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구운몽 한문본

권지삼 - 4. 소유는 두 공주와 혼례를 올리고 진채봉과 회포를 나누다

New-Mountain(새뫼) 2020. 11. 3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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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소유는 두 공주와 혼례를 올리고 진채봉과 회포를 나누다

 

明日天子召見楊丞相 下敎曰 : “頃者爲御妹婚事, 太后特下嚴旨, 朕心亦不平矣,

今聞鄭女已死 而御妹婚事, 待卿還朝盖久矣, 卿雖思念鄭女 死者已矣,

卿方少年 堂上有大夫人, 則甘毳之供 不可自當, 况且大丞相官府女君, 不可無矣,

魏國公家廟亞獻, 亦不可闕矣.

朕已作丞相府及公主宮, 以待成禮之日, 御妹之婚 今亦不可許乎?”

명일천자소견양승상 하교왈 경자위어매혼사 태후특하엄지 짐심역불평의

금문정녀이사 이어매혼사 대경환조개구의 경수사념정녀 사자이의

경방소년 당상유대부인즉감취지공 불가자당 황차대승상관부녀군 불가무의

위국공가묘아헌 역불가궐의

짐이작승상부급공주궁 이대성례지일 어매지혼 금역불가허호

 

이튿날 천자가 양승상을 불러 보시고 이르기를,

“지난번에 누이의 혼사로 인하여 태후께서 엄중한 교지를 내리시어 짐의 마음이 또한 평안하지 못했노라. 이제 들으니 정녀가 이미 죽었다 하매, 누이의 혼사는 오직 경이 조정에 돌아오기만 오래 기다렸도다. 경이 비록 정가의 딸을 깊이 생각하지만, 죽은 자는 그만이라.

경은 아직도 소년이요, 당상에는 대부인이 있은즉, 음식을 장만하고 모시는 일을 스스로 담당하지 못할 것이라. 하물며 대승상의 관부(官府)에 여주인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며, 위국공(魏國公)의 가묘(家廟)에 두 번째 잔을 올리는 것을 빠뜨릴 수는 없는 일이로다.

짐이 이미 승상부와 공주궁을 짓고 성례의 날을 기다리고 있는데 누이의 혼사를 지금이라도 또한 허락하지 아니하겠느냐?”

 

丞相叩頭奏曰 : "臣前後拒逆之罪實合斧鉞之誅, 而聖敎荐下玉音春溫, 臣誠感殞不知死所.

前日之累抗嚴敎, 有所拘於人倫而不獲已也, 今則鄭女已亡矣, 臣詎敢有他意乎?

但門戶寒微才術空疎, 恐不合於駙馬之尊位也.”

上大悅卽下詔於欽天舘, 使擇吉日, 太史以秋九月望日奏之, 只隔數十日矣.

승상고두주왈 신전후거역지죄실합부월지주 이성교천하옥음춘온 신성감운부지사소

전일지루항엄교 유소구어인륜이불획이야 금즉정녀이망의 신거감유타의호

단문호한미재술공소 공불합어부마지존위야

상대열즉하조어흠천관 사택길일 태사이추구월망일주지 지격수십일의

 

승상이 머리를 조아려 아뢰기를,

“신이 여러 차례 거역한 죄는 실로 부월(斧鉞)로 죽이어도 합당하거늘, 황상께서 가르침을 거듭 내리시어 온후하게 말씀하시니, 신은 진실로 감읍하여 죽고자 하여도 죽을 데를 알지 못하옵니다.

오직 전일 여러 번 엄한 명을 거역함은, 인륜에 구애됨이 있어서 부득이 마지못한 일이었사옵니다. 이제 정녀가 이미 죽었으니, 신에게 어찌 감히 다른 뜻이 있겠사옵니까? 다만, 신의 문호가 변변하지 못하옵고, 재주와 술책이 헛되고 옅사오니, 부마의 존위에는 합당치 못하여 두렵사옵니다.”

