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구운몽 한문본

권지이 - 15. 난양공주가 신분을 숨기고 정경패를 찾아오다

New-Mountain(새뫼) 2020. 11. 2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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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난양공주가 신분을 숨기고 정경패를 찾아오다

 

此時鄭小姐侍其父母, 婉容婾色 無一毫慨恨之色, 而崔夫人每見小姐 輒有悲傷之念,

春雲侍小姐 以翰墨雜技, 强爲排遣之地 而潛消暗削, 日漸憔悴 將成膏盲之疾,

小姐上念父母 下憐春雲, 心緖搖搖 不能自安, 而人不能知矣.

小姐欲慰母親之意 使婢僕等, 求技樂之人 玩好之物, 時時奉進 以娛其耳目矣.

 

차시정소저시기부모 완용유색 무일호개한지색 이최부인매견소저 첩유비상지념

춘운시소저 이한묵잡기 강위배견지지 이잠소암삭 일점초췌 장성고맹지질

소저상념부모 하련춘운 심서요요 불능자안 이인불능지의

소저욕위모친지의 사비복등 구기락지인 완호지물 시시봉진 이오기이목의

 

이 무렵 정소저는 그의 부모를 모시는데, 정숙한 자태와 즐거운 기색으로 털끝만큼도 원망해하거나 슬퍼하는 빛을 보이지 않으니, 최부인은 매번 소저를 볼 적마다 문득문득 몹시도 슬픈 생각이 들었다. 춘운은 소저를 모시는데, 글을 짓거나 잡기로서 억지로 기분을 풀어주려 하였으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점점 어두워지고 움츠러들고, 날마다 몸이 점점 초췌해져 고치지 못할 병이 생기게 되었다.

소저가 위로는 부모를 생각하고 아래로는 춘운을 불쌍히 여기기에, 마음속 생각이 산란해져 스스로 편안치 못하였지만, 남들은 알 수가 없었다. 소저는 모친의 쓸쓸한 마음을 위로하고 싶어서, 비복 등을 시켜, 음악에 재주를 지닌 사람과 신기하고도 보기 좋은 물건들을 구하게 하여, 때때로 노모에게 받들어 올림으로써, 이목을 즐겁게 해드리곤 했다.

 

一日女童一人, 來賣繡簇二軸, 春雲取而見之, 一則花間孔雀 一則竹林鷓鴣.

手品絶妙 工如七襄, 春雲敬歎留其人, 以其簇子進於夫人及小姐曰 :

“小姐每贊春雲之刺繡矣, 試觀此簇 其才品何如耶? 不出於仙女機上, 必成於鬼神手中也.”

일일녀동일인 래매수족이축 춘운취이견지 일즉화간공작 일즉죽림자고

수품절묘 공여칠양 춘운경탄류기인 이기족자진어부인급소저왈

소저매찬춘운지자수의 시관차족 기재품하여야 불출어선녀기상 필성어귀신수중야

 

하루는 한 여동이 찾아와 수를 놓은 족자 두 축을 팔려고 하였다. 춘운이 가져다가 펴 보니 한 폭은 꽃 사이의 공작새고, 다른 하나는 대숲의 자고새였다. 수 놓은 품질이 극히 절묘하여서 춘운이 경탄하여 여동을 머무르게 하고, 그 족자를 부인과 소저께 바치며 여쭙기를,

“소저께서 매양 춘운이 수놓은 것을 칭찬하시었는데, 시험 삼아 이 족자를 보소서. 그 재주와 품질이 어떠하나이까? 이는 선녀의 틀 위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필연 귀신의 손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옵니다.”

 

小姐展看於夫人座前 驚謂曰 :

“今之人必無此巧, 而染線尙新非舊物也. 怪哉! 何人有此才也.”

使春雲問其出處於女童, 女童答曰 :

“此繡卽吾家小姐所自爲也. 小姐方在寓中急有用處, 不擇金銀錢幣 而欲捧之矣.”

소저전간어부인좌전 경위왈

금지인필무차교 이염선상신비구물야 괴재 하인유차재야

사춘운문기출처어녀동 여동답왈

차수즉오가소저소자위야 소저방재우중급유용처 불택금은전폐 이욕봉지의

 

소저가 부인의 자리 앞에서 족자를 펴 보다가, 깜짝 놀라며 이르기를,

“금세의 사람에게는 필연 이런 공교한 솜씨가 없으리라. 실에 물들인 것도 오히려 새로워서 옛 물건이 아니로다. 괴이하도다, 어떤 사람에게 이런 재주가 있을 수 있는가?”

