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구운몽 한문본

권지삼 - 3. 승전을 하고 돌아온 소유는 정경패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New-Mountain(새뫼) 2020. 11. 3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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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승전을 하고 돌아온 소유는 정경패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此時楊尙書以白龍潭水 飮將士, 士氣無前 皆願一戰,

尙書指授方略一鼓直進, 贊普才受裊烟所送之珠, 知唐兵已過盤蛇谷,

大惧方議詣壘而降, 吐蕃諸將生縛贊普, 至唐營而降.

차시양상서이백룡담수 음장사 사기무전 개원일전

상서지수방략일고직진 찬보재수요연소송지주 지당병이과반사곡

대구방의예루이항 토번제장생박찬보 지당영이항

 

이 무렵, 양상서가 백룡담의 물로 장수와 사졸들에게 먹이니, 사기가 전에 없이 드높아져서 모두들 한번 싸우기를 원하였다. 상서가 모든 장수를 불러 방법과 계략을 가르쳐 주고, 북소리를 울리며 진군하였다.

찬보(贊普)가 가까스로 요연(裊烟)이 보낸 구슬을 받았으므로, 당병(唐兵)이 이미 반사곡(盤蛇谷)을 지난 줄로 알고, 크게 겁을 내어 바야흐로 나아가 항복하기를 의논할 때, 토번의 여러 장수가 찬보를 사로잡아 결박하여 당의 진영에 데리고 와 투항하였다.

 

楊元帥更整軍容 入其都城, 禁止侵掠 撫安百姓, 登崑崙山立石 頌大唐威德,

遂振旅奏凱將向京師, 至眞州正當仲秋也.

山川蕭瑟 天地搖落, 寒花釀感 斷鴈流哀, 令人有羈旅之悲矣.

양원수갱정군용 입기도성 금지침략 무안백성 등곤륜산립석 송대당위덕

수진려주개장향경사 지진주정당중추야

산천소슬 천지요락 한화양감 단안류애 영인유기려지비의

 

양원수가 다시 군의 기율을 가지런히 하고 도성으로 들어가 노략질을 금하고 백성들을 보살펴 편안케 하였다. 곤륜산(崑崙山)에 올라가 돌비를 세워 대당(大唐)의 위엄과 덕망을 기록하고, 마침내 군사들을 돌려 개가(凱歌)를 부르며 서울로 향하게 되었는데, 진주(眞州) 땅에 이르렀을 때에는 어느덧 한가을이 되었다.

산천이 소슬하고 천지가 낙엽에 뒤덮여 싸늘한 꽃잎이 애달픔을 빚어내니, 날아가는 기러기가 슬픔을 자아내어, 사람으로 하여금 떠도는 나그네의 비창함을 느끼게 하였다.

 

元帥夜入客舘 懷抱甚惡, 遙夜漫漫不能假寐, 心下自想曰 :

“一別桑楡 三閱春秋. 堂中鶴髮 想非舊日而, 扶護疾恙可托何人, 定省晨昏 可期何時.

鳴劒之志雖展於今日, 列鼎之養不及於親闈, 子職虛矣 人道廢矣.

此古人所以悲風樹之不停, 望太行 而感興者也.

况數年奔走 內事無主, 鄭家親禮 難保無他, 所謂不如意者十常八九者此也.

원수야입객관 회포심악 요야만만불능가매 심하자상왈

일별상유 삼열춘추 당중학발 상비구일이 부호질양가탁하인 정성신혼 가기하시

명검지지수전어금일 열정지양불급어친위 자직허의 인도폐의

차고인소이비풍수지부정 망태행 이감흥자야

황수년분주 내사무주 정가친례 난보무타 소위불여의자십상팔구자차야

 

양원수가 밤에 객사(客舍)에 드니, 회포는 매우 침울하고 기나긴 밤은 끝없이 지루하여, 눈을 붙여도 잠을 이룰 수 없기에, 마음에 스스로 생각해 보기를,

“뽕나무와 느릅나무가 있는 고향을 떠난 지 이미 삼 년이란 세월이 흘렀도다. 어머님의 흰 머리는 옛날과 같지 않을 것이로되, 병구완은 누구에게 부탁하며 아침에 문안을 드리고, 저녁에 잠자리를 봐 드릴 때를 언제나 기약할 수 있을 것인가? 난리를 평정코자 하는 뜻은 오늘에 비록 펼쳤으나, 노모를 봉양할 마음을 펴는 데에는 이에 미치지 못하였으니, 사람의 자식 된 직분을 떨쳐 버리고 사람의 도리를 저버렸도다.

