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구운몽 한문본

권지이 - 12. 소유가 꿈속에서 용왕의 딸인 백능파를 만나다

New-Mountain(새뫼) 2020. 11. 2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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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소유가 꿈속에서 용왕의 딸인 백능파를 만나다

 

 

尙書卽發使 遣妙兒玩於蕃吐, 遂行到大山之下, 峽路甚窄 纔容一馬

攀壁緣澗魚貫, 而進過數百里, 始得稍廣之處, 設寨立營 歇馬休軍.

軍士勞頓渴甚求水不得, 見山下有大澤, 爭飮其水 飮畢遍身皆靑,

語言不通 戰掉欲死 奄奄就盡.

상서즉발사 견묘아완어번토 수행도대산지하 협로심착 재용일마

반벽연간어관 이진과수백리 시득초광지처 설채립영 헐마휴군

군사로돈갈심구수부득 견산하유대택 쟁음기수 음필편신개청

어언불통 전도욕사 엄엄취진

 

상서가 즉시 사자를 출발시켜 토번으로 묘아완(妙兒玩) 구슬을 보내고, 마침내 행군하여 큰 산 밑에 이르렀다. 산골길이 매우 좁아 겨우 말 한 필이 지나갈 형편이기에, 벽을 붙잡고 시냇가를 따라 고기를 잡으며 나아갔다. 수백 리를 지나서야 비로소 약간 넓은 곳이 있어, 그곳에 영채(營寨)를 만들어 세우고, 말의 갈증을 풀며 군사를 쉬게 하였다.

군사들이 노곤하고 갈증이 심하여 물을 구하려 하나 구할 수가 없었다. 마침 산밑에 큰 연못이 있음을 보고 다투어 나아가 마시니, 마시고 나면 몸에 온통 푸른빛이 퍼지고 말이 통하지 않고, 떨면서 죽어가거나 몸이 쇠약해져서 탈진 상태가 되었다.

 

尙書自往見, 其水色沈碧 深不可測, 寒氣凜慄 似挾秋霜 始悟曰 :

“是必裊烟所謂盤蛇谷也.”

督餘軍掘井, 衆軍鑿數百餘井,

高可十丈而無一湧水之處, 尙書大以爲憫, 方欲撤營 移陣於他處矣.

鼙鼓之聲忽自山後而來, 雷聲殷地岩谷皆應, 賊兵據基險阻以絶歸路, 官軍進退俱碍飢渴且甚.

상서자왕견 기수색침벽 심불가측 한기늠률 사협추상 시오왈

시필요연소위반사곡야

독여군굴정 중군착수백여정

고가십장이무일용수지처 상서대이위민 방욕철영 이진어타처의

비고지성홀자산후이래 뇌성은지암곡개응 적병거기험조이절귀로 관군진퇴구애기갈차심

 

상서가 몸소 가서 보니 그 물빛이 무겁고 푸르러 깊이를 측량할 수가 없었으며, 찬 기운이 몸을 떨게 하여 마치 가을 서리가 낀 것 같았다.

비로소 깨닫고 이르기를,

“여기가 바로 요연이 말한 반사곡이로다.”

남은 군사들을 독려하여 우물을 파고, 여러 군사가 수백여 개의 우물을 파 보았다, 깊이가 백 자나 되어도 한 곳도 물이 솟아나지 아니하니, 상서가 무척 민망하게 생각하여 바야흐로 군영을 철거하고 다른 곳으로 진을 옮기려 하였다.

이때 꽹과리와 북소리가 홀연 산 앞뒤로부터 들려오는데, 그 천둥소리가 땅을 진동하고, 바위 골짜기가 응접하였다. 적병들이 지세가 험난하고 막힌 곳에 웅거한 채 돌아갈 길을 끊으니, 관군들의 진퇴가 어려워지고, 굶주림과 목마름이 또한 심하였다.

 

尙書方在營中, 思退敵之計 而終無善策, 悶惱之久 神氣頗困, 倚卓而少眠.

忽有異香遍滿營中, 女童兩人進立於尙書之前, 容狀奇異非仙則鬼.

告於尙書曰 : “吾娘子欲告一言於貴人, 願貴人無惜一枉於陋穢之地.”