춘운으로 하여금 여동에게 그 출처를 묻게 하니, 여동이 답하기를,

“이 수는 우리 집의 소저께서 스스로 놓으신 것이옵니다. 소저께서 바야흐로 객지에 계시온데, 급히 쓸 곳이 있어서, 값의 고하를 따지지 않고 팔려고 하나이다.”

 

春雲問曰 : “汝小姐誰家娘子, 且因何事獨留客中耶?”

答曰 : “小姐李通判妹氏也, 通判陪夫人往浙東任所, 而小姐病不從, 姑留於內舅張別駕宅矣,

別駕宅中近有些故, 借寓於此路迤左臙脂店謝三娘家, 而待浙東車馬之來矣.”

春雲以其言入告小姐, 以釵釧首飾等物, 優其價而買之, 高掛中堂 盡日愛玩 嗟羨不已.

此後女童因緣 出入於鄭府, 與府中婢僕相交矣.

춘운문왈 여소저수가낭자 차인하사독류객중야

답왈 소저이통판매씨야 통판배부인왕절동임소 이소저병부종 고류어내구장별가댁의

별가댁중근유사고 차우어차로이좌연지점사삼낭가 이대절동거마지래의

춘운이기언입고소저 이채천수식등물 우기가이매지 고괘중당 진일애완 차선불이

차후녀동인연 출입어정부 여부중비복상교의

 

춘운이 묻기를,

“너의 소저는 뉘 집의 낭자이시며, 또 무슨 일 때문에 홀로 객지에 머물러 계시느냐?”

여동이 답하기를,

“우리 소저는 이통판(李通判)의 누이가 되시옵니다. 통판께서는 대부인을 모시고 절동(浙東)의 임지로 가시었으나, 소저께서는 병환이 있어서 따라가지 못하고, 외삼촌 장별가(張別駕) 댁에 머물러 계시나이다. 근래에 사소한 연고가 있어서 이 길을 건너 연지(臙脂)를 파는 점포인 사삼낭(謝三娘)의 집을 빌려 잠시 거처하시며, 절동 고을에서 마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춘운이 들어가서 그 말대로 소저에게 고하니, 소저가 비녀와 팔찌 그리고 머리꽂이 장식물 등의 물건으로 그 값을 넉넉히 주고 족자를 사게 했다. 족자를 대청에 높이 걸고, 날이 지도록 사랑스레 바라보니, 칭찬을 그치지 않았다.

이후 그 여동은 족자를 팔게 됨을 인연으로, 정부(鄭府)에 출입하게 되고, 부중(府中)의 비복들과 사귀게 되었다.

 

鄭小姐謂春雲曰 : “李家女子手才如此 必非常人也. 吾欲使侍婢隨往女童, 求見李小姐容貌矣.”

仍送伶利婢子, 閭家狹窄本無內外.

李小姐知鄭府婢子 饋酒食而送之,

婢子還告曰 : “李小姐豔麗娉婷, 與我小姐二而一者矣.”

정소저위춘운왈 이가녀자수재여차 필비상인야 오욕사시비수왕녀동 구견이소저용모의

잉송령리비자 여가협착본무내외

이소저지정부비자 궤주식이송지

비자환고왈 이소저염려빙정 여아소저이이일자의

 

정소저가 춘운에게 이르기를,

“이가(李家) 여자의 수놓는 재주가 이와 같으니, 필연 평범한 사람이 아닐 것이니라. 내가 시비로 하여금 여동을 따라가서 이소저의 용모를 보고 싶구나.”

이에 영리한 계집종을 보내 살피도록 했는데, 여염집이 하도 좁아서 본디 안과 밖의 구별이 없었다. 이소저는 정부(鄭府)의 계집종임을 알아차리고, 술과 음식을 먹여 보냈다.

계집종이 돌아와서 아뢰기를,

“이소저의 고운 태도와 아리따운 용모가 우리 소저와 한가지이더이다.”

 

春雲不信曰 : “以其手線而見之, 則李小姐決非魯鈍之質, 而汝何爲過實之言也?

此世界上謂有如我小姐者, 吾實疑之.”

婢子曰 : “賈孺人疑吾言乎, 更遣他人而見之, 則可知吾言之不妄也.”

春雲又私送一人矣 還曰 : “怪哉怪哉! 此小姐卽玉京仙娥.

昨日之言果實矣, 賈孺人又以吾言爲可疑, 此後一者親見如何?”

