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병자일기

무인년(1638) - 4월

New-Mountain(새뫼) 2022. 3. 1. 10:29
728x90

사월 작은달 정사

 

갑오 초하루

맑았다.

종들이 서로 품앗이를 가 피 가릴 사이가 없다.

 

4월 2일

맑았다.

요사이도 영감께서 나오신다는 기별을 듣지 못하니 답답하고 민망하다.

오후에 소나기가 오고 광풍과 천둥이 매우 심했다.

집 종 하나와 정수가 벗고개 논을 갈려고 도로 갔다. 어두워질 무렵에 남진사, 박진사, 두림이가 모두들 모이니 든든하고 마음 반가우나 심양 기별을 밤새 바라다가 선문 기별도 없어 두림이가 내려오게 되니 답답하고 민망하다.

남진사를 보니 여산에서 아침저녁으로 함께 있던 일을 다시 보는 듯하다.

 

4월 3일

간혹 맑았다가 흐렸다.

벗고개 논 열세 마지기를 삶았고, 집의 종 넷과 용수가 갔으나 못다 삶았다.

 

4월 4일

맑았다.

오늘 마저 둘이 가서 논을 삶고, 나머지 종들은 고기잡이를 가서 고기를 잡아서 천계의 제사에 쓰려고 한다.

밤의 꿈에 영감도 뵈었으나 쓸데없는 꿈이라 마음이 번거롭다.

용수가 돗골 논 열네 마지기와 또 두 마지기를 병작으로 하려고 씨를 가져갔다.

 

4월 5일

맑았다.

천계의 기일이라 제사를 지내고 나니 새삼스러이 마음이 그지없으니, 어찌 내 자식들은 사람 일을 알 만하여 죽으니 더욱 서럽고, 어려서 죽은 아이들은 생각도 아니 한다고 하겠지만, 두 아들은 십삼 년씩, 이십오 년씩 나를 빌려 어미와 아들 되어 살뜰히 사랑하며 다 없게 되니 알지 못할 일이로다.

내 무슨 죄 때문에 이렇게 간장을 태우게 하시는가? 어느 날, 어느 시에나 마음이 누그러져 풀릴까. 내가 인간 세상을 버린 후에야 잊을까 한다.

오늘 남진사를 보내니 섭섭하고 마음이 언짢다. 창황한 중에 함께 가 지냈던 것이니 어찌 각별하지 아니하겠는가.

오후에 홍주삼 씨가 다녀갔다. 강을 건너셨다는 기별도 없고, 도적놈 나라가 시끄럽다 하더니 무슨 까닭인지를 모르니 더욱 답답하다.

 

47

맑았다.

꿈에 영감을 뵈옵고 서울에서 오는 사람을 기다렸더니 식전에 수야가 들어와, 지난달 십팔 일에 보낸 영감의 편지를 가져와 보니 기운은 평안하시나 호황이 돌아와야 오실까 싶으니, 이 도적놈은 쉽게 죽어야 할 텐데 하였으나, 도리어 쉽게 무사히 나왔으면 싶다.

오늘 흙당 논을 마저 삶으러 씨 세 말 가져가고 더러는 월탄도 가고 장에도 갔다.

 

48

맑았다.

꿈에 영감을 뵈었는데 꿈자리가 번잡하다.

달 아래에서 진사와 두림이가 등불을 만들어 달고 보니 옛일을 생각하며 슬퍼한다.

오늘 망남이가 노루 두 마리를 잡았다.

 

49

맑았다.

거리실 논에 집의 총 여섯과 용수, 재소, 안소. 정수가 씨 일곱 말 가지고 갔다.

돌샘골 올벼논을 매러 수야와 용수 아내와 집의 계집종 넷이 갔다.

홍판사댁이 쇠일에 와 계시다가 월탄으로 가신다고 홍생원과 함께 와서 다녀가셨다.

상청 두 분과 종 아홉을 다 점심 해서 먹였다.

 

410

아침에 흐렸다.

박진사가 서울로 가면서 기송이를 데리고 갔다. 이천 고을에 노루 가죽 벗기는 연장을 익히러 간 것이다.

돌샘골 논에 집의 총 여섯과 정수네도 서로 품앗이로 일했다

 

411

맑았다.

집 종 여섯 명은 김매러 가고, 집 종 넷과 정수는 짐승 다섯 바리를 끌고 장나무 하러 갔다.

