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병자일기

정축년(1637) - 12월

New-Mountain(새뫼) 2022. 2. 2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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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월 큰달 계축

 

을미 초하루

맑았다.

양어머님 기제사를 지냈다. 맏생원과 진사가 제사에 참여하니 든든하나 제관도 없으니 더욱 마음이 말할 수 없이 언짢다.

이진규가 서울 가서 한 편지에 참의는 26, 27일께 서울로 들어오신다고 하였다.

이날 일식을 했다.

윤좌랑 댁에서 떡과 술, 안주를 갖추어서 보내시니 마침 부안 조진사가 와 계시다가 대답하였다. 기쁘다.

이날 밤에 눈이 많이 오고 바람도 크게 불었다.

 

12월 2일

아침에 맑고 추웠다.

윤좌랑댁이 와 계시다가 저녁때에 가셨다.

영감의 편지가 이참의 행차보다 먼저 왔다.

이도사댁도 와 계시다 밤에야 가셨다.

이참의 댁 사람이 서울 갔다가, 심양에서 시월 초나흘날 선전관 행차에 하신 편지를 가져왔다.

 

12월 3일

맑고 추웠다.

조진사가 청주로 갔다.

밥 먹은 뒤에 의주 댁에 내려갔다가 어두울 무렵에 오니, 올라온 후에 이참의 댁 사람이 서울 갔더니, 영감이 동짓달 초이튿날에 하신 영감의 편지와 천남이의 편지를 가지고 왔다.

기운이나 평안하시다고 하니 반갑기 그지없으나, 참의는 서울 오신다고 하나, 우리 집은 어느 날 이렇게 모여서 즐길까.

이해도 다 가니 더욱 갑갑하다.

 

12월 4일

맑았다.

산릉에 갔던 양성립이 서울에서 와서 안부를 물어왔다. 무장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125

맑았다.

꿈에 영감을 뵈오니, 또 누런 베옷을 입고 계시니, 세 번째 뵈오니, 운수 좋을 조짐이로다.

사곡 어머님도 뵈었다.

 

126

흐리고 비가 종일 왔다.

두하 씨가 영월로 가니 그지없이 섭섭하다. 축이가 아랫녘에 갔다.

맏생원이 상주로 가시니 온 집안이 다 빈 듯 섭섭하다.

 

127,8

맑고 추웠다.

꿈에 사직골 어머님을 뵈옵고 영감도 뵈었다

 

129

맑았다.

전에 충이가 회덕에 갔었는데, 목미. 참깨 각각 두 말, 장 한 말, 고리 두 개, 키 하나, 검은 그릇 하나를 보내셨다.

 

1210

맑았다.

꿈에 영감도 뵈옵고 별좌도 본 듯하나, 희미하니 더욱 설워하노라.

이참의가 내일 들르신다 하고, 형님이 몹시 기뻐하시며 내려오라고 하시기에 가 뵈옵고 어두울 무렵에 올라왔다.

판관과 진사가 내려와서 술을 조금 마셨다. 우리 집에는 영감께서 오신다는 기별이 언제나 올까. 생각하면 아득하고 갑갑하며 숨이 막힐 듯한 일이 가슴에 쌓였으니, 어리석은 듯 모르는 듯하며 세월을 보내나, 벌써 이 해도 다하였으니, 기별 듣기만 위하여 바라나 이 사정이 어떠한가.

 

1211

맑았다.

이도사댁이 약주를 가져와 먹이고 가셨다.

이참의가 저문 후에 오시니 그 집안 경사가 이루 말할 수 없으니, 우리 집도 언제 저러할까.

내 사정이 그지없다.

 

1212

맑았다. 형님께서 내려오라고 하시거늘, 가마꾼이 왔거늘 내려가다가 얼음에 가마꾼이 엎어져 떨어지니 우습고, 다리가 많이 상하였으나 기별이나 들어보려고 아픈 것을 생각하지 않고 내려가니, 이참의를 보게 되니 반가우며, 기별이나 자세히 듣자오니 시원하여, 모두 모여서 말씀하다가 밤에 올라왔다.

 

1213,14

맑았다.

이참의가 와 보시고 조용히 말씀하셨다.

 

1215

맑았다.

꿈에 영감을 뵈옵고 다들 만나 보다 깨매 흐뭇하였다.

어두울 무렵에 애남이가 들어왔는데 평안도의 공물은 받지 못했고, 종들 중에 죽은 자들은 없더라고 한다.

식후에 비 시작하고, 바람과 눈이 어지럽다.

 

1216

밤에는 눈 오다가 낮에는 갰다.

이민화 씨가 와서 문안을 드린다. 이판서께서 전갈하시고 꿩 한 마리를 보내시면서, 이 고을 원님께 꼭 안부를 전하여 달라고 하시더라고 한다.

 

1217

맑았다.

신평 유생원 오라버님이 오셨다. 나를 보시고는 금산으로 가려고 하신다.

