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구운몽 한문본

권지삼 - 2. 가춘운과 진채봉이 만나고 태후는 소유를 속이려 하다

New-Mountain(새뫼) 2020. 11. 3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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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춘운과 진채봉이 만나고 태후는 소유를 속이려 하다

 

太后曰 : “聞夫人左右 有才女賈春雲, 可得見乎?”

夫人卽召春雲, 入朝於殿下 太后曰, 美人也 更進之前曰 :

“聞蘭陽之言, 汝曾夢江淹之錦, 可能爲寡人賦乎?”

春雲奏曰 : “臣妾何敢唐突於天威之前乎? 然試欲聞題矣.”

부인즉소춘운 입조어전하문 태후왈 미인야 갱진지전왈

난양지언 여증몽강엄지금 가능위과인부호

춘운주왈 신첩하감당돌어천위지전호 연시욕문제의

태후왈 문부인좌우 유재녀가춘운 가득견호

 

태후가 말씀하시기를,

“부인 곁에 재녀 가춘운이 있다고 들었는데, 볼 수 있겠소?”

부인이 곧 춘운을 불러서 전각 아래로 입조하게 하니, 태후가 미인이로다 하시고, 다시 앞으로 나오라고 하신 다음에 말씀하시기를,

“난양의 말을 들으니, 네가 강엄(江淹)의 비단을 꿈꾸었다 하니, 과인을 위하여 부(賦)를 지을 수 있겠느냐?”

춘운이 아뢰기를,

“신첩이 어찌 감히 태후의 위엄 앞에서 당돌히 글을 짓겠사옵니까? 그러나 시험 삼아 글제나 듣고자 하옵니다.”

 

太后以三人詩下之曰 : “汝能爲此語乎?”

春雲求筆硯一揮而製進, 其詩曰 :

태후이삼인시하지왈 여능위차어호

춘운구필연일휘이제진 기시왈

 

태후가 세 사람의 희작시(喜鵲詩)를 보이며 명하시기를,

“너도 이 제목으로 지을 수 있겠느냐?”

춘운이 붓과 벼루를 구하여 단번에 지어 올리니, 그 시에 읊기를,

 

報喜微誠祗自知 보희미성지자지

虞庭幸逐鳳凰儀 우정행축봉황의

秦樓春色花千樹 진루춘색화천수

三繞寧無借一枝 삼요령무차일지

 

기쁨을 전하는 작은 정성 다만 스스로 알지니

궁의 뜰에 다행히도 봉황을 따라왔노라.

진루의 봄빛에는 천 그루의 꽃이 피었는데

세 겹으로 둘렀으니 어찌 한 가지나 빌리려나.

 

太后覽之 轉示兩公主曰 : “吾聞賈女雖才而, 豈料其品之至斯也.”

蘭陽曰 : “此時以鵲自比其身, 以鳳凰比姐姐 得體矣.

下句疑小女不許相容, 欲借一枝之棲而, 集古人之詩 採詩人之意, 鎔成一絶,

思妙意精 眞善窃狐白裘手也. 古語云飛鳥依人, 人自憐之 賈女之謂也.”

태후람지 전시양공주왈 오문가녀수재이 기료기품지지사야

난양왈 차시이작자비기신 이봉황비저저 득체의

하구의소녀불허상용 욕차일지지서이 집고인지시 채시인지의 용성일절

사묘의정 진선절호백구수야 고어운비조의인 인자련지 가녀지위야

 

태후가 글을 보시고, 두 공주에게 돌려 보이며 이르시기를,

“비록 가녀(賈女)에게 재주가 있다고 들었으나, 어찌 그의 높은 재주가 여기까지 이를 줄을 헤아렸겠느뇨?”

난양이 여쭈기를,

“이 글은 까치로서 스스로 그 몸을 견주고, 봉황으로서 저저(姐姐)를 비유하여 문체를 얻었나이다. 끝 귀에서 소녀가 서로 용납함을 허락지 아니 할까 의심하여, 한 가지에 깃들기를 빌리고자 하였삽옵니다. 옛사람의 글을 모아 시인의 뜻을 캐고 다듬어서 한 구절로 이루었사오니, 뜻이 정묘하고 참으로 능히 호백구(狐白裘)를 훔친 솜씨이옵니다. 옛말에 비조의인(飛鳥依人)하니 인자련지(人自憐之)한다는 구절은, 가녀 자신을 일컬음이옵니다.”

 

仍令春雲退 與秦氏接顔 公主曰 : “此女中書 卽華陰秦家女子, 與春娘同居 偕老之人也.”

春雲答曰 : “此無乃作楊柳詞之秦娘子乎?”

秦氏驚問曰 : “娘子仍何人而聞楊柳詞乎?”

春雲曰 : “楊尙書每思娘子, 輒誦此詩 妾亦獲聞之矣.”

잉령춘운퇴 여진씨접안 공주왈 차녀중서 즉화음진가녀자 여춘랑동거 해로지인야

춘운답왈 차무내작양류사지진낭자호

진씨경문왈 낭자잉하인이문양류사호

춘운왈 양상서매사낭자 첩송차시 첩역획문지의

 

이에 춘운에게 명하여 물러가 진씨와 얼굴을 서로 마주하게 하면서 공주가 소개하기를,

“이 여중서는 바로 화음현의 진가 여자인데, 춘운과 더불어 동거하면서 함께 늙어갈 사람이로다.”

춘운이 답하기를,

“아니 그렇다면 양류사를 지은 진낭자이오?”

