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김병연의 한시 '고단한 한평생을 읊다(난고평생시)'

New-Mountain(새뫼) 2018. 5. 20. 09:50
728x90

蘭皐平生詩(난고평생시)

; 고단한 한평생을 읊다

金炳淵(김병연)

 

鳥巢獸穴皆有居 (조소수혈개유거)   날짐승도 길짐승도 제 집에서 머물거늘

顧我平生獨自傷 (고아평생독자상)   돌아보니 내 평생은 아픔으로 살았노라.

 

芒鞋竹杖路千里 (망혜죽장로천리)   짚신에 대지팡이 천리 길을 떠돌면서

水性雲心家四方 (수성운심가사방)   물처럼 구름처럼 가는 곳이 내 집이라.

 

尤人不可怨天難 (우인불가원천난)   어찌 사람을 탓하고 하늘을 원망하리.

歲暮悲懷餘寸腸 (세모비회여촌장)   해마다 해 저물면 가슴은 미어졌노라.

 

初年自謂得樂地 (초년자위득락지)   어려서는 넉넉한 집안에서 행복했고

漢北知吾生長鄕 (한북지오생장향)   한양 땅이 내가 자란 고향이어라.

 

 

簪纓先世富貴人 (잠영선세부귀인)   대대로 조상들은 부귀함을 누리었고

花柳長安名勝庄 (화류장안명승장)   꽃 피는 장안에서 이름 높은 가문이었다.

 

隣人也賀弄璋慶 (인인야하농장경)   이웃들은 나 태어나니 아들이라 기뻐했고

早晩前期冠蓋場 (조만전기관개장)   머지않아 장원급제 출세를 기대했네.

 

 

髮毛稍長命漸奇 (발모초장명점기)   머리카락 자라나니 팔자가 기구하여

劫灰殘門飜海桑 (겁회잔문번해상)   뽕나무 밭 바다 되듯 집안이 쇠락하니

 

 

依無親戚世情薄 (의무친척세정박)   의지할 친척 없고 세상인심 각박하고

哭盡爺孃家事荒 (곡진야양가사황)   부모마저 돌아가니 집안은 무너졌노라.

 

終南曉鍾一納履 (종남효종일납리)   남산 새벽 종소리에 짚신 한 짝 둘러메고

風土東方心細量 (풍토동방심세양)   나라 곳곳 헤매이며 시름을 가득 채워

 

心猶異域首丘狐 (심유이역수구호)   마음은 고향 그리는 여우가 되었지만

勢亦窮途觸藩羊 (세역궁도촉번양)   형세는 울타리에 뿔 걸린 양이러라.

 

南州從古過客多 (남주종고과객다)   남녘에는 예로부터 나그네 많았다지만

轉蓬浮萍經幾霜 (전봉부평경기상)   이 내 몸은 부평처럼 떠돌기가 몇 해였나.

 

搖頭行勢豈本習 (요두행세기본습)   머리를 조아림이 어찌 본마음이랴.

掩口圖生惟所長 (엄구도생유소장)   입 놀리며 사는 것이 버릇이 되었구나.

 

光陰漸向此中失 (광음점향차중실)   이리 사니 차츰차츰 세월을 잊게 되어

三角靑山何渺茫 (삼각청산하묘망)   삼각산 푸른 모습 생각하니 아득하네.

 

江山乞號慣千門 (강산걸호관천문)   떠돌며 구걸한 집 수도 없이 많았지만

風月行裝空一囊 (풍월행장공일낭)   떠돌이 행장은 늘 비어 있었으니

 

 

千金之子萬石君 (천금지자만석군)   돈 많은 부자들과 만석지기 부자들의

厚薄家風均試嘗 (후박가풍균시상)   후하고 박한 가풍을 모두다 맛보았네.

 

身窮每遇俗眼白 (신궁매우속안백)   신세가 초라하니 늘 눈총만 받았었고

歲去偏傷鬢髮蒼 (세거편상빈발창)   흐르는 세월 속에 머리만 희었도다.

 

歸兮亦難佇亦難 (귀혜역난저역난)   돌아가기 어렵지만 머물기는 더 어려워

幾日彷徨中路傍 (기일방황중로방)   길 위에서 헤매기가 몇 날이고 몇 해인가.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