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구운몽 한문본

권지이 - 16. 정경패와 가춘운은 난양공주의 정체를 의심하다

New-Mountain(새뫼) 2020. 11. 2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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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정경패와 가춘운은 난양공주의 정체를 의심하다

 

鄭小姐謂春雲曰 : “寶劒雖埋於獄中而光射斗牛, 老蜃雖潛於海底 而氣成樓臺,

李小姐同在一城而, 吾輩未嘗有聞誠可怪也.”

春雲曰 : “賤妾之心第有一事可疑, 楊尙書每言,

華州秦御使女子見面於樓上, 得詩於店中 與結秦晋之約而, 因秦家之遭禍終致乖張矣.

仍稱秦女絶世之色, 輒愀然發歎而, 妾亦見楊柳詞 則誠才女也.

此女子無乃藏其姓名 締結小姐, 欲成前日之緣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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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저동재일성이 오배미상유문성가괴야

춘운왈 천첩지심제유일사가의 양상서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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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녀자무내장기성명 체결소저 욕성전일지연호

 

정소저가 춘운에게 이르기를,

“보배로운 칼이 비록 옥 속에 매장되어 있으나 그 빛이 두우(斗牛)에 쏘이고, 늙은 조개가 비록 바닷속에 잠겼으되, 기운이 누대(樓臺)를 이루었구나. 이 소저와 한 성중에게 있으면서도 우리가 아직껏 듣지 못하였으니, 정말로 괴이하도다.”

춘운이 여쭙기를,

“천첩의 마음에 다만 한 가지 의심할 만한 일이 있나이다. 양상서가 매양 말씀하시기를, ‘화주(華州) 진어사 딸의 얼굴을 누각 위에서 보고, 주막 속에서 글을 얻어 아름다운 언약을 맺었는데, 진어사의 집이 화를 입어서 끝내 일이 어그러졌다.’라고 하셨나이다.

거듭 진녀가 절세의 미인임을 칭찬하시며, 문득 처량히 한숨을 쉬시거늘, 첩이 또한 양류사(楊柳詞)를 본즉 진실로 재주가 있는 여자이더이다. 혹 그 여인이 성명을 감추고 소저와 체결하여 전일의 인연을 이루려 함이 아니올는지요?”

 

小姐曰 : “秦氏之美 吾亦因它路聞之, 似與此女子相近而,

彼遭家禍沒入掖庭, 何能得至於此乎?”

入見夫人 稱李小姐 不容口.

夫人曰 : “吾亦欲一請而見之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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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저가 이르기를,

“진씨의 미색을 나도 또한 다른 편에 들었는데, 이 여자와 서로 비슷하긴 하나 집안이 재앙을 만나 대궐 안에 갇혀 있다고 하니, 어찌 이곳에 이를 수가 있겠는가.”

부인께 들어가 뵈옵고, 이소저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였다.

부인이 이르기를,

“나도 또한 한 번 청하여 보고 싶도다.”

 

數日後使侍婢 請小姐一枉, 李小姐欣然承命, 又至鄭府 夫人出迎於堂中,

李小姐以子侄禮 見於夫人, 夫人大愛款接曰 :

“頃日小姐爲訪小女過垂厚眷, 老身良用感謝而, 其時病未能相接 至今慚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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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에 시비를 시켜서 이소저에게 한 번 왕림하기를 청하니, 이소저가 흔연히 명을 받들고 또 정부에 이르렀다. 부인이 대청까지 나아가서 맞이하고, 이소저가 자질(子侄)의 예로써 부인을 뵙거늘, 부인이 무척 사랑스레 따뜻이 대하며 이르기를,

“지난날 소저가 내 어린 딸을 찾아 두터운 정을 드리우니, 이 늙은 몸이 무척 감사하였소. 다만 그때 마침 병이 들어 서로 만나지 못했으니, 지금까지도 부끄럽고 한탄하는 바이라.”

 

李小姐伏以對曰 : “小侄景慕姐姐如天仙, 惟恐賤棄矣, 尊姑一逢小侄, 便以兄弟之誼待之,

夫人特賜顔色, 以子侄之例畜之, 小侄於此實未知措躬之處也.

小侄欲終身出入於門下, 事夫人如事慈母矣.”

夫人稱不敢者再三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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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특사안색 이자질지예휵지 소질어차실미지조궁지처야

소질욕종신출입어문하 사부인여사자모의

부인칭불감자재삼의

 

이소저가 엎드려 답하기를,

“소질(小侄)이 저저를 하늘의 선녀처럼 사모하였으되, 오직 천하다 하여 버릴까 두려워하였사옵니다. 존저(尊姐)가 소질을 한번 만나고, 바로 형제의 의로써 소질을 대접하고, 부인께서는 특별히 안색을 부드러이 하셔서 자질처럼 대해주시니 소질은 실로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소질은 이 몸이 다하도록 문하에 출입하여, 부인 모시기를 자모(慈母)처럼 섬기려 하나이다.”