춘운불신왈 이기수선이견지 즉이소저결비노둔지질 이여하위과실지언야

차세계상위유여아소저자 오실의지

비자왈 가유인의오언호 갱견타인이견지 즉가지오언지불망야

춘운우사송일인의 환왈 괴재괴재 차소저즉옥경선아

작일지언과실의 가유인우이오언위가의 차후일자친견여하

 

춘운이 믿을 수가 없어서 이르기를,

“그 수 놓은 솜씨를 보건대, 이소저는 결코 둔하고 어리석은 재질은 아니려니와, 네 어찌 지나친 말을 하느냐? 이 세상에 우리 소저와 같은 이가 있다 함은, 내 실로 믿지 아니하노라.”

계집종이 답하기를,

“가유인(賈孺人)이 제 말에 의심이 들면, 다시 다른 사람을 보내보시면 제 말이 망령되지 않음을 알 리이다.”

춘운이 또 사사로이 한 사람을 보내었더니, 돌아와 이르기를,

“괴이하도다, 괴이하도다. 그 소저는 곧 옥경(玉京)의 선녀이오이다. 어제 들은 말이 과연 옳은즉, 가유인께서 또 제 말에 의심나거든, 다음에 한 번 친히 가보시는 것이 어떠하나이까?”

 

春雲曰 : “前後之言皆虛誕矣. 何無兩目也?”

相與大笑而罷.

過數日臙脂店謝三娘, 來鄭府入謁於夫人曰 :

“近者李通判宅娘子, 賃居小人之家, 其娘子有貌有才, 實老嫗初見.

窃仰小姐芳名每欲一見, 請敎 而有不敢者, 以小人獲私於夫人, 使之仰稟矣.”

춘운왈 전후지언개허탄의 하무양목야

상여대소이파

과수일연지점사삼낭 내정부입알어부인왈

근자이통판댁낭자 임거소인지가 기낭자유모유재 실로구초견

절앙소저방명매욕일견 청교 이유불감자 이소인획사어부인 사지앙품의

 

춘운이 말하기를,

“전후 말이 다 허망하구나. 어찌 두 눈이 없느냐?”

서로 크게 웃고 헤어졌다.

며칠이 지나자 연지 가게에 사는 사삼낭(謝三娘)이, 정부(鄭府)에 와서 부인을 뵙고는 아뢰기를,

“근자에 이통판 댁의 낭자가 소인의 집을 빌려 거처하고 계시옵니다. 낭자는 용모와 재주를 함께 갖추어서 실로 늙은 이 몸이 처음 보는 바이옵니다. 낭자가 정소저의 아름다운 이름을 남몰래 사모하여 매양 한 번 뵈옵고 가르치심을 청하려 하오십니다. 감히 바로 청하지 못하고, 소인이 사사로이 부인을 뵈옵는 줄을 알고서, 부인께 아뢰어 보라고 하였나이다.”

 

夫人招小姐以此意言之 小姐曰 : “小女之身與他人有異, 不欲擧此面目,

與人相對 而但聞李小姐爲人, 一如其錦繡之妙, 小女亦欲一洗昏眵矣.”

謝三娘喜而歸, 翌日李小姐送其婢子, 先通踵門之意,

日晩李小姐乘垂帳小玉轎, 率叉鬟數人至鄭府, 鄭小姐邀見於寢房,

賓主分東西而坐, 織女爲月宮之賓, 上元與瑤池之宴矣, 光彩相射滿堂照躍, 彼此皆大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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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주분동서이좌 직녀위월궁지빈 상원여요지지연의 광채상사만당조약 피차개대경

 

부인이 소저를 불러 이 뜻을 말하니, 소저가 답하기를,

“소녀의 몸이 다른 사람과 다른 바 있어서, 얼굴을 들고 남과 서로 대면하고자 아니하였나이다. 다만 이소저의 사람됨이 수놓은 솜씨와 같다고 들었사오니, 소녀 또한 한 번 만나 보고자 하나이다.”

사삼낭이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돌아가더니, 이튿날 이소저가 그의 계집종을 보내어 집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먼저 알렸다. 날이 저물자 이소저가 휘장을 드리운 소옥교(小玉轎)를 타고, 계집종 수명을 거느린 채 정부에 이르렀다. 정소저가 침방으로 맞아들이고 마주하여, 손님과 주인이 동과 서로 자리를 나누어 앉은즉, 직녀(織女)가 월궁(月宮)의 손님이 되고, 선녀가 요지(瑤池)에 잔치를 베푸는 듯하였다. 광채가 서로 비추어 온 방 안이 밝게 하니, 피차 모두 깜짝 놀랐다.

 

鄭小姐曰 : “頃緣婢輩 聞玉趾臨於近地, 而命崎之人 廢絶人事, 問候之禮 尙此闕如矣.

今姐姐惠然辱臨 旣感且傷, 敬謝之意 何以口舌盡也?”