이는 옛사람들이 바람이 나무에 머물지 않음을 슬퍼하여, 그저 가는 것을 바라보고 감흥에 젖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하물며 수년간 국사에 분주하여 아내를 두지 못하고, 정가(鄭家)와의 혼인을 보장하기 어려운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이른바 뜻대로 일이 되지 않는 것이 십상팔구(十常八九) 이런 것이로다.

 

今我復五天里之地, 平百萬衆之賊, 其功亦不爲小矣,

天子必用封建之典, 以酬駈馳之勞,

我若還其職號 陳其誠, 懇請許鄭家之婚, 則或有允兪之望矣.’

금아복오천리지지 평백만중지적 기공역불위소의

천자필용봉건지전 이수구치지로

아약환기직호 진기성 간청허정가지혼 즉혹유윤유지망의

 

이제 내가 오천 리 땅을 회복하고 백만 적병을 평정하였으니, 그 공 또한 적지 않을 것이라. 천자께서는 필연코 이에 큰 벼슬을 상으로 내리시어, 싸움터를 달렸던 이 몸의 수고를 갚으실 터이로다. 내가 만일 그 벼슬을 도로 바치고 사정을 아뢰어 정씨와의 혼인을 허락하시도록 간청한다면, 혹시 윤허해 주실 가망이 있지 않겠는가.”

 

念及於此 心事小寬, 乃就枕而睡, 一夢遽遽飛 上天門九重, 七寶宮闕 丹碧煌煌,

五彩雲霞 光影翳翳, 侍女兩人來 謂尙書曰 : “鄭小姐奉請尙書矣.”

尙書從侍女而入, 廣庭弘敞仙花爛熳, 仙女三人幷坐於白玉樓上,

其服色如后妃而, 雙眉秀淸 兩眸流彩, 望望如碧玉明珠 倚疊交映也.

염급어차 심사소관 내취침이수 일몽거거비 상천문구중 칠보궁궐 단벽황황

오채운하 광영예예 시녀양인래 위상서왈 정소저봉청상서의

상서종시녀이입 광정홍창선화란만 선녀삼인병좌어백옥루상

기복색여후비이 쌍미수청 양모류채 망망여벽옥명주 의첩교영야

 

생각이 이에 미치자 마음이 적이 풀려 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다. 한 꿈을 꾸니 몸이 갑자기 날아 하늘 문 깊숙이 올라가니, 칠보궁궐(七寶宮闕)의 단청이 찬란하고 오색구름과 노을이 영롱하며 빛 그림자가 어둑어둑하였다. 시녀 두 사람이 와서 상서에게 아뢰기를,

“정소저가 삼가 상서를 청하나이다.”

상서가 시녀를 따라 들어가니 넓은 뜰이 드러나고 신선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으며, 선녀 세 사람이 백옥루(白玉樓) 위에 함께 앉아있었다. 그 복색이 왕후 같으며 양 눈썹이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양 눈동자가 눈부시어서 이를 바라보면, 마치 푸른 옥과 밝은 진주같이 서로 기대어 비치고 있었다.

 

方倚曲欄 手弄瓊蘂, 見尙書至 離座而迎, 分席而坐

上席仙女先問曰 : “尙書別後 無恙否?”

尙書定請詳見, 認是昔日論曲之鄭小姐也. 驚愕欣倒 欲語未語

仙女曰 :

“今則我已別人間 來遊天上, 緬懷疇曩 如隔兩塵, 君子雖見妾之父母, 難聞妾之音耗矣.”

방의곡란 수롱경예 견상서지 이좌이영 분석이좌

상석선녀선문왈 상서별후 무양부

상서정청상견 인시석일론곡지정소저야 경악흔도욕어미어

선녀왈

금즉아이별인간 내유천상 면회주낭 여격양진 군자수견첩지부모 난문첩지음모의

 

바야흐로 난간에 의지하여 손으로 구슬 꽃가지를 희롱하다가, 상서가 다다른 것을 보고 자리를 떠나서 맞으며 자리를 나누어 앉았다. 윗자리에 있는 선녀가 먼저 묻기를,

“상서, 이별한 후 무탈하시나이까?”