황상이 매우 기뻐하시며 곧 조서를 흠천감(欽天監)에 내리시어, 혼삿날을 택하여 들이라 하셨는데, 태사(太史)가 추구월 보름께라고 아뢰니, 다만 수십 일의 여유가 있을 뿐이었다.

 

上下敎於丞相曰 : “前日則婚事在於可否間故, 不言於卿矣.

朕有妹兩人皆賢淑, 非凡骨也, 雖欲更求如卿者, 何處可得乎?

以是朕恭承太后之詔, 欲以兩妹下嫁於卿矣.”

상하교어승상왈 전일즉혼사재어가부간고 불언어경의

짐유매양인개현숙 비범골야 수욕갱구여경자 하처가득호

이시짐공승태후지조 욕이양매하가어경의

 

황상이 승상에게 하교하기를,

“전일에는 곧 혼사가 정해지지 않았던 관계로 경에게 미처 말하지 못하였도다. 실은 짐에게 누이가 두 사람 있는데, 다 어질고 정숙함이 비범하도다. 비록 다시 경 같은 사람을 구하고자 하였으나 어느 곳에서 찾을 수가 있었으리오. 이러므로 짐이 태후의 명을 공손히 받들어, 두 누이를 경에게 하가(下嫁)하게 하고자 하노라.”

 

丞相忽憶眞州客舘之夢, 大異於心伏地奏曰 :

“臣自被椒掖之揀, 欲避無路欲走無地, 未得置身之所,

第切致寇之惧, 今陛下欲使兩公主, 共事一人之身,

此則自有人國家以來, 所未聞者也, 臣何敢承當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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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상이 문득 진주(眞州) 객관에서의 꿈을 생각하고, 마음에 매우 괴이하게 여겨 땅에 엎드려서 아뢰기를,

“신이 부마 간택을 입사온 후로는, 없는 길로 피하고자 하고 없는 땅에 달려가고자 하였으나, 몸 둘 곳을 얻지 못하였사옵니다. 이제 가장 두려운 것은 이제 폐하의 두 공주로 하여금, 한 사람 몸을 함께 섬기도록 하시니, 이는 사람이 사는 나라 있은 이래로 듣지 못한 바이온즉, 신이 감히 어찌 당할 수 있겠사옵니까?”

 

上曰 : “卿之勳業足爲國朝第一, 彛鐘不足銘其功也, 茅土不足償其勞也,

此朕所以以兩妹事之, 且御妹兩人友愛之情, 皆出於天, 立則相隈 坐則相依,

每願至老死不相離, 此太后娘娘之意也, 卿不可辭也.

且宮人秦氏世家士族也, 有姿色能文章, 御妹視如手足待以腹心,

欲以爲媵於下嫁之日故, 先使卿知之矣.”

상왈 경지훈업족위국조제일 이종부족명기공야 모토부족상기로야

차짐소이이양매사지 차어매양인우애지정 개출어천 입즉상외 좌즉상의

매원지로사불상리 차태후낭낭지의야 경불가사야

차궁인진씨세가사족야 유자색능문장 어매시여수족대이복심

욕이위잉어하가지일고 선사경지지의

 

황상이 타이르기를,

“경의 공적은 충분히 이 나라에 으뜸이 되거늘, 이종(彛鐘)에 그 공을 다 새길 수 없고, 모토(茅土)에서 그 노고에 상을 주려 해도 부족하도다. 이에 짐의 두 누이로 섬기게 함이로다. 또 두 누이의 우애가 다 하늘에서 나왔으므로, 서면 서로 친숙해지고 앉으면 서로 의지하여, 매양 늙어 죽어도 서로 떨어지지 않기를 원하도다. 또 이는 태후마마의 의향이시니, 경은 결코 사양하지 말지어다.

