의 수령을 하게 되매, 그 고을에 이른 지 십여 일이 못되어 홀연 마음이 놀랍고 몸에 땀이 흐르거늘, 바로 그날 그 벼슬을 버리고 집에 돌아오니, 집사람이 다 무단히 돌아옴을 놀라는지라.

이때 아비 병 들어 죽을 지경에 이르매, 유검루 그 똥을 맛보고 마음에 더욱 근심하여 밤인즉 매양 북두칠성께 머리가 땅에 닿도록 수없이 절을 하며 내 몸으로 대신하기를 소원하기를,

이윽하여 공중에서 이르기를,

‘그대 부친의 목숨이 다 되어 다시 벋어가지 못할 것이로되, 그대 정성이 지극한 고로 이달까지는 살리라.’

하더니, 과연 그믐이 되어 죽으니, 검루가 장례를 치르기를 예의에 넘치도록 하고, 무덤 곁에 오두막을 짓고 몹시 슬퍼하다 몸이 여위어 가니, 이도 또한 지극한 효성이오.

또 제나라의 해숙겸이라 하는 사람은 효성이 지극하더니, 어미 병이 중하매 숙겸이 밤이면 매양 뜰 가운데에서 하늘을 바라고 머리를 조아 려 어미 병이 낫기를 빌더니, 문득 공중에서 외침이 들리기를,

‘너의 어미 병은 아무리 하여도 살길 없되, 만일 정공등이라 하는 약을 얻어 술을 빚어 먹으면 나으리라.’

하거늘, 숙겸이 모든 의원을 찾아보고 구하되, 하나도 아는 이가 없는지라.

마음이 조급하고 답답하여 두루 다니더니, 의도라 하는 땅에 이르러는 한 늙은 사람이 한 나무를 베거늘, 숙겸이 가까이 가 그 쓸 데를 물으니, 그 사람이 대답하기를,

‘이 나무를 베어 약으로 쓴다.’

하거늘 숙겸이 기뻐하며 자세히 물으니, 그 노인이 숙겸을 자세히 보며 이르기를,

‘이는 정공등이라 하는 약이니 풍병에 좋으니라.’

하거늘, 숙겸이 절하고 엎드려 울며 온 뜻을 자세히 이르니 그 사람이 네 줄을 주며 술 빚는 법을 다 가르치며 이르기를,

‘그대 효성이 지극하므로 이 약을 하늘이 주심이로다.’

하고, 문득 간데없는지라. 숙겸이 그 약을 얻어 가지고 돌아와 술을 만들어 드리니 과연 그 병이 나은지라. 이도 또한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오.

또 오이라 하는 사람은 늙은 어미를 지극한 효도로 섬기더니, 하루 저녁은 신령이 꿈에서 이르기를,

‘네 내일 천둥 벼락에 당당히 죽으리라.’

하거늘, 오이 놀라 아뢰기를,

‘늙은 어미 있어 구호할 사람이 없으니 어찌하리오.’

하고, 땅에 엎드려 큰 소리로 곡을 하니 그 신령이 이르기를,

‘하늘의 명을 어찌 면하리오.’

하거늘, 놀라 깨어나니 한 꿈이라.

오이 생각하되,

‘나는 이미 죽을 사람이거니와 노모가 만일 천둥소리에 놀랠까 두려워 하노라.’

일찍 음식을 갖추어 드리고 잠깐 누이의 집의 가시기를 고하되, 노모가 듣지 아니하는지라.

이윽고 과연 검은 구름이 서쪽에서 일어나며 천지가 어둡고 우레 소리가 진동하니, 오이 노모를 염려하여 바삐 문을 닫고 멀리 들 밖에 나가 엎드려 명을 기다리더니, 이윽고 구름이 열리고 천지가 명랑한지라.

오이 다행하여 급히 집의 돌아와 어미를 어루만지고, 신령의 말을 의심하여 감히 모친께 고하지 못하였더니, 또 그날 밤에 신령이 와 니르되,

‘네 전생에 지극히 무거운 죄로 어제 오시에 천벌을 면하지 못할러니, 이생에서의 효성이 지극하므로 전생의 죄를 용서하나니 너는 그리 알라.’