율무와 쌀과 엿을 고아 가져다주신다. 또 보령 김진사가 오니 반갑기 말할 수 없다. 떡과 약주를 하여 오셔 먹고 밤이 깊도록 말하였다.

 

1218

맑고 따뜻하였다.

오라버님께서는 금산으로 가시고, 김진사는 임실 원님이 파직당하였다는 말을 듣고 바쁘게 새벽에 갔다.

신평에 가서 콩을 팔려고 네 필을 가져가셨다

 

1219

아침에 안개가 끼어 지척을 분간할 수 없었다.

형님이 바리오지에서 오시고 두륙이가 청주로 갔다.

 

1220

맑았다.

중명 씨가 정월 초하루의 제사를 지내러 서울로 갔다.

 

1221,22

맑고 가끔 흐렸다.

망남이가 심양으로 갈 물건들을 가지고 갔다. 버선 하나 크기만한 사탕과 떡을 당작에 담고, 박산 한 당작, 곶감 뽑아 한 접 싸고, 말린 꿩 뜯어서 두 마리, 조기 두 뭇 반, 민어 세 마리, 대구 한 마리, 곶감 또 한 접, 천초 일곱 되, 판관 보내시는 담배 열 덩이, 모두 합하여 자루 셋, 보자기 하나하고 여러 양식 하여 네 필에 싣고 애남이가 정월 초하루 제사에 쓸 제물을 심고 함께 갔다.

이날 꿈에도 영감을 뵈옵고, 내 몸이 여러 날 불편하여 심심하다.

전주 판관께서 이참의 댁에 와서 충청감사와 술잔 받으시며, 박산 세 꾸러미, 청어 세 두름을 보낸다고 단자하여 보내셨다.

전주 부윤께서 박산 두 단, 꿩 한 마리, 곶감 한 접 보내고, 술잔과 술상을 갖추어서 보내고, 여산 원님도 술과 음식을 골고루 하여 보내주시니, 이런 것도 다 영감의 덕분이로다.

이참의 댁에 다 모여 대부인께 식사를 올리고 저렇게 지내시는 일이 저 자제분 아니시면 저렇게 할 수 있겠으며, 대부인께서 아무리 하고자 한들 계시지 않으시면 저러하시랴.

나는 위로 어머님도 아니 계시고, 아래로 자식도 하나 없으니, 무슨 일을 당하여도 아니 슬프고 아니 서러운 일이 없으니, 다만 영감이나 쉽게 조정으로 돌아오시기를 밤낮으로 하늘에 축원하나, 어찌 침식이 편하며 기력을 지켜내리오

또 금산에 종이 갔더니, 꿩 네 마리, 말린 꿩고기 세 마리, 과실들, 단간장, 간장을 보내시니, 친하시나 어렵지 아니한 것은 내 사촌님이시기에 그런가 하노라.

 

1223,24

비와 눈이 섞여서 왔다.

 

1225

맑았다.

꿈에 영감을 뵈옵고 별좌도 먼 데 서 있는 것을 어렴풋이 잠깐 보니, 이래서 일컫는 말이 진실로 꿈이로다.

깨어 흐뭇하고 서러운 정이 무한하여 울며 이른 말이,

다시 뵈고 말이나 하라.’

이른들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매양 가슴속을 사르게 만드니 어느 물로 이 가슴속의 불을 끌까.

 

1226

늦게 눈이 왔다.

영감 또 꿈에 뵈옵고 기운이 날이 저물도록 편하지 않아서 누웠더니, 불을 켜놓고 기운도 편하지 않고 잠도 오지 않아서 앉았다 누웠다 하다, 초경 말에 천남이가 들어오니, 그리 가서 편히 다녀온 일과 영감 평안하신지 묻고자 하나, 그 말을 목이 메고 눈물이 흐르니 묻기를 못하였다.

기운이 그만이나 하시더라 하니 그지그지 없사오나 쉽게 나오실 기한이 없으니 가엾어하노라.

아들자식이라 그리 가 뵙고 오니, 귀하게 여기노라.

 

1227

맑았다.

이 고을 원님께서 중미 다섯 말, 소금 서 말, 게젓 스물을 보내왔다. 어제는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말하다가 닭이 울기에 잤다.

 

1228

맑았다.

이 해는 사람이 사는 것 같지도 않아서, 반 해나 비껴가는 줄 몰라, 세월이 지나니 벌써 올해가 다하고 회포는 이루 다 말할 수도 없어 하노라

 

1229

맑았다.

오늘이 대기일이라 형님댁에서 제사를 지내고, 새로이 슬프오며 저리 가 계셔 얼마나 생각하시랴 생각하니 그지없다.

금구 현령 권현께서 단자하여 유청 각 두 되, 꿩 한 마리, 닭 두리, 말린 청어 두 두름을 보내셨다

 

12월 그믐날

눈이 왔다.

오늘이 섣달 그믐날이라 새삼스러이 마음에 어찌할 바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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