尙書問曰 : “娘子是何人在何處?”

答曰 : “吾娘子卽洞庭龍君小女也, 近日暫離宮中來寓於此矣.”

상서방재영중 사퇴적지계 이종무선책 민뇌지구 신기파곤 의탁이소면

홀유이향편만영중 녀동양인진립어상서지전 용상기이비선즉귀

고어상서왈 오낭자욕고일언어귀인 원귀인무석일왕어루예지지

상서문왈 낭자시하인재하처

답왈 오낭자즉동정룡군소녀야 근일잠리궁중래우어차의

 

상서는 바야흐로 영중에 있으면서 적을 물리칠 계교를 생각하였으나, 마땅히 좋은 계책이 떠오르지 않아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정신이 자못 피곤하여, 탁자에 기댄 채 잠깐 잠이 들었다.

홀연 기이한 향내가 영중에 가득 차며 여동(女童) 둘이 상서 앞으로 나아와 서는데, 그 모습이 신선이 아니면 귀신인 듯하였다.

상서에게 아뢰기를,

“저희 낭자가 귀인께 한 말씀을 아뢰고자 하오니, 바라옵건대 귀인은 누추한 곳에 한 번 왕림하시기를 아끼지 마옵소서.”

상서가 묻기를,

“낭자들은 실로 어떤 사람이며, 어느 곳에 있는고?”

여동이 답하기를,

“저희는 곧 동정 용왕(洞庭龍王)의 작은 딸이온데, 요즘 잠시 궁중을 떠나 이곳에 와 거처하나이다.”

 

尙書曰 : “龍神所在卽水府也, 我人世人也, 將以何術致身乎?”

女童曰 : “神馬已繫於門外, 貴人騎之則自當至矣. 水府不遠何難之有乎?”

尙書隨女童出轅門, 從者數十人, 衣服殊制 儀形不常.

扶尙書上馬馬行如流, 飛塵不起於蹄下矣.

상서왈 룡신소재즉수부야 아인세인야 장이하술치신호

여동왈 신마이계어문외 귀인기지즉자당지의 수부불원하난지유호

상서수녀동출원문 종자수십인 의복수제 의형불상

부상서상마마행여류 비진불기어제하의

 

상서가 묻기를,

“용왕이 사는 곳은 수부(水府)요, 나는 인간 세계의 사람이니, 장차 무슨 술법으로 내 몸을 가게 하겠는고?”

여동이 답하기를,

“신마(神馬)를 이미 문밖에 매어 놓았사오니, 귀인이 그것을 타시면 자연 이르게 되옵니다. 수부가 멀지 않으니 무슨 어려움이 있겠나이까?”

상서가 여동들을 따라 진문을 나아갔는데, 종자(從者) 수십 인의 의복이 이상하게 지어졌으며,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들이 상서를 거들어서 말에 올리니 말 걸음이 물 흐르듯 빨라도, 날리는 먼지가 말굽에서 일어나지 아니하였다.

 

俄頃至水中, 宮闕宏麗 如王者之居, 守門之卒 皆魚頭蝦鬚矣.

女童數人 自內開門出導, 尙書升堂上, 殿中有白玉交倚 南向而設, 侍女請尙書坐其上.

鋪錦繡步障於階砌之下, 卽入於內殿, 未幾侍女十餘人, 引一箇女子,

從左邊月廊抵殿前, 姿態之媚 服飾之華, 俱不可形言.

아경지수중 궁궐굉려 여왕자지거 수문지졸 개어두하수의

여동수인 자내개문출도 상서승당상 전중유백옥교의 남향이설 시녀청상서좌기상

포금수보장어계체지하 즉입어내전 미기시녀십여인 인일개녀자

종좌변월랑저전전 자태지미 복식지화 구불가형언

 

이윽고 수부에 다다르니 궁궐이 대단히 장하고 화려하여, 임금이 거처하는 곳 같았고, 문 지키는 군사들은 모두 물고기 머리에 새우 수염 차림이었다. 여동 여러 명이 안으로부터 문을 열고 나와서, 상서를 인도하여 당상에 오르게 하였다. 전각 가운데 백옥으로 꾸민 의자가 남향으로 놓였는데, 시녀가 상서에게 그 자리에 앉도록 청하였다.