하거늘, 깨어나니 또한 꿈이라.

오이 이 일을 신기히 여겨 모친께 이 사연을 고하고 더욱 지극한 효도로 섬기니 이도 또한 하늘이 내린 지극한 효성이요.

또 원각이라 하는 사람은 할아버지가 나이 많고 병들어 대소변을 받아내고 음식을 떠먹이는지라.

원각의 아비가 원각에게 이르기를,

‘네 조부의 모양을 보니 사람은 견디지 못하리로다. 네 이제 지게에 져다가 버리라.’

원각이 이 말을 듣고 놀랍기를 헤아릴 수 없으나, 아비의 명을 거스르지 못하여 지게의 담아 지고 가다가 한 곳에 다다라 내려놓고 가로되,

‘내일 와 모시고 갈 것이니 아직 여기서 머무소서.’

하고 빈 지게를 가지고 드러오니, 그 아비 꾸짖어 가로되,

‘저런 흉한 지게를 갖다가 무엇에 쓰려 하느냐.’

원각이 가로되,

‘부친이 또 이처럼 늙거든 이 지게에 져다가 버리려 하노라.’

하니, 그 아비 이 말을 듣고 이윽히 생각하다가 크게 깨달아 원각과 더불어 함께 급히 그 아비를 찾아 뫼시고 집의 도라와 지극한 효성으로 섬겨 효자가 되이 지금까지 일러오고,

또 강주 땅에서 사는 진긍이라 하는 사람은 십삼 대가 한 집에서 사니 사람이 칠백 식구라. 화목하여 자식 밥 먹을 제, 노소가 한 방에 보이어 밥 먹으니 거룩한 형상은 이를 것도 없고,

집에서 기르는 개 또한 백 마리라. 한 구유에서 밥 먹일새, 그 중의 개 한 마리라도 모이지 못하면 다른 개도 다 밥 먹지 아니하는지라.

이러므로 집안의 행실이 온 나라에 진동하니, 천자가 아시고 불러서 물으시되,

‘그대 집이 십삼 대를 삶에 사람 수 칠백이 화락하여 조금도 시비 없이 지낸다 하니, 집안의 도와 규모를 어찌하여 그러하며, 또한 집에서 기르는 개까지 뜻이 맞아 한 마리라도 없으면 밥을 먹지 아니한다 하니, 그 집안의 도는 고금에 없는 바라. 집안을 다스리는 도리를 알고자 하노라.’

하시니, 진긍이 아뢰되,

‘다만 참을 인자 일백 개를 가졌사오니, 이를 따라 자연 그러하여이다.’

천자 그 일을 희한히 여기사, 은 백 냥을 상으로 내리시고, 또 벼슬을 주어 계시니 이런 사람의 집안 행실은 고금에 처음이라.

이 여러 가지 행실을 내 너희를 위하여 일렀으니, 네 이제 착한 사람이 되고자 하느냐, 악한 사람이 되고자 하느냐?

세상 사람이 알고 행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학문이 없어 못하는 사람도 있고, 가르쳐도 깨닫지 못한 사람도 있으니, 너도 만일 깨닫지 못할진대 나도 또한 부끄러운지라.

내 이 고을의 수령이 되어 음흉한 백성이 있으니, 이는 관원의 허물이라. 너를 보매 부끄럽지 않으리.

너는 어찌 깨닫지 못하느냐. 세상 사람이 다 옳지 않은 천성이 없되, 잘못하여 어진 천성을 한 번 잃은즉 다시 찾기 어려우되, 너는 이제 찾고자 하느냐, 말고자 하느냐?

네 아비 일찍 죽고 가르칠 이 없어 그러하냐, 가르쳐도 깨닫지 못하여 그러하냐?

너로 하여금 이런 죄상을 밝히고 형벌로 다스리면 깨닫지 못할 사람은 도리어 사또를 원망하느니 네 이제 어느 곳으로 가려 하느냐?

