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며 배우며/시 더읽기

같은듯 다른듯2(김광섭과 김유선)

New-Mountain(새뫼) 2016. 4. 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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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네이버 출처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 1968. 월간문학(月刊文學)





김광섭 시인에게

김유선

 

60년대 초 당신이 살던 성북동에서는

비둘기들이 채석장으로 쫓겨 돌부리를 쪼았다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성북동에 비둘기는 없는 걸요

채석장도 없어요.

요즈음은 비둘기를 보려면

도심으로 들어와 시청광장쯤에서

팝콘을 뿌리지요

순식간에 몰려드는 비둘기떼

겁없이 손등까지 올라와

만져도 도망가지 않고

소리쳐도 그냥 얌전히 팝콘을 먹지만

나머지 부스러기 하나마저 먹으면

올 때처럼 어디론지 사라져버리는

비둘기를 만날 수 있어요, 그 때에는

눈으로 손으로 애원해도

다시 오지 않아요

- 1995. 별이라고 했니 운명이라고 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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