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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의 가사 '북새곡(北塞曲)' 전문 현대어풀이

New-Mountain(새뫼) 2021. 4. 25.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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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가)북새곡-구강.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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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새곡(北塞曲)

 

구강(具康, 1757~1832)

 주해 신 영 산

 

1. 서사

 

가. 봉명

어렵다 북새길에 북새곡을 지어보자.

험하기도 하거니와 멀기도 하리로다.

바로 가면 삼천 리요, 돌아가면 오천 리라.

(2구 판독 불가)

도망한 남의 종을 짐짓 찾을 곳일러라.

(2구 판독 불가)

봉서 유척을 품에 품고 마패는 옆에 찼다.

(2구 판독 불가)

 

나. 한양을 떠남

다락원에 낮말 먹여 솔모에서 잠을 자고

(2구 판독 불가)

그 사이 다섯 고을 하루 만에 지났구나.

(2구 판독 불가)

말 탈 길 없었더라, 짧은 지팡이 깎아내어

(2구 판독 불가)

꼭대기에 앉은 모양 아득하기도 하온지고.

(2구 판독 불가)

이곳에 앉은 줄을 어찌 알리, 우리 가족

(2구 판독 불가)

 

 

2. 노정

 

가. 석왕사

예서부터 북관이라, 깊고 깊다 꺼진 지형

이쪽이 높은 줄을 편으로 알리로다.

앉아 쉬고 서서 쉬니 내려가기 십 리로다.

시절이 구월이라 골짜기마다 단풍나무

다홍 장막 둘렀으며 가을바람 소슬하다.

고산에서 비를 맞고 석왕사 들어가니

반이나마 두른 도롱이 옷 주제 볼 것 없다.

반 넘게 기른 터럭 미운 듯이 취한 중이

손의 모양 걸객이라, 걸객에게 달란 말이

소승 장삼 낡았으니 여벌이 있거들랑

가난한 중이오나, 시주하오.

오백이십 아라한님과 부귀공명 비오리다.

내 대답 들어 보소, 내 본디 가난하여

영흥 고을 걸쳐가니 단벌 큰 옷 벗어 내고

동돌지만 입고 가면 관문엔들 들어갈 손가.

관가에 들어가서 옷가지나 얻게 되면

올 적에 다시 찾아 두루마기 벗어 줌세.

철모르는 민대가리 보채는 일 우습더라.

 

나. 원산과 문천 역촌

덕원으로 가자스라, 원산 마을 들어오니

남관에서 대도회라, 물색이 번화하더라.

북쪽 바다 처음 보니 넓으나 넓은 물이

갠 날에 우렛소리 백만 수레 구르는 듯.

이 소리 종일 듣고 문천 역촌 들어가니

저 건너 다리 아래 사람들이 묶여 섰네.

벌거벗고 물에 들어 연어 잡기 한다거늘

돈 서 푼 손에 쥐고

거짓으로 사겠다고 건너가니

수 척 은비늘의 물고기를 잡아내어

풀망태에 들이치니

보기도 장하거니 저 사람들 시험하여

그중에 미운 놈에게, 이분네 고기 사세.

사려거든 사 가시오, 두 돈 팔 푼 내시려나.

흥정에 에누리를 이전에 들었거니

이분네 욕심 많다, 흔한 고기 값 과하구나.

내 소견과 엉뚱하니 서 푼 받고 파오시오.

어디 있던 키 큰 양반 열없는 말 다시 마오.

아무 철도 모르면서 고기 사자 하는구나.

그저 하나 건네줄까, 이 양반 어서 가소.

있으라면 아니 갈까, 가라 하니 가노매라.

 

다. 고원과 함흥

고원으로 가자스라, 고원 자고 영흥 가니

강청의 연한 과줄 한 조각 뉘 줄쏘냐.

수수엿 유명하니 사다가 요기하세.

이 낭청과 전 집리는 쉽게도 먹거니와

이빨 없는 구생원은 녹이느라 더디구나.

다 먹고 언제 가리, 우물거리며 가자스라.

가고 가고 석양 때에 정평 자고 함흥 가니

함흥 가니 함흥 사람

사람을 알아보기 신통하더라.

우리 이제 종인들을 각각 나누자.

황아짐을 풀어내어

바늘 골무 담뱃대를 수를 갈라 나눈 후에

지 서방과 이 승들은 흥원 북청 바로 가고

이 낭청과 전 집리는 따라서 장진 가세.

서쪽 북쪽 나누오니 부디 부디 거듭 부디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병 없이 다니다가

아무 달 아무 때에 경흥에서 다시 만나세.

육진 칠읍 자세히 살펴보소,

나올 적에 다시 낱낱 들춰 보세.

인정이 그러한가, 마음 약해 그러한지

떠나기도 어렵거니 어느 염려 없었던가.

잘 가서 쉬이 보세, 일찍 들어가 늦게 떠나소.

 

라. 죽령과 부전령

이 사람의 의관 보고 두루마기 몇 조각을

뉘 손으로 기웠는지 조각마다 수십이네.

길이가 짧았거든 소매조차 좁았더냐.

헌 것 넣어 삼은 짚신 뒤축까지 동여매고

꺾어진 채양 갓은 끈조차 이어 매고

곽만 남은 담비털 휘항 턱 아래 매고 매어

바람도 피하려니 얼굴을 감추고자.

귀신인가, 거지인가, 양반인가, 상인인가.

거동이 괴이하거니 그 속을 뉘 알리오.

한 일 자 외통길에 종적을 감출쏘냐.

누설하면 안 되려니 역놈들아 조심하라.

장진이 급하다 하니 어서어서 가오리라.

죽령도 험하거니와 부전령도 무섭더라.

막대기를 턱에 괴고 걸음걸음 서서 쉬니

앉으련들 터가 없다, 눈 위에 앉을쏘냐.

황초령을 바라보니 부전령이 스승이로다.

오르자니 숨이 차고 내리자니 허리 아파

벌써 벌써 죽을러라, 온몸에 땀이로다.

기운이 거의 다하고 정신이 산란하더니

헌 누더기 입은 무리 남편인지 계집인지

어진 자식 등에 업고 자란 자식 손에 끌고

울면서 눈물 씻고 엎어지며 오는 모양

차마 보지 못할러라, 나직이 묻는 말씀

어디에서 좇아 오며 어디로 가려는고.

주려 가는 사람인가, 가게 되면 얻어먹나.

아무 데도 한가지라, 날 따라 도로 가면

자네 원님 가서 보고

평안히 머물러 살게 하여 줌세.

겨우 겨우 대답하되, 우리 살던 곳 장진이라.

여러 해 흉년 들어 살길이 없는 중에

도망한 이들이 갚지 않은 환자를

남아 있는 자들에게 물리려니

제 것도 못 바치는데 남의 곡식 어찌할꼬.

못 바치면 매 맞으니 매 맞고 더욱 살까.

정처 없이 가게 되면 죽을 줄 알건마는

아니 가고 어찌하리, 굶고 맞고 죽을 지경

차라리 구렁에나 염려 없이 묻힌다면

도리어 편할지라, 이런 고로 가노매라.

급히 급히 넘어가자, 이 백성들 살려 보세.

둘째 고개 올라서서 고을 지경 바라보니

열 집에 일곱 집은 휑그러니 비었더라.

읍 안으로 들어가니 남은 집에 곡소리라.

전년에는 이천여 호, 금년에는 칠백 호라.

미혹한 유부사와 답답한 이도호는

나라 법이 중하여도 사람 목숨 아니 볼까.

백성 없는 곡식 받아 그 무엇에 쓰려 하노.

암행어사 출도한 후 명을 전해

이징 족징 없게 하고

허두잡이 호역들을 태반이나 덜어 주고

도망하여 갚지 못한 환자 칠만 석은

덜어 주자 아뢰겠네.

땅 힘은 다하여 없어지고

하늘의 기운은 일찍이 추워져서

모든 곡식 아니 되니 백성이 있을쏘냐.

진에서 읍 되기는 생각하니 그릇되고,

읍에서 진이 되면 도리어 다행일세.

