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구운몽 한문본

권지삼 - 15. 소유는 형제의 의를 맺은 부인들과 부귀영화를 누리다

New-Mountain(새뫼) 2020. 12. 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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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소유는 형제의 의를 맺은 부인들과 부귀영화를 누리다

 

 

一日兩公主相議曰 : “古之人娣妹諸人, 婚嫁於一國之內,

或有爲人妻者 或有爲人妾者. 而今吾二妻六妾, 義逾骨肉 情同娣妹,

其中或有從外國而來者, 豈非天之所命乎?

身姓之不同 位次之不齊, 有不足拘也 當結爲兄弟, 以弟妹稱之可也.”

以此意 言於六娘子, 六娘子皆力辭. 春雲鴻月 尤落落不應.

일일양공주상의왈 고지인제매제인 혼가어일국지내

혹유위인처자 혹유위인첩자 이금오이처육첩 의유골육 정동제매

기중혹유종외국이래자 기비천지소명호

신성지부동 위차지부제 유부족구야 당결위형제 이제매칭지가야

이차의 언어육낭자 육낭자개력사 춘운홍월 우낙락불응.

 

하루는 두 공주가 상의하기를,

“옛사람들은 자매 여럿이 한 나라 안에 시집가서, 혹은 남의 아내가 된 자도 있고 혹은 남의 첩이 된 자도 있었도다. 이제 우리 이처(二妻)와 육첩(六妾)은, 의리가 뼈와 살보다도 더하고 정을 나눔이 자매 같으니, 그중에 혹 다른 나라에서 온 자가 있을지라도, 어찌 하늘이 명한 바가 아니리오. 출신 성씨가 다르고 위치가 가지런하지 않더라도, 족히 구애됨은 없으니, 마땅히 형제를 맺어 자매로 호칭함이 옳도다.”

이 뜻을 육낭자에게 말하니 여섯 낭자는 모두 사양했다. 춘운과 경홍, 섬월이 더욱 묵묵히 따르지 않았다.

 

鄭夫人曰 : “劉關張三人 君臣也. 終不廢兄弟之義 我與春娘, 自是閨中管鮑之交也.

爲兄爲弟 何不可之有? 世尊之妻 東家之女, 尊卑絶矣, 貞淫別矣.

同爲大釋之弟子, 終得上乘之正果. 厥初微賤, 何關於畢竟之成就乎?”

兩公主遂與六娘子, 詣宮中所藏觀音畵像之前, 焚香展 作誓文而告之.

정부인왈 류관장삼인 군신야 종불폐형제지의 아여춘랑 자시규중관포지교야

위형위제 하불가지유? 세존지처 동가지녀 존비절의 정음별의

동위대석지제자 종득상승지정과 궐초미천 하관어필경지성취호

양공주수여육낭자 예궁중소장관음화상지전 분향전 작서문이고지

 

정부인이 달래면서 이르기를,

“유비, 관우, 장비는 군신 관계였지만 끝내 형제의 의리를 폐하지 않았도다. 나와 춘운은 규중(閨中) 시절부터 관포지교(管鮑之交)로 형제 같았는데, 어찌 불가함이 있으리오. 석가세존의 아내와 동쪽의 여인은 지위가 다르고, 정절과 음행도 달랐다. 그래도 함께 세존의 제자가 되어 끝내 가장 높은 깨달음을 얻었도다. 처음의 비천함이 필경의 성취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두 공주와 여섯 낭자는 드디어 궁중에서 보관하고 있던 관음보살 화상 앞에 나아가 분향재배하고, 맹세의 글을 지어 고했다.

 

其文曰 : ‘維年月日 弟子,

瓊貝鄭氏, 簫和李氏, 彩鳳秦氏, 春雲賈氏, 蟾月桂氏, 驚鴻狄氏, 裊烟沈氏, 凌波白氏,

越宿齋沐 謹告于南海大師之前.

世之人, 或有以四海之人而爲兄弟者, 何則以氣味之合也?

或有以天倫之親而爲路人者, 何則以其情志之乖也?