또한 궁녀 진씨는 본디 좋은 집안의 자손이요, 얼굴이 곱고 글을 잘하여 누이가 수족과 같이 보아 진정으로 대하고 있노라. 하가(下嫁)하는 날에 잉첩(媵妾)으로 삼고자 바라는 고로, 먼저 경이 알게 하노라.”

 

丞相又起謝. 時鄭小姐爲公主, 在於宮中日月多矣.

事太后以孝以至誠, 與蘭陽及秦氏情若同氣, 敬愛深至 太后益愛之,

婚期旣迫 從容告於太后曰 : “當初以蘭陽定次之日, 冒居上座實涉僭越,

而一向固辭 似外於娘娘之恩眷故, 黽勉從之而 卒非我意也.

今歸楊家, 蘭陽若辭第一位 則此大不可, 惟望娘娘及聖上, 叅其情禮 正其位次,

使私分獲安 家法不紊.”

승상우기사 시정소저위공주 재어궁중일월다의

사태후이효이지성 여난양급진씨정약동기 경애심지 태후익애지

혼기기박 종용고어태후왈 당초이난양정차지일 모거상좌실섭참월

이일향고사 사외어낭낭지은권고 민면종지이 졸비아의야

금귀양가 난양약사제일위 즉차대불가 유망낭낭급성상 참기정례 정기위차

사사분획안 가법불문

 

승상은 또 일어나 은혜에 깊이 감사할 뿐이었다.

이때 정소저는 공주가 되어 궁중에 있은 지 오래되었다. 태후를 지극한 효성으로 섬기고, 또 난양공주, 진씨와 더불어 정을 나눔이 동기 같았으며, 공경하고 사랑함이 깊어서 태후의 사랑이 더해 갔다.

혼사 때가 거의 임박하여 조용히 태후께 아뢰기를,

“당초 난양과 더불어 차례를 정하던 날, 상좌(上座)에 있기가 실로 분수에 지나쳤사옵니다. 하지만 꾸준히 사양하기를 고집하면, 마마의 돌보고 사랑하는 온정을 외면하는 것처럼 보일 듯하여, 억지로 힘써 따랐을 뿐이었고, 끝내 저의 뜻은 아니었사옵니다.

이제 양가(楊家)에게로 돌아가서도, 난양이 만일 제일의 자리를 사양한다면 이는 크게 옳지 않사옵니다. 마마와 황상께서는 그 정리와 예의를 참작하시고, 그 위치와 차례를 바르게 하시어 사사로운 정을 편안케 하여 주옵소서. 가법이 문란치 않도록 하시기를 오직 바라올 뿐이옵니다.”

 

蘭陽曰 : “姐姐德性才學, 皆小女之師也, 姐姐雖在鄭門, 小女當如趙襄之讓位,

旣爲兄弟之後, 豈有尊卑之分乎? 小女雖爲第二夫人, 自不失帝女之尊貴,

而若忝居上元之位, 則娘娘養育姐姐之意 果安在哉?

姐姐必欲讓於小女, 則小女不願爲楊家婦也.”

난양왈 저저덕성재학 개소녀지사야 저저수재정문 소녀당여조양지양위

기위형제지후 기유존비지분호 소녀수위제이부인 자부실제녀지존귀

이약첨거상원지위 즉낭낭양육저저지의 과안재재

저저필욕양어소녀 즉소녀불원위양가부야

 

난양이 이르기를,

“저저의 덕성과 재주, 학식이 다 소녀의 스승이 되오니, 저저가 비록 정씨 문중에 있을지라도, 소녀가 마땅히 조양(趙襄)이 자리를 사양했던 것과 같이 할 터이옵니다. 이미 형제 되어 온 후이니, 어찌 높고 낮음의 분별이 있을 수 있겠나이까?

