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이옥(李鈺)의 한시 "이언(俚諺)" 중 '비조(悱調)'

New-Mountain(새뫼) 2018. 2. 1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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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조(悱調)

 

시경(詩經)에서 말하는 '소아(小雅)'는 원망하면서도 ()’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고 했다. '()'는 원망함이 매우 심한 것을 이른다. 무릇 세상의 인정이 아()에서 한번 잃어버리면 염()에 이르고, ()은 반드시 탕()으로 흘러간다. 세상에 이미 질탕함이 있으면 또한 반드시 원망함이 있게 되고, 원망을 하다 보면 반드시 심해진다. 이것이 비조(悱調)가 지어진 까닭이다. '()'는 그 질탕함을 싫어하는 억눌림이니, 이 또한 어지러움이 극심한 데서 치평(治平)을 생각하는 것처럼, 돌이켜아()의 뜻을 구하려는 것이다.

모두 16수이다.

 

詩云, “小雅, 怨而不悱.” 悱者, 怨而甚者之謂也. 大凡世之人情, 一失於雅, 則至於艶, 艶則其勢, 必流於宕. 世旣有宕者, 則亦必有怨者, 苟怨之則必已甚焉. 此悱之所以有作, 而悱者所以悱其宕也, 則此亦亂極思治, 反求於雅之意也. 凡十六首.

 

1.

寧爲寒家婢 차라리 가난한 집의 종이 될지언정

莫作吏胥婦 아전의 아내는 되지 마오.

纔歸巡邏頭 순라 시작할 무렵 겨우 돌아왔다가

旋去破漏後 파루 치자 되돌아 간다네.

 

2.

寧爲吏胥婦 차라리 아전의 아내가 될지언정

莫作軍士妻 군졸의 아내는 되지 마오.

一年三百日 일 년이라 삼백 일에

百日是空閨 백일은 빈 방 지키기.

 

3.

寧爲軍士妻 차라리 군졸의 처가 될지언정

莫作譯官婦 역관의 아내는 되지 마오.

篋裏綾羅衣 상자 속엔 능라비단 옷이 있어도

那抵別離久 어찌 그리 오랜 이별 값이 되겠어요.

 

4.

寧爲譯官婦 차라리 역관의 아내가 될지언정

莫作商賈妻 장사꾼 아내는 되지 마오.

半載湖南歸 반 년 만에 호남에서 돌아와서는

今朝又關西 오늘 아침에는 또 관서 지방으로 간다네.

 

5.

寧爲商賈妻 차라리 장사꾼 아내가 될지언정

莫作蕩子婦 난봉꾼 아내는 되지 마오.

夜每何處去 밤이면 밤마다 어디로 나가더니

今朝又使酒 오늘 아침에는 또 술주정하네.

 

6.

謂君似羅海 당신을 사나이라 하길래

女子是托身 여자인 이 몸을 맡겼는데

縱不可憐我 나를 가엾게 여기지는 못할망정

如何虐我頻 어째서 자꾸 나를 학대하나요.

 

7.

三升新襪子 석새 베로 새 버선을 만드는데

縫成轉嫌寬 꿰매다 보니 품이 너무 넓어졌네.

箱中有紙本 상자 속에 종이로 된 버선본 있는데

何不照憑看 어찌하여 맞추어 보지 않았을까.

 

8.

間我梳頭時 내가 머리를 빗질하는 사이에

偸得玉簪兒 옥비녀를 훔쳐 갔다네.

留固無用我 두어도 내게는 소용없는 거지만

不識贈者誰 누구에게 주려는 지 알 수 없네요.

9.

亂提羹與飯 밥상의 국과 밥을 어지럽게 집어다가

照我面前擲 내 면전에 대고 팽개치네.

自是郞變味 이것은 당신 입맛 달라진 때문이지

妾手豈異昔 내 솜씨야 어찌 옛날과 다를까요.

 

10.

巡邏今散未 순라가 하마 지금쯤 끝났을까.

郎歸月落時 서방님은 달 떨어질 때나 돌아오는데

先睡必生怒 먼저 잠들면 틀림없이 화를 낼 게고

不寐亦有疑 안 자고 있으면 또 의심할 게라.

 

11.

使盡闌干脚 긴 다리를 쭉 뻗어서는

無端蹴踘儂 까닭 없이 나를 걷어찼지요.

紅頰生靑後 붉은 뺨에 푸른 멍이 들었으니

何辭答尊公 시아버님께는 뭐라고 변명하나요.

 

12.

早恨無子久 오래도록 자식 없음을 일찍이 한탄했는데

無子反喜事 이제 보니 자식 없는 게 차라리 좋은 일.

子若渠父肖 자식이 만약 제 아비를 닮는다면

殘年又此淚 남은 생애가 또 이처럼 눈물뿐이리.

 

13.

丁寧靈判事 정녕 영험하다는 판수 무당이

說是坐三災 내가 삼재에 앉았다고 말하길래

送錢圖畵署 도화서에 돈 보내서

另購大鷹來 특별히 큰 매 그림을 사 오게 했지.

 

14.

一日三千逢 하루에 삼천 번 만나도

三千必盡嚇 삼천 번 모두 꾸짖으시네.

足趾鷄子圓 발꿈치가 계란처럼 둥근 것도

猶應此亦罵 오히려 이것 때문에 욕을 하겠지.

 

15.

嫁時倩紅裙 시집 올 때 입었던 고운 다홍치마

留欲作壽衣 두었다가 수의를 만들려 했는데

爲郞鬪箋債 낭군의 투전빚 갚으려

今朝淚賣歸 오늘 아침에 울면서 팔고 왔다네.

 

16.

夜汲槐下井 밤에 느티나무 아래 우물에서 물 긷다가

輒自念悲苦 문득 생각하니 슬프고 괴로워라.

一身雖可樂 이 한 몸이야 편해질 수 있어도

堂上有公姥 堂上에 계신 시부모님 어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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