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병자일기

무인년(1638) - 2월

New-Mountain(새뫼) 2022. 3. 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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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 을미

 

2월 1일 초하루

충주의 종들이 반정까지 마중을 나왔다. 장남이의 집에서 잤다.

 

2월 2일

비가 왔다.

정수 어미의 집에 오니 집도 무던하고 종의 집에 오니 편하다.

홍정 댁에서 술 한 병을 보내었다. 어느 곳에 가더라도 종이라는 것이 우연하지 않다.

 

2월 3일

맑았다.

여산 종들 계집종과 사내종을 합해서 아홉을 데리고 오다가 반석 오는 길에서 다 보내고, 이른동이, 수복이, 수길이는 저희 말을 두 마리 가져왔기 때문에 충주에 와서 돌아갔다.

영월 사람이 소를 가지고 마중을 나와, 두 바리의 양식과 말 먹이를 갖추어주니, 어디로 가나 난리 중이지마는, 이상하게도 우리에게는 먹을 사람이나 오가는 사람들이 모여드니 이상한 일이다.

천남이가 홍판사를 만나보러 갔다.

 

2월 4일

맑았다.

오장이 서울로 갔다. 파주, 광주, 풍양의 한식 제사 제물을 차려서 수야하고 함께 갔다.

효신이의 어미가 우리 왔다는 말을 듣고 술 한 병과 알젓을 가지고 와서 보이니 반갑다.

 

2월 5,6일

간혹 맑았다 흐렸다 하다가 비가 조금 왔다.

충일이와 그 아내와 그리고 명옥이가 떡, 술, 안주를 하여 왔다.

 

27

흐렸다.

청풍 원님이 와서 문안을 드렸다.

 

28

비가 왔다.

수원의 선탁이와 녹화의 남편이 왔고, 거기의 종과 아이까지 여덟이 고달프고, 의지하여 살 것이 없다 하니 불쌍하기 그지없다.

 

29

대기를 지내니, 심양에서도 생각하시겠거니 하며 설워한다.

길을 떠난 후에 세 번 꿈에 영감을 뵈옵고 어제도 꿈에 뵈오니, 서울에 편지나 왔는가 교지나 내렸는가 바라노라.

선탁이가 오늘 갔는데 보리 씨 네 말과 무명 한 필을 주어 농사철에 쓰라 하고 보리나 갈라고 하다.

 

210

종일 흐리고 눈이 조금 왔다.

꿈에 영감을 뵈옵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깨니 흐뭇하기가 그지없다.

오늘 충신이의 아내가 소주 한 병과 경단을 하고 종들 떡과 술을 해다가 먹이고, 제 시어머니를 말을 가져와서 데려갔다.

하인도 슬기로워서 서울에서 제가 한창 어려울 때 행랑에 와서 지내던 일을 잊지 않고, 또 인사를 알기에 전의 일을 생각하노라.

우리가 잡은 밥집에 가서 술 네 동이를 가지고 왔다.

 

211

흐렸다.

 

212

맑았다.

요사이는 기운도 계속 불편하고 창증도 심한지라. 어찌 기력이 온전하리오.

 

213,14

맑았다.

홍판사가 월탄에서 보려고 찾아오시니 반갑기가 그지없다.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는 열아흐렛날에 이참봉 댁과 목계 조지평 댁도 다 오신다고 부디 나를 오라고 청하러 오신 것이다.

요사이 집안사람들마다 꿈에 영감을 뵈온다고 하니 이 봄에는 나오실까 하노라.

청풍의 세미가 와 다녀갔다.

 

215

아침에 흐리다가 늦게 개었다.

이안의 밭에 보리 갈려고 소 두 마리와 열 명이 보리 씨 열여섯 말을 가지고 갔다.

꿈에 영감도 뵈옵고 죽은 아이들도 보되, 어릴 때처럼 보여 하늘나라인지 머리 위인지 분간하지 못하고, 머리를 빗겨 땋아 보이며 반가워하다가 깨니, 저의 혼령이 없지 아니하여 나에게 보이되, 어른 얼굴은 뵈지 아니하니 서러운 정을 다 이르랴.

불쌍하도다, 내 자식들. 아깝도다, 내 자식들. 시절이 이러하다 해도 하나라도 있으면 이리 내 몸이 외롭고 서러우랴. 대양 간과 쓸개는 베는 듯 탁탁하니, 생각하고 서러워하여도 할 바가 없으니, 내 마음을 내 위로하며 이리 헤아리고 저리 헤아리며 그리워한다.

내 자식이면 나를 묻고 죽으련마는, 스물다섯 해 나를 빌려 남에게 없는 모자 되었더니, 섧게 여의니 상사람들이 하는 말로 전생의 죄가 이러한가.

이승에서 그리 사나운 일을 말고자 하는 내 마음이로되, 어찌 하늘이 보셔 무지한 상사람들도 자식이 많은데 이렇게 하시는가. 갑갑할 적에는 공평하신 하늘을 원망하고, 전생의 내 죄런가 하니, 한시라도 헤아리는 이내 생각을 수레에 다 싣겠는가.

중방 엄이와 충신이가 소주하고 오리알 삶아다 주었다.