소녀가 비록 두 번째 부인이 될지라도, 스스로 임금의 딸로서 존귀함을 잃지 아니할 것이옵니다. 만일 제일 위에 있게 되오면, 곧 마마가 저저를 기르시는 본의가 과연 어디에 있게 되나이까? 저저가 기필코 자리를 소녀에게 양보하고자 하시면, 소녀는 양가(楊家)의 아내가 됨을 원하지 아니하겠나이다.”

 

太后問於上上曰 :

“御妹之讓出於中懇, 未聞自古帝王家貴主有此事也, 願娘娘嘉其謙德, 成其美意也.”

太后曰 : “帝言是也.”

乃下敎 以英陽公主封魏國公左夫人, 以蘭陽公主封右夫人, 以秦氏本大夫之女, 封爲淑人.

태후문어상상왈

어매지양출어중간 미문자고제왕가귀주유차사야 원낭낭가기겸덕 성기미의야

태후왈 제언시야

내하교 이영양공주봉위국공좌부인 이난양공주봉우부인 이진씨본대부지녀 봉위숙인

 

태후가 황상께 물으니, 황상이 이르기를,

“누이의 사양함은 진정에서 나온 것으로, 자고로 제왕가(帝王家)의 귀주에게 이런 일이 있음을 듣지 못하였나이다. 마마께서는 그 겸양하는 덕을 아름답게 여기시어, 이 일에 그 아름다운 뜻을 이루시도록 바라나이다.”

태후가 이르시기를,

“황상의 말씀이 옳도다.”

이에 하교를 내리시어, 영양공주로서 위국공의 좌부인(左夫人)을 삼으시고, 난양공주로서 우부인(右夫人)을 봉하시며, 진씨는 본디 사대부가의 여자이기에 숙인(淑人)으로 봉하셨다.

 

自古公主婚禮, 行於闕門之外官府矣, 是日太后特令行禮於大內.

至吉日丞相以麟袍玉帶, 與兩公主成禮, 威儀之盛禮貌之偉不煩道也,

禮畢入座秦淑人, 亦以禮納拜於丞相, 仍侍公主丞相賜之座.

三位上仙齊會一席, 光搖五雲影眩千門, 丞相雙眸亂纈, 九魄超忽, 只疑身在於黑甛鄕也.

자고공주혼례 행어궐문지외관부의 시일태후특령행례어대내

지길일승상이린포옥대 여양공주성례 위의지성례모지위불번도야

예필입좌진숙인 역이례납배어승상 잉시공주승상사지좌

삼위상선제회일석 광요오운영현천문 승상쌍모란힐 구백초홀 지의신재어흑첨향야

 

예로부터 공주의 혼례는 궐문 밖의 관아에서 거행하였지만, 이날에는 태후가 특별히 임금이 거처하는 곳에서 혼례를 치르도록 명하셨다.

길일에 이르러 승상은 인포옥대(麟袍玉帶)로 차려입고, 두 공주와 예식을 올리니, 위의의 왕성함과 예절에 맞는 몸가짐의 장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 예식이 끝나 자리를 잡은 다음에 진숙인(秦淑人)도 또한 예로써 승상을 뵙고 이에 공주 곁에 섰더니, 승상이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세 사람의 상계(上界) 선녀가 일제히 한자리에 모이니, 빛이 오색구름에 꿈틀거리듯 그림자가 모든 문에 현란하였다. 승상은 두 눈동자가 어질어질하고 아홉 혼백이 흔들리어, 다만 몸이 꿈속의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되었다.

 

是夜與英陽公主聯衾, 早起問寢於太后 太后賜宴, 皇上及皇后亦入侍太后, 終夕罄歡.

是夕又與蘭陽公主幷枕, 第三日往于秦淑人之房, 淑人視丞相輒潛然垂涕, 丞相驚問曰 :

“今日笑則可泣則不可! 淑人之淚抑有思乎?”

秦氏對曰 : “不記小妾, 可知丞相之已忘妾也.”