섬돌 계단 아래에 비단 자리를 깔아 놓고서 곧 내전으로 들어가더니, 얼마 되지 않아 시녀 십여 인이 낭자 한 사람을 인도하여 왼쪽의 월랑(月廊)을 따라 전각 앞에 다다랐다. 자태의 아름다움과 의복의 화려함은 모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侍女一人至前請曰 : “洞庭龍王之女 請謁於楊元帥矣.”

尙書驚欲避之, 兩侍女挾持 使不下床, 龍女向前四拜 琳琅戞響, 芬馥射人

尙書請上殿, 龍女辭遜不敢, 設小席而坐尙書曰 :

“楊少遊塵世賤品, 娘子水府靈神, 禮貌何太恭也?”

시녀일인지전청왈 동정룡왕지녀 청알어양원수의

상서경욕피지 양시녀협지 사불하상 용녀향전사배 임랑알향 분복사인

상서청상전 용녀사손불감 설소석이좌상서왈

양소유진세천품 낭자수부령신 예모하태공야

 

시녀 하나가 앞으로 나와 청하기를,

“동정 용왕의 딸이 양원수 뵈옵기를 청하나이다.”

상서가 깜짝 놀라며 피하고자 하나, 시녀가 붙들고 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하였다. 용녀(龍女)가 앞을 향하여 네 번 절하는데 임랑(琳琅) 소리는 맑고, 꽃다운 향기가 사람을 사로잡았다. 상서도 또한 용녀가 전상에 오르기를 청하자, 여러 번 사양하다가 작은 자리를 펴고 앉기에 상서가 이르기를,

“양소유는 진세(塵世)의 천한 몸이요, 낭자는 수부의 영신(靈神)이시거늘, 몸가짐이 어찌 그토록 크게 공손하시나이까?”

 

龍女答曰 : “妾卽洞庭龍王末女凌波也.

妾之始生也父王朝於上界, 逢張眞人卜妾之命, 眞人揲蓍曰,

此娘子前身卽仙女也, 因謫罪降 爲王之女而畢竟, 復得人形, 爲人間貴人之姬妾,

享富貴榮華之樂, 悉耳目心志之娛, 終歸佛家 永爲大禪矣.

吾龍神爲水族之宗, 而幻人之形 爲大榮, 至於仙佛 尤所敬戴也.

용녀답왈 첩즉동정룡왕말녀릉파야

첩지시생야부왕조어상계 봉장진인복첩지명 진인설시왈

차낭자전신즉선녀야 인적죄강 위왕지녀이필경 부득인형 위인간귀인지희첩

향부귀영화지락 실이목심지지오 종귀불가 영위대선의

오룡신위수족지종 이환인지형 위대영 지어선불 우소경대야

 

용녀가 답하기를,

“첩은 동정 용왕의 막내딸 능파(凌波)이오이다. 첩이 갓 낳았을 때 부왕께서 상계(上界)에서 조회하실 때 장진인(張眞人)을 만나 첩의 명을 점쳤는데, 진인이 점대를 뽑더니 이르기를,

‘이 낭자는 전신이 곧 선녀로서, 죄로 인해 귀양을 와서 왕의 딸이 되었나이다. 필경에는 다시 사람의 모습을 얻어, 인간 세상에서 귀인의 총애 받는 첩이 되어. 부귀와 영화를 누리고, 눈과 귀와 마음과 뜻이 모두가 즐거울 것이옵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불가로 돌아가서 영원히 큰 중이 되오리다.’

하였으니, 우리 용신(龍神)은 물속 종족의 으뜸이나, 사람의 모습으로 환생하는 것을 큰 영광으로 알고, 신선과 부처님께 이르는 것은 더욱 공경하는 바이옵니다.

 

妾之伯兄, 初爲涇水龍宮之婦, 夫妻反目兩家失和, 再適於柳眞君 九族尊之, 一家敬之,

而妾則將得正果 一身榮貴, 必在於伯兄之上也.

父王自聞眞人之言, 愛妾之情一倍隆篤, 宮中大小侍妾, 如待天上眞仙,

及稍長 南海龍王之子五賢, 聞妾略有姿色求婚於父王.