상서가 자세히 보니, 이는 지난날 거문고 곡조를 의논하던 정소저임을 알겠기에, 놀랍기도 하고 해괴하기도 하며, 기꺼운 나머지 말을 하고자 하였지만 말을 꺼내지 못하였다. 선녀가 이르기를,

“이제는 내 이미 인간 세상을 이별하고 천상에 와서 노닐며 지난 일을 회상하는데, 두 티끌 사이가 멀리 떨어진 듯하오니, 군자께서 비록 첩의 부모를 만나보시더라도, 첩의 소식을 듣지 못하시리이다.”

 

仍指在傍兩仙女曰 : “此卽織女仙君, 彼乃戴香玉女, 與君子 有前世之緣, 願君子毋念妾身,

與此兩人先結好約, 則妾亦有所托矣.”

尙書望見兩仙女, 坐末席者 面目雖慣 而不能記也.

少焉鼓角齊鳴, 蝴蝶忽散乃一夢也.

잉지재방양선녀왈 차즉직녀선군 피내대향옥녀 여군자 유전세지연 원군자무념첩신

여차양인선결호약 즉첩역유소탁의

상서망견양선녀 좌말석자 면목수관 이불능기야

소언고각제명 호접홀산내일몽야

 

거듭 곁에 있는 두 선녀를 가리키며 이르기를,

“이는 곧 직녀선군(織女仙君)이고, 저이는 곧 대향옥녀(戴香玉女)이나이다. 군자와 더불어 전세의 연분이 있으니, 군자는 첩의 몸을 생각지 말기를 바라며, 이 두 사람과 더불어 먼저 좋은 인연을 맺으면 첩 또한 의탁할 바가 있으리이다.”

상서가 두 선녀를 바라보니, 말석에 앉은 이는 낯이 비록 익었지만, 누군지 기억할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각(鼓角)이 일제히 울리더니, 호접(蝴蝶)이 홀연히 사라진즉 곧 꿈이었다.

 

仍想夢中說話 皆非吉兆, 乃拚心自歎曰 : “鄭娘子必死矣. 不然也 我夢何其不吉也?”

又自解曰 : “有思者有夢, 或因相思之切 而有此夢也,

桂蟾月之薦 杜鍊師之媒, 未必非月老之指 而雙劒未合, 九原遽隔 則所謂天者不可必也,

理者不可諶也. 反凶爲吉 或者我夢之謂乎?”

잉상몽중설화 개비길조 내변심자탄왈 정낭자필사의 불연야 아몽하기불길야

우자해왈 유사자유몽 혹인상사지절 이유차몽야

계섬월지천 두연사지매 미필비월로지지 이쌍검미합 구원거격 즉소위천자불가필야

이자불가심야 반흉위길 혹자아몽지위호

 

꿈속의 대화를 생각해 보니 모두 좋은 징조가 아니므로, 이에 가슴을 치며 스스로 탄식하기를,

“정낭자는 필연 죽었도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 꿈이 어찌 그리 불길하리오?”

또 스스로 해몽하여 이르기를,

“생각을 하면 꿈으로 나타나고, 혹시 간절히 그리워하면 이런 꿈이 있을 수도 있으리라. 계섬월(桂蟾月)의 천거하고 두연사(杜鍊師)가 중매하며, 월로(月老)가 지시하였음에도, 기약을 이루지 못하고 저승길로 갑자기 막혔도다. 이른바 하늘에는 반드시라는 것이 없으며, 이치란 믿을 만한 것이 못되리라. 흉한 것이 도리어 길한 것이 된다 하는 것이 혹시 내 꿈을 두고 이른 말이 아닐런가?”

 

久之前軍至京師, 天子親臨渭橋而迎之, 楊元帥着鳳係紫金盔, 穿黃金瑣子甲,

乘千里大宛馬, 以御賜白旄黃鉞龍鳳旗幟, 擁前衛後 排左列右,

鎖贊普於檻車 著在陣前, 西域三十六道君長, 各執琛賚之物 隨其後, 軍威之盛 近古所無,

觀光之人 彌亘百里, 是日長安城中 虛無人矣.