 

마. 육진과 삼수

이리 지나 어디 갈꼬, 육진 지나 삼수 가자.

압록강 곁에 두고 팔백 리 반 넘는 길이

좁으나 다시 좁아 베 너비만 못하더라.

이때는 시월이라, 걸음걸음 빙판이네.

조심하소 실족하리, 저승이 지척이네.

다래 덤불 칡넝쿨을 붙들며 기어가니

팔다리 부었거니 손바닥 덖었더라.

이 언덕 겨우 내려 험한 개울 건너려니

배 이름이 마상이라, 말 먹이는 구유로다.

아무리 위태한들 아니 탈 길 있을쏘냐.

검고 깊고 넓은 물이 산중에서 솟아나니

구당이 이렇던가 황공탄이 여기로다.

집채 같은 큰 배라도 건너기가 매우 어렵거든

버들잎 같은 배 위 칠 척 몸을 실었구나.

굴원선생 조문하기 경각에 있는 중에

넋 없는 말 들어 보소, 저 사공 하옵기를

엊그제 이 배에서 사람이 죽었읍네.

전전긍긍 하올 때에 이 말씀 어떠하니

한 번에 십 년이나 명 짧아지니

아홉 번 무슨 일인고.

무사하게 언덕에 올라가니

염라대왕 넋이 도우신가.

어찌하여서 육진인가

별해와 신방과 묘파로다

자작구비, 강구, 어면

함흥에서는 서쪽이네.

누구누구 지키던가, 만호 권관 있었더라.

관가를 볼작시면 자작 껍질로 이었구나.

담만 못한 성이로다, 조약돌로 쌓았구나.

많은 인가 몇이런가, 진 아래에 서너 집씩

높은 것은 닭의 홰요, 낮은 것은 돼지우리

아전이 군사 되고 군사가 아전 되어

서로 가며 뒤따르니 많을 제는 각각 하랴.

제 모양을 차린다고

일마다 기이한 이야기 나누더라.

다박머리 긴 대답에 통인은 어인 일인가.

귀리는 입쌀이요, 강낭콩은 팥이로다.

바다가 팔구백 리 소금 얻어 먹을쏘냐.

나무 독에 갓김치는 짠 것 없이 담았거니

시 떫고 싱거운 맛 짐짓 그 밥 반찬이네.

기름을 맛보련들 참깨 들깨 있을쏘냐.

불 켜는 양 끝이 없다, 잎갈나무 옹두리나

한 발 되는 겨릅대에 좁쌀 뜨물 무쳐 말려

쇠로 테 한 우물 정자 가운데에

열없이 가로질러

덧없이 타는 동안 반반시도 못되더라.

종이가 지극히 귀해 창 바른 종이 보소.

자작 껍질 엷게 벗겨 더덕더덕 붙였으니

바람은 막으려니 볕이야 보올쏘냐.

보기 싫다 너와집은 육 간 칠 간 한 길이로

되는 대로 지었으니 부엌 칸이 길었더라.

그 안에 무엇무엇 한가지로 있었던가.

소와 돼지 개 닭 짐승 사람과 섞여 자데.

못 살러라 못 살러라, 육진서는 못 살러라.

산돼지와 범과 표범 곰과

이리 승냥이 들소 등등이

뛰며 울며 서며 앉아 밤낮으로 장난하고

아기들을 주워다가 온 이로 삼킨다네.

동지섣달 추울 적에 자란 주목도 못 견디어

언 껍질이 튀어 오를 제 쇠뇌보다 무섭다네.

칠월에 서리 오고 팔월에 눈 오기는

삼 년에 이 년이요, 오 년에 삼 년이라.

오조와 귀리는 겨우겨우 먹거니와

입쌀과 팥 둔 밥은 한평생 동안 맛볼쏘냐.

삼베는 있거니와 무명 보기 쉽지 않다.

갓과 삿갓 쓰려 하니 대와 갈대 있을쏘냐.

도래 좁은 노벙거지 성긋성긋 묶어 썼데.

개 가죽 긴 돌찌는 팔자 좋아 얻어 입고

큰 사슴 가죽으로 지은 통바지

호사바치처럼 겨우 입소.

가난한 이 버선 벗고 검고 낡은 베저고리

한겨울이 다 지나도록 벗을 줄 모르더라.

이러한 사람들이 손님 대접 알까 보냐.

제일 먼저 하는 인사 평안하오 어디 계셔

먼 길에 시장하리, 담배질 하옵소서.

넘어지게 우습구나, 너희 인사

세 번째는 어떻던고.

이리로 들란 말이 안으로 붙으라네.

아무리 붙으라 해도 내외가 각별하다

두 줄 세 줄 담배를 환자처럼 빌려 피니

조선 팔도 없는 일을

삼수 와서 처음 듣네, 담배가 쌀이런가.

 

바. 갑산부

종이 필묵 파는 체하고 길청에 들어가서

전라도 순천 사는 손이

산수 구경하기 겸하여서

무산 고을 가는 길에

집에 들기 극히도 어려우니

주인님네 보살피셔 종이 한 장 붓자루에

글이나 적으시고 저녁 한 그릇 먹인 후에

한 자리 빌려주셔 하룻밤 더 새게 하오.

이 아전 거동 보소, 뒤 보고 앞 보더니

하나둘씩 차차 빠져 문 잠그고 다 나가데.

이 행색이 피폐하나

시골뜨기 인물이 아닌 줄은

맹랑터라 짐작하고 말하기가 괴롭기에

이렇다 아니하고 저절로 피하도다.

열없게 도로 나와 사면을 둘러보니

아무래도 수상한지 관문 밖에 사람들이

오륙 십이 무리 지어 가는 곳만 살피더라.

대여섯 줄 도장 찍은 종이

길가에 빠졌거늘 알아보자 집어 보니

풍헌에게 보내는 전령이라.

환자 급히 갚지 말고, 족징 할까 염려 말라

열서 말씩 가져오면 그대로 받으리라.

우습다 모르던가, 이 전령 본 지 오래

보라 하고 빠트렸거니, 다시 알아 무엇하리.

 

사. 후주와 갑산

후주로 들어가자, 오백 리 험한 산천

간신히 힘겹게 건너 길을 가니

강계 영원 경계이라.

새 읍을 만들자던 의논이 어리석다.

장진 모양 되로리라.

남의 종으로 도망하여 숨은 놈과

사람 죽여 죄인 되어 도망한 놈

오합지졸 모였으니 믿을 것 전혀 없다.

지방은 편협하고 흉년 들면 죽을 데라.

이웃 고읍 멀었으니

물길로 곡식 운반 어이하리.

이십일 만에 갑산 오니 빈 움막도 많을시고.

갚을 때 지난 환자 언덕 같고 산 같고

녹용 진상 어렵더라.

촌사람의 생애들은 무엇으로 하였던고.

산돼지와 물고기를 사냥하여

먹은 환자 바치려니 

몹쓸 원님 오게 되면

강제로 물건 사고 강제로 빼앗는구나.

이뿐만 그러한가,

녹용과 돼지가죽도 그렇구나.

기생들의 가난 보소, 보병 치마 질러 입고

만호 권관 잔칫상에 빌어가면

남병사의 첩이라도 된 듯

기뻐하기 측량 없네, 그 무슨 영화되리.

불면 날리는 메조밥도 변변히 못 먹거니

그 무엇이 기쁘기에 자청하여 가려는고.

한 계집이 서너 서방 응당으로 아는 풍속

본 서방이 좋게 여겨 밤이면 오라 하니

그 사나이 비위도 별나기가

오랑캐보다 심하더라.

달고 감고 참두릅이 이 산 것이 진품이라.

그 국에 국수 만 것 빛도 곱고 맛도 달다

 

아. 무산가는 고개

무산으로 넘어갈 제 지나는 고개 말하리라.

속산령을 내었거든 백산령은 무슨 일인고

험하고 급하도다, 설관령은

하늘을 괴고 있고

멀었구나 이송령은 이송령이 족하거든

구십 리 두메 안에 일곱 고개 형제로다.