첩지백형 초위경수룡궁지부 부처반목양가실화 재적어류진군 구족존지 일가경지

이첩즉장득정과 일신영귀 필재어백형지상야

부왕자문진인지언 애첩지정일배융독 궁중대소시첩 여대천상진선

급초장 남해룡왕지자오현 문첩략유자색구혼어부왕

 

첩의 맏형은 처음에 경수(涇水) 용왕의 아내가 되었사온대, 부부가 반목하여 두 집의 화합이 깨어지고, 유진군(柳眞君)에게 개가하매 온 친척들이 그를 높이고 온 집안사람들이 공경하옵니다. 첩은 장차 깨달음을 얻어 일신의 영귀함이 필연 맏형보다 나을 것이라 생각되옵니다.

부왕께서 진인의 말씀을 들으신 후로, 첩을 사랑하는 정이 한층 더 돈독하시고 궁중의 크고 작은 시첩들이 하늘 위의 참 신선과 같이 대접하였사옵니다. 점점 자라매 남해 용왕의 아들 오현(五賢)이 첩에게 약간의 미모가 있다는 말을 듣고 부왕께 구혼하였나이다.

 

吾洞庭卽南海之管下故, 父王不敢峻斥 親往南海, 諭以張眞人之言, 强拒不從

則南海之王, 爲其驕悍之子 反以父王, 爲惑於誕說, 肆然喝責 求婚益急.

妾自知 若在父母膝下 則辱必及身, 遠離父母 抽身遁逃,

披荊棘開 窟宅自蟄胡地, 苟送歲月 而南海之逼 益甚矣,

오동정즉남해지관하고 부왕불감준척 친왕남해 유이장진인지언 강거부종

즉남해지왕 위기교한지자 반이부왕 위혹어탄설 사연갈책 구혼익급

첩자지 약재부모슬하 즉욕필급신 원리부모 추신둔도

피형극개 굴택자칩호지 구송세월 이남해지핍 익심의

 

우리 동정은 곧 남해 용왕의 관할 아래 있었으므로, 부왕(父王)께서 감히 거절치 못하시고, 친히 남해에 가셔서, 장진인(張眞人)의 말로 설득하시었으나, 강경히 거절하고 따르지 아니하였사옵니다. 남해 용왕은 교만하고 사나운 아들을 위하여, 도리어 부왕께 거짓된 말에 미혹되었다 하며, 방자스럽게 성을 내면서 꾸짖어, 구혼이 더욱 급박하게 되었나이다.

첩이 스스로 헤아려 보니, 만일 부모 슬하에 있으면 필연 몸에 욕이 미칠 것으로 보여, 멀리 부모를 떠나 몸을 빼치고 도망하였나이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누추한 집을 지어서, 홀로 오랑캐 땅에서 칩거하며 구차로이 세월을 보내왔으나, 남해의 핍박을 더욱 심하게 받으셨나이다.

 

父母但曰女子不願歛身遠走, 終欲不棄 問之於渠, 惟彼狂童欺妾孤弱, 自率軍兵欲逼賤妾.

妾之至寃苦節 減極天地, 瀦澤之水居然變化, 冷如寒氷 昏如地獄, 他國之兵 不能輕入故,

妾賴此全完尙保危命矣. 今日之幸邀貴人, 臨此陋處者 不惟欲訴衷情.

부모단왈녀자불원감신원주 종욕불기 문지어거 유피광동기첩고약 자솔군병욕핍천첩

첩지지원고절 감극천지 저택지수거연변화 냉여한빙 혼여지옥 타국지병 불능경입고

첩뢰차전완상보위명의 금일지행요귀인 임차루처자 불유욕소충정

 

부모께서 다만 이르시기를,

‘딸이 사람 좇기를 원하지 아니하여 멀리 도망하였으니, 끝내 포기하지 않으려거든 딸에게 가서 물으라.’

하시자, 오직 저 미친 아이가 첩이 외롭고 약함을 업신여겨 스스로 군병을 거느리고 와서 천첩을 핍박하고자 하였나이다. 첩의 지극한 원통함과 괴로운 절개에 천지가 감동했는지, 큰 못의 물이 슬그머니 변화하여 쌀쌀하기가 차가운 얼음과 같고, 어둡기가 지옥 같아서 타국 군사들이 쉽게 들어올 수가 없었나이다.