구지전군지경사 천자친림위교이영지 양원수착봉계자금회 천황금쇄자갑

승천리대완마 이어사백모황월룡봉기치 옹전위후 배좌렬우

쇄찬보어함거 저재진전 서역삼십육도군장 각집침뢰지물 수기후 군위지성 근고소무

관광지인 미긍백리 시일장안성중 허무인의

 

오래지 않아 앞선 군대가 서울에 이르니, 천자가 위교(渭橋)에 몸소 납시어 그들을 맞이하셨다. 양원수는 봉계자금(鳳係紫金) 투구를 쓰고, 황금쇄자갑(黃金瑣子甲) 옷을 입고, 천리대완마(千里大宛馬)를 타고, 황제가 내리신 백모황월(白旄黃鉞)과 용봉(龍鳳)을 그린 기치를 앞뒤로 호위하고, 좌우로 배열하였다. 찬보(贊普)를 죄인 수레에 가두어서 진 앞에 세우고, 서역의 삼십 육도의 우두머리들이 각기 진공하는 보배로운 물건을 가지고 그 뒤를 따르게 하니, 그 위엄의 굉장함이 가까운 옛날에는 없는 일이었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백 리 길에 가득하였으니, 이날 장안의 성안은 텅텅 비어서 아무도 없었다.

 

元帥下馬 叩頭拜謁, 上親扶而起 慰其遠役之勞, 獎其大功之遂,

卽下詔於朝廷, 依郭汾陽故事 裂土封王, 以侈賞典, 尙書露誠力辭 終不受命.

上重違其懇意 下恩旨, 以楊少游爲大丞相, 封魏國公 食邑三萬戶, 其餘賞賜 不可勝記.

원수하마 고두배알 상친부이기 위기원역지로 장기대공지수

즉하조어조정 의곽분양고사 열토봉왕 이치상전 상서로성력사 종불수명

상중위기간의 하은지 이양소유위대승상 봉위국공 식읍삼만호 기여상사 불가승기

 

원수가 말에서 내려와 머리를 조아리며 알현하니, 황상이 친히 부축하여 일으키시고 먼 길의 노고를 위로하셨다. 큰 공을 이룬 것을 칭찬하시며 곧 조정에 조서를 내리시어, 곽분양(郭汾陽)의 옛일에 따라, 땅을 베어 주고 왕으로 봉하여 상을 후히 하셨다. 하지만 상서는 정성을 드러내어 힘써 사양하며 끝내 명을 받지 아니하였다.

이에 황상은 그 간절한 뜻을 거듭 거슬러 명을 내려 양소유로 대승상을 삼고, 위국공(魏國公)을 봉하여 식읍(食邑) 삼만 호를 상으로 내리셨다. 나머지 상은 다 기록할 수 없었다.

 

楊丞相隨法駕入闕, 祇肅天恩, 上卽命設太平宴, 以示禮遇之恩,

詔畫其像貌於麒麟閣. 丞相自闕下 來鄭司徒家, 鄭家門族 皆會外堂,

迎拜丞相 各自獻賀, 先問司徒及夫人安否,

양승상수법가입궐 기숙천은 상즉명설태평연 이시례우지은

조화기상모어기린각 승상자궐하 내정사도가 정가문족 개회외당

영배승상 각자헌하 선문사도급부인안부

 

양승상이 황상의 수레를 따라 궐내로 들어가 황상의 은혜를 공경하니, 황상이 곧 명하시어 태평연(太平宴)을 베풀어 예의로써 대접하는 은전을 보이시고, 양승상 얼굴을 기린각(麒麟閣)에 그리라 조서를 내리시었다.

승상이 스스로 대궐에서 물러나와 정사도 집에 이르니, 정가 친척들이 모두들 사랑에 모여서 승상을 맞아 절하며 각자 치하하였다. 승상이 먼저 사도와 부인의 안부를 물었다.

 

鄭十三答曰 : “叔父叔母身雖撑保而, 自遭妹氏之喪 哀傷過節,

疾病頻作 氣力比前歲頓減, 未能出迎於外堂, 望丞相與小弟同入內堂 如何?”