부인이 그것은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재삼 일컬었다.

 

鄭小姐與李小姐, 侍坐夫人至半日, 仍請李小姐歸其寢房,

與春雲鼎足而坐, 嬌聲嫩語 昵昵相酬, 氣已合矣 情亦密矣, 評騰文章 講論婦德,

殊不覺日影已在窓西矣.

정소저여이소저 시좌부인지반일 잉청이소저귀기침방

여춘운정족이좌 교성눈어 닐닐상수 기이합의 정역밀의 평등문장 강론부덕

수불각일영이재창서의

 

정소저와 이소저는 함께 반나절에 이르도록 부인을 모시고 앉았다가, 이소저에게 청하여 침방으로 돌아갔다. 춘운과 함께 솥발같이 앉은 채, 교태로운 음성과 가느다란 소리로 정답게 주고받으니, 기운이 이미 합하고 정이 이미 은밀해졌는데, 문장을 평하여 등급을 정하고 부덕(婦德)을 강론하느라, 해그림자가 이미 창 서쪽으로 비낀 것도 거의 깨닫지 못하였다.

 

李小姐去後 夫人謂小姐及春雲曰 : “鄭崔兩門宗族, 甚多幾至百千人矣,

吾自少時見美色多矣, 皆不及李小姐遠矣, 誠與女兒相上下矣, 兩美相從 結爲兄弟卽好也.”

小姐以春雲所傳秦氏事告曰 :

“春雲終不能無疑而, 小女所見與春雲異, 李小姐姿色之外, 氣像之飄逸

威儀之端重, 與閭閻士夫家女子絶異, 秦氏雖有才氣, 何敢比之於此乎?

以妾所聞言之, 蘭陽公主貌如其心 才如其德, 或恐李小姐氣像與蘭陽不遠.”

이소저거후 부인위소저급춘운왈 정최양문종족 심다기지백천인의

오자소시견미색다의 개불급이소저원의 성여녀아상상하의 양미상종 결위형제즉호야

소저이춘운소전진씨사고왈

춘운종불능무의이 소녀소견여춘운리 이소저자색지외 기상지표일

위의지단중 여여염사부가녀자절리 진씨수유재기 하감비지어차호

이첩소문언지 난양공주모여기심 재여기덕 혹공이소저기상여난양불원

 

이소저가 돌아간 후, 부인이 소저와 춘운에게 이르기를,

“정(鄭), 최(崔) 양 집안의 종족이 아주 많아 거의 천 명에 이르러,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아름다운 여자를 많이 보았으나, 모두 이소저와 멀어 따르지 못하도다. 이소저는 실로 우리 딸아이와 비등한즉, 두 미인이 서로 좇아서 의형제를 맺으면 실로 좋으리로다.”

소저가 춘운이 전하는 진녀의 일을 고하기를,

“춘운은 아무래도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하지만, 소녀의 소견은 춘운의 생각과는 다르옵니다. 이소저는 자색 외에도 기상의 뛰어남과 위의가 단정하고, 정중함이 여염집이나 사대부집 여자들과는 판이하옵니다. 진씨가 비록 재기가 있다 하나 어찌 감히 이에 비교할 수 있겠나이까?

소녀가 말하는 것을 들은 바로는, 난양공주는 용모가 그 마음씨와 같고, 재주가 그 덕과 같다고 하옵니다. 혹시 이소저의 기상과 난양공주의 기상이 비슷한 것이 아닌지 두렵사옵니다.”

 

夫人曰 : “公主吾亦不見 未可懸度而, 雖居尊位得盛名, 安知其必與李娘同符乎?”

小姐曰 : “李小姐蹤跡實有可疑者, 後日當使春雲往審之矣.”

明日鄭小姐與春雲方議是事, 李小姐婢子 到鄭府傳語曰 :

“吾小姐適得浙東順歸之船, 將以明日發行故, 今日當到府中, 告別於夫人及小姐矣.”

부인왈 공주오역불견 미가현도이 수거존위득성명 안지기필여이낭동부호

소저왈 이소저종적실유가의자 후일당사춘운왕심지의

명일정소저여춘운방의시사 이소저비자 도정부전어왈

오소저적득절동순귀지선 장이명일발행고 금일당도부중 고별어부인급소저의

 

부인이 이르기를,

“공주를 나도 또한 보지 못하였으니 함부로 헤아릴 수는 없도다. 비록 공주가 높은 자리에 있기에 빛나는 이름을 얻었으나, 어찌 그가 반드시 이소저와 서로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으리오?”