첩이 이에 힘입어 온전하고, 지금까지 위태한 목숨을 보전하였나이다. 오늘 다행히 귀인을 맞아 누추한 곳에 왕림하시게 함은, 다만 첩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정을 알리고자 할 뿐 다른 뜻은 없나이다.

 

目今王師暴露旣久, 水路莫通 井泉不出, 掘土鑿地亦云勞止,

雖遍一山而穿萬丈,水不可得 而力不可支矣.

此水本名淸水潭, 水性甚美 自妾來居 其味苦惡, 飮之者生病故, 改稱曰白龍潭也.

목금왕사폭로기구 수로막통 정천불출 굴토착지역운로지

수편일산이천만장 수불가득 이력불가지의

차수본명청수담 수성심미 자첩래거 기미고악 음지자생병고 개칭왈백룡담야

 

바로 지금 천자의 군사들이 곤경에 처한 지 이미 오래되었을 것이옵니다. 수로에서는 물이 통하지 않으며, 우물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아 흙을 파고 땅을 뚫는 일도 또한 수고롭거늘, 비록 산 하나를 온통 만 길이나 판다고 해도 물을 얻지 못하여 군사들을 지탱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이 물의 원래 이름은 청수담(淸水潭)으로, 물의 성질이 매우 아름다웠으나 첩이 와서 거처하고부터는, 물맛이 무척 고약하여 그 물을 마시는 자는 병이 생기는 고로, 이름을 고쳐서 백룡담(白龍潭)이라 하였나이다.

 

今貴人來此 賤妾得所何羨乎? 銀甁之上井 陰谷之生春乎?

妾旣托命於貴人 許身於貴人, 則貴人之憂 卽妾之憂也, 豈敢不效愚智 而助軍功乎?

自此之後, 水味之甘 當如舊日, 士卒皆牛飮 自無害矣, 病水之卒 亦當自瘳矣.”

금귀인래차 천첩득소하선호 은병지상정 음곡지생춘호

첩기탁명어귀인 허신어귀인즉귀인지우 즉첩지우야 기감불효우지 이조군공호

자차지후 수미지감 당여구일 사졸개우음 자무해의 병수지졸 역당자추의

 

이제 귀인이 이곳에 오셔서 천첩이 의지할 곳을 얻었사오니, 어찌 든든하지 않겠나이까? 은병이 우물에서 나오고, 음산한 골짜기에 봄이 온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천첩이 이미 귀인께 운명을 의탁하고 몸을 허락하였사오니, 귀인의 근심이 곧 천첩의 근심인즉, 어찌 감히 미련한 소견을 다하여 전쟁에서의 군을 돕지 아니하리까?

이후로는 물맛의 달기가 응당 옛날과 같을 것이니, 군사들과 모든 소가 마셔도 아무런 해가 없으며, 물로 인해 병에 걸린 군사들도 또한 마땅히 절로 쾌차하리이다.”

 

尙書曰 : “今聞娘子之言, 兩人之緣天已定之.

神亦知之 月老之約 肆可卜矣, 娘子之意亦如我否?”

龍女曰 : “妾之陋質 雖已許之, 徑侍郞君 不可者三. 一則不告父母也,

二則幻形變質以後, 方可以侍貴人也, 今不可以鱗甲之腥 鬐鬣之陋, 以累貴人之床席也,

三則南海龍子 每送邏卒於此, 暗暗偵探 不可激其怒而挑其禍, 以起一場風波也.

貴人湏早歸陣中, 整軍殲賊 得遂大勳, 奏凱還京 則妾當褰裳涉溱, 從貴人於甲第之中也.”

상서왈 금문낭자지언 양인지연천이정지

신역지지 월로지약 사가복의 낭자지의역여아부

용녀왈 첩지루질 수이허지 경시랑군 불가자삼 일즉불고부모야

이즉환형변질이후 방가이시귀인야 금불가이린갑지성 기서지루 이루귀인지상석야

삼즉남해룡자 매송라졸어차 암암정탐 불가격기로이도기화 이기일장풍파야

귀인수조귀진중 정군섬적 득수대훈 주개환경 즉첩당건상섭진 종귀인어갑제지중야

 

상서가 이르기를,

“이제 낭자의 말을 들으니 우리 두 사람의 인연은 하늘이 이미 정한 것이고, 신이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노라. 월하노인(月下老人)의 언약을 점칠 수 있음직한데, 낭자의 뜻 또한 나와 같으뇨?”