저물도록 주렸거니 배곯다 어찌할꼬.

구절령 강팔령을 오를 뜻이 망연하다.

이 외에 열네 고개 높고 낮기 다툴쏘냐.

구름인가 안개인가 뫼도 같고 바다 같다.

활에 상한 겁난 새라, 같은 모양 보게 되면

마음이 황공하고 다리가 떨리더라.

전나무 잣나무에 잎갈나무 섞여 있어

뉘 와서 침노할까, 염려 없이 자랐으니

크기도 크거니와 곧기도 곧을시고

대들보와 배의 삿대 되련마는

있는 곳이 외지고 멀었으니

천하에 뛰어난 장인인들 알 수가 있을쏘냐.

아깝다 이 재목이 눈비에 썩으리라.

갑산 무산 두 산중에 영약도 있으려니

신농씨 멀었으니 맛볼 이 다시 없다.

어찌하여 수리 없고, 어찌하여 새가 없나.

백두산에서 나는 차는 황제의 차이러니

이곳밖에 없다더라.

잎갈 열매 어디 쓰나, 헌 데에 명약이라네.

동인진 다다르니 곤장덕 깎은 고개

이 고개 넘어가면 허항령이 거기로다.

이 고개 넘으려니 사람마다 눈물이라.

허항령 어렵기는 북관에서 유명하니

열 사람 오르다가 다섯 여섯 죽는다데.

산신이 지극히도 험악하여

과객이 조금만 실수하면

목이 공연히 빠지기에 이름이 허황이네.

그러하기 이 고개는 오가는 이 없다 하데.

수천 리 타향 객이 죽고 삶을 모르거니

저 사람들 우는 뜻이 뭔지 모른 이 늙은이

죽으러 가는 일이 자연히 불쌍하니

아무리 북쪽 사람인들

가엽고 불쌍한 마음 없을쏘냐.

죽은들 어찌하리 설마 어떠하올손가.

아무렇거나 금찍더라 삼백 리 긴긴 고개

나는 새도 없을 적에 사람이냐 있을쏘냐.

한 뼘 둘레 나무들이 바람을 못 이기어

뿌리조차 넘어져서 거만하게 누웠으니

이 이름이 진동이라, 진동이 어인 뜻인고.

사람마다 무섭기에 진동한다 하였더라.

뿌리는 검각이요, 키 높이로 장성이라.

주린 종인 넘노라니 기운이 다 하였고

넘어지는 여윈 말을 몇 번이나 일으키니

성황당이 음침하다, 귀신이 있을러라.

나무 끝이 흔들흔들 음산한 바람 일어나며

휘파람 세 마디가 마디마다 슬프도다.

어떠한 이 어찌 죽어 원귀가 되었는가.

일행이 괴상하여 절하며 빈다더라.

메밀 범벅 한 노구와 백지 석 장 걸고 오데.

내 모습 위급하니 사지가 묶이는 듯

말하려니 할 길 없고 얼굴이 검푸르니

곁사람이 황급하여 봉서 마패 거두면서

눈물이 비오듯 하니 속으로 한심하데.

정신을 가다듬어 기운차게 일어서며

술 한 잔 마신 후에

원통하여 속으로 하는 말이

지신들은 호위하여 악귀를 쫓아 주소.

왕명으로 오는 사자 지신인들 모를쏘냐.

봉래 산천 신령들이 또한 우리 신하이라.

아니 돕고 어찌하리 급히 급히 보옵소서.

 

자. 삼지연

이윽고 옛날의 나이로다.

늙은 말을 채질하여

백두산 사이에 두고 삼지연 지나오니

이날 밤 구십 리를 불 없이 올 적에는

두렵고도 위태하더라, 쉬려 한들 어디 쉬리.

우수수 앞 수풀에 무슨 짐승 지나더니

이틀 밤에 한두 번이니 목석인들 견딜쏘냐.

의복은 헐어져 떨어지고

바람 불어 땅 흔들 듯

뼈마다 깎아지고 고니는 떨어지네.

통나무 베어다가 불로 성을 쌓아 놓고

사람인지 말이런지 머리를 불로 두고

참노라니 오죽하랴, 아무쪼록 사려 하니

불쌍한 이 덕취러라, 날 위하여 등 맞추니

뒤쪽으로 돌아앉아 불기운들 쪼일쏘냐.

만일에 눈비 오면 살려 한들 살까 보냐.

하늘이 도우신지 귀신이 감동한지

이틀 밤 재앙 없이 목숨을 보존하나

귀리밥 눈에 데워 장 없이 먹자 하니

배에서는 오라 하데 목구멍은 아니 받데.

팔십 리 무산 길에 인가를 겨우 얻어

날 저문 태산촌에 손님으로 들어가니

개가죽 입은 놈이 반말조차 드던지며

문을 막고 흘겨보며, 괴이할 손 어떤 손인가.

우리 장모 병환 계셔 행인을 어찌 재우리.

우리 처남 거북하니 아니 가고 어찌할꼬.

내 먼저 대답하되, 저문 날 모른 길에

어디로 가라 하나, 갈 곳을 일러 주소.

 

차. 무산길

사람도 사람 쫓나 무산 인심 괴이하이.

범과 표범 이리와 승냥이가 별것인가.

사람 중에 너로구나.

그래도 가라 하니 역놈들이 오죽하랴.

빰 치며 발로 차니 저들 호령 들어 보소.

이놈들아, 양반치고 귀양은 뉘 갈쏘냐.

병든 장모 놀라시셔 병환 더쳐 초상나면

살인 죄인 도로 되니 너희 놈들 가지 마라.

있으라니 가겠는가.

우리 있어 대신으로 말해 두마.

말짐 풀고 들어가니 저인들 다시 어찌하리.

무산 놈들 극악하더라, 남계촌 더 새려 하니

탕건 쓴 키 큰 주인 가잠나룻 매만지고

팔 뽐내며 호령하니 무섭기도 무섭더라.

도적인가 여러 놈이 이 밤중에 뛰어드니

내 집에 화살 총을 너 위하여 두었노라.

조약돌을 겨우 면하고 수마석을 만났구나.

잔약하게 굴다가는 큰 낭패를 보올러라.

내 역놈이 호령하되, 네 화살 무섭구나.

내 짐에 큰 칼 들어 시험을 하자 했더니

너 같은 놈 좋았더라, 견디어 보올쏘냐.

어찌할 수 없다 시골분네, 내 수단 어이 알리.

내 헛장 곧이 듣고 제 헛장 움츠리면서

신 신고 갓 쓰면서 다시 풀어 하는 말이

다시 보니 어른 손님 이 인사 허물 마오.

해포 병든 작은 딸이 안방에 누웠으니

누추하다 마옵시고 어서어서 붙으시오.

곰의 가죽 깔아주며 담뱃대 붙여 주데.

산중에 짐승 많아 화살 총은 있었더라

이후에는 손 만나면 대접하라 타이르니

대저 차가운 땅 북쪽 사람

앙상하고 피폐한 이 보게 되면

거만하기 특히 심하고, 거북하게 대접하데.

큰 창옷 입은 이는 상객으로 헤아리며

열 그릇 밥이라도 돈을 주면 큰 화를 내니

종이 속에 골무 바늘 몰래 내어 두고 오네.

 

카. 수심빈

산 양벽 사이 난 길 촉도를 다시 만나

오 리를 기어가니 손바닥이 핏빛이라

쓰리고 뻣뻣하니 자작 껍질로 동였어라.

또 한 곳 다다르니 하릴없다 어찌할꼬.

위에는 태산이요, 아래는 큰 강이라.

산에는 말 못 타고 강에는 배가 없다.

중간에 좁은 길이 길마까지 앉힌 모양

사람은 기려니와 말 몇 마리 메고 가네.

메고 가면 가련마는 사람 적어 어찌하리.

반갑도다, 소리 나니

산 고개에 포수 여섯 놈이

산돼지 둘러메고 희끈희끈 넘어오니

여보소 포수 보살, 여러 힘 빌어보세.

대답하되, 이리로는 산당이나 겨우 오지

자고로 소말들은 통하지 못한 곳이로세.