내 너를 위하여 효자, 열녀와 형제간 우애하던 행실이며, 부모와 자식 교훈하던 말이며, 집안을 다스리던 말을 가르쳐 너의 마음을 항복하게 하여 스스로 깨닫게 함이니, 너희 네 사람이 생각하여 사람의 무리에 참여함이 어떠하냐?”

말씀이 간절하여 플과 나무와 길짐승 날짐승도 감동할지라.

대방이 엎드려 태수의 말을 듣고, 네 사람이 일시의 일어나 머리를 두드리고, 백 번 사례하며 통곡하여 가로되,

“죄인이 무지하여 삼강과 오륜을 알지 못하고 이러듯 강상의 죄를 범하였으니, 죄인의 몸을 온갖 방법으로 내어 불효한 죄를 당하게 하소서.”

하고, 네 사람이 서로 붙들고 슬픈 눈물을 금하지 못하니, 태수 이 거동을 보고 제 스스로 허물을 고쳤는가 하여 다시 이르기를,

“내 가르치는 말을 듣고 잠시간의 어두운 마음을 고쳤는가 싶으니, 진실로 기특하도다. 너희 네 사람이 집에 돌아가 내 말을 잊지 말고, 추호라도 잊지 않은즉 자연 착한 사람이 되느니라.”

하고 놓아 보내니, 대방이 더욱 머리가 땅에 닿도록 감사하며 아뢰기를,

“이제 하늘 같은 은혜를 내리오사 죽일 죄를 용서하시고, 사람의 무리에 참여하게 하시니 백골이 흙이 되어도 어찌 잊으리오까.”

하고, 집에 돌아와 네 사람이 서로 보고 어린 듯 취한 듯 부끄러움을 머금어 서로 죄를 이르고, 모자와 형제가 한집에 머물러 살며, 대방은 그 어미를 지극한 효성으로 섬기고, 형제 우애가 극진하며 양녀는 시어미 섬김을 지극한 효성으로 하고, 남편 섬김을 극진히 하여, 한 집안이 화목하고 집안의 행실이 날로 점점 다스리니 그 가문이 크게 흥하는지라.

이웃 사람이 다 대방의 효자됨을 희한히 여기고 한 고을 사람이 다 다투어 한 번 만나 말하기를 원하니 이를 좇아 한 나라 안에 유명한지라.

천자가 대방의 효행을 들으시고 기특하게 여기사 한편으로 예부에 조서를 내리사 효자 정문을 세워 주시며, 한편으로 명을 내려 불러 들여 벼슬을 주시고, 그 사는 마을을 이름하여 가로되, 효자촌이라 하라 하시고, 그 마을 사람들의 세금을 더러 감하라 하시니,

대방이 마지못하여 북쪽을 향해 은혜에 감사하옵고, 벼슬의 나아간 지 일 년이 못하여서 강릉 태수 벼슬을 내리시니, 대방이 임금의 은혜에 감축하고, 또 이전에 불효하던 일을 생각하매, 심한 스스럼 없이 곧은 말을 하는지라,

이에 강릉 고을의 도임하여 백성을 다스리되, 효로쎠으뜸을 삼고, 인의예지와 삼강오륜으로써 가르치니, 강릉이 기세가 성한 곳이라.

대방이 김의백이 가르치던 말을 들은 후로부터 그 허물을 고치고 착한 데 나아가매 몸 위에 귀한 벼슬이 있고, 집에 그릴 것이 없으며, 세 아들과 한 딸을 두었으되, 하나하나 효행이 있어 남자는 장가 들고 여자는 시집가서 대대로 벼슬에 거하여 츙효로 으뜸을 삼으니 어찌 희한하지 않으리오.

이런 말을 등한하게 봄이 옳지 않은 고로, 대강 기록하여 세상 사람으로 하여금 알게 전하고,

또 끝에 좋은 말씀을 조목조목이 뽑아 내훈이라 하여 세상 사람으로 하여금 보아 알게 하니라.

 

(뫼국소)진대방전.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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