용녀가 답하기를,

“첩의 누추한 재질을 비록 이미 낭군께 허락키로 하였사오나, 지레 낭군을 모심이 가당치 않은 점이 셋이 있나이다.

첫째는 부모께 고하지 못한 것이고, 둘째는 첩이 모습을 바꾼 연후에야 바야흐로 귀인을 모실 수 있는 것이거늘, 이제 비늘 껍질에다 지느러미와 갈기를 지닌 냄새나고 누추한 몸으로써 귀인의 자리를 더럽히지 못할 것이옵니다. 셋째는 남해 용왕의 아들이 매양 나졸들을 이 근처로 보내어 암암리에 정탐하여 가당치 않게도, 그 노여움을 격동시키고 화를 도발하여 한바탕 풍파를 일으킬 것이옵니다.

귀인은 모름지기 속히 진중으로 돌아가시어 군사를 바로잡고 도적을 멸하사 큰 공을 이루어 개가를 부르고 서울로 돌아오시옵소서. 첩은 마땅히 치마를 걷고서 진수(溱水)를 건너 갑제(甲第) 가운데로 귀인을 따라 가오리다.”

 

尙書曰 : “娘子之言雖美, 我思之娘之來此,

不但守志 而亦父王, 欲使留待少游之來 而卽從之也.

今日之相會豈非父王之命乎? 且娘子神明之後 靈异之性也,

出入人神之間 無所往而不可, 則豈以鱗鬣爲嫌乎?

상서왈 낭자지언수미 아사지낭지래차

부단수지 이역부왕 욕사류대소유지래 이즉종지야

금일지상회기비부왕지명호 차낭자신명지후 영이지성야

출입인신지간 무소왕이불가 즉기이린서위혐호

 

상서가 이르기를,

“낭자의 말은 비록 아름답지만, 내 생각에는 낭자가 이곳에 온 목적은 단지 절개를 지키고자 하는 것만이 아닐 게오. 또한 부왕께서 낭자로 하여금 여기에 머물러, 소유가 오기를 기다려서 곧 나를 따르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오. 오늘 서로 만난 것이 어찌 부왕의 명이 아니겠소? 또한 낭자는 천지신명의 후손이요, 신령한 성품이라 사람과 귀신 사이에 출입함에 간 데마다 옳지 않음이 없은즉, 어찌 비늘과 지느러미로 인해 그대를 꺼려하리오?

 

少游雖不才, 奉天子之明命, 將百萬之雄兵, 飛廉爲之導先, 海若爲之殿後,

其視南海小兒 如蚊虻螻蟻而已, 渠若不自量, 妄欲相逼 則不過汚我寶劍而已.

今夜何幸邂逅相逢 則良辰, 豈可虛度 佳期何忽孤負?”

遂携龍女而就枕, 交會之歡 非夢則眞.

소유수부재 봉천자지명명 장백만지웅병 비염위지도선 해약위지전후

기시남해소아 여문맹루의이이 거약부자량 망욕상핍 즉불과오아보검이이

금야하행해후상봉 즉량신 기가허도 가기하홀고부

수휴룡녀이취침 교회지환 비몽즉진

 

소유가 비록 재주는 없지만, 천자의 명령을 받들어 백만의 웅병(雄兵)을 거느리고 바람의 신으로 선봉을 삼고 물의 신으로 후진을 삼는다면, 저 남해의 어린애는 모기나 하루살이같이 보일 따름이오. 이제 만일 스스로를 헤아리지 아니하고, 망령되이 서로 핍박하고자 한다면, 내 보검을 더럽히는데 불과할 뿐이오이다.

오늘 밤 서로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데, 이 좋은 밤 시간을 어찌 헛되이 보낼 수가 있으며, 아름다운 기약을 어찌 홀로 저버릴 수 있으리오?”

드디어 용녀를 품에 안고 잠자리에 드니, 정을 주고받는 즐거움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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