한 계교 생각하니, 이 말을 매어 주소.

여럿이 옳다 하고 일시에 치켜드니

짐승도 영물이네, 사람에게 몸을 맡겨

너끈히 매어서 다 가도록 달래더라.

이곳 이름 물어보니 수심빈이라 하돗더라.

오죽하여 수심인가, 수심할 밖 할 일 없데.

외령에서 아침먹고 종성으로 가려더니

삼사 리 못다 가서 홀연히 날 차가우니

북쪽에서 무슨 기운 검게 어둑하여지며

바람은 눈을 불고 눈은 바람 좇아

지척을 불변하니

경각에 쌓인 눈이 열 길이라.

말의 배가 빠지거니 말 위에서 견딜쏘냐.

아마도 갈 길 없다, 오던 길 찾으려도

순식간에 변화 보소, 구렁이 언덕 되고

언덕이 산이 되니 옛길을 찾을쏘냐,

중간에서 겨우 자고 다시금 떠나 오니

행인이 없는지라, 길이 어이 날까 보니

두서넛 마부들을 분부하여 눈 밟게 하니

불쌍하다 우리 마부 언 발이 모두 빠져

허리만 뵈는구나, 넘어질 때 무수하다.

배인들 오죽 고플쏘냐, 불쌍하다 우리 마부

 

타. 종성 행영

행영 성안 들어가서 도시 구경 하여스라.

말 타고 총 놓기는 국내에 제일이네.

본영 선달 우세창은 칠형제 급제하니

세상에 드문 일을 시골에서 보는구나.

이날 밤에 잠이 없어 삼사경이 되었던지

삼수갑산 무산 땅을 다시금 생각하니

집집이 나무 굴뚝 한 길씩 세워 두고

냇물마다 물방아는 열 스물 걸어 있어

머리를 마주 대고 서로 가며 절하는 듯

나무 싣는 나무 발구 소에게 매어 왕래할 제

강원도서 보았더니 세 고을 흔하더라.

사내아이 장가갈 제 권마성은 무슨 일인고.

가시내가 신행할 하인들은 무수하되

쇠 등에 틀을 하여 치마폭을 둘러치고

동아줄 긴 말잡이 수십 보나 뻗었으니

도리어 지루하더라, 호사랄 것 전혀 없네.

늙은 처녀 오늘 밤에 서방 맛이 호사로다.

아기네를 낳게 되면 글 하는 놈 활 쏘는 놈

어미 신행 지루하나, 그렇다고 아니 날까.

장진에서 회령 오기 천팔백오십 리에

괴이하데, 그곳 사람 일생 죽지 아니하던가.

무덤들이 있으려니 어이하여 못 볼런가.

들으니 그럴러라, 무덤을 만들게 되면

곰 짐승 극히 흉해 무덤인 줄 짐작하고

아무쪼록 헤쳐 내어 시신을 파먹으니

이런 고로 그 땅 사람

죽으면 무덤을 평평히 하니

가엽고 불쌍하다, 네 고을 사람들은

살아서 재미없고 죽어도 편할쏘냐.

이 생각 저 생각에 동방이 거의 밝네.

 

파. 오국성

인하여 일어나서 볼하진 지나오니

저절로 이루어져 성곽을 두른 곳이

오국성이 여기로다.

휘종 흠종 대송나라 황제들이

금나라 사람에게 잡히어서

예 와서 갇혔으니 천고에 부끄럽다 .

황포는 어디 두고 청개만 따랐더니

황제를 귀하다 마라 베옷만 못하구나.

고령진 동문 밖에 두 무덤이 처량하다.

토박이들 가리키되 황제 무덤 저것이라.

슬프다, 두 황제가 나라 도성 언제 떠나

고국으로 못 가시고 북쪽 변방 혼이 되어

의지할 곳 적막하다, 원한이야 오죽하랴.

겨울이라 다행하다.

비 내려 길 못 갈까, 근심이 없는 때라.

이삼 월 만났던들 객의 눈물 금할쏘냐.

종성의 부계 베는 가늘기로 이름남이라.

두 필을 짜려 하면 일 년 만에 겨우 떼어

한 필에 스무 냥씩 쉽게도 받는다네

어떤 이가 사서 입나, 비단 주고 바꿀쏘냐.

베 짜기는 잘하거니 말소리는 잘못 짜데.

개가 짖나 돼지 우나 아무리 사투리인들

빡빡 뻑뻑 지르기는 손의 귀를 뚜드리니

열 말에 둘만 알면 뉘라서 괴이다 할꼬.

너희 소리 그만 듣고 길이나 가오리라.

 

하. 서수라와 적지, 적도

경흥부터 육진이요,

서수라는 멀리 떨어진 땅끝이라.

적지와 적도의 옛 자취에

백마와 백룡의 이야기가 참말이라.

환조 대왕 처음으로 이곳을 다스릴 때

여진 오랑캐들 침노하니

이리로 피하실 적 최씨와 함께 하니

방불하도다, 고공단보가

가족을 이끌고서 보호함이 아니신가.

발해국은 물이 가득 넘치는데

여진의 옛 터이라.

감초는 중국에서 들여오는 약재이거늘

예서도 진상하데.

삼밭 숲의 누런 붕어 북도에는 없는 고기

두어 때에 맛을 보니 과연 시골의 참맛이라.

 

 

3. 부임

 

가. 경흥과 훈융진

우리 종인들 약속대로 읍 안에서 서로 만나니

반갑기도 측량 없다 어찌 왔는고, 병 없던가.

꿈에 자주 뵈던 말과 점쟁이에게 묻던 일을

낱낱이 고한 후에 웃고 앉아 보는구나.

떠난 지는 넉 달이요, 다니기는 사천 리라.

이리로서 다시 길에 올랐으니

경원으로 나오리라.

훈융진 지날 적에 되놈들이 바라보데.

저쪽 땅이 지척이라 작은 강이 막았으니

닭과 개가 우는 소리 들리더라.

중요한 땅이라 하리로다.

훈춘도 삼십 리라 어찌 아니 중요한가.

형님도 큰 사냥을 못 본 일이 한이로다.

황자파 진관 뒤에 우뚝 선 저 바위야.

한나라 때 갑옷인가, 진나라 구리기둥인가.

곧기도 곧거니와 둥글기도 둥글더라.

형제 같이 둘이 서서

누가 형이고 아우인지 알 길 없다.

차나무를 운반하여 내 집 앞에 두고 지고.

아깝다, 너희들은 뉘 와서 구경하리.

미원장이 보았던들 어른이라 절하리라.

영달진 긴긴밤에 큰 눈이 온단 말인가.

앞길은 이천 리요, 눈바람은 잦았는데

변방 누각에서 오랑캐의 피리 소리

창자를 끊는 듯이

오경이 다 되도록 객의 꿈을 놀래는구나.

 

나. 경원과 용당리

경원부 들어갈 제 모진 바람 귀를 베데.

다 떨어진 담비 토시 무명 장갑 허리띠들

끼고 매고 띠었던들 제 어찌 공 있으랴.

등골이 찬 쇠붙이요, 뱃속이 얼음이라.

무슨 말 이르자니 입이 또한 벙어리라.

올해 나이 오십 육세 이런 추위 못 보았다.

이런 추위 겪는 줄을 한양 벗은 아시련가.

목조대왕 계시던데 용당리 이곳이라.

강을 두른 사면 돌성 굳은 성이 절로 되어

장정 만 명이라도 못 열리라.

짐짓 이는 하늘이 만드심이라.

저놈의 영고탑까지 삼백 리 못 된다니

엿새만 허비하면 가 보고 오련마는

국경을 넘어가는 죄인이 되올쏘냐.

이 생각 어리석다.

중원이 불행하면 이리로 온다 하데.

길 알려주는 폐가 나면 어찌하여 무사하리.

허락하고 막기도 둘 다 어려우니

방책을 익혀 두소.

온성이 몇 리런가, 우리 말이 지쳤구나.