丞相猝聞是說 如癡如狂, 不能遽問 過食頃 乃問曰 : “岳丈遭何人之喪耶?”

鄭十三曰 : “叔父本無男子, 只有一女 而天道無知, 於斯暮境傷懷 庸有極乎?

丞相入見 愼勿出悲慽之言.”

정십삼답왈 숙부숙모신수탱보이 자조매씨지상 애상과절

질병빈작 기력비전세돈감 미능출영어외당 망승상여소제동입내당 여하

승상졸문시설 여치여광 불능거문 과식경 내문왈 악장조하인지상야

정십삼왈 숙부본무남자 지유일녀 이천도무지 어사모경상회 용유극호

승상입견 신물출비척지언

 

정십삼이 답하기를,

“숙부와 숙모 비록 목숨은 지탱하고 계시나, 누이의 상(喪)을 당하시고는 너무 애통해하여 병이 자주 나시네. 기력이 이전의 세월에 비해 무척 떨어지셔서 외당에 나와 승상을 맞이할 수가 없게 되었으니, 승상은 소제와 함께 내당으로 들어가셨으면 하는데, 어떠한가?”

승상이 갑작스럽게 이 이야기를 듣고는 술에 취한 것도 같고 미친 것도 같아서, 바로 묻지를 못하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이에 묻기를,

“악장(岳丈)께서 누구의 상을 당하셨는가?”

정십삼이 답하기를,

“숙부께서는 본시 아들이 없이 겨우 딸 하나만 두었는데, 하늘이 무심하시어 늘그막에 슬픈 회포가 얼마나 지극하겠는가? 승상은 들어가 보실 때, 삼가 일체 슬픈 말을 내지 말게나.”

 

丞相大驚大慽 言才入耳, 流淚已濕袍矣, 鄭生慰之曰 :

“丞相婚媾之約 雖同於金石, 私門不幸 大事已誤, 望丞相思惟義理 勉自排遣.”

丞相拭淚而謝之, 與鄭生入謁於司徒夫婦, 惟欣賀而已, 不及小姐之夭慽.

丞相曰 : “小婿幸賴國家之威靈, 猥受封建之濫賞, 方欲納官

陳懇 而回天聰, 得成疇昔之約矣, 朝露先晞 春色已謝, 烏得無存沒之感乎?”

승상대경대척 언재입이 유루이습포의 정생위지왈

승상혼구지약 수동어금석 사문불행 대사이오 망승상사유의리 면자배견

승상식루이사지 여정생입알어사도부부 유흔하이이 불급소저지요척

승상왈 소서행뢰국가지위령 외수봉건지람상 방욕납관

진간 이회천총 득성주석지약의 조로선희 춘색이사 오득무존몰지감호

 

승상이 크게 놀라고 무척 슬퍼하여 말이 가까스로 귀에 들어왔다. 흐르는 눈물이 벌써 금포(錦袍)를 촉촉이 적시니 정생이 위로하여 이르기를,

“승상의 혼약이 비록 금석 같았으나, 집안의 운수가 불행하여 대사를 이미 그르쳤네. 승상은 오직 의리를 생각하여, 힘써 스스로 물리쳐 보내시길 바라네.”

승상이 눈물을 닦으며 사례하고 정생과 함께 들어가서 사도 부부를 뵈오니, 오직 기뻐하며 치하할 뿐, 소저가 요절한 이야기에는 말이 미치지 아니하였다.

승상이 이르기를,

“소서(小婿)가 다행히 나라의 위엄과 높은 덕에 힘입어 외람되이 공에 봉해지는 남상(濫賞)을 받았사옵니다. 그럼에도 바야흐로 벼슬을 돌려주고 소저에 대한 지성스러운 마음을 아뢰어, 황상의 의향을 돌리시게 함으로써 전일의 언약을 이루고자 하였사옵니다. 그러하오나 아침 이슬이 이미 먼저 마르고 봄빛이 이미 저물었으니, 어찌 살고 죽음에 대한 감회가 없사오리까?”

 

司徒曰 : “彭殤皆命 哀樂有數, 天實爲之 言之何益? 今日卽一家慶會之日, 不必爲悲楚之言也.”

