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며 배우며/시 더읽기

같은듯 다른듯(김춘수와 장정일)

New-Mountain(새뫼) 2016. 4. 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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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춘 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意味)가 되고 싶다.

 - 1961,신구문화사, 한국전후문제시집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김춘수의 꽃을 변주하여

장 정 일

 

내가 단추를 눌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속 버튼을 눌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 길안에서의 택시 잡기, 민음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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