서성 밖에 잠깐 쉬어 말 얻어 먹이려니

홀연히 소주 장사 앞에 와 팔려 하니

그 술을 먹어 보자, 촌사람이 솜씨 아냐

분명히 관기이네, 그 곡절 모를쏘냐.

이 사람이 술 좋아함을 태수가 들었더라.

천한 기생 시켜 독하게 술을 빚어

예 와서 기다린 지 여러 날이 되었더라.

평소와 다르게 오는 손이

나인 줄 짐작하고 짐짓 싸게 파는구나.

자연히 이 소식을 바람결에 얼핏 들었지만

아는 체 무엇하리, 담뱃대 둘을 주고

한 병을 기울이니 감홍로에 못하지 않네.

유심하구나, 이 부사야 언제 날 알더냐.

이리로 종성 가기 십 리가 된다 하니

바삐 가는 저문 길에 얼음 밑에 빠졌구나.

버선 행전 다 적시고 통명태가 되었더라.

이 몰골 이 거동을 남 뵈기 부끄럽다.

 

다. 종성(어사 출도)

아침 무렵 출도하고 가마 위에 높게 앉아

억지로 발 드리운들 그 누가 두려워하리

저 기생의 말 보아라, 저 양반이 어사신가.

어사또 주제 보소, 그 집이 가난한가.

갓은 어이 꺾여지고, 옷은 어이 까맣고

발 맵시 더욱 좋다, 짚신조차 신었구나.

키 크고 얼굴 길면 어사라 하였던가.

들을 제는 범일러니 보기에는 미역이라

가만히 살펴보니 내가 봐도 피로하다.

상석에 크게 앉기를 우선하고

좌수와 이방을 잡아들여

살피어서 매를 치니 정강이가 헤어지데.

큰 칼 씌워 인봉하고 끌어내어 하옥하니

그 기생의 눈치 보소, 고슴도치 되었더라.

아까는 조롱하더니 지금은 떠는구나.

 

라. 회령과 부령

네 거동 그만 보고 회령으로 가오리라.

회령 자고 어디 갈꼬, 부령으로 가오리라.

고풍산 어두울 제 원집으로 들어가니

밤중에 숨이 막혀 놀라 깨어 일어나니

온 방에 연기 가득 병풍에 불이 붙데.

저고리 찾아보니 개자추가 되었더라.

하마터면 화장 되리, 중의 신세 면하도다.

남의 옷 얻어 입고 부령으로 가올러라.

부령 길이 무섭더라 불시에 땅 흔들리어

공연한 평지가 도처에서 두려 빼니

그 속에 한번 들면 다시 나올 수 있을쏘냐.

재앙이로다, 우리 일행 다행히 면했구나.

마침 갔다가 삼수 올 제 바람이 불게 되면

아름드리나무들이 불시에 넘어지니

공교롭게 그 시절에 그 사이로 지났다면

벼락이 내려질 제 넌들 난들 살까 보냐.

황지가 기특하니 재가승이 뜨고 있더라.

누르기는 금가루요, 매끄럽기 비단이라.

무엇이 있게 되면 바꾸어도 오고 싶어.

읍내 지나 오 리 밖에 형제암이 기특하더라.

황자파 그 바위와 기상이 다르더고.

행인이 말 멈추고 길 갈 줄 모르더라.

 

마. 수성 역촌

수성 역촌 머물 때에 먼저 누가 앉았던고.

곤장코에 주걱턱에 누른 뺨이 넓적하더라.

부르기를 석도령아, 석도령의 거동 보소

제 언제 나를 본지 반갑다 인사하고

부령 있는 선비로다, 도령이라 자칭하니

어이 하여 도령이며 지금 나이 몇 살인고.

서른네 살 먹었삽고 장가들 길 없노라고

검은 눈썹 찌푸리고 긴 한숨 자주 하니

무슨 일로 장가 맛을 지금까지 못 보셨나.

내 양반 좋건마는 가난한 탓이로세.

부자는 제 싫다 하고 가난한 이 내가 싫어

그럭저럭 하다 가서 좋은 세월 다 지나고

어느덧 궁해져서 삼십이 넘었어라.

지금 갈 데 있소이까, 어떤 곳이 합당한가.

우리 동네 십 리 쯤에 이 별감 하는 사람

무남독녀 두었으니 재질이 비범하고

가계가 넉넉하니 이 장가 들게 되면

그 재물 내 것 되리, 일생이 편안하리.

중매들 이 있게 되면 장가 든 후 그 재물을

반 넘게 나누려니 그 아니 좋을 손가.

어리석다 석도령아, 내 수단 어이 알리.

친해보게 석도령아, 명천으로 올까 보냐.

아무렇거나 괴이하데, 회령 부령 풍속이야

딸자식 낳게 되면 삼십까지 혼인 않고

일껏 일껏 부리다가 늦게야 서방 맡겨

자식 낳기 때 놓치고 오래지 않아 늙은이라.

이러한지 그러한지 북쪽 사람 계집 사랑

불 때이기 물 긷기와 나물 캐기 방아 찧기

사나이가 손수 하고 계집은 모르더라.

한평생을 출입하랴, 방안에서 하는 일이

바느질 베 짜기와 어린아이 젖 먹이기

여러 계집 한 방에서 소곤 속닥 하련마는

밤낮으로 조용하여 소리나 있을쏘냐.

이 풍속 거룩하다, 고을마다 이러하데.

 

바. 경성

경성에 들어가니 북병사는 어디 간고

행영에 들어간 지 두 달이 되었더라.

북평사 보려 하니 시장 열러 회령 갔데.

본관이 겁 많더라, 감투나 쓰시었나.

제승헌이 큰 집이라 뉘 능히 제승할꼬.

산세가 기이하니 낮고 굽은 눈썹일러라.

홍도 벽도 두 기생이 십육 세 같이 먹어

다홍치마 초록 윗옷 내게 와서 몸을 뵈니

얼굴도 깨끗하고 칼춤이 일등이네.

하룻밤 노니노니 너희 구경 지나치랴.

 

사. 명천

지명은 명천인데 귀문관처럼 흉하구나.

많은 바위 나무들이 눈으로 입혔으니

이러한 흰 세계에 불어나기도 하련마는

본래 색이 어두우니 눈빛조차 검어 뵈데.

더부룩한 잣나무는 우두나찰 벌렸는 듯

쑥 들어간 구덩이는 철산지옥 베풀었는 듯

죄 없으니 관계없는 데 무사히 지났구나.

칠보산은 명산이라, 그윽이 오르고자.

큰 눈이 쌓였으니 오를 길 전혀 없다.

북도 눈이 많이 올 제, 집 처마와 같이 쌓여

출입을 못한다네, 다행히 이러한 눈

아직은 본 일 없네, 본 일 없다 기뻐 마소.

이 앞 많은 높은 고개 어서어서 넘어 보소.

성곽이 볼 것 없다 여러 면이 무너졌네.

이십 사관 다 지나도 이런 성곽 처음 보네.

성정곡 받아 내어 해마다 어찌하고

회 한 되 돌 한 덩이 들인 곳 전혀 없다.

지킬 곳이 휑그러하니 네 성 부장 무엇하리.

명천 대구 유명하니 길고 넓고 살쪘더라.

부령에 공문 보내 이별감을 데려다가

석도령을 중매하랴, 신랑 재목 오라 하여

혼인 날 달력 보고 정한 뒤에

사주단자 의양단자

간지 뽑아 깨끗이 써서 별감에게 받으라니

꿇어앉아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아가니

석도령의 거동 보소, 절하고 춤추는 모습

너푼너푼 죽금죽금 광대 재인 그대로이다.

뒷 소식 몰랐으니 되었는지 못 되었는지.

 

아. 길주

길주에 선문 놓고 오후에 들어가니

돈 못 쓸 데 많기는 길주가 으뜸이네.

만 냥 거래 하는 집에

문서를 탐지하여 수사하여 왔더니만

살려주소 빌지마는 국법을 어이하리.

관가의 팔 선녀는 좋지 않은 소식이네.

송월이 불러 보세, 옛 수청들던 기생이라.

