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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잡기
김 종 삼
심청일 웃겨보자고 시작한 것이
술래잡기였다.
꿈 속에서도 언제나 외로웠던 심청인
오랜만에 제또래의 애들과
뜀박질을 하였다
붙잡혔다
술래가 되었다.
얼마 후 심청은
눈 가리개 헝겊을 맨 채
한동안 서 있었다.
술래잡기 하던 애들은 안됐다는 듯
심청을 위로해 주고 있었다.
- 1969년 삼애사에서 발행한 『십이음계』
간(肝)
윤 동 주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肝)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山中)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는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龍宮)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沈澱)하는 프로메테우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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