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드리며, 부탁드리겠습니다
국어 선생이어도 말 주변이 많이 부족한 관계로 이렇게 몇 자 글로 인사를 대신하려 합니다. 올해 부평여고 3학년에서 여러 선생님을 돕게 된 신영산입니다.
열두 분을 모셨지만, 이 중에는 새로 부평여고로 오신 분도 있으시고, 함께 근무하였어도 그간 간단한 인사조차도 나누지 않은 분들도 있으신 듯합니다. 아니 이렇게저렇게 여러 말씀을 나눈 기억이 있다 해도, 새 사무실에서 3학년으로 마주하게 된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어색할 수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개콘에 이런 코너가 있더군요. 세상이 싫어하는 ‘네 가지’. ‘인기없고’, ‘촌티나고’, ‘키작고’, ‘뚱뚱한’. 딸애가 문득 그럽니다. 아빠는 이 네 가지 모두를 피해갈 수 없다고. 곰곰 새겨 보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거기 덧붙여 다른 ‘네 가지’도 있습니다. 3학년부장은 처음이며, 아니 학년 부장이 처음이며, 마지막 3학년 담임은 3년 전이었으며, 그 때도 신통치 않은 진학 실적이었다는 것.
그렇게 스스로를 인정하니 여러 선생님들 앞에 서기가 죄송스러워집니다. 12분의 선생님을 모셔야 하고, 420여명의 학생을 이끌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제 능력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3학년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았을 때, 흔쾌히 그러마고 답을 못한 것도 그런 제 자신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부끄러움을 숨기고 여러 선생님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노고나 능력에는 당연히 미치지 못하겠지만, 부지런하게 발로 뛰어다니는 도움 정도야 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좁은 생각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또 여러 선생님들이 혹 겪게 될지도 모를 불편함을 어느 정도는 대신 감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안이 한 생각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이 좁은 교무실에서 여러 선생님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곳을 원하셨던 선생님보다는 원하시지 않았던 선생님들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고됨을 저나 선생님들께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 고됨을 덜어드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고, 제 재주로 고됨을 일순 줄일 수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만, 고됨이 고됨처럼 여겨지지 않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 제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선생님들을 돕고 섬기면서 일 년을 보내고 싶습니다. 아울러
‘키작고’, ‘촌티나는’ 것은 영원히 극복할 수 없는 천형입니다만, 그래도 앞으로 1년간 여러 선생님을 위해 ‘인기없는’ 것은 극복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제 자신을 위해 ‘뚱뚱함’도 이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새로 3학년을 시작하는 소박한 제 목표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부탁드리겠습니다.
2013년 2월 19일
신 영 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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