기문왈 유년월일 제자

경패정씨, 소화이씨, 채봉진씨, 춘운가씨, 섬월계씨, 경홍적씨, 요연심씨, 능파백씨

월숙재목 근고우남해대사지전

세지인 혹유이사해지인이위형제자 하칙이기미지합야

혹유이천륜지친이위로인자 하칙이기정지지괴야

 

글에서 이르기를,

“모년 모월 모일 불제자 경패정씨, 소화이씨, 채봉진씨, 춘운가씨, 섬월계씨, 경홍적씨, 요연심씨, 능파백씨는 목욕재계하고, 삼가 남해 관음보살 앞에 아뢰나이다.

세상 사람들, 혹은 온 세상의 사람들이 형제가 되었어도, 어찌 기분과 즐김까지 이 합치되겠사옵니까? 혹은 천륜의 친함으로 오가는 행인이라 해도, 어찌 정과 뜻이 어긋나지 않겠사옵니까?

 

弟子八人等, 始雖各生於南北 散處於東西, 而及長, 同事一人 同居一室, 氣相合也 義相孚也.

比之於物, 一樹之花 爲風雨所撼, 或落於宮殿 或飄於閨閣, 或墜於陌上 或飛於山中,

或隨溪流 而達於江湖. 然言其本 則同一根也. 惟其同根也.

故花木無心之物 而其始也, 同開於枝 其終也, 同歸於地.

人之所同受者, 亦也 一氣而已, 則氣之散也, 豈不同歸於一處乎?

제자팔인등 시수각생어남북 산처어동서 이급장 동사일인 동거일실 기상합야 의상부야

비지어물 일수지화 위풍우소감 혹낙어궁전 혹표어규각 혹추어맥상 혹비어산중

혹수계류 이달어강호 연언기본 칙동일근야 유기동근야

고화목무심지물 이기시야 동개어지 기종야 동귀어지

인지소동수자 역야 일기이이 칙기지산야 기부동귀어일처호

 

제자 팔인 등은 처음에 각기 남과 북에서 태어나고 동과 서로 흩어져 살았으나, 자라나서는, 함께 한 사람을 섬기며 함께 기거하여, 뜻이 잘 맞고 정의가 서로 통하나이다. 이를 사물에 비유하면, 한 가지의 꽃이 비바람에 흔들려, 혹은 궁전에 떨어지고 혹은 규방에 날리고, 혹은 밭두렁에 떨어지고 혹은 산중에 날리고, 혹은 시냇물의 흐름을 따르다가 강과 호수에 도달하는 것과 같사옵니다. 그러나 그 근본을 말하면 같은 뿌리이고 오직 같은 뿌리이옵니다.

꽃나무 같은 무심한 사물도 처음에는 가지에서 같이 피어났다가, 마침내는 땅 위로 함께 돌아가나이다. 사람에 있어서도 역시 받은 것 또한 한 기운일 뿐이니, 기운이 흩어지면 어찌 한 곳에 함께 돌아가지 않으리오.

 

古今遼濶, 而生幷一時, 四海廣大 而居同一室 此實前生之宿緣, 人生之幸會.

是以弟子等八人, 同約同盟 結爲兄弟, 一吉一凶 一生一死, 必欲與之 相隨而不相離也.

八人中 苟有懷異心, 而背矢言者, 則天必殛之 神必忌之.

伏望大師, 降福消災 以佑妾等, 使百年之後 同歸於極樂世界 幸甚.’

고금료활 이생병일시 사해광대 이거동일실 차실전생지숙연 인생지행회

시이제자등팔인 동약동맹 결위형제 일길일흉 일생일사 필욕여지 상수이불상리야

팔인중 구유회이심 이배시언자 칙천필극지 신필기지

복망대사 강복소재 이우첩등 사백년지후 동귀어극락세계 행심

 

고금이 아득하고 넓지만, 한 시기를 같이하여 태어나고, 세상이 넓고 크지만 같은 집에 거주하고 있으니, 이는 실로 전생의 오랜 인연이요, 인생의 다행한 기회이옵니다. 이러므로 제자 등 여덟 사람은 함께 약속하고 맹세하여, 형제의 의리를 맺고 길흉과 생사를 한 가지로 하여, 반드시 상대와 서로 따르고 서로 헤어지지 않고자 하나이다.

