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이옥(李鈺)의 한시 "이언(俚諺)" 중 '염조(艶調)'

New-Mountain(새뫼) 2018. 2. 1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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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조(艶調)

 

()은 아름다움()이다. 이편에서 다룬 것은 대개가 교만(驕慢), 사치(奢侈), 부박(浮薄), 과식(夸飾)의 일이 많다. 그래서 위로는 비록 아()에 미치지 못하지만, 아래로 또한 탕()에 이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으로 이름한다.

모두 18수이다.

 

艶者, 美也. 此篇所言, 多驕奢浮薄夸飾之事, 而上雖不及於雅, 下亦不至於宕, 故名之以艶.凡十八首.

  

1.

莫種鬱陵桃 울릉도 복숭아는 심지 마세요.

不及儂新粧 내가 새로 단장한 데는 못 미치니까요.

莫折渭城柳 위성의 버들가지는 꺾지 마세요.

不及儂眉長 내 눈썹 길이에 미치지 못하니까요.

 

2.

歡言自酒家 당신은 술집에서 왔다지만

儂言自娼家 나는 당신이 창가에서 온 걸 알아요.

如何汗衫上 어째서 속적삼 위에

臙脂染作花 연지가 꽃처럼 묻었나요?

 

3.

白襪瓜子樣 하이얀 외씨 버선으로

休踏碧粧洞 벽장동엔 가질 말아야지.

時軆針線婢 유행 따르는 침선비들에게

能不見嘲弄 조롱당하지 않으리.

 

4.

頭上何所有 머리 위에 무엇이 있나.

蝶飛雙節釵 나비가 날아가는 두 갈래 비녀

足下何所有 발 아래엔 무엇이 있나.

花開錦草鞋 예쁜 꽃 피어 있는 비단신

 

5.

下裙紅杭羅 속치마는 붉은 항라에

上裙藍方紗 겉치마는 남방사 비단

琮琤行有聲 걸을 때면 옥이 부딪치는 맑은 소리

銀桃鬪香茄 은도와 향가 노리개가 서로 다투네.

 

6.

常日天桃髻 평상시는 천도(天桃) 머리 올리느라.

粧成腕爲酥 화장을 마치면 팔뚝이 기진맥진했지만

今戴簇頭里 오늘은 머리에 족두리를 얹으니

脂粉却早塗 연지분을 도리어 일찍 바를 수 있네

 

7.

且約東隣嫗 동쪽 집 할미와 약속하기를

明朝涉鷺梁 내일 아침에 노량진을 건너자 했네.

今年生子未 금년에는 아들을 낳을 것인지

親問帝釋房 제석님 방에 가 직접 물어보려고

 

8.

未耐鳳仙花 봉숭아 꽃 피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先試鳳仙葉 봉숭아 잎으로 먼저 물들여 보았지요.

每恐爪甲靑 그러면서 손톱이 파래질까 걱정했는데

猶作紅爪甲 오히려 손톱이 더 붉게 물들었지요.

 

9.

纖纖白苧布 곱디 고운 흰 모시베는

定是鎭安品 바로 진안의 제품이지요

裁成角岐衫 마름질하여 깨끼저고리를 만드니

光彩似綾錦 광채가 능라비단 같네요.

 

10.

莫觸頂門簪 머리 위 비녀를 건드리지 말아요.

轉墜簇頭理 족두리가 굴러 떨어지잖아요.

恐有人來看 누군가 지나다가 보고

呼儂老處子 나를 노처녀라 하면 어떡해요.

 

11.

儂有盈箱衣 내게는 상자 안에 옷이 가득한데

個個紫繢粧 하나하나가 붉은 수놓아 단장했지요.

最愛兒時着 그중에도 가장 아끼는 건 어릴 적 입었던

蓮峰粉紅裳 연꽃 봉오리 단장한 분홍치마지요.

 

12.

三月松錦緞 삼월에는 송금단 사고

五月廣月紗 오월에는 광월사 사들이니

湖南賣梳女 호남서 온 참빗장수 여인네가

錯疑宰相家 착각하여 재상의 집인가 하네요.

 

13.

細吮紅口兒 조심조심 붉은 꽈리 씨를 빠는데

杻來但空皮 빨고 나니 빈 껍질만 남았네.

返吹春風入 다시 입김을 불어 넣으니

圓似在房時 씨가 들었을 때처럼 둥글어지네.

 

14.

甛嫌中白桂 중백계는 너무 달아서 싫고

烈怕梨薑膏 이강주는 매워서 겁나네요.

在腥惟花鰒 해산물 중에는 전복이 으뜸이고

於果六月桃 과일로는 유월의 복숭아가 좋지요.

 

15.

細梳銀魚鬂 은어같은 귀밑머리 곱게 빗고

千回石鏡裏 천 번이나 거울 속을 들여다보지요.

還嫌齒太白 너무 하얀 치아가 오히려 싫어서

忙嗽淡墨水 분주히 먹물을 머금어 보네.

 

16.

蹔被阿郞罵 잠시 동안 낭군님의 꾸지람을 듣고는

三日不肯飱 사흘 동안이나 먹지를 않았어요.

儂佩靑玒刀 내가 푸른 옥장도를 차고 있는데야

誰復愼儂言 누가 다시 내 말을 건드릴까요

 

17.

桃花猶是賤 복숭아꽃은 오히려 천한 듯하고

梨花太如霜 배 꽃은 너무 희어 쌀쌀맞네요

停勻脂與粉 연지와 분을 알맞게 발라서

儂作杏花粧 나는 살구꽃 같은 화장을 하지요

 

18.

郞愛雙燕美 낭군님은 한 쌍의 제비를 사랑하지만

儂愛燕兒多 나는 새끼제비들 모두를 사랑하지요

一齊生得妙 모두가 한결같이 오묘한 생명을 얻었는데

那個是哥哥 어느 것이 형님인지 알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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