시야여영양공주련금 조기문침어태후 태후사연 황상급황후역입시태후 종석경환

시석우여난양공주병침 제삼일왕우진숙인지방 숙인시승상첩잠연수체 승상경문왈

금일소즉가읍즉불가 숙인지루억유사호

진씨대왈 불기소첩 가지승상지이망첩야

 

이 밤에 승상이 영양공주와 더불어 이불을 같이 하고, 이튿날에 일찍이 일어나 태후께 침실로 문안드렸다. 태후께서 잔치를 베풀어 주시는데, 황상과 황후께서도 또한 들어와 태후를 모시고 종일토록 즐겁게 지냈다. 다음 날 저녁에는 난양공주와 동침하고, 세 번째 날에는 진숙인(秦淑人) 방으로 갔는데, 숙인이 승상을 보고 문득 눈물을 줄줄 흘렸다.

승상이 놀라서 묻기를,

“오늘 웃는 것은 옳거니와 우는 것은 옳지 못하도다. 숙인의 눈물에는 어떤 사연이 있느냐?”

진씨가 답하기를,

“소첩을 기억 못하시는데, 승상께서 이미 소첩을 잊어버린 것으로 알겠나이다.”

 

丞相小頃乃悟, 就執玉手而謂曰 : “君得非華陰秦氏乎?”

彩鳳無語轉咽, 聲不出口 丞相曰 : “吾以爲娘子已作泉下之人矣, 果在宮中也.

華州相失娘家慘禍, 余欲無言娘豈欲听? 自客店逃亂之後, 何嘗一日不思吾娘子?

而只知其死不知其生. 今日之得遂舊約, 實是吾慮之所未及, 亦豈娘子之所期乎?”

승상소경내오 취집옥수이위왈 군득비화음진씨호

채봉무어전열 성불출구 승상왈 오이위낭자이작천하지인의 과재궁중야

화주상실낭가참화 여욕무언낭기욕은 자객점도란지후 하상일일불사오낭자

이지지기사부지기생 금일지득수구약실 시오려지소미급 역기낭자지소기호

 

승상이 잠시 후 곧 깨닫고, 진씨의 가냘픈 손을 잡으며 이르기를,

“그대는 화주(華州)의 진낭자(秦娘子)가 아니시오?”

채봉(彩鳳)이 말을 못하고 목이 메어 소리가 입에서 나오지 아니하니, 승상이 이르기를,

“나는 낭자가 이미 지하의 사람이 된 줄로만 알았는데, 정말로 궁중에 있었도다. 그때 화주에서 서로 헤어짐은 낭자의 집이 참화를 겪었기 때문에, 내 할 말이 없거니와, 그대는 어떤 말을 듣기 바라오? 객사에서 피난한 후로 어찌 하루라도 내가 낭자를 생각지 아니하였겠소?

다만 죽은 줄로만 알았지, 살았음은 알지 못하였소이다. 오늘 옛 언약을 이루게 됨은, 실로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바이기에, 또한 낭자를 어찌 기약하였겠소?”

 

卽自囊裏出示秦氏之詞, 秦氏亦探懷中, 奉呈丞相之詩,

兩人楊柳詞依俙若相和之日也. 各把彩牋摧膓叩心而已.

秦氏曰 : “丞相惟知以楊柳詞, 共結舊日之約 而不知以紈扇詩, 得成今日之緣也.”

遂開小篋出畵扇示丞相, 仍備陳其事曰 : “此皆太后娘娘及萬歲爺爺, 公主娘娘之洪恩盛德也.”

즉자낭리출시진씨지사 진씨역탐회중 봉정승상지시

양인양류사의희약상화지일야 각파채전최장고심이이

진씨왈 승상유지이양류사공결구일지약 이부지이환선시 득성금일지연야

수개소협출화선시승상 잉비진기사왈 차개태후낭낭급만세야야 공주낭낭지홍은성덕야

 

승상이 곧바로 주머니 속에서 진씨의 글을 내어 보이니, 진씨 또한 품속을 뒤져 승상의 시를 찾아 받들어 올렸다. 두 사람의 양류사가 서로 의연히 화답하던 날과 그 모습이 다르지 않았다. 각자가 채전(彩牋)을 쥐고 솟구쳐 오르는 마음을 억제할 따름이었다.

