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며 배우며/시 더읽기

옛소설을 시로-1(서정주와 박재삼)

New-Mountain(새뫼) 2016. 3. 1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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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 유문(春香遺文)

춘향(春香)의 말3

서 정 주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 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兜率天)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어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되어 퍼불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여요.

?서정주 시선?, 1956



흥부 부부상(夫婦像)

박 재 삼

  

흥부 부부(夫婦)가 박덩이를 사이하고

가르기 전()에 건넨 웃음살을 헤아려 보라.

()이 문제리,

황금(黃金) 벼이삭이 문제리,

웃음의 물살이 반짝이며 정갈하던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없는 떡방아소리도

있는듯이 들어내고

손발 닳은 처지(處地)끼리

같이 웃어 비추던 거울면()들아.

 

웃다가 서로 불쌍해

서로 구슬을 나누었으리.

그러다 금시

절로 면()에 온 구슬까지를 서로 부끄리며

먼 물살이 가다가 소스라쳐 반짝이듯 서로 소스라쳐

()웃음 물살을 지었다고 헤아려 보라,

그것은 확실히 문제다.

 

춘향이 마음, 신구문화사,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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