鄭十三數目丞相 丞相止其言辭, 歸園中 春雲迎謁於階下.

丞相見春雲, 如見小姐又切悲懷, 餘淚又汪然數行下, 春雲跪而慰之曰 :

“老爺老爺! 今日豈老爺悲傷之日乎? 伏望寬心收淚 俯聽妾言.

사도왈 팽상개명 애락유수 천실위지 언지하익 금일즉일가경회지일 불필위비초지언야

정십삼수목승상 승상지기언사 귀원중 춘운영알어계하

승상견춘운 여견소저우절비회 여루우왕연수행하 춘운궤이위지왈

노야노야 금일기노야비상지일호 복망관심수루 부청첩언

 

사도가 이르기를,

“오래 살고 짧게 사는 모든 명과 슬픔과 즐거움이 운수에 달려 있은즉, 하늘이 실로 하는 것인데, 말로 더하여 무엇하겠는가. 오늘은 온 집안이 모여서 경사를 치하하는 날이니, 비참하고 아픈 말은 말지어다.”

정십삼이 승상께 여러 번 눈짓을 하니, 승상이 말을 끝맺고 사도와 하직하며 화원 속으로 들어가니, 춘운이 섬돌 아래로 내려와 그를 맞아 뵈었다. 승상이 춘운을 보니 소저를 보는 것 같아서, 슬픈 회포가 더욱 간절하고 남은 눈물이 줄줄 또 자주 아래로 흘러내렸다. 춘운이 꿇어앉아 위로하기를,

“노야(老爺) 노야. 오늘이 어찌 노야의 서러워하실 수 있는 날이겠습니까? 노야는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눈물을 거두시어, 첩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시기를 엎드려 바라나이다.

 

吾娘子本以天仙, 暫時謫下故, 上天之日 謂賤妾曰,

汝自絶楊尙書 而復從我矣. 今我已弃塵界, 汝其更歸於楊尙書 向其左右.

尙書早晩還歸, 如念妾而悲懷, 汝須以妾意傳之曰, 禮幣已還 則便是行路人也,

况有前日聽琴之嫌乎, 思念過度 悲哀逾制, 則是慢君命 而循私情,

貽累德於已亡之人, 可不愼哉?

오낭자본이천선 잠시적하고 상천지일 위천첩왈

여자절양상서 이부종아의 금아이기진계 여기갱귀어양상서 향기좌우

상서조만환귀 여념첩이비회 여수이첩의전지왈 예폐이환 즉변시행로인야

황유전일청금지혐호 사념과도 비애유제 즉시만군명 이순사정

이루덕어이망지인 가불신재

 

우리 낭자는 본시 하늘의 신선으로서 잠시 인간 세계에 내려오셨으므로, 하늘에 오르시던 날 천첩에게 이르기를,

‘너도 몸소 양상서와 인연을 끊고 다시 나를 따르라. 내가 이미 티끌 세상을 버렸거늘, 네가 다시 양상서께로 돌아가서 그를 좌우에서 모시도록 하여라. 상서께서 조만간 돌아와 만일 나를 생각하고 마음에 슬퍼하시거든, 너는 모름지기 내 뜻을 다음과 같이 전하도록 하여라.

우리 집안에서 이미 상서의 예폐를 물렸으니, 곧 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으리라. 하물며 전날 거문고 소리를 들은 혐의가 있다 하여, 상서께서 만일 지나치게 생각하고 예에 지나칠 정도로 슬퍼하시면, 이는 곧 황상의 명을 거역하고 사사로운 정을 따르는 것이라. 이는 이미 죽은 사람의 덕에까지 누를 끼치는 것이니, 어찌 민망치 아니하겠는가.

 

且或酹奠墳墓, 或弔哭靈幄, 則是待我以無行之女子, 豈無憾於地下乎?

且曰皇上必待尙書之還, 復議公主之婚, 吾聞關雎之威德, 合爲君子之配匹,

必順受君命, 毋陷罪戾 是我之望也.”

