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병자일기

정축년(1637) - 9월

New-Mountain(새뫼) 2022. 2. 2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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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 작은달

 

병인 초하루

맑았다.

 

9월 2,3,4일

맑았다.

홍진사가 김제에서 와서 아침 식사 후에 갔다. 이진규 씨가 송생원 댁 행차를 모시고 왔다고 한다.

목래선이 급제하였다 하고, 관주인이 오는 길에 심양에서 7월 25일에 하신 편지를 가지고 왔다.

 

9월 5일

맑았다.

조엄 오라버님이 홍산으로부터 오시니 반갑기를 다 이르랴. 둘이 울다가 관판을 내러 무주로 가신다고 하면서 그날 가셨다.

쌀 두 말, 민어 한 마리를 가져다 주셨다.

 

9월 6일

맑았다.

오늘이 나의 대기일이라 끝없는 정만 자꾸 생각하노라.

밤중에 천둥 벼락을 하더니 비가 왔다.

조창우가 서울을 다녀서 이리로 오니, 난리 후에 다들 무사하여 만나보니 아무런 일이 없고, 조상들 덕분으로 이런가, 매우 다행한 일이로다. 밤이 깊도록 말을 하였다.

 

9월 7일

맑았다.

조카나 동생이나 이렇게 무사하여 만나보니 조상님 덕분인가 한다. 이틀 밤을 새우며 말을 하되, 잠이 없더라.

 

98

맑았다.

조생원이 가니 섭섭함이 많다.

 

99

맑았다.

두경이와 중명 씨가 천남이를 보려고 다 모였다. 다례 지냈다.

 

910

맑았다.

생일 다례를 지내고, 천남이가 심양으로 가려고 서울로 올라가니 더욱 섭섭하고, 이 사정이 어떠한가. 아들 자식이 귀함을 이때 더욱 알겠다.

 

911

맑았다.

마음도 너무 울적하고 아래 형님도 오라고 하시고 송생원댁도 와 계시기에 보고 오려고 내려가 다녀왔다.

 

912

맑았다.

동생님네와 맏생원, 진사와 모여 뒷동산에 올라갔다. 계사년 무렵에 영감 선비 때에 성재삼에 초당을 짓고 거기서 공부하고 계시더니, 그 터를 올라가 보려 하고 하였으나, 형님이나 동생이나 내가 다 걷지를 못하여서 못 올라가 보고 하도 심심하여 가운데쯤에 가 앉았다가 왔다.

 

913

맑았다.

초어스름에 비가 시작하여 밤 깊도록 왔다.

 

914

맑았다.

남원 사람이 서울 갔다가 목지평의 편지가 오니, 팔월 십구일과 칠월 초닷새에 영감께서 하신 편지로 비변사의 낭청이 갔다 오는 편에 가지고 온 것이었다.

편지를 보니 기운이나마 평안하시다 하니 기쁘기 그지없다.

 

915

바람이 불고 흐렸다.

서리올 이생원댁과 윤좌랑의 별실이 와서 다녀가고 어두워질 무렵에 한산의 이정의 아내도 다녀갔다.

 

916

바람이 불고 흐렸다.

꿈에 영감을 뵙고 말씀하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의 문이 마치 남대문같이 크게 뜬 곳에, 그 좌우에 기이한 대궐 같은 집에서 풍류하는 기구들을 웅장하게 갖추고 선관 같은 사람들 서너 명이 앉아서 무슨 약 같은 것을 웃고 내리거늘, 받아보니, 그 뭉갠 것이 크기가 방미자만큼 되거늘,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내가 절하고 받아서 영감께 바쳐 보이니, 이것은 기특한 운수가 좋은 징조라. 영감이 동궁을 모시고 본국으로 쉽게 돌아오실까 하노라.

이 꿈을 꾼 후로는 더욱 천지일월성신께 축원하지 않는 날이 없고, 아침 해가 돋을 때와 달 떠오를 때 비오니, 어느 날도 무심히 지내오리. 꿈이 기이하니 마음 든든하게 여기며 지내노라.

 

917

맑았다.

중소를 영월로 보내니 섭섭하기가 그지없다.

종들을 풀어서 축이는 청풍과 충주의 곡식을 모으러 다녀오라고 하고, 충이는 춘천에 다녀오라고 하였다.

 

918

꿈에 기운이 평안하지 못하신 듯하여 뵈니, 무병장수 백 세나 누리실 일이로다.

밤에는 비가 오고 천둥 쳤다.

 

919

흐렸다.

의주 댁에서 내려오라고 하시기에 갔더니, 조서방의 생일이라고 모두 모여 지내고, 거기서 잤다.

 

920

흐렸다.

남원 정비장이 와서 청배집이 회덕으로 장례를 치르러 간다고 하기에 올라왔다.

 

921,22

가끔 흐리고 가끔 비가 왔다.

저녁 무렵에 청주에서 창서와 창하가 왔다.

 

923,24

가끔 흐리고 비가 왔다.

조카들이 왔으니 든든하기를 말로써 다 이르라.

 

925

비가 왔다.

 

926

맑았다.

맏형님 댁에 가 함께 모여 지냈다.

의주 댁 형님과 조생원도 오시고, 삼등댁 아우님은 윤판관의 병이 중하시다는 기별이 왔다고 못 오셨다.

 

927

맑았다.

형님과 아우님과 조카들이 다 모여 약간의 술을 마셨다.

내 마음이 더욱 어떠한가 하노라.

 

928

흐렸다.

준홍의 어머니가 가신다고 와서 다녀가셨다.

두경 댁에서는 술과 떡과 안주를 각별히 많이 하여 왔더라.

 

929

조별좌가 갔다.

윤판관의 부음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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