여덟 사람 중에 굳이 다른 마음을 품고 약속을 저버리는 자가 있으면, 하늘이 반드시 죽이시고 신이 반드시 그를 꺼릴 것이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관음보살님께서는 복과 즐거움을 내리시고 재앙을 소멸시키시어 첩들을 도와주시옵소서. 백 년 후에 극락세계에 함께 돌아가게 하신다면, 매우 다행이겠사옵니다.”

 

此後六娘子 雖自守名分, 不敢以兄弟稱號, 而兩夫人以妹子呼之 恩愛愈密矣.

八人皆各有子女, 兩夫人及春雲, 裊烟, 蟾月, 驚鴻生男子, 彩鳳, 凌波皆生女子,

而未嘗見産育之慘 此亦與凡人殊也.

차후육낭자 수자수명분 불감이형제칭호 이양부인이매자호지 은애유밀의.

팔인개각유자녀 양부인 급춘운, 요연, 섬월, 경홍생남자 채봉, 능파개생여자

이미상견산육지참 차역여범인수야.

 

이후로 여섯 낭자는 스스로 명분을 지켜, 감히 형제로 칭하며 부르지 않았을지라도, 두 부인은 자매로 불러 은애가 더욱 친밀하였다.

여덟 부인은 모두 각기 자녀를 두었는데, 두 부인과 춘운, 요연, 섬월, 경홍은 아들을 낳았고, 채봉과 능파는 모두 딸을 낳았는데, 출산과 양육 중에 비참한 일도 없었으니 이 점 또한 범인과 달랐다.

 

時天下昇平, 民安物阜, 廟堂之上 無一事可規劃者.

丞相出 則陪聖天子, 遊獵於上苑, 入則奉大夫人 讌樂於北堂.

僛僛舞袖 任它光陰之流邁, 嘈嘈急絃 催却春秋之代謝.

丞相躡沙堤 而執匀衡者, 已累十年.

亨萬鍾之富, 盡三牲之養. 泰極否室 天道之恒, 興盡悲來 人事之常也.

시천하승평 민안물부 묘당지상 무일사가규획자

승상출 칙배성천자 유렵어상원 입칙봉대부인 연락어북당

기기무수 임타광음지류매 조조급현 최각춘추지대사

승상섭사제 이집균형자, 이누십년.

형만종지부 진삼생지양. 태극부실 천도지항 흥진비래 인사지상야

 

이때는 천하가 태평하고 백성들이 평안하고 물산이 풍부하여, 조정에서는 한 가지 일도 막거나 정할 것이 없었다. 승상은 조정에 나아가면, 천자를 모시고 상림원에서 사냥하고, 집에 들어오면 대부인을 모시고 북당(北堂)에서 잔치를 베풀었다. 너울너울 춤추는 소매 속에 세월의 흐름을 맡기고, 조잘대는 듯한 급한 현악기 가락은 세월의 흐름을 재촉했다.

승상이 모랫둑에 올라 나라의 균형(匀衡)을 잡은 지 이미 몇십 년이 지났다. 만종(萬鍾)의 부유함을 누리고, 삼생(三牲)의 봉양을 다 했다. 편안함이 다했으니 슬픈 일이 오는 것은 항상 있는 하늘의 도이고, 흥함이 다해 슬픈 일이 오는 것은 인간 세상의 도였다.

 

柳夫人以天年終, 壽九十九矣.

丞相哀毁逾禮, 幾乎滅性. 兩殿憂之, 遣中使 勉諭節哀, 以王后禮葬之.

鄭司徒夫妻 亦得上壽而終. 丞相悲悼之情, 不下於柳夫人矣.

유부인이천년종 수구십구의

승상애훼유례 기호멸성 양전우지 견중사 면유절애 이왕후례장지.

정사도부처 역득상수이종. 승상비도지정 불하어유부인의.

 

유부인은 천수를 마치니 수가 아흔아홉 살이었다. 승상의 슬퍼 몸을 상하게 하니, 예가 지나쳐 거의 본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두 궁에서도 이를 근심하여 중사(中使)를 보내어 슬픔의 뜻을 담은 유지(諭旨)를 내리고, 왕후의 예절로 장례를 치르게 했다.