종씨가 감사할 때

순력 길에 첩으로 삼았더니

어느덧 십이 년에 너조차 늙었구나.

옛말하여 무엇하리, 객의 마음만 어지럽다.

네 딸이 아홉 살에 노래 소리 기이하더라.

내 행탁이 단출하니 너 줄 것 전혀 없다.

네 원님 나오거든, 처자라 하라 하마.

더불어 긴말 말자, 할 일이 무수하다.

길주의 전복 차돌박이 중국보다 낫다더라.

삼백 명 풍악으로 정병이라 하올러라.

북관에는 천 명이요, 남관에도 천 명이요,

순영에도 천 명이라, 합하여 삼천 명이

갑옷 투구 선명하고 말 타고 활을 쏘니

다른 군사 만 명 준들 바꿀 길 없을러라.

이 사람들 어여삐 보살피소.

한 사람이 능히 스물 감당하리라.

 

자. 성진과 마천령

성진 객사 기이하데, 높은 데 지었으니

앞에는 푸른 바다요, 뒤에는 너른 뜰이라.

그림으로 그리려니 형용하기 어렵도다.

문어 홍합 생전복 해삼 그 아래서 잡았더라.

저녁 반찬 신기하데, 서울 사람 먹이도다.

새벽밥을 재촉하여 단천으로 향하려니

마천령 높고 높아 앉아 쉬며 하는 말이

또다시 이런 고개 넘으려면

쓸개도 남지 아니하니

말조차 겁을 내어 갈 생각 아니하니

눈 속에 저 비탈을 어이할꼬 위태하다.

좌우로 붙들어서 겨우겨우 넘어서라.

단천에 보배 많다, 금은 동철 다 나더라.

돌담뱃대 팔모 쳐서 저 재마다 놓았더라.

예서부터 돈을 쓰니 오가는 나그네들이

돈으로 포목 사며 포목으로 돈을 사데.

곳곳에서 파수꾼이 행장을 내라 하기에

북으로 오천 리가 괴롭기 심하더니

예서부터 이 일 없어 시비가 덜 일더라.

 

차. 남관과 마운령

덕취야, 남관 왔다. 북관 일 맡아 가자.

북관의 아홉 고을 서쪽으로 네 고을에

모두에 공문을 보내어

괴상하고 그렇듯하게 꾸미지 않게 하세

삼영곡과 성정곡과 백일곡과 한유곡과

양반들이 환작하고 누정하던 일들과

백성의 뼛속을 오싹하게 하던 일을

엄하게 타일러서 다 덜게 한 후에

공문으로 보고하라 하게 하소.

공문이 차차 온다.

하나도 남김없이 데려와서

누 만석을 얻었으니 그도 적지 않았더라.

그 백성들 노래 듣소, 어사의 은혜라데.

죄인들이 많건마는 거기서 다 결단하고

명 넘긴 일 없었더니 감복도 하더라데.

마운령이 또 높으니 이원 길이 근심이라.

가마 얻어 타려 할 제 우스운 일 있었더라.

타는 이도 쳇불 탕건 메는 이도 쳇불 탕건

귀천을 어찌 알리, 어이한 쳇불 탕건

머리마다 쳇불 탕건, 구생원을 본받았나.

 

카. 북청

고을은 말만 한들 바다 경치 멀리 뵌다.

맛나다 살조개는 날 것이 첫맛이로다.

둥글고 살찌기는 말굽떡 모양이라

부드럽기 입에 들어 이 없어도 씹을러라.

바다와 고을이 한가지나

흔하고 귀하기 각각이며

북청이 대도회라 관사도 웅장하다.

온갖 물건 갖췄으니 사람 살 만하였더라.

병장기와 성가퀴가 완전하고 튼튼하니

남병사가 있는 데라.

동문 밖 우물물이 천하에 으뜸이라.

여러 해 먹게 되면 벙어리도 말을 한다.

입마다 일컬으니 과연 그러하였더라.

이틀을 마셔 보니 가슴이 상쾌하더라.

대저 차가운 땅 북도 물이

성미가 너무 세데.

 

타. 홍원

홍원의 의두루는 멋진 경치라 하리로다

푸른 바다 망망하여 끝없이 흘러가고

산 무리는 점점이 유정하게 둘러 있고

아득한 장삿배는 작은 잔처럼 떠 있구나.

북두성을 붉은 마음으로 우러러 보며

흰 머리의 노인네는 해뜨는 곳 바라보노라.

이 늙은이 글이로세.

단단하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정이로다

일출을 보련마는 방해하니 구름이라.

이 장관도 연분인가 성진에서는 안개 덮고

서수라 난포에서는 눈꽃이 종일 내려

이 세 곳을 허송하니 다시 볼 데 없다 하데.

장진에서 예까지는 집집이 우물 길에

동아줄 굵게 꼬아 기다랗게 깔았으니

눈이 오면 길 통하게 하였으니

틀림없는 일이로다.

숯막도 본 데 없고, 시장도 못 볼러라.

촌가가 있는 데는 홍살문을 세웠더라

너와집과 굴피집은 결읍집과 돌집이요,

초가집은 전혀 없고 기와집은 약간이네.

육진 다리 유명하더니 머리 긴 이 드물더라.

돼지가죽 담비 가죽 흔하다더니

개 가죽 밖에 본 일 없다.

깊은 북쪽 고운 빛은 잊지 못할 두 나무라.

자작나무 가루 날리고 버들은 비단실이라.

바늘 열에 꿩 한 마리

책 한 권 묶을 종이 세마포 네 척이니

사려 하면 쉽다 하니 꿩과 베는 흔하더라.

귀한 것이 무명 모시 높은 것이 좌수 별감

마음속에 기록한 것 이로 다 의논하리.

 

 

4. 귀로

 

가. 함관령과 함흥

함흥으로 다시 가자, 함관령을 어이하리.

뛸 길 없고 날 길 없다, 거기인들 매양하랴

다른 이는 뒤를 밀고 내 손바닥 앞을 막소.

앞 사람의 발뒤축이 뒷사람의 이마 위에

번번이 걸리거니 그 어인 연고이런고.

뒷자락 잡아매고 앞자락 거둬치고

마지막 넘은 고개 처음으로 넘어가니

만세교 못 미쳐서 낙민루 올라 앉아

성천강 굽어보니 맑기가 거울 같다.

물 깊이 얼마인가 깊고 앝고 별로 없데.

산세는 웅장하고 들빛은 즈음 없다.

발해의 먼 구름은 봉우리마다 일어나며

대낮에 벼락 소리 요란하게 들리더라.

끝없이 넓은 들판에 성천강에 달이 뜨고

높은 누대 오르려니 바다 구름 피어오른다.

이 구절은 내 글이라, 순찰사가 현판하리.

넓도다 넓은 모래밭 십만 갑병 추격할 만

높고 높은 단청으로 장식한 누각 위에

즐거운 무리들이 춤추고 노래하여

태평함을 꾸며내면 남아의 쾌사일러라.

지락정 점잖으니 눈앞이 기이하다.

봉마루는 눈썹 같고 수염은 빗살 같다.

남문루 나는 듯하니 그림 속의 집이로다.

북산루 외로이 절개를 지키고

격구정은 활짝 열려 있다.

술안주와 풍악으로 곳곳에서 놀 만하데.

본궁을 받들어 살피고자

우리 태조대왕 옛터전이라.

쓰시던 검은 갓은 테두리만 남아 있고

쏘시던 누런 화살 무게가 무겁더라.

심으신 세 그루 소나무는

손때가 그저 남아

노룡이 서려온 듯 눈서리를 겁낼쏘냐.

일개 천한 신하 다행히도 받드노니

만일 성은 곧 아니시면 이 기회 만날쏘냐.

 

나. 흑석 고개

함관에서 길게 놀고 정평으로 말을 몰아

흑석 고개 앉는 뜻이 흑석 보려는 연고로다.

언덕에 깔렸거늘 두어 조각 주워 보니

검기는 자석이요, 매끄럽기 활석이라.

수레 쓰는 남관 사람 여러 바위 패어다가

바퀴에 발랐으면 기름보다 낫다더라.