정소저왈 경연비배 문옥지임어근지 이명기지인 폐절인사 문후지례 상차궐여의

금저저혜연욕림 기감차상 경사지의 하이구설진야

 

정소저가 이르기를,

“지난번에 계집종들로 인연하여 이 근처의 땅에 귀한 발걸음을 하신 것은 들었나이다. 하지만 명이 기구한 사람으로, 인사를 폐하여 없앴기에, 문후(問候)의 예를 차릴 수 없엇나이다. 이제 저저(姐姐)가 고맙게도 왕림하시니, 감격스럽고 죄송하며 공경스럽고 감사해 하는 뜻을, 어찌 구설로 다할 수가 있겠나이까?”

 

李小姐答曰 : “小妹僻陋之人也, 嚴親早背 慈母偏愛, 平生無所學之事, 無可取之才也,

常自嗟惋曰, 男子跡遍四海 交結良朋, 有切磋之益有規警之道, 而女子惟家內婢僕之外,

無可相接之人, 救過於何處 質疑於何人乎? 自恨爲閨闈中兒女子矣.

恭聞姐姐以班昭之文章, 兼孟光之德, 行身不出於中門, 名已徹於九重,

妾以是自忘資品之陋劣, 願接盛德之光輝矣, 今蒙姐姐不棄, 足償小妾之至願矣.”

이소저답왈 소매벽루지인야 엄친조배 자모편애 평생무소학지사 무가취지재야

상자차완왈 남자적편사해 교결량붕 유절차지익유규경지도 이녀자유가내비복지외

무가상접지인 구과어하처 질의어하인호 자한위규위중아녀자의

공문저저이반소지문장 겸맹광지덕 행신불출어중문 명이철어구중

첩이시자망자품지루열 원접성덕지광휘의 금몽저저불기 족상소첩지지원의

 

이소저가 답하기를,

“소매(小妹)는 편벽하고도 고루한 사람이옵니다. 엄친(嚴親)을 일찍 여의고 자모(慈母)가 외곬으로 저만을 사랑하시어, 평생에 배운 일이 없고 취할 만한 재주도 없어, 항상 스스로 탄식하기를, ‘남자는 사해에 두루 발자취를 두고 어진 벗을 사귀어, 서로 격려하는 유익함도 있고, 서로 경계하는 도(道)도 있으리라. 여자는 오직 집안 비복들 외에는 서로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어느 곳에서 허물을 지적받으며, 누구에게 의심나는 것을 물어 바로 잡으리오?’ 하면서, 규중의 아녀자가 된 것을 혼자서 한탄하였나이다.

공손히 듣자온즉, 저저는 반소(班昭)의 문장과 맹광(孟光)의 덕행을 겸하였다고 하였사옵니다. 몸은 중문 밖에 나가지 아니하였지만, 이름은 이미 구중궁궐까지 들리시나이다. 첩은 이로 인해 타고난 성품은 비루하고도 졸렬함을 헤아리지 아니하고, 크고 빛난 덕을 접하기 원했사옵니다. 이제 저저께서 첩을 버리지 않으심을 입사와, 족히 첩의 원을 이루었나이다.”

 

鄭小姐曰 : “姐姐所敎之願, 卽小妹方寸間所素蓄積者也.

閨中之身蹤跡有碍 耳目多蔽, 本不知滄海之水巫山之雲,

志氣之隘見識之偏, 固其宜也何足怪也?

此槩荊山之玉 埋光而恥衒, 老蚌之珠 葆彩而自珍. 然如小妹者自視欿然 何敢當盛獎也?”

정소저왈 저저소교지원 즉소매방촌간소소축적자야

규중지신종적유애 이목다폐 본부지창해지수무산지운

지기지애견식지편 고기의야하족괴야

차개형산지옥 매광이치현 로방지주 보채이자진 연여소매자자시감연 하감당성장야

 

정소저가 이르기를,

“저저가 가르치시려는 말씀은, 곧 소매(小妹)의 마음 사이에 본디 품고 있던 것이옵니다. 규중에 매인 몸이기에 몸가짐에 걸림이 있고, 이목에 가려짐이 많나이다. 본디 창해(滄海)의 물과 무산(巫山)의 구름을 알지 못하기에, 의지와 기개가 막히고 견식이 편벽된 것은 참으로 당연한 일일 터인데, 어찌 족히 이를 괴이하다 하오리까?

이는 바로 형산(荊山)의 옥이 광채를 묻고 자랑하기를 부끄러워하며, 늙은 조개 속의 구슬이 고운 빛을 감추어 스스로 보배가 되는 것과 같나이다. 그러나 소매 같은 사람은 스스로를 보아도 뜻에 차지가 않으니, 어찌 감히 과분하신 칭찬을 받을 수 있사오리까?”

