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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마모된 형체,온몸을 흐르는 찢긴 자국이여. 견디지 못할 온갖 능욕도 떳떳한 역사로 알아 아직도 살아 있는 생명이여.
봄이 오고 계절이 바뀌고 지난 가을 제 에미를 죽이고 번식했을 어린 벌가지들이 발끝을 간지러도 미소를 모르는 안타까움은 큰 통곡이라도 남기고 금시 주저앉을 것 같은데 무에 미련이 많 아 묵묵히 자리지킨 누천년 세월.
찢긴 가슴에는 무엇이 있는가. 쉼없이 스쳐가던 바람 속에서 맡았던 전장의 비린내, 목적지 없이 그저 걷기만 하던 젊은 과부들의 긴 행렬, 젖먹이들의 울음....
살아 있어 한번 쯤은 굳게 담은 입을 열 듯도 한데 말이 없구나, 石像이여 무딘 살갗 속으로 흐르는 뜨거운 피여. 아득히 먼 그 날을 기다리는가. 그 날까지 침묵만 지키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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