진씨가 이 말에 깜짝 놀라서 되묻기를,

“낭자는 어떤 사람을 통하여 양류사를 들었나이까?”

춘운이 답하기를,

“양상서는 매양 낭자를 생각하시고, 문득 이 시를 외우시기로 첩 또한 얻어들었나이다.”

 

秦氏感愴曰 : “楊尙書不忘妾矣.”

春娘曰 : “娘子何爲此言也? 尙書以楊柳詞藏之於身, 見之而流涕,

咏之則發嘆, 娘子獨不知尙書之情 何耶?”

秦氏曰 : “尙書若有舊情, 則妾雖不見尙書而死 無所恨矣.”

 

진씨감창왈 양상서불망첩의

춘랑왈 낭자하위차언야 상서이양류사장지어신 견지이류체

영지즉발탄 낭자독부지상서지정 하야

진씨왈 상서약유구정 첩수불견상서이사 무소한의

 

진씨가 슬픔을 이기지 못하며 이르기를,

“양상서께서 첩을 잊지 아니하셨나이다.”

춘랑이 답하기를,

“낭자 어찌 그런 말을 하시니까? 상서께서 양류사를 몸에 감추시고, 그것을 보면 눈물을 흘리고 읊으면 탄식을 하셨나이다. 낭자 혼자만 상서의 정을 알지 못하심은, 어찌 된 일이오니까?”

진씨가 답하기를,

“상서에게 만일 옛정이 남아 있으면, 첩이 다시 상서를 못 뵙고 죽는다 해도, 한한 바가 없겠나이다.”

 

仍言紈扇詩首末 春娘曰 : “妾身上釧又指環 皆其日所得也.”

宮人忽來報曰 : “鄭司徒夫人將還歸矣.”

兩公主復入侍坐, 太后謂崔夫人曰 : “楊少游未幾當還, 前日禮幣 自當復入於夫人之門而,

復受旣退之幣頗涉苟且, 況英陽是吾女, 兩女婚禮欲幷行於一日, 夫人許否?”

잉언환선시수말 춘랑왈 첩신상천우지환 개기일소득야

궁인홀래보왈 정사도부인장환귀의

양공주부입시좌 태후위최부인왈 양소유미기당환 전일례폐 자당부입어부인지문이

부수기퇴지폐파섭구차 황영양시오녀 양녀혼례욕병행어일일 부인허부

 

이에 부채 위의 시에 얽힌 전말을 얘기하니, 춘랑이 이르기를,

“첩의 몸에 있는 비녀와 팔찌, 반지는 모두 그날 얻은 것이외다.”

궁인이 갑자기 와서 알리기를,

“정사도 부인이 돌아가시려 하나이다.”

두 공주가 들어가 모시고 앉으니, 태후께서 최부인에게 이르시기를,

“양소유가 오래지 않아서 마땅히 돌아올 터인데, 전일의 예폐가 마땅히 저절로 부인의 집 문 안으로 다시 들어가야겠으나, 이미 물린 예폐를 도로 받음은 어렵소이다. 하물며 영양은 이제 나의 딸이 되어, 두 딸아이의 혼례를 한 날에 함께 거행코자 하는데, 부인은 허락하겠소?”

 

崔氏伏地曰 : “臣妾何敢自專? 惟娘娘命矣.”

太后笑曰 : “楊尙書爲英陽 三抗朝命, 予亦欲一瞞之矣,

諺曰 凶言反吉 待尙書來, 瞞言鄭小姐因病不幸.

曾見尙書䟽中有曰, 與鄭女相見 合巹之日, 欲見尙書能解前面否也.”

최씨복지왈 신첩하감자전 유낭낭명의

태후소왈 양상서위영양 삼항조명 여역욕일만지의

언왈 흉언반길 대상서래 만언정소저인병불행

증견상서소중유왈 여정녀상견 합근지일 욕견상서능해전면부야

 

최부인이 땅에 엎드려 아뢰기를,

“신첩이 어찌 감히 스스로 무엇이라 하오리까? 오직 마마의 명대로 하리이다.”

태후가 웃으며 이르시기를,

“양상서가 영양(英陽)을 위하여 내 명을 세 번이나 항거하였으니, 나 또한 한 번 속여 보고자 하오. 속담에 흉한 말은 도리어 길하다고 하였으니, 상서가 오길 기다려서 속여 말하기를, 정소저가 병을 얻어 불행하다고 할 것이오.

일찍이 상서가 올린 상소문을 보았더니, 정녀와 서로 만났다고 하였소. 혼례를 치르는 날, 상서가 옛 얼굴을 알아낼 수 있는지 없는지를 보려 하오.”

 

崔氏承命辭歸, 小姐拜送於殿門之外, 召春雲 密授瞞了尙書之謀,

春雲曰 : “妾爲仙爲鬼 欺尙書者多矣, 至再至三不亦大褻乎?”

小姐曰 : “非我也太后有詔也.”

春雲含笑而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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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저왈 비아야태후유조야

춘운함소이거

 

최부인이 분부를 받고서 하직하고 돌아갈 때, 소저가 궁문 밖에까지 나와 절하고 보낸 다음, 춘운을 불러 상서를 속일 계교를 조용히 일러 주었다.

춘운이 아뢰기를,

“첩이 신선도 되고 귀신도 되어 상서를 기만한 일이 많은데, 다시 두 번 세 번 속인다는 것 또한 너무 무례한 짓이 아니리이까?”

소저가 답하기를,

“이는 우리가 하는 짓이 아니라, 태후마마가 명하신 일 아닌가?”

춘운은 웃음을 머금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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