 

因進茶果穩討閑談 李小姐曰 : “似聞府中有賈孺人者, 可得見乎?”

鄭小姐曰 : “渠亦欲一拜於姐姐矣.”

招春雲來謁, 李小姐起身迎之 春雲驚歎曰 :

“前日兩人之言 果信矣! 天旣生我小姐 又出李小姐, 不自意飛燕玉環 並世而出也.”

인진다과온토한담 이소저왈 사문부중유가유인자 가득견호

정소저왈 거역욕일배어저저의

초춘운래알 이소저기신영지 춘운경탄왈

전일양인지언 과신의 천기생아소저 우출이소저 부자의비연옥환 병세이출야

 

이어서 차와 과일을 내어놓고 환담하다가, 이소저가 이르기를,

“소문에 듣자니 부중(府中)에 가유인(賈孺人)이란 사람이 있다 하온데, 볼 수가 있을는지요?”

정소저가 답하기를,

“그 또한 저저를 한번 뵙고 싶어 했나이다.”

춘운을 불러와 뵙게 하니, 이소저가 몸을 일으켜 그를 맞으매, 춘운이 놀라서 탄복하기를,

“전일의 두 사람 말이 과연 옳았도다. 하늘이 이미 우리 소저를 내시고, 다시 이소저를 내시니, 뜻하지 않게도 비연(飛燕)과 옥환(玉環)이 나란히 세상에 나왔도다.”

 

李小姐亦自度曰 : “飽聞賈女之名矣, 其人過其名也, 楊尙書之眷愛 不亦宜乎?

當如秦中書幷驅, 若使春娘見秦氏, 則豈不效尹夫人之泣乎?

奴主兩人有如此之色, 有如此之才, 楊尙書豈肯相捨乎?”

이소저역자도왈 포문가녀지명의 기인과기명야 양상서지권애 불역의호

당여진중서병구 약사춘랑견진씨 즉기불효윤부인지읍호

노주양인유여차지색 유여차지재 양상서기긍상사호

 

이소저도 또한 스스로 헤아리기를,

“가녀(賈女)의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그 사람됨이 소문보다 월등하니, 양상서가 보살펴 사랑함이 또한 당연하지 않겠는가? 마땅히 진중서(秦中書)와 더불어 어깨를 견줄 만하도다. 만일 춘랑으로 하여금 진씨를 보게 하면, 어찌 윤부인(尹夫人)의 울음을 본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주인과 종 두 사람이 이와 같은 자색을 지니고, 또 이와 같은 재주가 있으니, 어찌 기꺼이 양상서가 서로 버릴 수가 있겠는가?”

 

李小姐與春雲吐心談話, 款曲之情與鄭小姐一也.

李小姐告辭曰 : “日已三竿矣, 不得穩陪淸談可恨, 小妹㝢舍只隔一路, 當偸閑更進 以請餘敎矣.”

鄭小姐曰 : “猥荷榮臨仍受盛誨, 小妹當進謝堂下而, 小妹處身異於他人, 不敢出戶庭一步之地.

惟姐姐寬其罪而恕其情焉.”

兩人臨別 惟黯然而已.

이소저여춘운토심담화 관곡지정여정소저일야

이소저고사왈 일이삼간의 부득온배청담가한 소매우사지격일로 당유한갱진 이청여교의

정소저왈 외하영림잉수성회 소매당진사당하이 소매처신리어타인 불감출호정일보지지

유저저관기죄이서기정언

양인림별 유암연이이

 

이소저가 춘운과 함께 가슴 속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니, 매우 정답고 친절함이 정소저와 다름이 없었다. 이소저가 작별 인사를 하기를,

“시간이 이미 많이 지나 맑은 이야기를 편안히 더 나눌 수 없음이 안타깝사옵니다. 소매가 들어 있는 집이 다만 한길을 사이에 두었을 뿐이오니, 마땅히 시간을 내어 다시 찾아와 남은 가르침을 청하겠나이다.”

정소저가 답하기를,

“외람되이 영광스러운 방문을 받아 많은 가르치심을 받았나이다. 마땅히 소매가 당 아래까지 나아가서 사례해야 할 것이오나, 소매의 처신이 보통 사람과는 다른 까닭에 감히 집안의 마당에서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나이다. 오직 저저께서는 그 죄를 관대하게 해 주시고 그 정을 용서해 주소서.”

두 사람이 작별을 하는데, 오직 슬프고 침울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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