서울 재상 알게 되면 초헌에 긴요하리.

오래지 않아 떨쳐 일어나리.

백성들이 근심하며 수레 들 일 없겠더라.

현판 글자 메어 보면 당숯먹과 어떠하리.

 

다. 영흥

초원 역마 갈아타고 영흥으로 돌아드니

밟고 건너기 완만하고 시골 풍습 악하더라.

남관에는 큰 읍이라 환자 군정 어렵더라.

동남으로 십삼 리에 흑석리 있다 하니

이 마을이 용릉 같다 지원 원년 겨울 시월에

우리 태조 강헌대왕 탄생하신 곳이로다.

대명 홍무 여름 오월에 선원전을 지은 후에

임금의 초상을 모셨으니

영희전과 같았어라.

관복을 차려입고 능을 모시면서

옛 건물을 구경하니

옛 임금의 호적에 쓰인 문자가 분명하다.

쓰여 있는 범례가 요사이와 다르더라.

위엄 있는 한 참봉이

섬돌에다 장막 둘러 보호하니

그 말이 옳았더라, 별단에 넣으리라.

객관에 돌아와서 달 밝고 잠 없으니

저 기생이 노래하더라.

이 꽃이 피었다 지면 다시 꽃이 없겠구나.

각 원님들이 모른 체한 기생들을

볼 곳이 없었더라.

이전에 이름난 기생

오는 원님 세밀하게 조사하여

원래 기생 얌전한 것

대신 기생 넣고 빼어가니

있는 것이 오죽하냐, 절굿공이 겨 묻은 것

얼룩덜룩 얼굴빛이 분 바른 것 괴이하다,

차라리 오리알에 제 똥 묻은 것 같구나.

항아 장사 송도 놈을 함부로 얻었거니

여러 코에 섭새김은 이년들의 재주로다

고을 손 여염 계집 열에 여섯 곱다더라.

남남북녀 일컫기는 여염 계집 말이러라.

이상하다 저 시골에 바늘과 실 기이하다.

이 말이 한가한 말이로다.

한가한 말 그만 말고 가오리라.

 

라. 고원과 문천

고원 고을 피폐하고 쇠잔하나

아이 기생 많다더라.

어디 원이 하던 말이 고원에 지나거든

홍옥이란 아이 기생 머리 얹혀 주고 가오.

어여쁘고 춤 잘 추고 노래가 명창이라.

글 잘하고 술 잘 먹는 어사또가 그저 갈까.

그대 같은 소년 명사 남에게 사양하나.

몰래 지나려니 저 어이 볼 것인가.

천불암은 어디메뇨, 문천이라 하였더라.

순상의 글을 보니 볼만도 하건마는

천 길의 깎아지른 절벽 길에

눈 밟고 가는 군사들의 큰 폐단이로다.

 

마. 덕원

고원지나 문천 자고 덕원으로 곧장 가니

동편으로 적전리는 익조 대왕 나신 곳인가.

터조차 깊고 두터워

쌓은 덕이 백 년이나 쌓여 있으니,

원산에 패한 후로 덕원이 가난타네

해마다 오륙천 냥 장사 세금 바치더니

여러 해 흉년 드니 장사치가 드물더라.

바다가 멀었으니 어선도 극히 귀하다.

고을마다 못하다니 그러하고 어찌하리.

함흥이 번화하다고 예전부터 전해오더니

지금은 끝이 없네, 각 읍인들 예 같으랴.

남대천 긴긴 다리 만세교에 버금이네.

이 다리 넘어서면 안변 읍내 여기로다.

갈 제는 지났으니 올 제나 들어가자.

 

바. 안변

남쪽 기슭 우뚝 선 집

나는 듯하게 연꽃 정자 이름 같다.

안변 배와 함흥 사과 제 것이 낫다더라.

잣 맛과 꿩의 고기 회양만 못하더라.

이날은 섣달그믐 뉘와 함께 설을 쇨꼬.

천 리 밖에 먼 손님이 회포도 무궁하다.

처자 형제 어디 있나, 내 생각 오죽하랴.

어찌하리 늙은 몸이

멀리 떨어진 국경에서 명을 받아

천신만고하다가 다행히 예까지 오니

서울이 멀지 않다.

얼마 하며 조정으로 돌아가리.

대여섯 달 오래던가 육천 리가 멀다 하랴.

다만 늙고 병든 몸이 종종 춥고 주리면서

높은 고개 험악한 경계에서

아홉 번 쓰러지고 열 번이나 넘어지니

오가는 길 불행하여 만일에 병이 들어

귀양지 외딴 마을 적막한 데

길게 누워 눈감으면

나랏일을 못 마치니 국은조차 저버리고

처자식과 동생들이 날 찾으러 오는 광경

그 아니 불쌍한가.

어디를 가리킬까, 날 찾으러 오는 모양

아무리 혼백인들 그 아니 측은하랴.

말 위에 길게 누워 가던 길로 올 것이니

고개마다 오를 적에 초혼인들 뉘 할 손가.

이런 말 다시 하고 지금은 웃건마는

그때 행색 뉘 알리오, 황당하다 하리로다.

우리 임금 덕택으로 완전히 거의 오니

무슨 시름 있을쏘냐, 고향 생각 잠깐 참고

잘 자고 내일랑은 석왕사에 쉬오리라.

 

사. 석왕사

급창이 아뢰기를 석왕사 승통 중이

사또님께 문안하오, 들어오라 다시 보니

괘씸했던 일 잊을쏘냐, 옷 달라던 네로구나.

이 중놈의 거동 보소.

황급하게 겁내면서 엎드려서

죽여 주옵소서, 어사또께

소승의 목숩을 바치나이다.

오르거나, 이 중놈아, 너를 어이 속일쏘니

본관이 이 말 하고 무명 한 필 얻어 주고

차담에 과일 다식 다 물려 먹이구나.

남산참에 아침 먹고 단속문 바라보니

갈 제는 단풍이요, 올 제는 백설이라.

불이문 들어가서 청설당 앉아 쉬니

팔십여 명 뭇 중들이 차례로 합장하니

머리에 고깔 송낙 손에는 염주 목탁

길고 길다 소매 길에 땅에 깔린 검은 장삼

귀 넘도록 팔을 들어 휩쓸어 절을 하고

문안 드리오 하온 후에 나무아미타불이라.

전 집리야 내 말을 자세히 이르거라.

태조대왕 아직 즉위 하시기 전

이상한 꿈 꾸시고설봉산 아래 토굴 속에

신승 무학 대사 찾아가서

얼굴 검은 선사님아 꿈 풀어 주소.

세 꿈을 꾸었으니

한 꿈은 무너진 집 가운데

세 서까래 등에 지고, 또 한 꿈은 일만 집에

모든 닭이 함께 울고, 또 한 꿈은 두 가지니

꽃이 뚝뚝 떨어지고 거울이 내려지니

그 어인 징조런고, 길흉을 묻잡노라.

선사 풀어 대답하되, 꿈자리가 크게 길하오.

세 서까래 등에 지니 임금 왕 자 아니런가.

일만 집에 닭이 우니

높은 귀한 자리에 올라감을 축하하고

꽃이 떨어지니 열매가 열 것이요,

거울이 내려지니 소리 어찌 없으리오.

임금 되실 꿈이시고, 군왕의 얼굴이라.

조심 조심 하옵소서, 이 앞날에 다시 뵈리.

등극 하신 삼년 만에 큰 절을 일으키고

석왕사라 이름하니 임금 왕짜 푼 연고이라.

무학을 높이시어 국사라 하오시고

오백 년 가깝도록 봄가을로 불공하데.

뜰 가운데 심으신 배 지금까지 열리더라.

태종 숙종 영조 정조

대대로 네 임금께서 짓고 쓰신 글씨들을

집 짓고 비에 새겨 천만 년 무궁하네.

경오년 큰 홍수 난 뒤에

장인 불러 고치고 새로 쌓아

누각이 새로워지고 단청이 밝아지고

계단 섬돌 층층하여 두 길이나 되옵더라.