소저가 아뢰기를,

“이소저의 종적은 실로 의심이 드오니, 후일에 마땅히 춘운을 시켜, 가서 그 동정을 살펴보게 하겠나이다.”

이튿날 정소저가 춘운과 함께 바야흐로 이 일을 의논할 때, 이소저의 계집종이 정부에 이르러 말을 전하기를,

“우리 소저께서 마침 절동(浙東)으로 되돌아가는 배편을 얻어서, 장차 내일 떠나려 하시옵니다. 이에 오늘 응당 부중에 오셔서 부인과 소저께 작별 인사를 아뢰려고 하시옵니다.”

 

小姐方掃軒而待之, 小頃李小姐至, 入見夫人及鄭小姐,

兩小姐別意怱怱 離緖依依, 如仁兄之別愛弟, 蕩子之送美人也.

李小姐起而再拜 乃敬告曰 : “小侄別母離兄 已周一期, 歸意如矢不可復沮而,

但以夫人之恩 姐姐之情分, 心如素絲 欲解復結矣.

小侄玆有一言 欲懇於姐姐而, 恐姐姐不許 先告於夫人.”

소저방소헌이대지 소경이소저지 입견부인급정소저

양소저별의총총 이서의의 여인형지별애제 탕자지송미인야

이소저기이재배 내경고왈 소질별모리형 이주일기 귀의여시불가복저이

단이부인지은 저저지정분 심여소사 욕해부결의

소질자유일언 욕간어저저이 공저저불허 선고어부인

 

소저가 바야흐로 난간을 청소하고 기다리는데, 얼마 안 있어 이소저가 당도하여 들어와 부인과 정소저를 뵈었다. 두 소저가 이별하는 뜻이 총총 급하고, 작별하는 정서가 애절한 것이, 어진 형이 사랑하는 아우를 이별함과 같고, 방탕한 남자가 미녀를 보내는 것과 같았다.

이소저가 일어나 재배하고, 이에 공경스럽게 아뢰기를,

“소질이 모친 슬하를 떠나고 오라버님을 이별한 지 벌써 한 돌이 되니,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화살 같아서 아무래도 더 머무르지 못하옵니다. 다만 부인의 은덕과 저저와의 정으로 인하여, 본디 실과 같은 마음을 풀어서 다시 맺고자 하나이다. 소질이 이에 한 말씀이 있사와 저저께 간청코자 하온데, 들어 주지 않으실까 두려워 먼저 부인께 아뢰나이다.”

 

仍趑趄不發 夫人曰 : “娘子所欲請者何事?”

李小姐曰 : “小侄爲先親 方繡南海大師畵像, 才已訖工 而家兄方在任所,

小侄身是女子, 尙未求文人之贊, 將使前工歸虛 甚可惜也.
欲得姐姐數句語數行筆而, 繡幅頗廣卷舒有妨, 且恐褻慢不敢取來,

不得已暫邀姐姐 乞得筆製, 一以完小女爲親之孝, 一以爲遠路相別之情而,

未知姐姐之意不敢直請, 敢以私懇仰瀆於夫人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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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저저지의불감직청 감이사간앙독어부인의

 

거듭 주저하며 선뜻 말을 하지 않자, 부인이 묻기를,

“낭자께서 간청코자 하시는 것이 무슨 일이뇨?”

이소저가 이르기를,

“소질이 선친을 위하여 바야흐로 남해 대사의 화상(畫像)을 수 놓아 가까스로 이미 마치었사옵니다. 하지만 오라버니가 바야흐로 임소에 계시고, 소질은 여자인 까닭에 아직껏 문인의 찬(讚)을 구하지 못하였사옵니다. 이에 장차 이전에 수를 놓은 것이, 허사로 돌아갈까 심히 애석하나이다.

그래서 저저의 두어 구의 글과 두어 행의 글씨를 받으려 하나, 수 놓은 폭이 자못 넓어서 펴고 접기에 어려움이 있으며 또 더럽혀질까 두려워 감히 가져오지 못하였사옵니다. 부득이 잠깐 저저를 맞아 보고 글을 얻어, 그것으로 소녀의 어버이를 위한 효성을 완전케 하고, 또 먼 길에 서로 이별하는 정을 나누고자 하옵니다. 하지만 저저의 의향을 알지 못하기에 감히 바로 청하지 못하고, 감히 사사로이 간청을 하여 부인께 이렇듯 무례한 짓을 범하나이다.”

 

夫人顧小姐曰 : “汝雖於至親之家, 本不來往 而顧念此娘子所請,

蓋出於爲親之至誠, 况娘子僑居 距此密邇, 一雲去來似非難事.”