진씨가 이르기를,

“승상은 오직 양류사로 함께 옛 언약을 맺은 줄만 아시지, 깁부채에 쓴 시로 인하여 오늘의 연분이 이루어진 것은 알지 못하옵니다.”

드디어 조그만 상자를 열어 그림 부채를 꺼내 승상에게 보이고, 거듭 그 일을 자세히 설명한 뒤 이르기를,

“이는 모두 태후마마와 황제 폐하, 그리고 공주마마의 넓은 은혜와 큰 덕을 입음이옵니다.”

 

丞相曰 : “其時避兵於藍田山, 還問店人則 或云 娘子沒入於掖庭, 或云爲孥於遠邑,

或云亦不免凶禍, 雖未知的報更無可望, 不得已求婚於他家,

而每過華山渭水之間, 身如失侶之鴈, 心若中鉤之魚, 皇恩所及雖與會合, 第有不安於心者,

店中初約豈以小星相期, 而終使娘子屈於此位 慚愧何言?”

승상왈 기시피병어람전산 환문점인즉 혹운 낭자몰입어액정 혹운위노어원읍

혹운역불면흉화 수미지적보갱무가망 부득이구혼어타가

이매과화산위수지간 신여실려지안 심약중구지어 황은소급수여회합 제유불안어심자

점중초약기이소성상기 이종사낭자굴어차위 참괴하언

 

승상이 이르기를,

“그때 남전산(藍田山)으로 피난 갔다가 돌아와서 객점 주인에게 물어보았소. 사람들은 혹은 낭자가 대궐 안으로 잡혀 들어갔다고 말하기도 하고, 혹은 먼 고을의 관비로 되어 갔다 말하기도 하며, 혹은 또한 흉악한 화를 면치 못하였다고 말하였소. 정확한 정보를 비록 알지 못하여, 다시 가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소이다.

부득이 다른 집에 혼처를 구하게 되었으나, 화산(華山)과 위수(渭水) 사이를 지날 적마다 몸은 짝 잃은 기러기 같았고 마음은 낚시에 꿰인 고기 같았소. 이제 황은이 미치어 비록 서로 함께 모였으되, 다만 마음에 불안함은 가시지 않았으니, 바로 객점에서 정한 처음의 언약이 어찌 작은 별처럼 사라지는 것으로 기약되었으리오. 마침내 낭자로 하여금 이 자리에 굽히게 하였으니, 부끄러움을 어찌 이루 말로 다할 수 있으리오.”

 

秦氏曰 : “妾之薄命妾亦自知故, 曾送乳媼於客店也, 郞若取室 則自願爲小室矣,

今居貴主之副位榮也幸也. 妾若怨恨則天必厭之.”

是夜舊誼新情 比前兩宵, 尤親密矣.

진씨왈 첩지박명첩역자지고 증송유온어객점야 낭약취실 즉자원위소실의

금거귀주지부위영야행야 첩약원한즉천필염지

시야구의신정 비전양소 우친밀의

 

진씨가 아뢰기를,

“첩의 명이 기박함은 또한 스스로 알고, 일찍이 유모를 객점으로 보내어 고할 때, 낭군이 만약 혼인을 하셨다면, 스스로 소실(小室)이 되기를 원하였나이다. 이제 귀주의 다음가는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으니, 이는 첩의 영광이며 행운이옵니다. 첩이 만일 원한의 마음을 갖는다면, 하늘이 반드시 미워하시리다.”

이 밤에는 옛정과 새정이 전날의 두 밤에 비하여 더욱 친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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