석가여래 관음보살 오백나한 지장보살

아난존자 가섭존자 나무아미타불들을

깊은 집에 차례대로 모셔 두고 예불할 제

백단향 피어 놓고 화엄경 펼쳐 쥐고

종 치며 경쇠 치며 백팔 염주 목에 걸고

아침저녁 젓술 제 없는 신령 있을러라.

다홍색 구름무늬 금당이요,

오색 꽃을 수놓은 포단이요,

팔첩의 금장식한 낮은 병풍이요,

침향 향기 자단으로 만든 의자요,

순금 오동 향로 향합 이무기인가 사자런가.

옥등이며 유리등과

주석으로 만든 불기 구리 불기

여러 임금께서 내리신 것이라.

너무 아니 과할쏘냐.

설봉산 곰취 좋다, 연하고 향기로와

해마다 사월이면 두 농씩 진상하데.

천엽 같은 찰서숙을 소금 기름 무쳐 내어

송이 반찬 섞어 가며 흰밥에 싸 먹으면

편하게 말하기가 거룩하다

고기 주어 바꿀쏘냐.

 

아. 남북관 왕래

두 달을 길게 묵어 남북관에 왕래하며

잘못 안 일 다시 알고 서계를 닦았어라.

남관에 문서 보내

곡식 되어 나누어 줄 때 미리 덜기

못하게 엄히 하소,

백성들의 어깨를 쉬게 하리.

오늘은 심심하니 북관에서 못한 말을

내 다시 하오려니 곁의 사람은 들어 보소.

네 대왕 덕 쌓으신 옛 땅이 북관이라.

오랑캐들 왕래하여 오래도록 황폐하더니

김종서는 개척하고

이세화는 고치고 다시 쌓아

반석이 되었더라, 그 공을 새김즉 하데.

청나라 목극등이

백두산에 경계를 정하여

산 북쪽 산 남쪽 베어 내어

조선 땅과 두 땅이 되었더라.

지금 감사 잘하기는 남약천이 제일이요,

전후로 어사 노릇 이오천이 으뜸이네.

또 한 가지 좌뜬 일이 낙민루 오른쪽 길에

경상 감사 선정비가 여기 서 있기 웬일인가.

만세교 다리 나무 낙동강에서 실어 오니

관찰사 박영성이 북도 일을 짐쟉고

몇 만 석 운반하여 북인들을 살렸으니

그 비가 아니 서랴, 재상이라 하리로다.

자네도 들어 보았나, 북 사투리 우습더라.

예란 말은 영각이요, 제란 말은 정각이라.

늙은 계집 만나거든 마누라라 못할러라.

마누라 말 대로하여 네 마누라냐 욕한다데.

사람 만나 길 묻기를 아무 데 저리 가나

영악히 대답하되 누구라서 아니라콩

말버릇 괴이하데, 콩 자는 어인 뜻인고.

어떤 이는 오라 하면 귀 빠지게 달아나고

어떤 이는 가라 하면 코가 닿게 엎드리데.

엎드리나 달아나나 힐끗힐끗 돌아보나.

엊그제 난 갓난아이 냉수에 넣어보기

기품을 시험한다고 육진서 그리하데.

촌가의 삼척동자 상투는 무슨 일인가.

나무할 제 간편하다, 아이 어른 요망하다.

일가친척 멀리 있어 죽으면 어찌하나.

껍질 살은 다 벗기고 뼈다귀만 모아다가

설기 속에 넣어 메니 간편키는 하려니와

어찌 차마 하였던가, 아마도 금수로다,

무산 갑산 그렇더니 단천 이원 또 같더라.

다 그러냐, 그중에도 거룩한 이 없을쏘냐.

학문과 덕행도 진실하고

마음 씀씀이 충직하고 순박한 이

이따금 있건마는 호올로 뉘가 쓰리

효자 열녀 뛰어난 행실이어도

평지처럼 쓴 무덤이 무수하더라.

새 짐승과 함께 살고 나무 돌과 함께 지내니

세상이 물을 선정 충신 의사 없을쏘냐.

이런 말 그만두고 행장을 수습하세.

 

자. 철령과 한양

철령이 삼십 리라 넘어가면 타도로다.

타도 말 무엇하리 어서어서 가오리라.

다락원 넘어 와서 왕십리 돌아드니

잠실 건너 둥구레는 내 벗의 집이로다.

주린 술 찾아 먹고 회포를 다 하였구나.

 

 

5. 결사

 

가. 회포

반 년 넘게 다니다가 삼월에 복명하고

내 집에 돌아오니 모든 일이 무한하다.

논밭이 황폐하고 집안일이 쇠퇴한들

그 무엇이 관계하리, 노병이 살아 왔다.

평생에 게을러서 산 중에 문을 닫고

저 홀로 누웠으니 세상 벗님 뉘 찾으리.

조정에서 어이 알고, 임금께서 네가 하라

관북의 암행어사 중임을 맡기시니

용렬한 썩은 선비 무슨 일을 알았던가.

황공하고 민망하기 몸 둘 곳이 없었더라.

임금님의 망극하신 은혜를 어이할꼬.

오늘날 당하여서 만 분 일 갚을 뜻이

마음을 받들어서 지극히도 공손하니

그나마 볼 거이고 .

 

나. 어사 회고

능한 것이 좋았더냐, 쾌한 것이 언짢더라.

원님 노릇 착하게 하면 원수 온들 어찌하며

원님 노릇 몹시 하면 친하다고 어찌하리.

염문이 다 옳더냐, 죄 없는데 죄목 들어

만일에 죄를 주면

내 죄가 자손에게 미치지 않을쏘냐.

이 염려 저 생각에 잠이 온들 잠들쏘냐.

여러 달 주리다가 혹시 혹시 출도하면

음식은 장하지만 하나라도 살로 가랴.

여러 날 추워 떨다 더운 방에 들어오면

가슴 속에 열이 나니 먹느니 냉수로다.

누구라서 어사 벼슬 좋다고 하였던가.

봉고파직 즐거운 일인가.

죄를 주며 곤장을 차마 치랴.

못할 일을 억지로 하였더니

제 심정 그릇되고 송사를 좋아하는 이

원통함을 들어서 몹쓸 말 지어내니

모르는 이 어이 알리, 그 말을 곧이 듣나.

고마운 건 잠깐이요, 원수는 대대로다.

괴롭기는 저 혼자라, 못할 것이 어사로다

어찌하면 다 좋으랴, 부끄러운 일 없다지만

어찌하여 관계하랴, 관계한 일 있었더라.

저 일껏 다니면서 백성 원망 자세히 알아

낱낱이 문서에 적어내면

조정에서 고치고 다듬더라도

열에서 일곱 여덟 시행을 아니하면

이 아니 맹랑한가, 이 일이 관계로다.

하물며 북도 백성 기쁘게 할 일 많았더라.

기쁘게 해 주오시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가오리라.

불쌍하다 깊은 북쪽의 백성들은

왕성이 수천 리라.

감사도 모르거든 임금을 어찌 알리.

제 몸에 아픈 일이 아무리 있건마는

누구에게 하소연할 것인가.

형세가 어찌할 도리 없다.

죽으라면 죽을 밖에 무슨 수가 있을쏘냐.

날 보고 길을 막아 울며 놓지 아니하니

나로소니 차마 가랴, 머물면서 위로한 말

우리 임금 전하님이 너희 괴로움 염려하사

날 보내어 알아 오라 하셨으니

내 가서 아뢰려니

죽지 말고 기다리라, 덕택이 미치리라.

비옵노니 주광 아래 백 번 절해 비옵나니

봄볕에 연못에 가득할 제

그늘진 계곡부터 먼저 돕는다면

멀다 멀다 저 사람들 거의거의 도모하리.

 

다. 헌수

반 넘어 늙은 몸이 왕명이 곧 아니시면

육천오백 먼먼 길에 탈 없이 왔겠느냐.

아이야, 잔 씻어라, 천황씨 일만 팔천

지황씨 일만 팔천 합하여 삼만 육천 세를

우리 임께 술잔 올려 만수무강 기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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