정사도 부부 또한 상수를 누리고 임종했다. 승상이 비통해하고 애도하는 정은, 유부인보다 못지않았다.

 

丞相六男二女, 皆有父母標致, 玉樹芝蘭 幷耀於門闌.

第一子名大卿 鄭夫人出也, 爲吏部尙書, 第二子名次卿 狄氏出也, 爲京兆尹.

第三子名舜卿 賈氏出也, 爲御史中丞, 第四子名季卿 蘭陽公主出也, 爲兵部侍郞.

第五子名五卿 桂氏出也, 爲翰林學士, 第六子名致卿 沈氏出也, 年十五 勇力絶倫

上大愛之 爲金吾上將軍, 將京營軍十萬 宿衛宮禁.

長女名傅丹 秦氏出也, 爲越王 王郞 瑘王妃, 次女名永樂 白氏出也, 爲皇太子妾 後封婕妤.

승상육남이녀 개유부모표치 옥수지란 병요어문란

제일자명대경 정부인출야 위이부상서 제이자명차경 적씨출야 위경조윤

제삼자명순경 가씨출야 위어사중승 제사자명계경 난양공주출야 위병부시랑

제오자명오경 계씨출야 위한림학사 제육자명치경 심씨출야 년십오 용력절륜

상대애지 위금오상장군 장경영군십만 숙위궁금.

장녀명부단 진씨출야 위월왕 왕랑 야왕비, 차녀명영락 백씨출야 위황태자첩 후봉첩여

 

승상의 육남 이녀는 모두 부모를 닮아 옥수(玉樹)와 지란(芝蘭) 같은 모습이 모두 문중에 빛났다.

제일자 대경(大卿)은 정부인 출생인데 이부상서(吏部尙書)가 되었고, 제이자 차경(次卿)은 적씨 출생인데 경조윤(京兆尹)이 되었다. 제삼자 순경(舜卿)은 가씨 출생인데 어사중승(御史中丞)이 되었고, 제사자 계경(季卿)은 난양공주 출생인데 병부시랑(兵部侍郞)이 되었다. 제오자 오경(五卿)은 계씨 출생인데 한림학사(翰林學士)가 되었고, 제육자 치경(致卿)은 심씨 출생인데, 나이 열다섯에 힘이 매우 뛰어남에 황상께서 매우 사랑하시어, 금오상장군(金吾上將軍)을 삼아 군사 십만을 거느리고 궁궐을 호위하며 지켰다.

장녀 부단(傅丹)은 진씨 출생인데, 월왕의 아들 야왕(瑘王)의 비가 되었고, 차녀 영락(永樂)은 백씨 출생인데, 황태자의 첩이 되었고 후에 첩여(婕妤)에 봉해졌다.

 

楊丞相以一介書生, 遇知己之主 値有爲之時.

武定禍亂 文治太平, 功名富貴 與郭汾陽齊名. 而汾陽六十爲上將,

少游二十出爲大將, 入爲丞相. 久居鼎位 協贊國政 過於汾陽.

二十四考 上得君心 下協人望, 坐亨豊亨 豫大之樂, 誠歷萬古絶百代 而所未聞也.

양승상이일개서생 우지기지주 치유위지시

무정화란 문치태평 공명부귀 여곽분양제명 이분양육십위상장

소유이십출위대장 입위승상 구거정위 협찬국정 과어분양

이십사고 상득군심 하협인망 좌형풍형 예대지락 성력만고절백대 이소미문야

 

양승상은 일개 서생으로, 자기를 알아주는 천자를 만나 걸맞은 시기를 만났다. 무예로써 변란과 어려움을 안정시키고, 문치로 태평을 이루어, 공명과 부귀가 곽분양과 이름을 나란히 했다. 곽분양은 육십에 상장군이 되었으나, 소유는 이십에 나가서 대장군이 되고 들어와서 승상이 되었다.

오랫동안 삼정승으로 지내며 국정에 협찬했으니 곽분양보다 훌륭했다. 스물넷에 위로는 황상의 마음을 얻고, 아래로는 사람들의 바람에 부응하여, 앉아서 풍요로움을 누리고 일어서서는 기쁨을 누리니, 참으로 오랜 옛적부터 없는 일이며 듣지 못하던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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