 

4월 12일

맑았다. 밤중에 비 떨어졌다.

날씨가 하도 가무니 보리도 못 먹게 되고 만물이 다 타니, 하늘이 그래도 모든 백성을 아니 살려내시겠는가 하면서도, 이렇게 가뭄이 극심하니 민망하다.

꿈자리가 번잡하니 몸과 마음이 아득하여 이런가? 꿈을 깬 후에는 생각도 나지 않는다.

저녁에 덕남이가 오니 상주와 영월의 편지를 다 보았다.

 

413

맑았다.

흙당 논을 다섯이서 김매었다. 연총이에게는 나무 두 바리를 베게 했다.

 

414

맑았다.

축이와 충이가 강릉에 짐을 받으러 갔다.

흙당 논에는 다섯이 김을 매고 거리실 논에는 집 안의 종 넷과 정수까지 다섯이 씨 세 말 가지고 삶으러 갔다.

며칠 전에 숭선의 이민급 씨가 벼 두 섬을 보내주시니 고맙다.

 

415

밤중에 비가 오다 새벽에 개다 아침에 흐렸다.

흙당 논에 다섯이서 김매었다.

오후에 비가 잠깐 오다가 밤중에 비 시작하고 하고 천둥이 쳤다.

집에 남은 종들은 외양간 세 칸을 크게 짓고, 망남이는 사냥 갔다.

 

416

종일 비가 왔다.

종들은 집에 들어왔다.

 

417

아침에 비가 조금 왔다.

흙당 논에 넷이서 김매었다. 거리실 논 부치는 일에 집의 종 셋과 용수, 정수가 씨 여섯 말 반, 찰벼 두 말까지 여덟 말 반이 갔다.

기송이를 박진사가 서울 갈 때 데리고 갔었는데 오늘 돌아왔다. 심양 기별도 다시 없고 호황이 돌아와야 영감이 나오시리라고 하니 민망하고 답답하다. 오시게 되었는데 쉽게 못 나오시니 얼마나 답답하실까?

그곳 일을 생각하며 여기서 답답해하는 것이 이러하니, 하느님이 도우셔서 아무려나 쉽게 나오시게 하여 달라고 하늘에 축원한다.

박진사는 간성으로 갔다고 하였다.

 

418

양조부 기제사 지냈다.

제사 지낸 후에 꿈을 꾸었는데 영감을 뵈었다. 목남원과 약주 잡수시고 모여서 즐거워하여 보이시니, 잠을 깨어 꿈 이야기를 하고 또 잠을 잤는데 또 뵈었고, 한곳에 모여서 즐거워 보이니 나오시는 기별이나 오는가 바라노라.

오늘 거리실 논을 마저 부쳤다. 정수와 집의 종 셋이 물을 퍼 올리고 부치러 갔다. 그 논의 씨가 모두 스물세 말인데 모두 벼니, 다시 정수에게 가보라고 하였더니, 황조는 스물일곱 여덟 말 뿌려야 한다고 한다.

오후에 비가 오고 천둥 치고 큰바람이 불었다

 

419

맑았다.

종들이 네 바리의 나무로 평상과 울섶을 갈았다. 거리실 논에 가래질하러 사람 둘이 갔다.

꿈에 영감을 뵈옵고 마음이 든든하니 나오시는 기별이나 들을까 하노라.

오후에 생원 채득기가 함창으로부터 가흥에 와 계시다가 일부러 찾아와 문안을 드리고 가시니 고맙다

 

420

맑았다.

두 칸 넓이 되는 평상같이 나무를 깔고 바자를 깔아놓고 앉으니 웬만큼 시원하다.

거리실 논에 가래질하러 셋이 갔다.

효신이의 어미에게 전에 쌀 한 말을 보냈더니, 소주 아홉 복자와 오리알 열 개를 가지고 왔다. 창증으로 밥을 못 먹으니 조금씩 마시면 낫고, 시골이라도 손님이 이따금 이어서 오시니 대접하느라고 그리 한 것이다.

 

421

맑았다.

정장이가 밭을 팥 한 말 여덟 되를 병작한다고 하고 가지고 갔다.

달 밝을 때에는 웬만큼 시원하되, 그믐이 다다르면 더욱 답답하다. 마음이 미칠 듯하니, 공부하는 사람처럼 졸지만, 어찌 세월을 편히 지내리.

안동에서 충일이 편으로 편지를 보내왔다. 병환 때문에 근심하시는가 싶다.

