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시,부

정민교의 한시, '군정을 탄식하며(군정탄)'

New-Mountain(새뫼) 2022. 3. 2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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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丁歎(군정탄)

 

鄭敏僑(정민교, 1697~1731)

신영산 옮김

 

 

朔風蕭瑟塞日落 삭풍소슬새일락

孤村有女呼天哭 고촌유녀호천곡

牛山歸客不堪聽 우산귀객불감청

駐馬欲問心悽惻 주마욕문심처측

 

自言其夫前年死 자언기부전년사

夫死幸有兒遺腹 부사행유아유복

生男毛髮尙未燥 생남모발상미조

里任報官充軍額 이임보관충군액

襁褓兒付壯丁案 강보아부장정안

旋復踵門身布督 선복종문신포독

昨日抱兒詣官點 작일포아예관점

天寒路遠風雪虐 천한로원풍설학

歸來兒已病且死 귀래아이병차사

肝膓欲裂胸臆塞 간장욕렬흉억새

深寃入骨訴無地 심원입골소무지

窮窘寧不呼天哭 궁군녕불호천곡

 

爾婦此言眞可哀 이부차언진가애

 

余一聞之長太息 여일문지장태식

先王制民德爲先 선왕제민덕위선

匹夫匹婦無不獲 필부필부무불획

昆蟲之微亦與被 곤충지징상여피

矧復無告吾惸獨 신복무고오경독

朝家設法本有意 조가설법본유의

簽丁要使軍伍足 첨정요사군오족

法行之久弊反生 법행지구폐반생

邇來最爲生民毒 이래최위생민독

丁男有限色目多 정남유한색목다

遂令搜括及兒弱 수령수괄급아약

縣官惟知畏上司 현관유지외상사

利己寧復恤民戚 이기녕복휼민척

只存虗名混侵虐 지존허명혼침학

白骨之徵尤爲酷 백골지징우위혹

八域同疾民半死 팔역동질민반사

如汝幾處呼天哭 여여기처호천곡

吾王念此憂形言 오군념차우형언

十行絲綸頻懇曲 십행사륜빈간곡

廟堂無策但坐視 묘당무책단좌시

已矣此法無時革 이의차법무시혁

 

爾婦且莫呼天哭 이부차막호천곡

呼天從來天不識 호천종래천부식

不如早從黃泉去 부여조종황천거

更與爾夫爲行樂 경여이부위행악

 

 

군정을 탄식하며

 

북풍은 싸늘하고 변방의 햇살은 기우는데

외딴 마을 한 아낙이 하늘에 부르며 통곡하네.

우산에서 돌아오던 나그네는 듣고 그냥 못 지나쳐

말 멈추고 물어보니, 마음이 서글프고 측은하도다.

 

아낙네가 말하기를, “남편은 지난 해에 죽었는데

남편은 죽었지만 다행히도 유복자를 남겼지요.

아들이라 낳았어도 머리칼은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이임(里任)이 관아에 보고하여 군액(軍額)에 충원됐네요.

강보에 싸인 아이 장정의 군적(軍籍)에 올리고는

다시금 문에 와서 신포(身布)를 바치라고 독촉하데요.

어제는 아이 안고 관가의 점고(點考)에 나갔는데

날은 춥고 길도 먼데 바람과 눈까지 혹독했지요.

돌아오니 아이는 이미 병이 들어 죽었으니

간장이 갈가리 찢어지고 가슴이 미어졌다오.

원한이 뼛속에 사무쳐도 하소연할 데 없으니

곤궁한 이내 신세 하늘에 어찌 통곡 않겠소이까?”

 

“여보게, 아낙이여, 그대 말이 참으로 슬프구나.”

 

내 한 번 들어보니 긴 탄식을 그칠 수 없었도다.

선왕께서 백성을 다스릴 제 덕이 먼저 하였으니

보잘것없는 남녀 모두 구하지 못하는게 없었구나.

벌레 같은 미물들도 또한 함께 살아가게 하셨는데

하물며 의지할 수 없는 내개 어찌 고할 수 있겠는가.

조정에서 새로 법을 만들 때는 본래 뜻이 있었으니

첨정(簽丁)이란 다름 아니고 군대를 충족하기 위함이었네.

법 시행이 오래 되면 폐단이 도리어 생기니

근래에는 백성들에게 가장 큰 고통이 되었다네.

정남(丁男)은 한정되어 있으나 명목이 너무 많아

마침내 수탈하는 명 내리니 아이까지 미쳤구나.

관아의 구실아치 오직 윗전만 두려울 뿐이고

제 잇속만 채울 뿐이니 백성의 근심을 어찌 돌보리요.

다만 가짜 이름만 남아있어 포악하게 학대하고

백골에도 징수하니 더욱더 참혹하구나.

팔도 모두 괴로우니 백성이 태반이나 죽었는데

자네처럼 몇 군데서 하늘을 부르면서 통곡할까.

나랏님도 이것을 생각하사 근심스레 말씀하여

열 가지 조서(詔書) 내려 빈번히 간곡하게 하셨지만

조정에선 대책없이 그저 앉아 보고만 있을 뿐이니,

영영 끝이로다. 이 법이 고쳐질 날 언제인가.

 

“아낙네여, 하늘에 부르짖으며 통곡하지 마시게나.

하늘에 불러봐도 예로부터 하늘은 알지 못하니

아무래도 일찍이 황천길로 떠나가서

다시 자네 남편 만나 즐거움을 즐기기만 못하리라.”

 

* 이임 - 지방의 동리에서 호적에 관한 일과 기타 공공사무를 맡아보던 사람.

* 군액 – 나라에서 필요한 군인의 수효.

* 군적 – 군인들의 명부.

* 신포 - 병역이나 부역 대신에 바치던 무명이나 베.

* 점고 - 명부에 일일이 점을 찍어 가며 사람의 수효를 조사함.

* 첨정 - 장정을 군적에 올려 기록하는 것.

* 정남 – 군대에 갈수 있는 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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