小姐初則似有持難之色, 飜然內悟曰 :

“李小姐行色甚忙 春雲不可送矣, 吾乘此機會往探其迹 則不亦妙乎?”

부인고소저왈 여수어지친지가 본불래왕 이고념차낭자소청

개출어위친지지성 황낭자교거 거차밀이 일운거래사비난사

소저초즉사유지난지색 번연내오왈

이소저행색심망 춘운불가송의 오승차기회왕탐기적 즉불역묘호

 

부인이 소저를 돌아보며 이르기를,

“너는 비록 가까운 친척의 집이라도 본래 왕래치 아니하였는데, 이 낭자가 청하는 바는 대체로 어버이를 위하는 지성에서 나온 것이로다. 하물며 낭자가 묶고 있는 집의 거리가 이곳과 무척 가까우니, 잠시 다녀오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닌 듯하도다.”

소저가 처음에는 어려워하는 기색을 보이는 듯했지만, 마음을 돌려 속으로 깨닫기를,

“이소저의 행색이 무척 바쁘니 춘운을 보낼 수는 없겠고, 이 기회를 타 가서 그 종적을 탐지한다면 또한 묘책이 아니겠는가?”

 

乃告於夫人曰 : “李小姐所請若係等閑之事, 則實難奉副而, 孝親之誠人皆有之,

小姐之言何可不從乎? 但欲得日昏而去矣.”

내고어부인왈 이소저소청약계등한지사 즉실난봉부이 효친지성인개유지

소저지언하가부종호 단욕득일혼이거의

 

이에 부인께 아뢰기를,

“이소저께서 청하는 바가 만일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면 받들어 하기가 어렵겠으나, 어버이께 효도하고자 하는 정성은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니, 소저의 말에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다만 날이 어둡길 기다려서 가보려 하나이다.”

 

李小姐大喜起謝曰 : “日若曛黑 則持筆似難, 姐姐若以有煩道路爲嫌,

小妹所乘之轎 雖甚朴陋, 足容兩人之身也, 與我同乘而去, 乘夕而還 亦如何耶?”

小姐答曰 : “姐姐之敎甚合矣.”

李小姐拜辭夫人, 退與春雲執手而別, 與鄭小姐 同乘一轎, 鄭府侍婢數人 從小姐之後矣.

이소저대희기사왈 일약훈흑 즉지필사난 저저약이유번도로위혐

소매소승지교 수심박루 족용양인지신야 여아동승이거 승석이환 역여하야

소저답왈 저저지교심합의

이소저배사부인 퇴여춘운집수이별 여정소저 동승일교 정부시비수인 종소저지후의

 

이소저가 크게 기뻐하며 일어나서 사례하여 이르기를,

“날이 만일 저물면 붓을 잡기가 어려울 듯하옵니다. 저저께서 만일 도로의 번거로움을 꺼리신다면, 소매가 타는 교자(轎子)가 비록 질박하고 누추하지만, 두 사람의 몸은 탈 수 있을 것이옵니다. 저와 함께 타고 가셨다가 저녁에 돌아오심이 또한 어떠하겠나이까?”

정소저가 답하기를,

“저저의 말씀이 매우 합당하오이다.”

이소저는 부인께 작별 인사를 드리고, 물러 나와 춘운과 손을 잡고 이별을 고한 후, 정소저와 함께 교자를 타니, 정부의 시비 몇 사람이 소저의 뒤를 따랐다.

 

鄭小姐來見李小姐寢室, 所排什物不甚繁多而品皆精妙, 所進飮食雖甚簡略 而無非珍味,

鄭小姐留眼見之 皆家疑也, 李小姐久不出乞文之言而, 日色看看暮矣.

鄭小姐問曰 : “觀音畵像 奉置於何處耶? 小妹亟欲禮拜.”

李小姐曰 : “當卽使姐姐奉玩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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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저왈 당즉사저저봉완의

 

정소저가 이소저의 침실에 와 보니, 놓여있는 집물(什物)들이 심히 번다하지는 아니하나, 품질이 모두 정묘한 것들이었고, 나오는 음식도 비록 무척 간소하였지만, 맛은 모두 훌륭하였다. 정소저가 그것들을 유의하여 보니 온 집이 의심되는데, 이소저는 오래도록 글 지어달라는 말은 꺼내지 아니하고, 햇볕만 점점 저물어 갔다.

정소저가 묻기를,

“관음화상(觀音畵像)은 어느 곳에 받들어 모셨나이까? 소매는 급히 예를 갖추어 뵙고자 하나이다.”

이소저가 답하기를,

“마땅히 곧 저저로 하여금 받들어 구경케 하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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