 

4월 22,23일

맑았다.

돌샘골 올벼논을 두벌째 매러 집의 종 아홉과 정수 부부 해서 열하나가 갔다.

충일이가 서울 다녀왔는데 마전한 것으로 안감 두 필, 혜모 한 필, 콩 다섯 말 반을 가지고 왔다.

월탄 홍판사 댁의 사람이 왔는데 정숙이가 왔다고 한다

 

424

맑았다가 늦게 비가 왔다.

돌샘골 올벼논을 집의 종과 노비 여덟이 갈았다.

오후에 은봉이가 왔는데 조별좌가 아픈 지 사십여 일이나 되었는데도 한열왕래증과 또 별다르게 귀밑에 구멍이 나게 되었다고 하니 근심이 그지없다.

덕남이가 서울 다녀왔는데 무생이가 짠 베 한 필은 마전하여 먼저 오고, 청배집 혜아 어미의 베 짠 것도 가지고 왔다. 난리 나서 피란갈 때에 몸에 입은 것만 가지고 나섰는데 여산 가서 의주 댁 면화로 쉽게 여러 필 짜고 개령 면화 가져다가 길쌈들을 하여, 그래도 벗지 않고, 얼고 데지 아니하였으니 모두 다 종들이 아니었더라면 어찌 되었으리.

 

425

흐렸다.

꿈에 영감을 뵈오니 나오시는 기별이나 오는가 한다.

돌샘골 논에 사람 다섯이 김매러 갔다. 두벌째 스물네 사람이 들어서 매었다.

이생원 댁에서 떡과 조기 한 뭇을 보내셨다.

오늘 거리실 논 다섯 마지기를 진만이가 매러 갔다. 집의 종 아홉과 정수 부부, 모두 열한 명이 갔다.

매안 조창원이 오니 반갑다.

 

427

거리실 논을 수야가 마저 매러 갔다. 집의 종 다섯은 정수네 집의 일에 갔다. 망남이가 노루를 잡았다.

 

428

맑았다.

꿈에 사직 어머님을 뵈옵고, 천계의 아이 때 얼굴도 보니 깨어서 마음이 흐뭇하나 아쉽기가 그지없으니, 어찌 자식 하나도 없이 흰 머리카락을 빗으며 슬프고 서러워하며, 죽어서도 어머님을 모시고 가 있는가 싶으니 더욱 마음 아프기 그지없다.

집안에 제비 암수 여남은 마리가 새끼를 쳐서 나는 모양을 보니, 새끼도 날며 안으며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것을 보니, 인간 사람으로서도 저 짐승을 부러워하게 되니 어찌 아니 슬프며 아니 서러우랴. 혜아를 벗을 삼아 소일하니 이 사람들이 아니면 어찌하리.

청풍의 세미가 공 세 필을 하여 왔으나, 도로 준 것은 그래도 노비와 주인 사이라서 인심을 쓰노라 준 것이고, 명옥이의 공도 쌀 한 말 반, 참깨와 찹쌀 각각 한 말 하여 왔다.

오늘도 정수가 집안일을 계속하느라고 제가 농사하는 논을 묵히게 되니, 이것도 알곡식이라 이틀을 모두 사람 열셋을 모아 매어 준다. 이것도 품앗이로 맨 것이다.

 

4월 그믐날

밤에 비가 왔다. 어제 어두울 무렵에 천둥과 벼락을 치다 밤에 비 오다. 아침에 흐리고 늦게야 개었다.

꿈에 사직 어머님을 뵈오니 마음이 든든하다.

장남이가 제천장에 갔다가 덕남이를 만났는데, 닷젓골 댁이 병이 중하여 대소변을 다 싸신다고 하니 그런 근심이 없다.

월탄에서 한이 제 나라로 나왔다고 기별하였으니 이제나 나오실까 하노라.

흙당 논에 사람 여덟이서 김매러 갔다. 정수 부부, 장남이의 아내까지 열하나가 다섯 마지기 올벼 논을 두 벌째 마저 매었다. 두 곳의 올벼 논 열두 마지기를 두 벌씩 다 매었다.

저녁에 소나기가 왔다.

 
728x90

'고전총람(산문) > 병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인년(1638) - 6월  (0) 2022.03.01
무인년(1638) - 5월  (0) 2022.03.01
무인년(1638) - 3월  (0) 2022.03.01
무인년(1638) - 2월  (0) 202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