차혹뢰전분묘 혹조곡령악 즉시대아이무행지녀자 기무감어지하호

차왈황상필대상서지환 부의공주지혼 오문관저지위덕 합위군자지배필

필순수군명 무함죄려 시아지망야

 

또한 내 무덤에 제사를 지내거나 혹은 영악(靈幄)에서 곡을 하시면, 이는 곧 나를 행실이 나쁜 여자로 대접하심이니, 지하에서나마 어찌 섭섭한 마음이 없겠는가. 또 이르기를, 황상이 반드시 상서의 돌아옴을 기다려, 다시 공주와의 혼사를 의논하신다고 하시도다. 공주의 관저(關雎)의 위엄과 덕망이 군자의 배필 되기에 합당하다 하니, 반드시 황상의 명에 순순히 따라서 죄에 빠지지 아니하심이 나의 바람이라.’

라고 하시더이다.”

 

丞相聞言 益切愴然曰 : “小姐遺命雖如此, 我何能無悲懷耶?

况小姐臨沒 眷念少游也如此, 我雖十死 而報小姐恩德難矣.”

仍說貞州夢事 春雲下淚曰 : “小姐必在玉皇香案前矣, 丞相千秋萬歲後,

豈無會合之期哉? 愼勿過哀似傷貴軆.”

승상문언 익절창연왈 소저유명수여차 아하능무비회야

황소저임몰 권념소유야여차 아수십사 이보소저은덕난의

잉설정주몽사 춘운하루왈 소저필재옥황향안전의 승상천추만세후

기무회합지기재 신물과애사상귀체

 

승상이 이 말을 듣고는 더욱 서러워하며 이르기를,

“소저가 임종하면서 남긴 명령이 비록 이와 같더라도, 내 어찌 마음속에 서린 슬픈 시름을 억제할 수 있겠는가? 하물며 소저가 죽음에 임하여서까지, 이토록 소유를 간곡히 생각하시니, 내 비록 열 번 죽더라도 소저의 은덕을 갚기 어렵겠도다.”

이에 정주(貞州)에서 꾼 꿈에서의 소저 일을 이야기하니, 춘운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기를,

“소저는 반드시 옥황상제의 향안(香案) 앞에 계실 것이니, 승상께서 천만년 후에 어찌 서로 만나실 기약이 없사오리까? 삼가 서러워하시다가 귀한 몸을 상하지나 마옵소서.”

 

丞相曰 : “此外小姐又有何言乎?”

春雲曰 : “雖有自言, 不可以春雲之口仰達矣.”

丞相曰 : “言無淺深 汝其悉陳.”

春雲曰 : “小姐又謂妾曰, 我與春雲卽一身, 尙書若不忘我, 視春雲如吾而,

終始勿弃 則我雖入地, 如親受尙書之恩也.”

승상왈 차외소저우유하언호

춘운왈 수유자언 불가이춘운지구앙달의

승상왈 언무천심 여기실진

춘운왈 소저우위첩왈 아여춘운즉일신 상서약불망아 시춘운여오이

종시물기 즉아수입지 여친수상서지은야

 

승상이 묻기를,

“이 밖에 소저의 다른 말씀은 없었느냐?”

이에 춘운이 답하기를,

“비록 다른 말씀이 있으나, 아무래도 춘운의 입으로는 말씀드리기 어렵나이다.”

승상이 이르기를,

“말에는 깊고 옅음이 없으니, 너는 그것을 숨기지 말고 다 아뢸지어다.”

춘운이 답하기를,

“소저가 또한 첩에게 이르시기를, ‘나와 춘운은 곧 한 몸이니, 상서가 만일 나를 잊지 아니하시고, 춘운 보기를 나같이 하여 마침내 버리지 아니하시면, 내 몸은 비록 땅속으로 들어가되 친히 상서의 은덕을 받는 것과 같으리라.’ 하시더이다.”

 

丞相尤悲曰 : “我何忍弃春娘乎? 况小姐有付托之命, 我雖以織女爲妻,

以宓妃爲妾, 誓不負春娘也.”

승상우비왈 아하인기춘랑호 황소저유부탁지명 아수이직녀위처

이복비위첩 서불부춘랑야

 

승상이 더욱 슬퍼하며 이르기를,

“내 어찌 차마 춘랑을 버릴 수 있겠느냐? 하물며, 소저의 부탁하는 명이 있으니, 내가 비록 직녀(織女)로 아내를 삼고 복비(宓妃)로 첩을 삼을지라도, 맹세코 춘랑을 버리지 아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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