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또는 함께/학교에서 생각하는

그대들을 떠나보내며(2005)

New-Mountain(새뫼) 2013. 2. 1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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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로 행복하였습니다

- 졸업식, 떠나보내며

아름다운 청년

 

 

그대들로 행복하였습니다.

지난 쌀쌀한 봄날

서로 알지 못하고 서먹하게 시작한 어설픈 만남이었어도

그 만남으로 우리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 만들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대들로 슬펐습니다.

힘들게 무덥던 여름날

원하진 않았어도 우린 구석진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대들의, 그대들은 나의 또 다른 모습에서

사랑함과 아름다움에 앞선 미워함과 슬픔을 가르치고 배웠습니다.

 

그대들로 안타까웠습니다.

핏기 가신 멍함으로 하루하루를 넘기던 시간과

차가운 새벽 호호 손을 불며 들어서던 낯선 교문과

작은 종이에 박혀 있던 그대들 일생을 시험한 숫자 몇 개와

선택, 또 선택, 그러나 원하지 않는 선택 속에서의 회한.

그런 그대들의 뒷모습을, 그런 그대들의 시선을 훔쳐보며

안타까웠습니다.

그렇게 서늘하고 차가운 가을과 겨울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그대들로 행복합니다.

아름다웠던 우리들 긴 세월의 흐름 속에

모든 기억은 사라지겠지만 곱게 차린 그대들을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떠나려 하지만, 떠남은 헤어짐이 아니라

우리들 삶에서 소중한 추억으로 재생될 것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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