 

216,17

맑았다.

녹두 갈기 대여섯 말을 품앗이로 하였다.

집의 나무를 베고 우물을 치웠다.

 

218

맑았다.

꿈에 사곡 어머님도 뵙고, 영감도 뵈오니, 푸르스름한 약을 가져다주시고, 일가 사람들이 모여서 즐기는 것으로 보이니, 서울에서 교지나 내리는가 그것만 바람이로다.

 

219

흐리다가 늦게 개었다.

월탄에서 교군을 보내셨기에 갔더니 이참봉댁, 조지평댁, 이진사댁, 이생원댁, 박생원댁이 모여 계셨다. 모두들 모여서 술잔 받드노니 홍판사 생일이더라. 난리 후에 저렇게 일가들이 모여서 지내시니 그지없어 보이더라.

조지평이 나에게 문안을 드리신다. 거기서 잤다.

 

220

목계로 가시는 배에 나도 함께 타고 오다가 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홍판사가 또 배에까지 약주를 가지고 내려오셔서 모여 잡숩고, 하도 극진히 하시니 그런 감격스러운 일이 없더라.

배 위에서 서로 이별하고 다른 이들은 목계로 가시고 나는 이안으로 왔다.

 

221

맑았다.

홍주삼 씨가 다녀가셨다.

목계 조지평 댁에서 간절한 편지를 보내시고 소금 세 말, 생꿩과 생선 각 한 마리, 게젓 열, 단간장 한 항아리를 보내시고, 이참봉댁도 편지를 보내셨다.

저녁에 쇠산이가 왔는데 할미는 죽을 뻔하다가 살아났다고 하니 한편으로 귀하다.

영감께서 정월 초엿샛날 하신 편지가 한형길 나오는 편에 왔다. 편지를 보니 손발이 마목하고 기운이 어지럽다고 하시니, 더욱 염려가 그지없어 하노라.

축이가 청풍 갔다가 다녀왔는데 송생원댁의 편지를 보게 되니 반갑다. 여산 기별도 듣고 삼등댁이 상주로 가셨다는 것도 들었다.

서울 사람을 겨우 기다리니 목지평의 편지를 보니 교지 기별도 없고 두륙이가 광주에 남도여님의 장례에 왔다가 편지를 보냈다.

 

2월 22일

맑았다.

집을 헐어서 더 짓고 고쳤다.

 

223

맑았다.

새로 세 칸 집을 세웠다. 충이가 경상도 공물을 받아왔다.

 

224

맑았다.

월탄과 목계에서 선물 받은 것을 조금씩 보내었더니, 다들 편지를 간절히 하여 보내셨다.

 

225

망남이가 노루를 세 마리 잡았다. 집에 지붕을 이었다.

저녁에 비가 조금 왔다.

 

226

맑았다.

종들이 싸리나무와 외를 하러 세 바리를 가져갔다. 축이가 서울서 온 남은 솥과 그릇을 가지러 충일이의 배에 갔다.

닷젓골 생원이 영월로부터 오니 반갑고 마음 든든하다.

 

227

맑았다.

꿈에 사곡 어머님을 뵈오니, 음식상을 앞에 놓고 잔을 드시면서 즐겨하시고 기뻐하시니, 이날 여산에서 지내던 일을 연고가 있어 못하여서 차려두고 왔는데, 이날 분향하고 바깥 뜰에다 배석을 깔고 엎드려 있다가, 밤중 후에 들어와 옷을 입은 채로 졸고 있었더니, 또 칠첩반상을 차려놓고 기쁘다고 하시면서 말씀을 많이 하시고, 영감께서도 보이시니 흐뭇하고, 지내던 일을 굽어보신 것인가 싶어서 그지없이 기쁘다.

영감께서 옷을 더워하시는가 싶거늘 바삐 하여 보고, 청지기가 가라치를 찾는 소리를 듣고 이런 때도 보았는가 하니, 산희가 들어와서 말이 콩 재촉함을 보고, 온 집안이 다 즐거워 보이니 마음이 기쁘고 든든하여 꿈 이야기를 모두에게 말하였더니, 오후에 월탄에서 편지 오니 목계의 이진사께부터 영감께서 나오신다는 기별이 계시니 이런 시원하고 기쁘기를 어찌 다 이르리.

도리어 마음이 어린 듯, 한 듯하니 꿈을 생각하고 그지그지 없어하나 동궁전하만 모시고 나오신다면 더욱이나 오죽 기쁠 것인가.

 

228

맑았다.

닷젓골 댁의 쌀을 팔러 축이가 영월 장에 갔다. 덕남이와 함께 세 바리를 팔아왔다

 

2월 그믐날

맑았다.

남생원이 가니 섭섭하다. 스무이렛날 밤에 밤이 되도록 이야기하느라고 밤이 깊어가는 줄을 알지 못하여 한 경쯤 있으니 날이 새었다.

오늘 구들 들이고 바람벽 발랐다.

밤의 꿈에 영감을 뵈옵고 서로 농담하여 뵈오니 나오시려는가, 이 기별이 들어가려는가? 행여나 이 말이 거짓말이나 아닌가 마음을 졸이니 어떠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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